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테르 게이저(Aether Gazer) 리뷰

서브컬쳐 유저 사이에서 종종 입에 오르던 액션 RPG, ‘에테르 게이저’가 지난 13일 출시됐다. 수도 없이 많은 서브컬쳐 게임이 나오고 있는 중국에서조차 서브컬쳐풍 모바일 액션 RPG은 호요버스의 ‘붕괴3rd’나 쿠로 게임의 ‘퍼니싱 그레이 레이븐’의 위세에 눌려 서비스를 종료하거나 자국 내에서만 소비되고 있던 만큼, 여기에 도전장을 던지고 한국에 진출한 ‘에테르 게이저’가 눈에 자연히 눈에 띌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빌리빌리가 그간 한국 퍼블리싱 과정에서 여러 실책을 범했던 적이 있으니, 여러모로 관심이 가는 건 당연한 처사였다. 이런 시선을 인지한 듯, 이번 ‘에테르 게이저’는 작정하고 한국어 더빙까지 준비해왔다. 그것뿐이었다면 코웃음을 치겠지만, 원래도 그 두 게임에 뒤를 이을 기대작이라는 평가를 듣던 퀄리티가 퍼블리셔의 악명에 묻히지 않고 온전히 드러나게 유도한 한 수라고 할까. 그리고 그 장막을 걷어내고 조금만 발을 디디면, 바로 특유의 게임플레이와 후발주자로서 시행착오를 최소화한 구성을 바로 체감할 수 있게끔 한 설계가 엿보였다.


게임명: 에테르 게이저(Aether Gazer)
장르명: 액션 RPG
출시일: 2023.6.13
리뷰판: 출시 빌드(1.00)
개발사: 용시 테크놀로지
서비스: 빌리빌리
플랫폼: 모바일
플레이: 모바일

심화된 스킬 메커니즘으로 살린 팀 협동 액션

최근 모바일 액션 RPG는 한 캐릭터가 다양한 스킬을 난사하기보다는, 캐릭터별로 스킬을 한 번 돌리고 교체하는 이른바 ‘태그식’이 주류가 되고 있다. 가상 패드를 활용해야 하는 기기의 특성상, 여러 키를 한꺼번에 누르거나 스킬 UI를 화면에 대규모로 배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PC 게임 원작의 감성을 최대한 담기 위해 연구의 연구를 거듭해 자신만의 틀을 갖춘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의 사례가 있긴 하다. 그러나 벨트스크롤이 아닌 3D 액션에서 카메라와 이동키 스킬 세 가지 조작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기에 터치스크린은 상당히 부적절했다.

그래서 모바일 액션 RPG는 여러 키를 동시다발적으로 누르지 않고 타이밍에 맞춰 스킬을 연계하다가 다른 캐릭터로 교체해 또다른 액션을 펼치는 방식으로 진화해왔다. 흔히 보이는 통상 일반 스킬 두세 개에 필살기, 태그 QTE, 회피 QTE 등이 그 수렴진화의 결과물이었다. 물론 그 틀 위에 자신만의 개성을 부여하기 위해 다양한 시스템을 얹는 시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후발주자인 ‘에테르 게이저’의 선택은 꽤나 과감했다. QTE 액션의 축 중 하나인 ‘태그’ 요소를 배제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모바일 게임 시장, 특히 서브컬쳐 게임 특성상 수집형 RPG 모델을 선택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최대한 여러 캐릭터를 어필하기 위해 한 캐릭터만 육성하지 않고 팀으로 움직이는 시스템을 채택하긴 했다. 그렇지만 유저가 리더 캐릭터만 조작하고 나머지는 AI가 알아서 주변에 있는 적을 공격하는 형태로 구성한 것이 달랐다.

단순히 다양한 캐릭터의 스킬을 한 게임에 다 써본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태그 QTE의 연계기 자체가 액션의 주요 포인트인 만큼 이런 선택은 다소 의아할 수 있었다. 통상 액션 RPG는 일반 공격과 스킬을 섞으면서 딜을 하다가 적의 공격을 타이밍에 맞춰 피해서 불릿 타임을 만들고, 혹은 조건에 맞춰 태그하면서 QTE와 함께 스킬 쿨을 다시 돌리고 필살기 각이나 재교체각을 잡는 그런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작하자마자 보이는 화면부터 그 구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게 예견됐고, 그 예상대로 게임은 흘러갔다. 기둥 하나가 빠져서 허전할 수 있었지만, 의외로 ‘에테르 게이저’는 그것 없이도 나름의 액션의 맛을 살려내고 있었다. 보통 AI 파티원하면 방어나 회피 없이 자기 혼자서 무작정 돌진하고 추풍낙엽이 되는 그런 구도를 생각하지만, 에테르 게이저의 AI는 생각보다 회피도 잘해서 극딜 타이밍이나 보스의 큰 공격에 대비할 타이밍도 만들어주곤 했다. 그렇다고 해서 방치해두면 알아서 AI가 다 잡을 정도는 아니었고, 어그로는 대부분 플레이어의 캐릭터에 끌리기 때문에 기본적인 조작은 해야 클리어할 수 있을 정도로 난이도를 맞춰놨다.

▲ 극한 회피 타이밍을 놓쳐도 AI가 발동할 때가 있고

▲ 때로는 보스 어그로까지 받아줘서 좀 더 수월하게 보스 공략도 가능하다

여기에 ‘에테르 게이저’는 스킬 메커니즘을 PC MOBA에 가까울 정도로 한층 더 복잡하게 잡으면서 한 캐릭터를 집중적으로 조작하는 특유의 재미를 살렸다. 스킬 자체는 가상 패드만 누르면 바로 발동하지만, 100% 효율을 내려면 스킬 효과를 읽고 파악한 뒤 그에 맞춰서 조작을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에테르 게이저의 스킬은 직관적으로 가상 패드만 누르면 발동하지만, 100% 효율을 내기 위해서는 스킬 효과를 읽어볼 필요가 있다. 기본으로 지급되는 ‘베르단디’의 튜토리얼만 살펴봐도 그 콤보는 상당히 치밀하게 짜여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베르단디’는 스킬2를 발동하면 스킬1의 쿨타임이 초기화되고 분노 게이지가 차면 1, 3번 중 직전에 쓰지 않은 스킬이 강화되면서 초기화되기 때문에 1-2-3-1-3나 1-2-1-3-1 등 상황에 따라 여러 콤보가 갈렸다. 뿐만 아니라 캐릭터에 따라 스킬이 한 번 쓰면 다른 스킬로 변경되어 추가로 쓰거나, 혹은 다른 스킬과 연계해야만 비로소 발동하는 시동기로 편성이 되는 등, 그 메커니즘 종류의 폭도 넓었다.

일례로 그림자-쿠니노토코타치는 1번 스킬과 2번 스킬이 공격 스킬이 아닌 ‘인’으로, 동일한 스킬을 두 번 쓰거나 서로 다른 스킬을 연달아 쓴 뒤에 3번 스킬을 쓰면 그에 맞는 ‘인술’이 발동되는 스킬 메커니즘을 보유하고 있다. 즉 전투 상황에 따라 걸맞는 스킬을 조합, 발동하는 테크닉이 필요했다.

여기에 캐릭터에 따라서 일반 공격을 길게 누르면 차지 공격이 나가기도 하고, 표식을 쌓아두었다가 터뜨려서 극딜을 넣는 등 조작 방법이나 극딜 메커니즘을 다양하게 갖춰두면서 이를 연구하는 맛을 살렸다. 그 예시로 ‘심연-포세이돈’은 2번 스킬 ‘만물 봉인’ 발동 이후 ‘계속되는 노래’로 추가 시전해서 표식을 모을 수 있고, 표식이 모인 상태에서 3번 스킬 ‘은빛 메아리’가 ‘은빛 서리’로 바뀌면서 3번 스킬을 제외한 나머지 스킬의 쿨타임이 초기화되면서 다른 스킬에 ‘계속되는 노래’가 부가적으로 발동하는 심연의 경계 상태가 된다. 이렇듯 캐릭터마다 스킬 메커니즘이 상당히 복잡한 가운데, 각 캐릭터마다 튜토리얼을 따로 마련해서 단순히 글씨만 보고 실전에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체화하는 불편함을 해소했다.

▲ 캐릭터를 하나만 조작하는 만큼, 스킬 메커니즘을 좀 더 복잡하게 구성해서 콤보 연구하는 맛을 살리고

▲ 캐릭터마다 다른 스킬 콤보를 익히고 연습할 수 있는 튜토리얼도 마련됐다

AI 캐릭터를 단순히 방치하지 않고, ‘필살기’는 유저가 직접 사용해서 위급할 때나 혹은 극딜 타이밍을 넘길 수 있는 또다른 카드로 삼은 것도 특징이다. 캐릭터 조합에 따라 각 캐릭터가 협력하는 ‘연계 필살기’가 발동, 더 강력한 공격을 퍼붓거나 각종 버프와 디버프 효과를 더할 수 있기 때문에 조합을 고려해서 덱을 짜는 수집형의 재미도 더했다. 유저 캐릭터가 어떤 캐릭터를 보느냐에 따라서 AI 캐릭터의 필살기가 어디로 발동하는지 달라지는 만큼, 콘솔 게임에 있는 록온 기능도 모바일에 맞춰서 구현했다.

하나하나의 완성도도 준수한 편이지만, 그 시스템이 겉돌지 않고 에테르 게이저 특유의 액션이 쭉 이어지게끔 한 디자인도 인상적이었다. 적의 공격 타이밍에 딱 맞춰서 회피하는 ‘극한 회피’로 일종의 불릿 타임인 ‘절대 공간’에 진입해 딜하고, 그 타이밍이 끝날 때쯤 연계 필살기로 추가타를 날린 뒤 보스의 슈퍼아머를 깨고 일종의 그로기 상태로 만드는 ‘모디파이드’ 모드로 진입하는 등 일방적으로 타격을 이어가는 템포를 짜맞춰나가는 맛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템포를 필연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적 구성은 어찌 보면 스트레스 요소이기도 했다. 세 명이 각자 따로 노는 방식이라 적이 사방에서 산개해서 덮쳐오기도 하고, 보스가 움직이는 동선도 여타 모바일 ARPG에 비해서 넓고 어그로도 종종 분산되다보니 한 번 붙잡아둘 타이밍을 놓치면 딜을 만족스럽게 우겨넣기가 어려웠다. 그렇지만 AI가 가끔씩 극한 회피로 절대 공간을 발동하기도 하고, CC기의 성능이 대체로 뛰어나서 이를 어떻게든 연계해서 이기적인 딜교를 설계해나가는 묘미가 있었다.

▲ 극한 회피로 시작, 연계 필살기 – 모디파이드 모드로 이어지는 이기적인 극딜 타이밍을 잡아내는 맛이 있다

무의미한 반복은 그만, 보완 장치와 다각화된 콘텐츠

결국 여타 모바일 RPG가 그렇듯, 에테르 게이저도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가면 캐릭터를 육성하기 위한 특정 콘텐츠를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루틴에 접어들게 된다. 계속 라이브 서비스를 이어가는 게임인 만큼 액션의 손맛도 중요하지만, 이를 반복하게 될 때 스트레스 관리도 관건인 셈이다.

성장 구조 자체는 최근의 서브컬쳐 수집형 모바일 RPG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았다. 스토리를 클리어하다가 막히면 캐릭터와 장비, 스킬 레벨업 재료 던전을 돌고 레벨업이 막히면 돌파 재료를 모아서 돌파하는 구성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세트 효과를 주는 ‘각인’을 파밍하는 것도 이제는 서브컬쳐 유저들에겐 친숙하다.

▲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슬슬 캐릭터를 어떻게 육성해야 하느냐 그쪽으로 무게추가 쏠리기 시작한다

캐릭터와 무기 레벨업에 무기에 장착해서 특수 효과를 부여하는 ‘펑터’, 3개 단위로 세트 효과가 발동하고 총 여섯 부위를 장착할 수 있는 ‘각인’, 스킬 레벨업 등등. ‘에테르 게이저’에서 캐릭터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신경써야 할 요소가 꽤 많다. 물론 기존 게임에 있던 요소들이기 때문에 방식 자체가 낯선 건 아니지만, 언제 어떻게 다 할지 그리고 어디에서 뭘 해야 할지 효율적인 동선을 짜고 수행하는 건 게임마다 미묘하게 달라서 사소하지만 스트레스 요소가 되기도 한다.

이 부분에서 ‘에테르 게이저’는 번거로움을 최대한 덜어내는 최근의 트렌드를 잘 따르고 있다. 이전의 수집형 게임은 콘텐츠 소모를 늦추기 위해 재료 던전을 요일식으로 배치했는데, 에테르 게이저는 상시 개방으로 설정하고 티켓이 아닌 행동력으로 진입하게 해서 자신의 상황에 맞춰 언제든 성장 재료 파밍 루틴을 짤 수 있게끔 했다.

뿐만 장비 파밍의 스트레스도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설계했다. 실제로 모바일 액션 RPG 다수가 초반에 유저에게 어필하다가 궤도에 오르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장비 파밍 스트레스 아니던가. 자신의 캐릭터에게 맞는 옵션의 장비를 구할 때까지 똑같은 던전을 계속 돌고 그 옵션이 원하는 대로 강화될 때까지 그 패턴이 이어진다. 이미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고 그 패턴에 익숙해진 유저라면 모를까, 라이트 유저들은 그 반복 파밍이 기약 없이 이어지면 지쳐서 떨어져나가기 쉽다.

이를 줄이기 위해 요즘 모바일 게임이 여러 시도를 하는 것처럼, ‘에테르 게이저’는 보완하는 장치를 초반부터 마련해두었다. 원하는 종류의 각인을 자신이 선택해서 던전에 입장하게 하고, 5성 각인은 10회 내에 무조건 획득이 가능하게끔 한 것이다. 부위까지는 선택할 수 없으니 부위를 맞추기 위해서 반복 파밍을 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각인을 갈아서 교환상점에서 원하는 부위의 5성 각인으로 바꿀 수 있으니 콘텐츠 소모를 막기 위한 반복 파밍과 스트레스의 균형이 잘 잡혀있었다.

▲ 부위는 랜덤이어도 10회 내에 자신이 지정한 5성 각인이 하나 이상은 반드시 나오게 설계되어있고

▲ 각종 재화로 원하는 파츠를 교환할 수 있게끔 했다

▲ 여기에 옵션 부여인 인챈트도 결과를 여러 번 저장해서 쓸만한 중간 옵션을 킵해둘 수 있다

여타 게임은 장비를 파밍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옵션까지 추가로 맞추는 ‘옵션작’이 뒤따라오지만, 그 부분에서 스트레스를 줄이고자 시도한 것도 ‘에테르 게이저’에서 눈여겨볼 부분이었다. 에테르 게이저에는 ‘인챈트’라 불리는 옵션 부여 과정이 있는데, 자신이 원하는 옵션이 나올 때까지 재료를 소모해서 교체할 수 있다. 이를 단순히 이전의 옵션과 현재 옵션과 바꾸는 식이 아닌, 최대 6회까지 결과를 저장해두고 그 중 원하는 옵션을 선택해서 적용하는 시스템을 구비해서 스트레스를 최소화했다. 더군다나 선택하지 않은 나머지 5개 옵션도 예비로 내버려둬서 언제든지 옵션을 바꿀 수 있었다. 혹시라도 메타의 변화가 생기거나, 콘텐츠에 따라 필요한 옵션이 달라지는 일이 있어도 부담을 덜 느끼도록 설계된 셈이었다.

여기서도 에테르 게이저는 중국 게임에서 으레 채택하고 있는 반천장-천장 시스템에 추가로 완화하는 장치도 마련했다. 펑터 탐측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가 속해있는 신계를 설정하면 4, 5성 펑터는 그 신계에 속한 펑터만 출현한다. 뿐만 아니라 5성 펑터는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의 펑터로 교환할 수 있는 교환권이 나오는 방식인 만큼, 5성 펑터가 나오면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의 펑터를 확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셈이다.

▲ 무기에 끼우는 파츠인 ‘펑터’ 탐측에서 5성 펑터는 자신의 캐릭터 소속의 교환권을 지정한 뒤

▲ 교환권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펑터로 바꾸는 방식으로 얻을 수 있다

스토리도 다 클리어하고, 성장까지 어느 정도 된 유저를 위한 콘텐츠도 익숙한 맛이지만 여럿 준비되어있다. 일종의 무한의 탑인 ‘윤회의 시간’, 로그라이크 요소를 가미한 ‘ 다차원 변수’, 고난도 도전 과제인 ‘블랙홀 정화’, 스토리에서 만난 강적들이 더 강화된 상태로 등장하는 도전 과제 ‘꿈의 재구성’, 필드 탐사인 ‘인과적 관측’ 등등 다양했다.

그 하나하나 봐서는 특별하진 않지만, 크게 흠잡을 곳은 없었다. 콘텐츠를 클리어하면서 얻은 재화로 교환 상점에서 각종 성장 재료 및 장비와 교환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차원 변수는 로테이션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자신이 뽑아보지 못한 캐릭터도 체험해보면서 조합에 대한 실험 및 이해도를 높이는 기회가 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로그라이크 덱빌딩을 더해 여러 효과나 펑터, 각인을 장비하면서 각 캐릭터마다 효율적인 덱을 꾸리는 방법에 대해 직접 체감해볼 수 있는 장이기도 했다.

다만 한 번 완주하려면 4층까지 내려가야 하는 데다가 랭크도 있어서 자칫 부담스러울 수 있었다. 그러나 랭크 보상은 없고 달성 포인트에 따른 포인트 보상과 클리어 난이도에 따라 차등지급되는 다차원 변수만 있어서 랭크 경쟁에 대한 부담감을 상당히 덜어냈다.

▲ 로그라이크 덱빌딩 요소를 가미한 핵심 콘텐츠, ‘다차원 변수’




이미 서브컬쳐 모바일 액션 RPG 시장은 ‘붕괴3rd’, ‘퍼니싱 그레이 레이븐’ 두 강자가 자리잡고 있는 상황. 그런 와중에 ‘에테르 게이저’는 후발주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보여주면서 그 뒤를 이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선발주자들이 먼저 겪은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캐릭터 육성 과정에서 유저들이 스트레스를 느낄 포인트를 다듬고, 특히 두 게임이 미처 챙기지 못한 ‘한국어 더빙’까지 입히면서 한국 유저들에게 어필한 것이다.

▲ 여민정, 김가령, 방연지 등 유명 성우를 섭외해서 한국어 더빙까지 추가했다

퀄리티가 뒷받침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그렇게 했다면 아류작 혹은 따라쟁이 같은 말이 나올 테지만, ‘에테르 게이저’는 자신만의 코어도 확고히 구축한 상태에서 나름의 퀄리티를 보여주었다. 태그가 아닌 AI와 협동에, 한 캐릭터를 조작하는 맛을 살리기 위해 심도 있게 가다듬은 스킬 메커니즘, 이러한 요소를 최대한 활용해서 적을 붙잡아두고 극딜하는 테크를 연습하게끔 유도하는 레벨 디자인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에 높아진 서브컬쳐 유저의 눈높이를 맞출 정도의 그래픽 퀄리티와 에테르 게이저만의 연계 필살기의 연출을 선보이면서 또다른 서브컬쳐 모바일 액션 RPG계의 강자로 자리잡을 가능성을 보여줬다. 콘솔에 비하면 다소 부족하지만 록온 모드 등 기본기도 갖췄고, 모바일에서도 패드 지원 옵션까지 확실히 갖추는 등 여러모로 준비한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 조금 더 일찍 극한 회피로 피해야 AI가 살았을 텐데, 그러지 못해서 리트각 잡아야 할 판

▲ 좀 더 손맛을 느끼고 싶은 유저를 위해 패드 지원 옵션도 나름 잘 갖췄다

이러한 평가에 의문이 갈지도 모르겠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에테르 게이저’가 퀄리티가 괜찮게 나오긴 했지만, 그만의 ‘개성’을 공고히 다질 만한 포인트가 아직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이는 캐릭터 디자인이나 배경의 그래픽은 괜찮지만, 정작 캐릭터와 세계관에 대한 소개나 어필이 미약하다.

우선 세계관부터가 모호했다. 이전의 세계가 멸망 위기에 처해서 ‘가이아’라는 또다른 세계로 이주한 것까지는 알겠지만, 그 세계가 어떤 세계인지 묘사가 확실하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처음부터 고유명사들이 쏟아지고, 강적을 만난 상황에서도 어떤 긴박함을 느끼게 할 만한 요소가 부족했다. 미래적인 분위기의 사운드는 퀄리티가 나쁘지 않았지만 절박한 상황을 묘사하는 곡은 악센트가 다소 떨어졌고, 컷씬도 캐릭터의 액션이나 위급한 상황에 처절하게 발버둥치는 듯한 느낌이라고 하기엔 애매했다.

▲ 고유명사를 빼놓고 봐도 대략 어떤 느낌인지 알 수는 있지만, 세계관이 직관적이지는 않다

▲ 스나마 스토리는 중간중간 스테이지 구성으로 연출을 보강하면서 내러티브의 느낌을 살리고자 했다

그나마 1차 CBT에서 언급됐던 호감도 스토리는 어느 정도 갖추고 나왔지만, 그 캐릭터와 교류하고 연을 이어간다는 느낌을 주기엔 다소 부족했다. 그 캐릭터가 어떤 캐릭터인지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장치를 서브컬쳐 게임에 다 있는 그런 걸로 구현한 느낌이라고 할까.

그리고 콘텐츠를 훑어보면 여러 게임에서 나온 것들을 에테르 게이저식으로 개편하면서 잘 녹여냈지만, 그래서 ‘에테르 게이저’하면 이거라고 할 만한 킬링 콘텐츠가 부족했다. 그나마 로그라이크 덱빌딩식으로 짜임새를 더하고 각종 까다로운 적들이 등장하는 ‘다차원 변수’가 코어라고 할 수 있지만, 기존 콘텐츠의 재구성에 가까워서 신선함이 다소 떨어졌다. 더군다나 유닛이 분산되어 싸우는 전투 특성상 적도 산개하고 보스 어그로가 튀는 상황에서 CC기나 원거리 공격으로 안정적인 딜을 넣을 수 있는 캐릭터와 그렇지 못한 캐릭터의 갭이 생각보다 크게 느껴지는 문제도 있었다.

그나마 명함 얻기는 비교적 쉽게, 또 캐릭터를 뽑은 뒤 펑터나 각인을 파밍하는 스트레스는 줄였지만, 그렇게 쭉 이어나가게 할 어떤 ‘매력’을 제시하는 게 에테르 게이저의 숙제다. 물론 ‘미래시’가 있는 게임인 만큼 버전이 지나면서 이를 차츰차츰 보완해나가는 것이 예고되어있긴 하다. 그러나 그 기반이 마련되는 동안 한국어 더빙까지 넣은 유저친화적 자세를 잊지 않고 유지하느냐가 관건이지 않을까. 이전의 실수는 그걸로 끝내고, ‘에테르 게이저’에서는 그 가능성을 온전히 꽃피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

출처: 인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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