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러지 라이프2 리뷰

그래피티를 그리는 사람을 일컫는 ‘태거’라는 단어는 국내엔 친숙하지 않은 단어다. 그 전에 그래피티 자체가 사람들에게 별로 좋은 이미지가 아니다. 베를린 장벽 훼손 사건 등 여러 반달리즘 사례부터 시작해 금방이라도 범죄가 일어날 것 같은 해외의 으슥한 길골목을 떠올리는 단골 소재 중 하나이니 말이다.

물론 해외라고 해서 그 이미지가 좋은 것은 아니긴 하다. 다만 여러 정황과 섞여서 기성 문화에 대한 반발을 표현하는 장치로 묘사되는 소재였다. 이는 게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일례로 드림캐스트 시절 출시됐던 ‘젯 셋 라디오’는 도쿄를 장악한 비리 재벌 롯카쿠에 저항하는 태거들의 이야기를 그려내지 않았던가. 반달리즘으로 확산을 경계한 나머지 다소 과장이 심하게 섞인 인라인 트릭과 비현실적인 인물 묘사가 곁들어졌지만, 압제와 억압에 대한 저항을 표현하기 위한 도구로서 ‘그래피티’를 게임 내에서 조명한 사례라 하겠다.

‘슬러지 라이프’는 그런 다소 긍정적인 그래피티의 이상향(?)을 묘사한 작품과는 결이 다소 다르다. 제목부터 ‘오물’을 뜻하는 슬러지가 붙지 않았던가. 전작을 즐겼던 유저라면 아마 로파이 스타일의 머리 아픈 그래픽 사이로 쉴 새 없이 튀어나오는 담배 연기와 두서 없이 쏟아지는 비속어 그리고 맥락 없는 괴팍한 말투가 먼저 떠올랐을 것이다. 여기에 혼파망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정도로 괴팍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우울함과 여운이 남는 스토리가 잔영처럼 스쳐지나갈 테고. 그리고 이는 후속작 ‘슬러지 라이프2’에서도 이어지고 있었다.


게임명: 슬러지 라이프2(Sludge Life2)
장르명: 어드벤처
출시일: 2023.6.28
리뷰판: 리뷰 빌드(1.00)
개발사: Terri Vellmann, Doseone
서비스: 디볼버 디지털
플랫폼: PC(Steam)
플레이: PC

너저분함 속에서 느껴지는 기묘한 짜임새와 해방감

▲ 낯선 천장…인가? 싶었는데 갑자기 처음부터 오바이트가 ㄷㄷ

앞서 ‘혼파망’이라는 말이 나왔는데, 그 단어는 게임 첫 장면부터 바로 언급이 될 수밖에 없다. 어제 거나하게 한 잔 했는지 욕조에서 일어나더니 위아래로 온갖 것을 다 쏟아낸 뒤에 개처럼 화장실을 기어나오는 주인공 고스트의 모습을 더 무어라고 묘사해야 할까. 1인칭 시점에 꽤나 엉성하게 다듬어진 그래픽이라 더욱 기이한 느낌이다. 그리고는 방에서 기다리고 있는 친구가 한 마디 툭 던지면서 이야기의 ‘힌트’가 제공된다.

빅 머드가 어제부터 갑자기 안 보이니 찾으라는 말은 전작을 해본 유저라면 흥미를 돋울 말이겠지만, 전작을 플레이하지 않은 유저라면 대체 누군지 여기는 또 어딘지가 신경이 쓰일 것이다. 호텔 방문은 잠긴 정도가 아니라 소파로 막혀있고, 베란다 밖으로 나오니 엉성한 다리와 이상한 철골 구조물들로 얼기설기 엮인 꼴이 뭔가 제대로 된 도시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도시 밑바닥에 가득한 오수들을 보고 있자면 왜 사방이 뿌옇게 변했나 이해가 갈 지경이다. 공장 굴뚝뿐만 아니라, 사람들도 쉴 새 없이 연기를 뿜어대고 호텔 로비부터 누가 봐도 망조가 들렸다는 생각이 드는 광고들이 붙어있는 꼴을 보면 더더욱 그렇다.

▲ 내가 묻고 싶은 말이긴 한데, 전작에서도 행실이 엉망이었으니 딱히 이상할 게 없을지도

▲ 아예 도시 이름부터가 범상치 않고

▲ 이젠 한 발 더 나아가 더 막장으로 흘러가는 도시, 그런데 동료 빅 머드도 저기에 껴있다고?

그렇게나 발칙할 정도로 제멋대로 굴러가는 도시에 흐느적거리는 음악까지, 흔히 스트리트 문화하면 떠오르는 요소들이 ‘슬러지 라이프’에 이어서 슬러지 라이프2에도 가득 차있다. 그 정서에 흥겨워서 돌아다니면서 그래피티를 칠하며 취하는 것도 잠시, 곧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들기 시작한다. 빅 머드를 찾으라는 말이 나오기는 하지만 그렇게 다급하게 이야기가 이어지지는 않는다. 작중 빅 머드는 주인공의 친구이자 인기 아티스트지만, 그 행방이 묘연해진 것에 다들 그저 그러려니하고 마는 정도라고 할까.

첫 시작부터 붕 떠버린 데다가 알 수 없는 공간에 덩그러니 남겨져버린 상황은 게이머 입장에서 썩 달갑지는 않다. 어떤 이야기를 즐기던, 적을 때려눕히던 어떤 ‘재미’를 느끼기 위해 게임을 접하는 것 아니던가. 그런데 사방에 너저분한 것들이 널린 이상한 도시에 제대로 단서도 안 주고 이상한 소리만 해대는 NPC들을 보노라면 뭔가 속았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 왜 호텔방을 나가는데 발코니로 나가야 싶더니만, 극성팬들이 버티고 있었을 줄은

▲ 분위기엔 맞지만 뭔가 찾고 있는 정보는 절대 안 나온다

▲ 그래도 가끔 이렇게 좋은 아이템 주는 NPC도 가뭄에 콩나듯 있고, 그때부터 조금씩 풀려가는 맛이 있다

▲ 야잇 그런데 이 미니 게임도 뭘 알기 전까지는 계속 이 모양이라니

그렇지만 게이머가 어디 뚜렷한 무언가가 안 보인다고 해서 기껏 들어온 게임을 그냥 끄는 족속이던가. 물론 요즘엔 그렇게 꺼버리고 환불하는 사례도 꽤 있긴 하지만, 대시와 점프 그리고 숙이기만 되도 히든 요소를 찾아보거나 본전이라도 챙겨보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곳곳을 둘러다니기 마련이다. 전작에 이어서 슬러지 라이프2 또한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거리를 들쑤시고 다니면서 ‘비로소’ 그 짜임새가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솔직히 미니맵도 없어서 어디가 어딘지 알기 힘들고 다 비슷비슷하게 엉성한 철골 구조물 투성이 도시가 짜임새 있다고 말하는 게 이해하기는 어렵긴 하다. 그런데 그래피티 마크와 노닥거리는 NPC 그리고 담배나 여러 가지를 찾다보면 무언가 ‘슬러지 라이프’만의 이야기가 진행이 되곤 한다. 말로는 미처 표현할 수 없지만, 뭔가 진행이 안 되서 도시 위를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기어오르고 도약해서 넘어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그 이야기의 동선이 흘러가도록 나름의 배치가 되어있다고 할까.

흔히 말하는 미니맵이나 지도는 없어도 워프 포탈이 대략적으로 그 역할을 대체하고 있으니, 어느 정도 그 지저분한 거리가 익숙해질 때면 워프 포탈을 타고 빠르게 주요 구역을 오가며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는 것도 포인트였다. 그렇지만 그게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이게 과연 될까?” 싶은 묘한 게임의 구조가 흔히 말하는 밀당의 핵심이었다.

▲그래피티를 일단 칠하긴 했는데, 어디로 가야 할까?

‘슬러지 라이프’도 그렇지만, ‘슬러지 라이프2’는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올라갈 수 없을 것 같은 탑이나 각종 구조물 투성이다. 일반적인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초반에는 거진 다 헛소리만 하니, 결국 해답은 거기 있을 거라 판단하고 어떻게든 기어올라갈 방법을 찾아보게 된다. 그래서 여러 차례 시도하다보면 어떻게 잘 점프하거나 기어서 건너간 뒤에 무언가에 올라타는 등 어쨌든 목적은 달성한다. 그 뒤에는 100%는 아니지만, 꽤나 쏠쏠한 아이템이나 키워드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걸 하나둘씩 모을 때마다 게임의 양상이 바뀌는 것도 묘미다. 더블 점프나 글라이더로 자유롭게 도시를 누비는 건 물론이고 카메라로 여러 추잡한 현장을 찍어서 포스팅하는 등등, 따로 떼어놓고 보면 특별해보이지는 않지만 정처 없이 헤매다보면 반가운(?) 요소들이라고 할까. 이번에는 아이템이 더 추가됐으니 그 반가움은 배가 된다. 그 와중에 기묘한 신작 게임이나 신곡 완성을 도우면서 시덥잖아보였던 이야기들의 실타래가 하나하나씩 풀리고 도시를 메우는 심볼을 보노라면, 도시를 이리저리 좀 먹으려고 갖은 수를 쓰고 있는 기업의 행태와 대비된다.

▲ 돌아다니다보면 짜임새는 엉성하지만, 어쨌거나 그 반항적인 이야기가 어떻게든 전달이 된다

이야기가 상당히 중요한 게임이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슬러지 라이프2’의 내러티브 자체가 무언가 설명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아주 특별한 주제를 내제한 것도, 그걸 술술 읽히게 짜임새를 마련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짜임새가 없다. 술에 술 탄 듯 물에 물 탄 듯, 그저 길거리를 어슬렁거리면서 잡동사니 같은 것도 모으고 못 올라갈 것 같은 곳도 가다보면 단서들이 조각조각 모인다. 그게 완벽히 딱 들어맞는 것도 아니라 기묘하다. 그런데도 손을 못 떼는 이유는, 이리저리 일그러지고 흐리멍텅한 그래픽으로 구현된 도시와 흐느적거리는 음악 그리고 점차 완성되는 게임 시스템으로 제약을 뛰어넘는 해방감 때문일 것이다. 최신 오픈월드 게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적어도 뭘 하다가 어떻게 되어도 별 상관 없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이리 튀고 저리 튀는 미친 짓거리를 해도 크게 제약이 없으니 말이다. 그러면서 도시를 자신의 색으로 물들이는, ‘태거’의 로망을 100% 구현했다고 할까.

▲ 종종 아이템 사용법이 헷갈려서 의도치 않은 곳에 가겠지만, 어차피 죽거나 하지 않으니 큰 문제는 없다

여전히 어지럽고 가까이 가기 힘든 두서없는 구성

그럼에도 이 게임은 왜 전작부터 스팀에서 압도적 긍정적~매우 긍정적 평가가 나왔는지, 또 디볼버 쇼케이스에서 메인 게임 중 하나로 소개되는지 이해하기 어렵긴 하다. 현대미술처럼 난해하다, 혹은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느낌에 가깝다고 할까.

이미 게임에 진입하는 첫 순간부터 예고된 일이었다. 브라운관 TV에 옛날 VHS, 흔히 말하는 비디오 테이프가 일반적이던 시대가 떠오를 정도로 저해상도인 화면을 보고는 눈살이 찌푸려질 수밖에 없지 않겠나.거기다가 이 게임은 비디오 테이프를 재생하다 보면 종종 화면이 왜곡되거나 노이즈가 생기는 그런 느낌까지도 충실하게 구현이 되어있다. 당장에 게임에 들어가면 화면이 뭔가 울렁거리는 게 지금은 어디에서도 찾기 어려운 비디오 헤드 클리너를 수소문할 정도다.

다행히 그 왜곡된 화면은 어느 정도 옵션으로 조절은 가능하지만, 그렇게 해서 처음 들어간 세계 자체도 썩 기분이 좋지는 않다. 지저분한 욕조에서 부스스하게 깨어난 주인공의 행동거지는 딱 술을 진탕 먹고 샤워하겠다고 욕조에 들어갔다가 그대로 곯아떨어진 그 패턴이다. 그거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겪었을 법한 이야기지만, 욕조에서 어슬렁거리면서 나온 뒤 변기에다가 어제 먹은 걸 죄다 쏟아내고 아래로도 시원하게 뱉는 것까지 적나라하게 나오는 걸 게임에서 보자니 좀 찝찝하다고 할까. 그나마 이때는 저해상도 그래픽인 게 시력보호에 탁월한 선택이지 않았나 싶다.

소파로 대충 막혀있는 화장실과 호텔방 입구를 뚫고 나와서 거리로 나온 이후에는 잠시 해방감이 느껴진다고 말했지만, 그 뒤로는 뭘 해야 할까 하는 불안감부터 밀려온다. 초반에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알려주거나 혹은 어떻게 조작하라는 말이 나오는 게 최근의 트렌드 아니었던가. ‘슬러지 라이프2’는 그런 게 없다. 물론 후속작이니까 기본 조작법은 전편과 공유하고 있으니 튜토리얼은 딱히 필요없을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뭘 해야 한다는 목적조차도 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괴한 UI와 주정뱅이 같은 NPC들의 잡담을 들으면 소위 입구컷이 나오기 십상이다.

▲ 일단 뭐가 보여서 그래피티를 칠하긴 한다만

▲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고, 다 일일이 찾아다녀봐야 뭔가를 알 수 있다

그렇게 껄렁하고 대충대충 굴러가는 세계에 깔려있는 오물마냥 지저분한 내막들을 수소문해서 찾아보는 게 ‘슬러지 라이프’만의 매력이긴 하다. 그리고 그 매력은 이번에도 공유하고 있지만, 그걸 온전히 즐기기까지 가로막고 있는 건 기묘한 그래픽이나 어딘가 뒤틀린 NPC들의 괴이한 행동만이 아니었다. 휙휙 젖혀지는 기이한 카메라와 어딜 어떻게 가야할지 모르는 도시의 괴상한 구조까지 겹쳐지면서 이게 무슨 게임이냐는 소리가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엘리베이터는 죄다 고장이 나있고 어지간한 문은 잠겨있는 데다가 누가 어디에 뭐가 있는지도 찾아볼 방법이 초반에는 전무하다. 그저 이 너저분한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온갖 구시렁거림을 듣고 한 대 쭉 빠는 그런 기이한 느낌에 젖어드는 맛이랄까. 그런데 그렇게 마음대로 일탈하기도 어려운 것이, 결국 뭔가 이야기를 진행하려면 NPC들에게 담배 한 대는 줘야지 말이 통하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시덥잖은 이야기일 확률도 높으니 골치가 아프다.

그러니 어느 시점까지는 그저 방구나 뿡뿡 뀌면서 비틀거리는 걸음을 이끌고 너저분한 거리에다 스프레이칠이나 반복하기 일쑤다. 그러다가 아이템들을 우연찮게 얻고 네크로 곰팡이라던가 여러 소재들에 대한 이야기를 주워듣는 순간부터 이야기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다. 그때부터는 이 너저분한 세계에 더럽고 치사한 놈들을 비웃어주는 재미가 로파이 음악을 타고 온몸으로 전달되긴 한다. 그런데 그 과정이 불친절하고 엉성한 데다가 중간이 없으니 개인차가 너무 크다는 게 슬러지 라이프에 이어진 ‘슬러지 라이프2’의 문제라고 할까.

▲ 진입장벽 그 첫 번째. 조금만 헤매도 일단 눈부터 아프다 ㅂㄷㅂㄷㅂㄷ

호불호 갈릴 ‘슬러지 라이프2’, 하려면 데모부터

이미 전작을 해본 유저라면 ‘슬러지 라이프’라는 이 시리즈가 그저 오물 가득한 도시 어딘가에 주인공을 던져주고서 이야기를 알아서 찾아보라는 게임이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허술하고 지저분한 도시에 어울리는 엇박의 로파이 비트를 따라 그래피티를 슥슥 긋고 제멋대로 생긴 구조물 사이를 엉성하게 점프하며 이야기를 나름대로 풀어가는, 한 마디로 기묘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 구성이다.

그 느슨하고 나사풀린 구성은 솔직히 말해서 완성도를 의심하게 만드는 요소이자 접근을 막는 장벽이기도 하다. 그래픽 옵션을 조금이라도 타협(?)해서 깔끔하게 만드는 순간 매력이 반감이 되어버리고, 그 자글자글한 그래픽으로 너저분하게 구성된 도시 어디에도 힌트는 없다. 심지어 이번에는 전작보다도 그 타협 옵션도 적다. 그런 가운데에 일일이 돌아다니면서 NPC들에게 무언가를 물어봐도 도움이 되는 소리는 거의 하지도 않고 그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제멋대로 툭툭 던지는 게 전부다. 어떤 목표를 차근차근 달성하면서 어느 한 이야기의 끝을 향해 달려나가는 게 ‘어드벤처’ 장르의 일반적인 모습인데, ‘슬러지 라이프’ 시리즈는 유저가 기대하는 그 궤도에 진입하려면 빙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그 궤도에 들어서도 좀처럼 이야기가 유저가 원하는 것처럼 명확하지도 않다. 뭔가 묘하고, 기괴하게 전개된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그 정처 없이 너저분한 도시를 떠돌면서 아이템을 하나하나 얻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쾌감’이 더욱 진하게 느껴지는 묘한 게임이기도 했다. 더블 점프나 글라이더, 카메라 등 어찌보면 최근 게임에서는 기본으로 탑재된 시스템을 맵을 사방팔방 돌아다니면서 얻어야 하는 게 상당히 불편하긴 하다. 그랬던 만큼 획득해서 편해졌을 때 그 기능의 고마움(?)을 새삼 느낀다고 할까. 아울러 그 기능들이 점차 해금되면서 이야기의 폭이 드라마틱하게 넓어지고 스노우볼처럼 빠르게 굴러가는 순간부터 게임의 전개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다. 그 일탈적인 분위기에 취한다고 할까.

▲ 처음엔 뭔가 뭔지 몰랐지만 어쨌거나 돌아다니다보니 내막이 조금씩 보이고

▲ 그 단서를 지푸라기처럼 붙잡고 하나하나 가닥을 잡아가는 느낌은 있다

물론 그 분위기 자체가 호불호가 있고, 템포도 중반까지 굉장히 느릿느릿하니 누구에게나 권하기는 힘든 게임이다. 실제로 돌이켜보면 왜 굳이 이런 식으로 만들어야 할까? 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가고 있기도 하고. 물론 그 ‘감성’이라는 걸 최대한 어필한다는 목적에는 굉장히 충실하긴 하다. 자글자글한 VHS 스타일의 저해상도 그래픽뿐만 아니라 고전을 오마주한 미니 게임에 아날로그 감성으로 무장한 각종 잡동사니 아이템 디자인까지. 80~90년대의 작품에서 보일 법한 요소들이 알게 모르게 보이면서 독특한 스타일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게 눈에 들어올 때면 일견 허술해보여도 결국엔 나름의 규칙(?)에 맞춰진 도시의 설계도 체감이 된다. 이걸 점프로 넘어갈 수 있을까 싶은 곳도 어떻게든 올라가서 그래피티를 칠하고, 이상한 소리나 한 마디 툭 내던지는 사람들과 만나다보면 어느새 도시를 좀먹는 거대 자본에 저항하는 기묘한 이야기가 완성이 된다.

그 이야기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개발자들은 그런 배려는 이번에도 일절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 이야기 어딘가에도 구멍이 뚫린 구석이 많아서 어디부터 지적해야 할지 모를 때가 많았다. 여기에 엉성한 겉모습까지 더해지니 왜 전작부터 유저 평이 좋고 기대하는 사람이 많은지 알 수 없는 작품일 것이다.

그렇지만 한 번 분위기를 타기 시작하면, 정말 묘한 감성이 한 바탕 휩쓸고 가는 게임임은 분명하다. 그나마 개발자가 친절하게도 소위 ‘찍먹’은 미리 해볼 수 있게 무료 체험판을 스팀에 공개했으니, 이런 독특한 게임을 찾는 유저라면 우선 체험판부터 즐겨보고 본편으로 넘어가는 게 좋을 것이다. 특이한 만큼 호불호도 세서 사람마다 어떤 평가가 나올지 장담하기 어려운 게임이기 때문이다.

출처: 인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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