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발표 이후부터 꾸준히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내 온 영국 경쟁시장청(Competition and Markets Authority, CMA)이 끝내 인수 거래를 저지했다. 핵심은 인수 발표부터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 클라우드 게이밍 시장의 경쟁 손상 우려다.
英 경쟁청, ‘MS는 이미 시장 주도권 쥐고 있어’
CMA는 26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를 방지하겠다고 밝히며 공식 성명을 내놓았다. 앞선 2월 발표된 조사 결과에 대한 MS의 대책이 효과적으로 시장 독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두 기업 간의 인수 자체를 거대 규모로 규정한 CMA는 인수에 따른 위험 부분으로 클라우드 게이밍 분야를 콕 찍었다. 빠르게 성장하는 클라우드 게이밍 시장에서 이미 높은 점유율을 보유한 MS가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주요 게임을 품으로 시장 점유율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영국의 클라우드 게이밍 부문 월간 활성 사용자는 2021년 초에서 2022년 말까지 3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CMA는 2026년까지 예상되는 시장 가치는 영국에서만 10억 파운드, 전 세계 110억 파운드(한화 약 18조 3,33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CMA는 MS가 이미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의 60~7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PC 시장 주도 OS인 윈도우,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인 Azure, 이를 활용한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Xbox 클라우드 게이밍을 소유하고 있다고 따로 언급했다. 여기에 콜 오브 듀티, 오버워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 주요 콘텐츠 제어 권한을 가지게 된다면 MS가 가지는 이점이 시장 경쟁을 약화시킬 것이 분명하다고 내다봤다. 그리고 경쟁 약화로 이어지는 혁신 약화의 위험성 역시 함께 주장했다.
CMA도 “콘솔 경쟁은 우려 적어”
MS의 클라우드 경쟁 우위에 따른 영향력 확대는 인수 발표 초기부터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예견됐다. 클라우드 게이밍을 주요 비즈니스 모델, 핵심 사업 부문으로 꼽으며 덩치를 키워온 MS가 시장 전체에 큰 영향력을 주는 콜 오브 듀티 프랜차이즈를 언제고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로 선보일 경우 시장 주도적 위치를 더욱 견고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초 MS는 이러한 클라우드 게이밍 시장을 별개의 게임 서비스로 묶는 전략을 선택했다. 이를 위해 게이밍 시장 전체에서의 영향력을 강조했다. 인수 거래 발표 당시에도 MS와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더해져도 텐센트, 소니 등 기존 글로벌 매출 1, 2위 그룹을 넘지 않음을 명시하며 반독점 우려를 해소하고자 했다.
특히 액티비전의 핵심 프랜차이즈인 콜 오브 듀티 제공과 관련, 기존에 소니에 제공되던 독점 콘텐츠를 연이어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닌텐도 콘솔에도 향후 10년간 게임을 제공하기 위한 계약을 발표하고 닌텐도 스위치에서도 게임을 구동할 수 있는 최적화 기술을 자신하기도 했다. 매년 판매량 최고 순위에 이름을 올리는 콜 오브 듀티의 MS행은 해당 게임을 통해 큰 수익과 활성 유저를 챙기는 소니의 집중 견제를 받았다. MS는 이러한 반발을 잠재우려는 움직임을 이어나간 셈이다.
이미 브라질, 세르비아, 일본, 칠레 등 다수 국가 규제 당국의 거래 승인은 물론 MS의 발표에 오는 5월까지 결정을 내리기로 한 EU 규제처의 승인 역시 높게 점쳐진다는 견해가 많았다. 3월 CMA 역시 발표를 통해 MS의 인수 거래가 콘솔 공급 경쟁이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소니 등 거래를 반대하는 측의 주장과는 다른 결론을 내렸다.
MS 핵심 사업 클라우드 게이밍이 발목 잡아
앞선 CMA의 시장 경쟁의 감소 우려 미비 발표는 어디까지나 콘솔 시장에서의 영향력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당시에도 CMA는 4월 26일까지 계속되는 최종 보고서 작업까지 콘솔 시장과는 별개로 분석하는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 경쟁 부분을 계속 주시할 것이라 밝혔다.
인수가 미칠 영향을 게이밍 시장 전체로 내다보는 MS와 달리 CMA는 클라우드 게이밍 시장으로 분야를 한정했고 그 결과는 ‘인수에 따른 부정적 결과가 더 큼’으로 나타났다.
MS는 앞서 닌텐도와의 계약 체결 발표와 함께 클라우드 게이밍 시장에서 또 다른 영향력을 내고 있는 엔비디아와의 협업도 함께 발표, 10년의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 계약을 통해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지포스 나우에 엑스박스 게이밍 카탈로그를 제공해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 반독점 위반 우려를 씻고자 했다. 또한 향후 10년 간 플랫폼, 게임 제공과 조건을 포함하는 해결안도 내놨다.
하지만 CMA는 MS의 해결책이 부족하다고 내다봤다. CMA는 해당 제안서에는 윈도우즈 이외의 PC OS에서 게임 제공 업체에 개방적이지 않았고 다양한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을 충분히 준비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또한, 특히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서 10년의 계약 기간 의견 불일치, 갈등 발생 우려 역시 함께 전했다.
인수 거래가 이루어지면 CMA의 규제와 감독이 필요하지만, 인수 거래를 막으면 규제나 별도의 개입 없이도 시장의 힘에 의해 클라우드 게임 시장의 발전이 자연스레 이루어질 수 있다며 인수 반대 이유를 들기도 했다.
MS가 근래 꾸준히 확장하고 투자한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가 거대한 인수 거래에 발목을 잡은 셈이다.
美 연방거래위에 영국까지, 일단은 항소 선택
MS의 사장 브래드 스미스는 CMA의 거래 차단 발표 이후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다. CMA의 결정이 영국의 기술 혁신과 투자 저해를 불러올 것이라며 반발했다. 또한,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인기 게임을 1억 5,000만 대 이상의 기기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계약을 체결한 자신들의 노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CEO 바비 코틱 역시 공식 페이지를 통해 직원들에게 보내는 e메일을 공개하며 항소 작업을 이미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결정이 거래의 최종 결정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합병이 자사 직원, 영국 테크 인력, 나아가 전 세계 플레이어에게 도움이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를 위해 꾸준히 인수 거래 승인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결정에 당초 거래 마감 일정인 7월 18일은 또다시 지켜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기일 내 인수가 이루어질 수 없는 분위기에 MS는 합병 계약 시한 연장을 위해 재차 협상테이블에 올라야 한다. 첫 인수 거래 협상 당시 거래 프리미엄이 붙었던 만큼, 기존 거래보다 더 높은 주당 거래 가격으로 인수가가 재정산될 수도 있다. 또한, 항소를 통해 CMA의 결정이 뒤바뀌지 않거나 기타 규제 기관의 승인을 받지 못해 인수 거래가 이루어지지 못하면 30억 달러 규모로 알려진 계약 해지 수수료도 지급해야 한다.
한편 MS와 액티비전은 CMA 외에도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 FTC)라는 산도 넘어야 한다. FTC는 지난해 두 기업의 인수가 게임 시장 경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거래 중단을 위한 소송을 걸었다. 이와 관련된 조사 일정에 따라 심리 회의, 청문회가 오는 8월로 예정되어 있다.
예정대로라면 2023년 상반기에는 거래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였던 MS와 액티비전의 블리자드 동행 여부는 여전히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계약 발표 당시 거래를 확신했던 MS가 그린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출처: 인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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