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 더 전진한 ‘지스타 2023’


※ 원활한 협동을 위해 DCinside Piggy3590님의 한글 패치를 적용했습니다.

지난 10월 24일, 지금으로부터 약 한 달 전 스팀 얼리액세스를 통해 론칭한 인디 게임 ‘리썰 컴퍼니(Lethal Company)’가 게이머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흥행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금일(22일) 기준 해당 게임의 스팀 동시 접속자는 약 12만 명, 여느 메이저 게임과 견주어도 무방할 정도의 이용자 풀을 보이고 있는 셈입니다. 실제로 리썰 컴퍼니는 스팀 최다 플레이 게임 차트에서 만년 1위를 놓치지 않는 카운터스트라이크와 2위 도타2 바로 아래 위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번 사례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이 게임을 개발한 사람이 20대 초반의 1인 개발자라는 것입니다. 11살부터 로블록스를 통해 게임을 디자인해왔다는 지커스(Zeekerss)는 로블록스 플랫폼 안에서도 뭔가 기괴한 게임을 개발하는 것을 좋아했고, 그 이후에도 유니티 엔진을 활용해 독특한 기괴함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을 개발해 왔습니다.

과연,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기에 이처럼 많은 게이머들이 ‘리썰 컴퍼니’에 열광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찾기 위해 게임을 직접 플레이해봤습니다.

▲ 스팀 최다 플레이 3위를 차지하는 등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리썰 컴퍼니’

일단, 게임의 배경부터 예사롭지 않습니다. 플레이어는 어떤 ‘특수한 회사’의 소속된 계약직 직원이 되어, 매일매일 회사가 요구하는 과업을 수행해 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이 ‘과업’들은 얼핏 단순해 보이지만, 게임의 제목 그대로 매우 치명적이죠.

최대 4인까지 함께 플레이할 수 있고, 함께 우주선을 타고 위성을 돌아다니며 가치가 있을 법한 물건을 수집하는 협동형 게임입니다. 회사가 정해준 임무는 정말 간단합니다. 정해진 납기일 안에 일정 금액 이상의 가치를 지닌 물건을 회수하고, 회사 건물로 돌아와 물건을 납품하기만 하면 됩니다. 정해진 금액을 맞추면 더 높은 금액이 새롭게 책정되고, 또 다시 물건을 회수하러 반복된 여정을 계속해야 하죠.

하지만 이 게임이 ‘협동 호러’ 게임이라고 불리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물건을 회수해야 하는 위치가 주로 폐허 속에 자리한 건물이고, 손전등이 없이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게다가 언제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니 물건 회수와 복귀에 사용할 시간을 스스로 정해야 하는 압박감도 주는 편입니다. 조금 더 리스크를 안고 구석구석 물건을 탐색할지, 아니면 적당히 회수를 마치고 안전하게 복귀할 것인지는 모두 플레이어에게 달려 있습니다.

▲ 앞으로 닥칠 일도 모르고 마냥 즐거워하는 계약직 직원들

플레이어는 작동 생물군으로 이뤄진 다양한 위성을 선택해 탐험할 수 있으며, 위성에 따라 수집할 수 있는 물건의 가치는 물론, 도사리고 있는 위험의 종류와 수도 나뉩니다. 초반에는 그나마 덜 위험한 장소를 위주로 다니다가, 어느 정도 장비를 갖출 만큼 실력이 늘었다면 더욱 위험을 무릎쓰는 위성에 도전해볼 수도 있습니다.

맵은 각 탐사마다 절차적 생성되어 매번 건물의 구조가 달라지고, 그에 따라 맞닥뜨릴 수 있는 위험도 달라집니다. 앞에 무엇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조금씩 조금씩 동료에 의지해 앞으로 나아가는 로그라이크 폐지 수거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 이 게임이 공포 게임인 이유

이처럼 기본적인 게임의 구조와 플레이 방식은 지극히 단순합니다. 어째서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는지에 대한 해답으로는 부족한 감이 있죠. 하지만, 직접 동료 기자들과 게임을 즐겨본 결과, 이 게임이 주는 ‘재미’가 어디에서 오는지 알아내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단순하지만 짜임새 있는 게임플레이 토대 위에는, 손발이 안 맞는 동료들과의 좌충우돌 탐험이 세워져 있었거든요.

게임은 기본적으로 탐험하고, 죽고, 이를 반복하는 것을 통해 각종 위험은 물론 아이템의 종류와 쓰임새를 알아가는 곡선을 그립니다. 그만큼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그대로 받아들이도록 되어 있죠. 그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한 결과를 마주할 때, 함께 게임을 즐기던 동료들 사이에서는 웃음꽃이 피워지고는 했습니다.

▲ 하지 말라는 걸 꼭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게임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요소는 바로 ‘사운드’였습니다. 게임은 처음 시작부터 디스코드같은 외부 프로그램 대신 인게임 보이스챗을 활용하기를 강조하는데, 이것이 정말 ‘신의 한 수’였습니다. 1인 개발자가 구현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깨끗한 음성은 물론, 게임 내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활용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먼저, 음성 대화는 가까이 있는 동료들과는 자연스럽게 작동하지만, 조금이라도 거리가 멀어지면 음성 또한 잘 들리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건물 내부 구조에 따라 목소리가 울리는 효과도 제대로 구현되어 있고요. 거기에 철제 통로를 밟는 소리부터 근처에 있는 괴물이 내는 소리까지. 사운드는 말 그대로 그다지 비주얼적인 강점을 가지지 않은 이 게임에서 몰입감을 강화하는 데 독보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멀어지면 잘 들리지 않는’요소는 게임 플레이 내에서도 상당히 큰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동료 중 누군가가 호기를 부리며 앞장선 이후 아무 목소리를 내지 않을 때, 남아있는 동료들은 그의 생사를 확인할 길이 없어집니다. 골목에 숨어있던 괴물에게 당했는지, 낙사를 했는지 알 리 없는 동료들은 그를 구하러 앞으로 나아갈 수도, 아니면 더 이상 사상자를 내지 않고 복귀를 택할 수도 있죠. 이런 고민을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드는 공포감이 ‘리썰 컴퍼니’를 협동 호러로 부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동료와 함께 하기에 초반에는 그리 무섭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있지만, 모두가 괴물에 의해 사망한 뒤 홀로 어두운 방에 남겨졌을 때 다가오는 공포는 거의 절망적인 수준이었습니다. 이처럼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침묵’ 또한 게임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다가오는 특징입니다. 앞에 존재하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없을 때 느끼는 두려움을 꽤나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 아무리 무작위라지만, 입구부터 터렛은 심한거 아니냐고

이처럼 게임 초반, 동료들과 손발이 잘 맞지 않을 시기에는 초반부 사납금을 채우기도 벅차지만, 점점 맞닥뜨린 생물체의 특징을 몸소 체험하고, 게임의 기믹을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리설 컴퍼니’는 점차 다른 게임이 되어갑니다. 매일마다 계획을 세우고, 동료마다 역할을 이해하는 식의 과정을 통해 점점 우수 계약직원으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죠.

이번 체험 또한 마찬가지 과정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초반에는 아이템의 사용 방법도 모르는 채로 무작정 물건을 수집하기 위해 돌아다녔지만, 몇 번 정도 전멸을 겪고 나니 팀만의 노하우가 축적되고는 했습니다. 처음에는 상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무전기’의 용도조차도 의아해 했지만, 나중에는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도 깨달을 수 있었죠.

▲ 무전기를 통해 통신을 하는 등 ‘사운드’를 굉장히 잘 활용한 느낌

무전기는 앞서 설명한 게임의 ‘사운드적’ 특징을 아이템으로서 적절히 풀어낸 사례입니다. 멀리 떨어진 상대와 대화할 수 없다는 점을 커버하는 동시에, 한정적인 배터리 양으로 무전을 하는 양에 제한을 두었죠. 동료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초반에는 그리 중요하지 않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점차 강력한 적을 상대해야 하는 게임의 구조에 따라 점점 그 중요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체험 도중 깨닫게 된 것은, 현장에 들어서는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함선에 남아있는 사람 또한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우주선 안에는 직원의 동선을 파악할 수 있는 레이더 모니터가 탑재되어 있는데, 이 화면에서는 탐사하는 장소의 구조는 물론 떨어져 있는 물건들의 위치나 심지어 위험한 적의 위치까지도 한 눈에 알아보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따라서, 무전기를 통해 함선에 남은 사람과 건물을 탐사하는 사람이 서로 연락을 주고받을 경우, 실시간으로 팀원이나 적의 위치, 아이템의 위치 등을 공유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모두가 건물에 들어섰다가 들어온 입구가 기억나지 않아 전멸했던 지난날을 돌아보면, 바깥에 있는 누군가가 지도를 훤히 꾀뚫어보고 있다는 사실이 상당한 안도감을 주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함선에 남아있는 사람은 동료의 위치를 확인하면서 건물 내부에 잠겨있는 문을 열어주거나, 또는 위험으로부터 격리하기 위해 닫아줄 수 있습니다. 문의 코드를 단말기에 입력하는 식으로 상호작용이 가능한데, 이를 통해 실제 ‘오퍼레이터’가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도 있었죠.

▲ 납품하러 가서도 방심하면 시체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썰 컴퍼니’ 속 세상은 온갖 위험으로 가득한 곳입니다. 복귀할 시간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너무 오래 건물에 머무를 경우 함선이 자동으로 회사로 복귀해 전멸할 수도 있고, 밤이 되면 등장하는 거대 생물체에 의해 생각지도 않은 공포를 느낄 수도 있죠. 무작위로 배치된 지형과 생물군에 의해 벌어지는 참상은 때때로 폭소를 유발하는 요소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세계적으로 12만 명이 넘는 플레이어가 동시에 이 게임을 즐기는 데에는, 협동 게임이 주는 즐거움도 있겠지만 ‘친구들과 함께 웃고 떠드는’ 감정이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배틀로얄 장르의 흥행 이후 점차 줄어든 협동 게임 속에서, 그마나 남아있는 작품들 마저도 협동 슈터라는 장르적 정체성을 고수하는 시장에서. ‘리썰 컴퍼니’는 아주 독특한 비주얼과 세계관을 바탕으로 공포와 웃음이 공존하는 작품으로 이용자들에게 다가가고 있습니다.

요즘 친구들과 함께 할 게임을 찾고 있다면, 1GB가 채 안 되는 용량으로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리썰 컴퍼니’를 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분명 다른 사람들을 겪지 못한, 여러분만의 웃음 포인트를 여러 번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아, 오늘도 알찬 노동이었다!

출처: 인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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