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 파이터6’의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1987년 출시된 첫 작품을 시작으로 올해 36주년을 맞이한 격투 게임의 원조 ‘스트리트 파이터’ 게임 산업 뿐만 아니라 문화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친 이 시리즈는 지난 6월, 최신작인 6편을 출시하며 아직도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의 눈에 띄는 장점 중 하나가 ‘캐릭터 조형’이다. 시작을 함께한 ‘류’와 ‘켄’부터, 누구나 아는 ‘춘리’와 ‘달심’, 그리고 두터운 팬덤을 자랑하는 ‘캐미’와 ‘한주리’에 이르기까지,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의 캐릭터는 언제나 많은 사랑을 받아 왔다.

그리고 2023년 11월 17일, 지스타 2023 컨퍼런스에서 스트리트 파이터6의 디렉터 ‘나카야마 타카유키’가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의 캐릭터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강연했다. 이날 강연에서 나카야마 디렉터는 스트리트 파이터6의 신규 캐릭터인 ‘제이미’를 사례로 캐릭터 메이킹 과정을 보여주었다.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에서 캐릭터 하나가 만들어지는데 걸리는 시간은 1년 반에서 2년. 첫 단계는 설정과 디자인이다.

▲ 캡콤 나카야마 타카유키 디렉터

1. 디자인 & 설정

첫 단계는 말 그대로 캐릭터의 기반이 될 설정을 잡는 과정이다. 가령 ‘제이미’의 경우 ‘취권’이라는 키워드에서 출발했다.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의 캐릭터는 각 국가 + 국가를 상징하는 무술의 결합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전통이기에 ‘취권’을 사용하는 캐릭터의 국적은 중국. 이 때부터 사내 아티스트들이 해당 컨셉을 기반으로 각자 해석을 더해 디자인 시안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 출신 국가와 무술 스타일을 묶는 스트리트 파이터의 전통

이 중 ‘가장 뛰어난 하나’가 선택되는 건 물론 아니다. 모든 컨셉 아트들은 각각 매력적이거나 평이한 부분이 있기 마련이기에, 캐릭터 기획 팀은 이 기획안들에서 좋은 부분들을 건져낸다. 가령 술을 마시면 얼굴이 붉어지거나 헤어스타일이 변하는 점, 아크로바틱한 움직임을 구사한다는 점. 현란한 몸놀림을 잘 드러내는 헤어스타일인 변발, 현대적인 포인트가 될 수 있는 스니커즈 등, 각각의 시안에서 좋은 부분들을 모아 하나의 캐릭터로 조형해낸다.

▲ 각각의 시안에서 좋은 부분만 골라낸다

▲ 이 과정을 반복하며 컨셉 아트를 완성짓는데 보통 5개월 정도 걸린다

▲ 최종 완성된 ‘제이미’의 컨셉 아트

여기서, 한 가지 더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이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캐릭터 조형이 일단 따라 그리기 쉬워야 하며, 동시에 뚜렷한 특징이 있어야 한다. 따라 그리기 쉬워야 팬아트가 쉽게 그려지고, 뚜렷한 특징이 있어야 코스프레가 쉬워진다. 여기서 특징은 캐릭터만의 컬러링이나 시그니처한 의상, 헤어스타일, 자세 등이다. 이렇게 ‘따라하기 쉬운’ 캐릭터는 훨씬 더 유명해진다. 단순히 ‘좋은 캐릭터’를 만드는 것을 넘어 ‘원활히 소비되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함이다.

이렇게 비주얼 시안이 완성되면, 그 다음 해야 할 것은 두 가지. ‘지적재산 안전성 확인’과 ‘배경 설정 구축’이다. 먼저, 사내 지적재산권 검증팀이 각종 미디어를 뒤져 다른 캐릭터와 유사한 부분이 있는지, 혹은 패러디나 카피캣으로 오인할 만한 요소가 있는지를 체크한다. 이 과정을 마치면, 다음은 ‘배경 설정’의 구축이다.

▲ 설정은 한 사람이 만드는 게 아닌, 작가 그룹을 통해 만들어진다.

배경 설정은 텍스트를 통해 이뤄지는 과정이다. 기획 팀의 시나리오 라이터 그룹이 하나의 공유 문서로 ‘제이미’에 대한 온갖 설정을 만들어냈다.이 설정은 게임 내에 드러나지 않는 부분들도 포함된다. 상세한 성격부터 상황에 따른 반응, 가치관, 부모와 가족 사항, 성장 배경 등 캐릭터가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자연스럽게 그 반응을 유추할 수 있는 수준의 배경을 만들어낸다. 이 과정 중 게임 내에서 드러나는 대사나 톤, 말투 등도 정해지기 마련이다.

2. 3D 모델링

▲ 원화를 기반으로 모델을 빚어내는 과정

컨셉 아트가 완성되면, 이 때부터는 원화를 실제 게임 내 캐릭터로 만들어내는 과정이 시작된다. 이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건 데포르메, 즉 체형을 만들어내는 건데, 스트리트 파이터의 캐릭터들은 비슷한 설정의 캐릭터라 해도 세부 설정에 따라 데포르메가 모두 다르다.

예를 들어 ‘류’와 ‘켄’은 비슷한 파이팅 스타일을 가지고 있지만, 킥보다 펀치 공격 비중이 높은 ‘류’의 팔뚝이 켄에 비해 훨씬 굵다. 또한, ‘켄’은 서양인 유전자를 지니고 있기에 류나 고우에 비해 허리 위치가 더 높으며, ‘고우키’는 류나 켄에 비해 나이가 있기 때문에 근육과 피부가 더 늘어져 있는 형태다.

▲ 세부 설정에 따라 비슷하지만 모두 다른 데포르메

이 과정은 ‘류’를 기준으로 만들어진다. 게임 상에서 류의 신장은 175cm이기에 이를 기준으로 각 캐릭터의 신장과 체형이 만들어지며, 근육 조형이 중요한 격투 게임이기 때문에 각 캐릭터의 파이팅 스타일과 사용 무술에 따라 해부학적 지식을 곁들여 근육을 빚어낸다.

▲ 스트리트 파이터의 모든 캐릭터는 ‘류’를 기준으로 한

이렇게 ‘몸’을 만들고 나면 다음 순서는 ‘얼굴’이다. 얼굴 조형은 캐릭터의 성격을 가장 강하게 나타내는 부분인데, 타격 시나 공격 시의 표정 변화, 평상시의 표정, 안면 근육의 조형 등을 통해 캐릭터의 성격과 가치관 등을 강하게 나타낼 수 있다.

이후 캐릭터 모델이 완성되면 이를 기준으로 홍보나 UI에 사용할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실제 게임 내에서의 움직임을 만들어내기 전 마지막 과정이다.

▲ 완성된 모델링으로 만들어지는 최초 공개 이미지

3. 모션 제작

모델까지 완성된 캐릭터의 다음 단계는 실제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모션 또한 최초 기획인 설정에 따라 정해지는데, 기초적인 움직임의 형태부터 대기 상태의 포즈, 전투 무브가 모두 해당된다. 이 과정에서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은 디자인 단계에서도 중요하게 여긴 ‘특징’을 드러내는 것.

가령 ‘제이미’는 취권과 브레이크댄스라는 독특한 융합 파이팅 스타일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 요소를 드러낼 수 있도록 리드미컬한 움직임을 살리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 댄스와 취권에 각각 배우가 필요했던 ‘제이미’

모션 제작의 기본은 다른 모든 게임과 마찬가지로 ‘모션 캡쳐’. 각 모션 캡쳐는 각 기술마다 시전 전, 시전 중, 시전 후로 나누어 녹화되며, 제이미의 경우 취권과 브레이크댄스를 모두 담아야 했기에 취권을 담당하는 배우와 브레이크 댄스를 담당하는 배우 두 명이 함께 모션을 만들어냈다.

모션 캡쳐가 끝나면, 이를 수동으로 다시 재조정하는 작업이 뒤따른다. 여기서는 격투 게임의 문법이 중요한 변수가 되는데, 격투 게임은 프레임 단위로 유불리를 따지는 것이 기본이기에 캡쳐된 모션을 기본으로 재생 속도를 조정하거나, 동작을 수동으로 조절해 밸런스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각 기술의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 캡쳐된 모션은 그대로 쓰지 않고 수작업으로 다듬어야 한다

이렇게, 모든 움직임이 만들어지면 기본적인 캐릭터 조형이 끝나며, 나카야마 디렉터의 강연 또한, 여기까지만 진행되었다. 물론, 캐릭터 제작 과정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이 다음 과정으로도 기술 성능 조절과 이펙트 제작, 음성과 로컬라이징, BGM 제작 등 수많은 과정이 남아 있다. 모션 제작까지는 어디까지나 말 그대로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과정’에 해당될 뿐, 이렇게 만들어진 캐릭터를 게임에 등장시키기까진 수많은 추가 과정이 필요하다.

강연의 마지막에서, 나카야마 디렉터는 캐릭터 제작의 포인트를 세 가지로 요약했다. 간결하게 매력을 표현할 것, 그리고 수많은 설정을 넣음으로서 플레이어가 캐릭터와 유대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할 것, 마지막으로 ‘말할 거리’를 준비해 유저 사이에서 끊임없이 회자될 수 있는 캐릭터로 만들어낼 것. 이렇게 정리를 마친 나카야마 디렉터는, 마지막으로 아직 공개되지 않은, 곧 업데이트될 ‘제이미’의 신규 의상 공개를 끝으로 강연을 마쳤다.

▲ ‘월드 투어 모드’를 통해 획득 가능하도록 업데이트될 ‘제이미’의 신규 의상

출처: 인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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