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용준 대표 “원더랜드: 퀸즈커스, 유니크한 감성 담았다”



과거, 텐센트의 선택을 받아 화제가 됐던 게임이 있습니다. 동양 판타지 세계관에 웰메이드 액션을 선보였던 ‘수라 온라인’이 그것이죠. 아쉽게도 내부 사정으로 정식 출시까지 이어지진 못했지만, 당시 큰 임펙트를 준 게임이었습니다.

이번에 만나본 펌킨이엔엠은 수라 온라인의 개발사였던 NSE엔터 엄용준 대표가 새롭게 설립한 소규모 모바일 MMORPG 개발사입니다. 현재 앨리스 원더랜드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원더랜드: 퀸즈커스’를 개발 중이죠.

예전보다 개발 규모는 작아졌지만 새롭고 독창적인 게임을 개발하고 싶다는 열망은 더욱 커졌다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톤톤 용병단 시리즈로 유명한 드럭하이의 설립자 최영윤 PD가 기획총괄로 있는 펌킨이엔엠의 신작 개발 소식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봤습니다.

▲ 좌측부터 펌킨이엔엠 엄용준 대표, 조영원 테크 디렉터

■ 차원을 넘나드는 토끼굴을 통해 무한히 뻗어나가는 원더랜드 세계관


Q. 펌킨이엔엠은 어떤 회사인가요?

엄용준 대표(이하 엄용준) = 저희는 작년 4월에 새롭게 설립된 신생 게임사입니다. 인디 개발 경험을 가진 사람부터 게임 업계에서 오랫동안 개발해온 사람들이 모여서 색다른 하이브리드 스타일의 MMORPG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Q. 회사명이 특이하네요. 호박을 테마로 이름을 정한 이유가 있을까요?

엄용준 = 회사를 설립하기 전 게임 콘셉트를 먼저 잡았었는데 해놓고 보니 호박이 많이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펌킨으로 회사명을 정했고 펌킨 철자가 pumpkin인데 도메인이 없어서 p를 뺀 pumkinenm으로 정했습니다.

Q. MMORPG는 개발 규모와 소요 시간이 걸리니 신생 회사가 하기엔 다소 힘들 수 있는데요. MMORPG를 선택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엄용준 = 처음 게임의 콘셉트를 짤 때 앨리스 원더랜드에서 나오는 종이 찢기 사형을 떠올렸습니다. 하트의 여왕이 주인공들을 종이로 만들어서 생가는 일이죠. 이런 콘셉트로 개발을 시작하니까 효율성이 정말 좋더라고요. 캐릭터가 2D다 보니 모델러가 필요 없고 애니메이터도 한 명이 대부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초기에는 간단한 RPG로 만들려고 했는데 점점 욕심을 낸 거죠. 개발 속도가 빨라서 현재는 파이를 좀 더 키워볼 생각으로 만들게 됐습니다.


Q. 그렇다면 원더랜드: 퀸즈커스는 어떤 게임인가요?

최영윤 기획총괄(이하 최영윤) = 저희 게임은 모바일 MMORPG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동화풍을 아트 콘셉트로 삼았습니다. 저작권 시효가 끝나서 자유롭게 쓸 수 있잖아요. 그래서 이를 바탕으로 세계관과 스토리를 구상했고 판타지 세계에 있던 전사나 마법사 등의 캐릭터가 하트의 여왕과 갈등을 겪으면서 본 세계로 돌아가려고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앨리스의 원더랜드 세계관은 그 자체만으로도 매력적인 캐릭터가 굉장히 많은 편인데요. 그보다 세계관이 독립적으로 있는 게 아니라 토끼굴을 통해 다른 세계와 엮일 수 있다는 점에 집중했습니다. 원작에 없는 몬스터가 등장해도 세계관 내에서 어색하지 않은 것이죠. 그래서 나중에는 다른 세계관과 크로스 오버하기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Q. 앨리스 원더랜드는 익히 잘 알려진 세계관인 만큼 파생 게임 역시 많은 편인데요. 그렇다면 타 게임과 비교해서 원더랜드: 퀸즈커스만의 차별화 된 세계관 설정으로 무엇을 준비했나요?

최영윤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세계관 게임 중에선 대부분 아동용 혹은 동인 게임이 많은 편이에요. 저희처럼 RPG로 만든 경우는 제가 확인했을 땐 없었고 미국에서 아메리칸 맥기의 앨리스라는 어드벤처 게임이 있는데 호러블한 느낌을 주고 있죠.

사실 세계관이 넓고 확장성이 좋은데 이걸 왜 MMORPG로 활용하지 못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래서 이걸 제대로 활용해서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다른 활용 게임을 보면 대부분 동화적인 분위기만 가져오려고 하더군요. 사실 원작을 보면 마냥 동화적이진 않아요. 사회 고발에 관한 내용도 있고 기괴한 배경도 있거든요. 그래서 시나리오 작가를 따로 두고 이런 부분도 참고하면서 깊이 있는 세계관으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Q. 앨리스 원더랜드는 이미 완성된 세계관이잖아요. MMORPG 특성상 꾸준한 업데이트가 이뤄져야 할 텐데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세계관을 확장해 나갈 생각인가요?

최영윤 = 앞서 말한 것처럼 토끼굴을 통한 다른 세계의 유입을 기반으로 세계관의 확장이 이뤄질 예정입니다. 다만 SF처럼 결이 다른 것까지 끌고 오면 몰입에 방해가 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산업혁명이 일어나는 유럽을 기반으로 판타지를 섞어서 용사들을 가지고 오려고 합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저작권이 만료됐고 북미나 유럽에서 콘텐츠를 즐기는 현지 게이머가 좋아할 것들을 연구해서 크로스 오버하고자 합니다. 추후에 러브 크래프트 원작이나 스팀 펑크 관련 세계관도 갖고 올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만, 현재 런칭 스펙은 판타지 RPG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Q. 자체 IP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앨리스 세계관 캐릭터가 아닌 자체 IP 캐릭터를 사용한 이유가 있나요?

최영윤 = RPG 유저는 나만의 캐릭터를 세팅하기 원하는데 원작 캐릭터로 만들면 여기서 오는 확장의 한계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모자 장수를 캐릭터로 만들 때 클래스를 어떻게 해야 할까하는 것이죠. 전투에서도 제한적이 될 수 있으니 어차피 세계관 자체가 차원을 넘나드는 토끼굴을 통해 확장되니 플레이어블 캐릭터는 무조건 자체 디자인한 캐릭터를 써야겠다고 판단했습니다.


Q. 캐릭터들의 디자인이 독창적이네요. 호불호가 꽤 나뉠 것 같은 느낌인데 캐릭터 개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을까요?

최영윤 = 기획적인 관점에서 모든 캐릭터가 정의의 용사는 아니고 약간 고전적인 D&D를 갖고 왔습니다. D&D의 목표가 던전을 터는 거잖아요. 저희 게임이 그런 얘들이 원더랜드로 넘어온 거라서 저마다 사연을 갖고 있습니다. 가령, 전사는 던전 돌파 후 보상을 얻기 직전에 토끼가 보물을 들고 도망쳐서 이를 쫓다가 왔고요. 흑마법사는 금지된 마도서를 읽다가 주문을 잘못 외워서 와버렸다는 설정입니다. 이런 캐릭터별 스토리는 인 게임에서 조금씩 볼 수 있습니다.

엄융준 = 아트적으로 보면 레인저가 내부적으로 말이 좀 많았습니다. 사실 안 예쁘잖아요. 새라는 캐릭터가 너무 적나라하게 그려져 있으니 내부적으로 예쁘게 바꿔야 하지 않겠냐는 말이 있었는데 결국 제작자의 말을 따르기로 결정했습니다. 나중에 왜 그렇게 만들었냐고 물었더니 새는 항상 사냥을 당하는 존재인데 반대로 새가 사냥을 하는 존재가 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만들었다고 하더라고요.

Q. 배경은 3D지만 캐릭터는 2D라는 설정이 독특합니다. 이렇게 기획한 의도는 무엇인가요?

최영윤 = 앞서 언급했듯 스토리상 종이 찢기 사형에 당한 게 있고요. 일단 처음에는 다양한 시도를 해봤었습니다. 그러다 3D를 2D로 바꿨을 때 클래식한 느낌도 있으면서 퀄리티가 떨어져 보이지 않더라고요. 오히려 이런 게 더 저희만의 무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2D 캐릭터로 확정이 됐습니다.


■ 메이저보단 마이너, 목표는 글로벌 30위


Q. 전투 시스템에서 다른 MMORPG와 차별화를 노린 부분이 있을까요?

최영윤 = 일반적으로 MMORPG는 전투가 중심적이죠. 그래서 저희도 다른 PC MMORPG 전투를 연구하면서 어떻게 갖고 올 지 고민했습니다. 모바일 RPG를 하는 유저 입장에선 모바일 게임이니 조작을 편하게 하고 싶어 하고 반대로 PC 유저는 팀 플레이를 하면서 전략적인 전투를 중요하게 생각하더라고요.

저희는 두 개를 조합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동 사냥을 쓰되 상황에 따라 어느 방향으로 피하고 스킬을 써야 되는 것이죠. 전투를 보조하면 자동을 쓰더라도 더 어려운 적을 상대할 수 있고 PvP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잖아요.

여기에 마법사가 불장판을 깔아두면 레인저가 거기에 화살을 쏴 불화살이 되거나 전사의 충격파가 아군을 회복시키는 등 지형과 스킬을 조합해 여러 콤보를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준비했습니다. 다만, 너무 복잡한 컨트롤보단 모바일에 최적화 해 상황에 따라 컨트롤을 잘하고 있다는 느낌과 경험을 주고자 합니다.


Q. 스킬 콤보 시스템이 인상 깊은데 이러한 조작의 맛을 살리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했나요. 추가로 콤보가 너무 복잡하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는데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최영윤 = 마법사가 아닌 다른 캐릭터도 물약을 사용해 필드에 지형을 만들 수 있습니다. 여기에 콤보 스킬을 사용하면 발동되는 형태인데 스킬 태그를 통해 유저가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해뒀습니다.

그리고 일반적인 콘텐츠는 내 스펙보다 훨씬 어려운 것을 하지 않는 이상 대부분 오토 플레이로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직접 조작해야 하는 건 주간 콘텐츠가 있는데 일주일에 제한이 걸려 있으니 큰 부담으로 느껴지진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Q. 전투 외에 필드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는 무엇이 준비되어 있나요?

최영윤 = 원더랜드가 동화적인 배경이 있다 보니 여러가지 놀 수 있는 콘텐츠를 넣어뒀습니다. 예를 들어 원작에 보면 티 파티를 하는 공간이 있는데 저희도 각 지역마다 유저끼리 전투가 아니라 망치로 때려서 상대방을 경기장 밖으로 날리면 점수를 얻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런 구역은 따로 로딩을 하는 게 아니라 맵마다 구역이 마련되어 있는 게 특징입니다.

또 공중에 바위가 움직이는데 이걸 타고 끝까지 도달하면 업적 보상을 얻거나 특별한 아이템을 파밍할 수 있습니다. 맵이 단순히 배경으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고 상호작용을 하면서 숨겨진 무언가를 찾아가는 탐험의 재미도 생각했습니다.

이처럼 맵을 진행할 때 단순히 전투만 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미니 게임을 통해 약간 테마파크형 MMORPG를 만들고 있다고 봐주면 될 것 같습니다.


Q. 현재 개발은 몇 퍼센트 정도 완성되었다고 생각하나요?

엄용준 = 개발은 50% 정도 완료됐다고 봅니다. 그런데 기능상 50%고 아직 콘텐츠의 볼륨을 키워야 되기 때문에 진행하고 있는 일이 잘 되면 인원을 충원해서 더 개발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Q. 내부적으로 생각하는 출시 목표가 있다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합니다.

엄용준 = 글로벌 20~30위 안에 자리 잡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RPG를 많이 안 한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많은 인종이 살고 있잖아요. 그래서 못해도 30위 안은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Q. 모바일 게임이 워낙 많이 출시되다 보니 모바일이라고 하면 식상하다는 분위기가 있잖아요.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엄용준 = 2022년 모바일 RPG 시장 지표를 보면 국내 시장은 10% 감소했고 글로벌 시장은 10% 정도 올랐는데 그런 부분을 봤을 때 식상해져서 떠나는 상황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는 메이저를 좋아하는 분보단 마이너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젊은 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독특한 그래픽, 아트 스타일을 통해 글로벌에서도 통할 수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정식 출시는 언제로 생각 중인가요?

엄용준 = 올해 말 혹은 내년 초에 런칭을 계획 중입니다. 다만, 국내보다 해외 런칭을 먼저 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 해외 퍼블리싱에서 계약을 원하는 곳이 있어서 알아보는 중입니다.

Q. 마지막으로 앞으로 어떤 게임사가 되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엄용준 = RPG를 만들고 있으니 국내에 한정되지 않고 글로벌로 나아가는 게임사가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너무 메이저에 치이지 않는 게임을 만드는 회사가 저희와 딱 맞는 것 같아요. 앞으로 많은 응원과 감사 부탁합니다.

출처: 인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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