리마스터의 교과서 ‘CC 파판7 리유니온’

지난 2007년, PSP로 출시됐던 크라이시스 코어 파이널 판타지7(이하 크라이시스 코어)가 리마스터 ‘크라이시스 코어 파이널 판타지7 리유니온(이하 파판7 리유니온)’으로 돌아왔습니다. 단순한 리마스터는 아닙니다. 최근 몇몇 게임들이 선보인바 있는 리마스터와 리메이크 그 중간에 위치한 모습입니다.

컷신이나 대사, 구도, 스토리텔링 등은 원작의 것을 그대로 따르는 리마스터에 가까운 형태지만, 캐릭터 모델링을 비롯한 그래픽이나 전투 시스템은 리메이크에 가까운 개선을 이뤘죠. 여러모로 리마스터의 교과서라고 할 만한 변화입니다.


게임명: 크라이시스 코어 파이널 판타지7 리유니온

장르명: ARPG

출시일: 2022.12.13

리뷰판: 1.001

개발사: SQUARE ENIX

서비스: SQUARE ENIX

플랫폼: PS4, PS5, Xbox One, XSX|S, NS

플레이: PS5


리메이크 관점에서의 ‘파판7 리유니온’

얼핏 ‘파판7 리유니온’은 리메이크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게임의 비주얼을 책임지는 그래픽, 그리고 캐릭터들의 모델링이 일신했기 때문이죠. 그것도 파판7 리메이크를 기준으로 캐릭터 모델링과 텍스쳐 등이 개선됐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 업스케일링한 PSP 버전(위)과 비교하면 리메이크라고 해도 될 정도로 비주얼이 개선됐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정보의 80~90%를 시각으로 얻는다고 하니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정도로 극적인 개선을 이룬 ‘파판7 리유니온’은 리메이크로 봐도 무방할 겁니다. 지난 9월 출시한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1와도 비슷하죠. 캐릭터 모델링과 그래픽 등 비주얼적인 측면에서 눈에 띄는 개선을 이뤘습니다. 실제로 너티독 역시 리마스터가 아닌 리메이크와의 중간에 해당하는 리빌트(Rebuilt)라고 하면서 리메이크에 가깝다고 했을 정도입니다.

‘파판7 리유니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최신 PS5 게임들과 비교하면 다소 아쉬운 면이 있지만, 원작과 비교한다면 눈에 띄는 발전을 이뤘습니다. 각종 연출과 그래픽 효과 역시 마찬가지죠. 다소 냉정하게 본다면 PS3와 PS4 사이에 위치했다고 해도 될 정도지만, 원작이 PSP로 출시된 2007년 게임이란 걸 고려하면 극적인 수준의 변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 빨라진 템포에 화려해진 전투는 눈과 귀, 그리고 손이 즐거울 정도다

이뿐만이 아니죠. 비주얼적인 개선만이 아닌 게임의 핵심이랄 수 있는 전투 시스템 역시 눈에 띄게 개선됐습니다. 원래부터 액션 시스템으로는 나름 준수한 모습을 보여준 초고속 ATB 시스템이지만, 이 역시 PSP라는 한계가 명확했죠. PSP에서는 꽤 뛰어난 액션을 선보였지만, 거치형 콘솔에서는 이미 그보다 뛰어난 액션을 선보인 게임들이 많았습니다. 그랬던 원작의 초고속 ATB 시스템을 ‘파판7 리유니온’은 파판7 리메이크에 가까운 모습으로 다듬었습니다. 최신 액션 게임들로 눈이 높아진 게이머들도 만족스러울 정도로 말이죠.

개선된 전투 시스템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화려하고 쾌적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소 딱딱했던 원작과 달리 액션 하나하나가 역동적으로 변했을뿐더러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지기에 눈과 귀, 그리고 손을 즐겁게 해줍니다. 물론 단순히 화려하게 변한 게 다가 아닙니다. 원작에서는 다소 불편했던 캐릭터와 카메라 조작성 역시 향상되어 원작과의 비교가 민망할 정도가 됐습니다.

▲ 전투의 흐름을 끊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식의 변주를 주도록 바뀐 D.M.W

원작의 핵심 시스템인 디지털 마인드 웨이브(이하 D.M.W)의 개선 역시 주목할 만합니다. 룰렛이 돌면서 캐릭터나 특정 숫자가 나오면 버프나 스킬을 쓸 수 있었던 D.M.W지만, 원작에서는 전투의 흐름을 끊는다는 점에서 마냥 좋은 평가가 나오진 않았습니다. 그랬던 D.M.W 역시 한결 쾌적하게 바뀌었습니다. 딱히 신경 쓰지 않아도 전투 중에 자연스럽게 버프가 발동되도록 바뀌어서 더 이상 전투의 흐름을 끊지 않게 됐을 뿐 아니라 전투를 더욱 다채롭게 보조하게 됐습니다.

MP나 AP 소모 0 버프는 심심찮게 뜨는 만큼, 그에 따라 마법이나 기술을 남발할 수도 있고 운이 좋으면 무적 버프가 걸리기도 합니다. 직접 어떤 버프가 뜰지 선택할 수는 없지만, 랜덤하게 발동하는 버프에 따라 전투가 순식간에 유기적으로 바뀌는 식이죠. 사실상 D.M.W가 목표로 했던 원래의 형태에 가장 가까운 모습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풀 보이스 더빙이 추가된 점 역시 좋은 평가를 줄 만합니다. 원작은 시네마틱 컷신 등을 제외하면 거의 더빙이 들어가지 않아서 아쉬움이 있었는데 풀 보이스 더빙이 추가됨으로써 이를 단번에 해결한 모습입니다. 더빙 유무에 따라 게임에 대한 몰입감이 달라지는 만큼, 게이머 입장에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할만한 변화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이처럼 리메이크 관점에서 본다면 ‘파판7 리유니온’은 원작의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주고 해결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픽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열에 아홉은 당연히 리메이크라고 말할 정도죠. 원작을 초월한, 완벽한 리메이크라고 할 순 없겠지만, 게이머들이 바라마지 않던 리메이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리마스터 관점에서의 ‘파판7 리유니온’

이처럼 일반적인 리마스터와 비교했을 때 리메이크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 ‘파판7 리유니온’이지만, 완전한 리메이크로 보기도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캐릭터 모델링이나 그래픽, 그리고 전투 시스템 등 많은 부분이 리메이크에 가까울 정도로 개선을 이뤘지만, 게임의 뼈대라고 할 수 있는 스토리는 원작과 비교했을 때 거의 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 외형은 리메이크에 가깝지만, 핵심인 스토리는 원작을 그대로 따르기에 리마스터에 가깝다

시네마틱 컷신은 원작의 것을 고해상도로 개선한 정도에 불과하며, 인게임 컷신 역시 앞서 언급한 것처럼 캐릭터 모델링이나 그래픽이 개선됐다는 점을 제외하면 원작의 구도와 연출, 그리고 대사까지 거의 그대로입니다. 그렇기에 ‘파판7 리유니온’을 다른 시선으로 보면 리메이크에 가까운 변화를 거쳤다고 해도 근본적인 부분은 바뀌지 않았기에 리마스터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리마스터와 리메이크, 이분법으로 구분하는 것에서 벗어난다고 해도 리마스터에 가까운 리메이크라고 할 수 있죠. 그렇기에 한계 역시 명확합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큰 문제는 없었을 겁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원작에서 아쉬운 부분을 거의 완벽하게 개선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렇기에 미처 간과한 부분 역시 존재합니다. 바로 파판7 리메이크와의 괴리입니다.


파판7 리메이크는 원작과 비교했을 때 셀 수가 없을 정도로 많은 부분이 바뀌었습니다. 폴리곤 덩어리였던 캐릭터 모델링은 23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실사에 버금갈 정도로 개선됐으며, 턴제였던 전투 시스템 역시 최신 트렌드에 맞게 액션 RPG에 가까운 변화를 이뤘습니다. 물론 그러면서도 파판 시리즈 전투의 핵심이랄 수 있는 ATB 시스템 역시 훌륭하게 계승했죠. 사실상 눈에 보이는, 그리고 게이머가 느끼는 거의 모든 것들이 바뀌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크게 바뀐 건 사실 따로 있었죠. 스토리입니다. 파판7 리메이크 리뷰가 아닌 만큼, 자세한 얘기는 생략하겠지만, 많은 부분이 바뀌어서 원작의 팬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렸을 정도였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스토리의 변화가 파판7 리메이크 시리즈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 잭스와 에어리스. 파판7 리메이크에서 이들은 원작과는 다른 행보를 맞이한다

프리퀄인 크라이시스 코어와도 연관된 부분이 많았던 게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파판7 리유니온’ 소식에 게이머들의 관심 역시 스토리에 집중됐습니다. 리메이크가 아닌 리마스터인 만큼, 스토리에서의 괴리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모두의 관심이 쏠렸었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파판7 리유니온’의 스토리는 원작을 그대로 따라갑니다. 물론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비극적이지만, 그렇기에 많은 게이머를 울게 했을 정도의 게임이 바로 크라이시스 코어입니다. 그렇기에 그러한 스토리를 온전히 따르는 ‘파판7 리유니온’의 스토리 자체는 더없이 훌륭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원작 파판7 시리즈를 좋아하는 게이머는 물론이고 파판7 리메이크 시리즈를 좋아하는 게이머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정도죠.

물론 모든 게 완벽하다는 건 아닙니다. 줄곧 얘기한 파판7 리메이크와의 괴리는 여전히 게이머들을 괴롭히기 때문입니다. 리마스터와 리메이크 중간에 위치한 일부 게임들의 경우 다소 아쉬웠던 엔딩을 보완하거나 시리즈의 설정 오류를 수정하기 위해서 컷신이나 스토리를 추가하는 경우도 있지만, ‘파판7 리유니온’은 그렇지도 않았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파판7 리유니온’은 독립적인 리마스터로는 더없이 훌륭하지만, 파판7 리메이크의 존재를 생각하면 2% 아쉬운 리마스터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파판7 리유니온’, 리마스터와 리메이크 양쪽의 장점을 취하다

리마스터와 리메이크는 저마다 장단점이 명확합니다. 이는 게이머와 개발사 모두에게 해당하죠. 먼저 리마스터의 경우 게이머 입장에서 본다면 추억을 상기시키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습니다. 특히 PS2나 PS3, PSP 등 몇 세대 전의 콘솔로 나온 게임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죠. 그때 못한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리마스터는 게이머들에게 있어선 더없이 반가울 선물입니다. 이는 개발사에도 해당합니다. 잘만 하면 투자 대비 높은 성과를 거둘 수도 있습니다. 물론 단점이 없는 건 아닙니다. 최신 게임으로 게이머들의 눈이 높아진 상황이기에 단순한 리마스터로는 성에 차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 게임들은 차라리 리메이크를 하기도 합니다. 원작의 설정을 기반으로 아예 새롭게 뜯어고침으로써 최신 게임에 익숙한 게이머들에게도 먹히도록 하는 거죠. 쉬운 일은 아닙니다. 개발사로서는 아예 다른 게임을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의 노력이 들어가며, 그러면서도 원작의 특징, 감성을 유지해야 하기에 절대 쉬운 게 아니죠. 실제로 리메이크한 게임 가운데서는 혹평을 들은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최근 몇몇 게임들이 리마스터와 리메이크 중간에 위치한 이런 식의 리마스터를 선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리마스터의 가장 큰 단점인 아쉬운 그래픽과 시스템은 리메이크 수준으로 개선하고 스토리텔링은 원작의 것을 그대로 가져옴으로써 양쪽의 단점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파판7 리유니온’ 역시 마찬가지죠. 리마스터와 리메이크, 양쪽에서 필요한 것들을 훌륭하게 가져왔습니다. 덕분에 독립된 하나의 게임으로만 놓고 보자면 딱히 흠잡을 데 없는 준수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완벽하다고 하기엔 조금씩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래픽과 관련해서는 리메이크에 가까울 정도로 개선됐다고 했지만, 파판7 리메이크와 비교하면 못내 아쉬운 퀄리티이며, 전체적인 레벨 디자인 역시 원작의 것을 그대로 따른 만큼, 전체적으로 캐주얼한 느낌이 강합니다. 여기에 하나 더. 파판7 리메이크와의 괴리라는 숙제도 여전히 남긴 모습입니다. 스토리와 관련해서 큰 줄기에서의 변화를 기대할 순 없었겠지만, 파판7 리메이크 인터그레이드의 인터미션에서 보여준 원작과의 설정 오류 등 의문스러웠던 부분 무엇하나도 해결하지 못했죠.

결국 많은 게이머들이 궁금해했을 스토리와 관련된 의문은 파판7 리버스에서 풀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파판7 리유니온’을 통해 단서라도 공개될까 기대했을 게이머들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울 수밖에 없죠.

그럼에도 ‘파판7 리유니온’은 원작을 해본 게이머든 그렇지 않은 게이머든 양쪽 모두를 즐겁게 해줄 게임입니다. 크라이시스 코어라는, 파판7 시리즈의 프리퀄로서의 상징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요즘 게임에 걸맞은 수준으로까지는 만들었으니까요. 완벽하지는 않지만, 파판7 리버스를 기다리고 있을 팬들의 갈증을 해결해줄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게임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출처: 인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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