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가 느낀 국내외 게임쇼의 차이


독일에서 22일은 이틀간 진행되는 개발자 행사 데브컴이 마무리되는 날입니다. 대개 전날과 비슷한 형태로 진행되죠. 외국 게임쇼에 가면 아무래도 한국 게임사, 한국 개발자, 한국 게임을 우선 찾아보게 되는데요. 데브컴 이틀차에 외국인에게 게임을 보여주는 한국 개발자와 만났습니다.

뉴코어게임즈(대표 이민재)는 이번 데브컴에서 시연존을 배정받아 개발 중인 작품 ‘데블위딘: 삿갓’을 선보였습니다. 많은 외국인이 뉴코어게임즈를 찾아 ‘데블위딘: 삿갓’을 플레이 해봤죠. ‘데블위딘: 삿갓’은 대전격투 게임에서 영감을 받은 메트로배니아 게임입니다. 현장에선 말없이 찾아와 컨트롤러를 들더니 한참 플레이하는 외국 개발자를 쉽게 볼 수 있었죠. 조찬우 이사가 현장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멀리 떨어진 독일에서 한국어로 게임 인터뷰를 하게 되니 참 반가웠습니다. 가장 먼저 물어보고 싶었던 것은, ‘데브컴 어땠어요?’였습니다. 데브컴은 개발자가 주인공인 행사입니다. 기자로서 행사장을 둘러보는 것과 개발자로서 둘러봤을 때 차이가 궁금했습니다. 조찬우 이사가 느꼈던 데브컴 소감은 꽤 흥미로웠습니다.

▲ 데브컴 현장을 지키고 있던 조찬우 이사

▲ 외국 게이머에게 ‘데블위딘: 삿갓’을 소개했습니다

조 이사는 유저 위주의 행사와 개발자 위주 행사의 차이를 먼저 소개했습니다. 데브컴이 개발자 위주의 행사, 우리나라 지스타나 플레이엑스포가 유저 위주의 행사죠. 유저 위주 행사에선 표면적인 피드백을 주로 받게 된다면, 개발자 위주 행사에선 더 심도 있는 피드백을 얻었다고 합니다. 표면적인 피드백이란 재미가 있다거나 없다는 식의 소감이죠. 반면 개발자 행사에선 ‘3D 에셋이 특이한데, 직접 만든 건가요?’라던가 ‘팀원이 적던데 프로젝트 관리는 어떤 식으로 하세요?’와 같은 질문이 오간다죠. 조 이사는 질문이 다르다는 점에서 개발자 행사를 반겼습니다.

이어 개발자 위주 행사와 유저 위주 행사의 확연한 차이는 없다고도 전했습니다. 일단 개발자나 유저 모두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니까요. 뉴코어게임즈는 지난 플레이엑스포, 지스타, BIC 등 다양한 게임쇼에 참가했습니다. 개발자 행사라고 해서 게임 시연에 특별히 무거운 분위기가 연출되진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외국 게임쇼의 특징으론 누구나 스스럼 없이 다가와 다양한 질문을 툭 던지는 것을 꼽았습니다. 아무래도 동서양 문화 차이에서 나타나는 거 같은데요. 조 이사는 무엇이 더 나은 자세라고 판단할 수는 없고,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상황이라고 여겼습니다.

데브컴에서 비교적 어려웠던 점으론 ‘주최 측이 챙겨주는 것’에서 차이가 났다고 합니다. 한국 게임쇼는 주최 측이 참가사를 하나부터 열까지 챙기는 모습이었다면, 데브컴이나 게임스컴은 비교적 무심한 거 같다고 봤습니다. 예를 들면 시간과 장소를 알려주면 알아서 오겠거니 하는 느낌이었다고 합니다.

해외 게임쇼여서 좋았던 점으론 역시 다양한 외국인 개발자를 만나는 것을 꼽았습니다. 데브컴과 게임스컴은 유럽, 특히 독일 지역 개발자가 많은데요. 조 이사는 “그런 분들이 되게 좋은 제안을 말해줘 사업에 도움이 될 때가 많습니다”라며 “우리나라의 BIC나 플레이엑스포도 다양한 개발자, 퍼블리셔, 유저가 한 데 어울릴 수 있는 네트워크 파티로 발전했으면 한다”라고 제시했습니다.

조 이사는 해외 게임쇼와 글로벌 플랫폼 ‘스팀(Steam)’과의 협업을 우리나라도 시도하길 바랐습니다. 이번 게임스컴의 주요 PC 게임은 스팀 메인 페이지에 게시되는데요. 회사 입장에서 스팀 메인 페이지 게시는 사업적으로 큰 도움이 됩니다. 아직 우리나라 게임쇼와 스팀과의 공식 협업은 없는 상태입니다. 조 이사의 말을 듣고서 우리나라 게임쇼가 스팀, 구글, 애플과 같은 글로벌 플랫폼과 협업하는 걸 주요 과제로 삼기 좋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 개발자는 우리나라 게임쇼와 스팀과의 협업을 바랐습니다

데브컴 2일 차는 다음 날 개최될 게임스컴의 전야제 ONL(오프닝 나이트 라이브)을 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수많은 게임이 ONL 등장을 예고한 가운데, 우리나라 게임인 펄어비스 ‘붉은사막’ 신규 플레이 영상과 넥슨의 ‘워 헤이븐’, ‘퍼스트 디센던트’ 신규 트레일러 공개를 기대하며 쾰른메쎄 북문으로 향했습니다.

ONL 현장 입장은 당일 오후 6시 30분부터 가능했습니다. 입장 전에 미리 받아둔 티켓을 인증하면, 관계자가 도장을 손이나 팔에 찍어줍니다. 스탬프를 입구 관계자에게 보이면 ONL 현장에 입장할 수 있었죠. 도장을 이용하는 건 게임쇼의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으로 생각됐습니다. 팔찌나 목걸이 등 실제 물건으로 인증하도록 했다면 행사가 끝난 뒤에 쓰레기가 발생할 수 있으니까요. 간편하면서도 괜찮은 아이디어라 여겼습니다.

ONL 대기 줄은 행사 관심도만큼이나 상당히 길었습니다. 오후 3시께부터 만들어진 줄은 행사 시작이 가까워질 때쯤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길어졌습니다. 꽤 오랜 시간을 기다리고서 입장하니 이전까지 온라인으로 보았던 무대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취재하러 왔지만 게임 유저로서의 설렘이 일어났죠. 행사장에 들어선 게임 유저들은 서로 인증 사진을 찍기 바빴습니다. 셀카를 찍거나 친구에게 부탁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 ONL 현장인 쾰른메쎄 북문 지역, 멀리 게임스컴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 정말 많은 사람이 ONL 입장을 기다렸습니다

▲ 인증을 거치면 입장 허락을 뜻하는 도장을 받을 수 있습니다

▲ 부산 벡스코 대형 홀과 비슷한 규모가 오직 ONL만을 위해 쓰였습니다

▲ 저마다 ONL을 기록하기 바빴습니다

ONL 게임 영상 공개는 베데스다의 ‘스타필드’로 시작됐습니다. 스타필드 영상이 공개되자 현장의 많은 게임 유저는 박수와 환호성을 보냈는데요. 차마 박수를 보내지 못하는 한국인들을 꽤 볼 수 있었습니다. 언어의 장벽을 새삼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기다렸던 펄어비스의 ‘붉은사막’이 공개되는 순간, 다양한 액션과 기술력이 나타나는 장면을 현장의 많은 유저가 집중하며 지켜봤습니다. 그리고 영상이 끝나는 시점에 ‘붉은사막’이라는 네 글자가 크게 나타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이때에도 언어의 장벽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개인적으론 글로벌 규모의 게임쇼에서 한국어 로고가 나타났다는 점에서 뭉클했고, 현장을 대부분 채운 외국 게임 유저들은 짧은 순간 어리둥절한 분위기가 연출됐습니다. 짧은 순간이 지나고서 현장의 많은 유저가 ‘붉은사막’ 플레이 영상을 박수와 환호성으로 화답했습니다.

▲ 많은 게임 유저가 ‘붉은사막’ 플레이 영상을 숨죽여 봤고

▲ 펄어비스는 ONL 현장에서 ‘붉은사막’을 한글 표기로 알렸습니다

의외로 인상 깊었던 순간은 ONL이 끝나는 순간이었는데요. 제프 케일리가 ONL의 끝을 알리면서 내년에 보자고 말하자마자 현장의 유저들은 미련 없이 떠나는 모습이었습니다. 사실 현장에서 ONL의 부대 행사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정말 온라인 방송만큼만 현장 이벤트가 진행됐습니다.

▲ ONL이 끝나고, 이제 게임스컴이 곧 시작됩니다

출처: 인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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