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신작 ‘배틀 크러쉬’ 체험기



엔씨소프트가 지스타 시연작 중 하나로 내세운 ‘프로젝트 BSS’는 ‘블레이드&소울’ IP를 수집형 RPG로 재해석한 신작이다. 이번 지스타 참가에 앞서 진행한 미디어 시연에서는 IP에 대한 재해석과 조작법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진행됐다. 엔씨소프트의 소개에 따르면 ‘프로젝트 BSS’는 블레이드&소울 원작에서 3년 전을 배경으로 했으며, 원작의 캐릭터뿐만 아니라 오리지널 캐릭터가 활약하는 블소 IP 기반의 ‘신규 IP’임을 강조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엔씨소프트가 거의 사용하지 않았던 카툰풍의 그래픽을 적극 활용했다는 점이었다. 프로젝트 BSS에 앞서 SD 캐릭터 기반의 ‘블레이드&소울S’를 개발하기도 했지만, 이번 프로젝트 BSS는 SD보다는 5등신대에서 그 이상 비율의 카툰풍 캐릭터들이 활약하는 구도로 빚어냈다. 카툰풍하면 최근에는 중국발 서브컬쳐 게임들이 원체 흥한 만큼 그런 그래픽이 떠오르겠지만, 그보다는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이나 그랑사가 같은 국산 수집형 MMORPG의 느낌에 가까운 스타일이었다.


그래픽뿐만 아니라 플레이 스타일도 유사했다. 유저는 리더를 포함해 다섯 명의 캐릭터를 파티로 편성하고, 리더 캐릭터만 월드에 나온 상태에서 적 패턴을 피하거나 캐릭터 스킬 연계로 파훼하는 것이 기본이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여타 수집형 액션 RPG처럼 태그식이 아닌, 각 번호에 배당된 캐릭터의 스킬을 사용할 때마다 해당 캐릭터가 잠시 소환되어서 스킬을 쓰고 물러나는 방식이라는 게 달랐다.

또한 타겟팅한 적을 자동으로 공격하는 것이 아닌, 일일이 공격키를 눌러야 타겟팅한 적에게 공격을 하는 것이 의외였다. 시연 동안에 모바일-PC 크로스플랫폼 수집형 RPG에서 흔히 보이는 자동 이동과 자동 사냥은 체험해볼 수 없었고, 일반 공격을 자동으로 쳐주는 토글 기능도 지원하지 않았다. 현장 질의응답에서는 무의미한 반복 사냥으로 육성하는 방식에서 탈피하고자 했다는 답변이 있었던 만큼, 이 부분은 단기간 플레이하는 시연이 아닌 추후 테스트 혹은 정식 출시 버전에서 재차 확인할 필요가 있어보였다.

엔씨소프트가 그간 거의 시도하지 않았던 수집형 RPG 장르였던 만큼, 대체적으로 수집형 RPG 장르의 문법에서 아주 크게 탈피하지는 않았다. 캐릭터마다 리더로 편성했을 때 각 조건을 만족시킬 때마다 발동하고 쿨이 도는 패시브 스킬과 액티브 스킬 두 가지가 있으며, 각자의 속성과 역할군을 고려해서 덱을 짠 뒤에 적절하게 스킬 배분을 하면서 공략하는 구도였기 때문이다.

다만 여타 수집형 RPG와 달리, 속성에 따른 상성 구도는 채택하지 않았다. 대신 각 몹마다 약점 속성이 표시되고, 그 속성으로 공격했을 때 추가 피해를 입히는 것과 속성 스킬 연계에 따라 마치 원소반응 같은 효과가 일어나는 구도를 채택했다. 예를 들어 주인공의 수속성 스킬을 사용한 뒤 냉기 효과를 보유한 파티원의 스킬을 연계하면 적이 빙결 상태에 빠지는 식이다. 혹은 독 스킬에 무속성 캐릭터가 기로 날려버리는 스킬을 연계하면 독 효과가 주변 적에게도 광범위하게 퍼지는 등, 각 상황에 맞춘 스킬 연계를 활용해 대처하는 묘미가 있었다.

▲ 속성 간 상성이 아닌 속성과 스킬의 연계로 다양한 부가 효과를 내는 것이 BSS 액션의 특징이다

또한 블레이드&소울하면 떠오르는 액션, ‘합격기’를 수집형 RPG에 맞춘 ‘협력기’로 재해석한 것도 인상 깊었다. 원작의 합격기는 CC기를 발동한 이후 동일한 종류의 CC기를 연계해서 보스를 제압하는 기술인데, BSS의 협력기는 이 중 ‘연계’와 ‘보스를 제압한다’는 점에 강조해서 구현됐다. 원작처럼 동일 CC기를 연계하는 게 아니라 앞서 언급한 연계 반응을 이어가거나 혹은 적 보스의 공격을 저스트 회피로 흘리면 협력기 게이지가 충전, 협력기를 발동할 수 있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협력기는 적을 기절시키거나 혹은 보스의 패턴 중 범위 표시가 붉은색으로 표시되는 패턴은 차단하는 효과가 있어 마치 원작에서 보스 패턴을 중간에 끊고 극딜 타이밍을 잡는 것처럼 사용할 수 있었다. 또한 원작처럼 보스가 합격기로 차단이 안 되는 패턴이 있고, 그 패턴은 범위가 보라색으로 표시되기 때문에 이에 유의해서 협력기를 쓰는 타이밍을 재야했다.

▲ 적의 공격을 저스트 회피하면 흘리기가 발동, 상태이상 면역 및 다양한 효과가 발동된다

▲ 원작의 합격기처럼 협력기를 발동, 적의 패턴을 차단할 수도 있다

시연 버전은 호연문의 계승자인 주인공이 독초거사에게 신공을 전수받기 위해 수련골에서 겪는 일련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호연문은 원작의 홍문파처럼 천하사절급이 이끄는 문파는 아니지만 고대 마족과의 전쟁에서 활약했던 문파로, 그로 인해 마족의 추종자들에게 습격을 받고 큰 피해를 입은 곳이라고 소개된다. 원작에서 다양한 경공법 및 조작법을 알려줬던 독초거사답게 기본적인 퀘스트를 주면서 게임 시스템을 설명해주고, 마지막에는 수련골에서 수련하고 있던 ‘육손’을 이겨보라고 시련을 준다. 그리고 육손까지 클리어한 뒤에는 필드 보스 ‘휘비고’를 잡는 것으로 시연이 마무리됐다.

원작을 했던 유저에게는 “움직일 수 없을 걸, 빙무설화장!” 등 밈이 바로 떠오를 만큼 악명 높은 육손이지만, 시연 버전에서는 초기 전투 시스템을 익히기 위해 상당히 간단한 패턴만 사용했다. 뿐만 아니라 4인 파티로 진행됐기 때문에 부담도 덜했다. 원작의 합격기 시스템은 동일한 CC기를 맞춰야만 발동했지만 ‘협력기’는 그런 제한이 없고 직업이나 조합에 상관 없이 혼자서도 바로 쓸 수 있어서 보스 패턴을 누가 끊으라는 오더도 딱히 필요는 없었다. 다만 육손하면 갑자기 바닥에서 피어나오는 빙무설화장이 떠오르지 않던가. 그걸 쓰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체력이 깎이면 광역 패턴은 상당히 자주 사용하니 알아서 피하면서 생존할 필요는 있었다.

3분의 1 정도까지 체력을 깎으면 자동으로 패배 이벤트 발생과 함께 독초거사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그제야 ‘호연신공’을 제대로 전수받은 주인공은 다시 한 번 육손과 전투를 하게 된다. 그러나 그 두 번째 전투는 상당히 당혹스러웠다. 수집형 RPG에 블소식 연계 그리고 원소반응을 섞으면서 차별화를 꾀한 이전의 방식이 아닌, 지극히 정통적인 턴제 방식으로 전투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스킬에 대한 설명은 하나도 볼 수 없고 추천 스킬 위주로 빠르게 진행되는 전개라 당혹스러웠다. 이전에 블레이드&소울S가 턴제로 준비 중이었다는 게 갑작스럽게 떠오르는 그런 구도라고 할까. 현장에서 “필드에서의 전투 조작의 재미뿐만 아니라 수집형 RPG 근본의 재미를 다각도로 조명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하지만, 뭔가 안 맞는 옷을 아직도 못 갈아입은 느낌에 가까웠다.

▲ 육손 2트 가는데 갑자기 장르가 바뀌었다?

시연 시간이 15분에서 20분 정도에, 개방된 콘텐츠 자체가 많았던 만큼 현 시점에서 BSS가 어떤 게임이 될지 속단하기는 이르다. 공개는 되지 않았지만 메뉴창을 볼 때 제작 시스템, 거래소, 의뢰, 탐험, 고대유적, 도전회랑, 공허전당, 수련의 길, 현상수배, 토벌령, 비무행, 비무전 등 다양한 콘텐츠가 있던 것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수집형 RPG에서 볼 수 있던 콘텐츠와는 전혀 다른, 무언가 특별한 콘텐츠를 기대할 만한 것은 현재로서는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또 하나 특이했던 것은, 수집형 RPG임에도 캐릭터 등급이 현재 표기가 안 되어있다는 점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버려지는 캐릭터가 없었으면 한다. 완전히 수직적인 영웅 등급 배치는 안 해놨으며, 상위 개념은 명확하지 않다”는 설명이 있었지만, 출시 버전에서 바뀔 수 있는 만큼 주목해볼 포인트라고 생각된다.

▲ 오리지널 캐릭터 외에도 블소하면 떠오르는 캐릭터들이 다수 등장 예정이다

그간 엔씨소프트는 어떤 캐릭터, 스토리를 내세우기보다는 ‘유저가 직접 만들어가는 스토리’, ‘MMO’라는 요소에 집중해왔던 만큼, 그것과는 다소 다른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 수집형 RPG에서 어떤 성과를 올릴지 판단하기는 이르다. 다만 BSS는 엔씨에 대한 배경지식이나 선입견 같은 것이 없다고 가정해도 과연 매력적인 게임일지 현 단계에서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블소2 초기 마케팅 때 지탄을 받았던 오리지널 캐릭터 야루보다는 디자인이 낫지만, 어쨌거나 BSS의 오리지널 캐릭터가 첫인상부터 유저를 사로잡기엔 다소 부족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신규’ IP라고 내세웠다면 오리지널 캐릭터가 블소 원작에 등장했던 캐릭터 못지 않은 인상을 줘야 할 텐데, 그 부분에서는 아무래도 원작에서 그간 축적된 이미지를 뛰어넘을 만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플레이 방식 자체는 이미 여러 수집형 RPG에서 시도해온 방향을 변주한 것이라 무난했다. 이를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유저에게 각인시키기 위한 포인트가 다소 부족하다는 말이기도 했다. 스킬 연계, 협력기, 흘리기를 활용한 액션 구성은 확실히 손맛도 있고 특색이 있긴 하다. 그러나 압도적인 연출이나 그래픽, 캐릭터의 매력 혹은 이를 뒷받침할 스토리를 보여줄지 확신할 수 없다고 할까. 또 하나 더 아쉬운 점은 키 커스터마이징 및 조작법이었다. 특히 이번 PC 버전 시연에서는 마우스 우클릭으로 드래그해야만 카메라를 전환하는 방식이 아닌 PC MMORPG식으로 알트키로 커서가 나오고 안 나오고를 설정할 수 있게 하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계속 들었다. 자동 공격이 지원되는 블소2에서도 시련 던전과 파티 던전에서 컨트롤할 때 이 부분이 상당히 불편했는데, 자동을 뺀 BSS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래도 그간 자동에만 의지해온 모바일-PC 크로스플랫폼 RPG만 선보여왔던 엔씨가 다른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 것은 고무적이었다. 아직 성장 과정이나 킬러 콘텐츠, 엔드 콘텐츠에 대한 비전이 확고히 보이지 않아 확신하긴 이르긴 하다. 그래도 적어도 그냥 멍하니 캐릭터를 내버려두지 않고 일반 공격과 스킬 키, 그리고 협력기 쿨과 게이지를 보며 그때그때 딜을 우겨넣는 템포는 원작의 딜 사이클 리듬이 잠깐잠깐씩 떠오를 정도이긴 했다. 물론 원작이 연출, 스토리, 그래픽, 액션 그 모든 부분에서 당시 게임계에 큰 충격을 가져다 준 작품이니 그 요소를 갖고 온 프로젝트 BSS는 자연히 비교될 수밖에 없긴 하다. 그러나 이제 이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사를 보여주는 만큼, 이번 지스타에서 여러 피드백을 받고 다듬으면서 원작과는 또다른 BSS만의 매력을 가꿔나가길 기대한다.

출처: 인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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