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의 신작 3D TPS MOBA, ‘파라곤: 디 오버프라임’이 지난 12월 8일부터 얼리액세스에 돌입했다. 최초 2018년 서비스가 종료된 에픽게임즈의 3D TPS MOBA 파라곤을 기반으로 한 인디 프로젝트에서 시작한 프로젝트였으나 넷마블에 합류한 이후 올해 10월에는 에픽게임즈로부터 상표권 양도 절차를 진행하는 등 개발에 박차를 가한 작품이다.
일부에서는 다시 파라곤이라는 이름을 채택한 모습에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베타 단계에서 서비스 종료 후, 애셋 전격 무료 공개라는 파격을 보였던 게임이었던 만큼,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버프라임’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을 무렵에 알파테스트를 비롯해 1, 2차 CBT를 거치면서 파라곤의 고질적인 단점이었던 느린 게임 템포를 고쳐왔고, ‘파라곤: 디 오버프라임’이라는 타이틀명을 확정한 이후 진행한 파이널 테스트와 지스타 시연에서는 이전 파라곤에 없던 오리지널 캐릭터 ‘제나’까지 안착시키면서 긍정적인 신호를 볼 수 있었다.
테스트 단계에서 여러 차례 담금질을 해왔어도 결국 중요한 것은 정식 출시에서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느냐 여부일 것이다. 그리고 ‘파라곤: 디 오버프라임’은 그 최종 단계인 얼리액세스에 돌입했다. 정식 출시와 비슷하게 유료 상품도 열리고, 상시로 오픈해두면서 업데이트까지 축적해나가며 라이브 서비스의 단면을 보여줄 이 최종 관문에서 과연 ‘파라곤’이 어떤 게임인지 다시 한 번 짚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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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의 파라곤은 잊어라, 라인 포탈 등 추가로 빨라진 게임 템포
타이틀명 때문에 이전 파라곤의 그늘이 미처 지워지지 않을 수도 있는 만큼, 게임 템포에 대해서 먼저 짚고 넘어가자. 이전 파라곤은 한 마디로 말하자면 ‘느리다’는 인식이 지배적인 게임이었다. 겉으로 훑어보기엔 최적화는 잘 되어있지만, 캐릭터의 움직임이 살짝 갑갑하고 이동속도 대비 맵 크기가 넓은 데다가 스킬 마나 소모량은 높은데 마나 회복량도 적고 미니언이 생각보다 강해 라인클리어 속도도 느렸다. 그나마 속도 패치를 하고 난 다음에는 드라마틱하게 개선됐다고 하지만, 그래도 30분 넘게 플레이하는 게 예사였던 게임이었다.
파라곤: 디 오버프라임은 이미 ‘오버프라임’ 시절부터 이를 의식한 듯, 속도와 템포를 끌어온 것을 강조해왔고, 이를 증명해왔다. 1차 CBT 때는 기존 파라곤의 덱 시스템이나 젬 시스템이 아닌, 통상적인 MOBA처럼 아이템 기반의 플레이에 캐릭터의 이동속도와 공격속도를 한층 끌어올리면서 라인클리어 및 맵 이동 속도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특히 비전투 시에 빨리 이동할 수 있는 ‘스프린트 모드’를 추가, 라인 복귀 및 합류가 빨라져서 한타 및 라인 운영이 더 편해졌다.
여기에 2차 CBT부터는 맵 양 끝에 있는 솔로 라인과 듀오 라인을 이어주는 ‘포탈’까지 설치하면서 변수 및 게임 템포를 끌어올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전에는 솔로 라인에서 듀오 라인으로 합류하기 힘들어서 미리 합류해있지 않는 한 그 인근의 프라임 정령이나 수호자 싸움 구도가 잘 안 났지만, 파이널테스트 이후에는 그 두 라인뿐만 아니라 프라임 정령, 수호자 인근에도 포탈을 설치해 오브젝트 싸움이 더 치열하게 벌어지게끔 유도했다. 아울러 이전에는 프라임 수호자의 버프를 지정된 장소로 이동시켜야만 효과가 발동하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수호자를 처치하면 바로 버프를 얻게끔 직관적으로 바꾸면서 오브젝트 싸움의 동기도 확실하게 부여했다.
이전에는 1차 타워를 철거하는 것부터 고비였지만, 전반적으로 타워의 체력을 낮추는 한편 억제기 타워 근처에서는 아군만 진입할 수 있고 적군은 진입 못하는 우회로를 설치해 좀 더 치열한 공방전이 이어지도록 유도했다. 예전에는 타워 체력이 너무 높아서 오브젝트 싸움 유도 후 적을 한 번에 갈아버리지 않는 한 철거를 꿈도 꾸기 어려웠는데, 이제는 적당히 공방을 하면서 적을 끌어올지 아니면 타워를 밀려고 하는 적을 급습할지, 전략을 선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맵도 이전 파라곤의 1차 대규모 개선 이후 버전에서 각 라인의 타워를 하나 없애고 길이도 단축한 구조에, 미니맵의 경로와 특이 구간을 더 상세하게 표기해서 길을 헤매는 일은 최소화했다. 이전 파라곤이 맵이 컸을 뿐만 아니라 길이 복잡해서 적응하기 어려웠던 것도 고려한 변화였다.
이러한 변화들이 어찌 보면 사소하게 느껴질 변화였지만, 그 변화가 가져온 게임플레이의 스노우볼링은 놀라울 정도였다. 예전에는 반대편 라인으로 개입이 어렵지만 그렇다고 해서 타워 체력이 낮은 것도 라인클리어가 빠른 것도 아니니 흔히 말하는 우직한 백도어도 안 되고, 오직 한타로 적을 절멸시켜야 하는데 그 싸움마저도 유도하기 어려운 구도라 지지부진하다가 결국 에라 모르겠다식 꽝 붙기 엔딩이 나기 일쑤였다. 물론 고수존에서는 조금 다른 구도도 벌어지곤 했지만, 처음에 3D TPS MOBA의 향수에 차서 들어온 유저들이 그 단계까지 가지 못하고 접을 정도로 MOBA라는 장르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상태였었다.
그러나 이번의 ‘파라곤’은 달랐다. 이전의 파라곤의 문제점을 확실히 이해하고, 이를 현대 MOBA의 흐름에 맞춰서 여실히 바꾼 모습을 꾸준히 보여왔기 때문이다. 그것도 한 번에 확 바꾼 것이 아니라 여러 차례 테스트를 거치면서 점진적으로 틀을 다져가면서 바꿔온 만큼, 안정감도 상당히 느껴졌다.
무난한 최적화와 편의성 강화, 어색한 모션 개편으로 접근성을 높이다
이제는 넷마블이 상표권을 양도받았지만, 어쨌거나 파라곤이라는 이름 자체가 게임을 직접 해보지는 않았어도 언리얼 엔진을 다뤄본 개발자들이라면 한두 번쯤은 애셋을 훑어본 것이니 그 퀄리티 그리고 ‘최적화’ 부분도 눈길이 가기 마련이다. 특히 1차 CBT에서 갑자기 일괄 4K로 구동되는 바람에 입구컷을 당했던 기억이 있다면 아무래도 이 부분이 불안하지 않을까.
이미 이런 부분은 2차 CBT에서 지포스 1660 슈퍼 정도로도 QHD 해상도까지 플레이가 무리가 없을 정도로 최적화가 이루어졌다. 이전에 1차 CBT에서는 5대5 한타 때는 FHD 해상도에서도 높음으로 둬도 프레임이 다소 낮아져서 결국 보통으로 맞춰두고 하게 됐는데, 2차 CBT는 후반 한타까지 프레임 드랍이 거의 없이 진행될 정도였다. 그리고 파이널테스트 이후부터는 QHD 해상도로도 후반 한타까지 프레임 드랍이 없이 매끈하게 진행되는 최적화를 보여줬다.
테스트에서 지속적으로 언급이 됐던 튜토리얼 및 아이템, 훈련장에 대한 문제도 수정한 모습이 보였다. 맨 처음에는 정글템이 뭔지도 안 알려줘서 정글 스타트도 제대로 못하고 산화한 뒤 탈주하는 칼라리들을 수도 없이 많이 보았지만, 2차 CBT에서는 시작 아이템에 대한 정보를 주면서 조금씩 바뀌어갔다. 그리고 파이널 테스트에서는 초보자들을 위한 추천템 설정이나 사전에 아이템 효과를 미리 볼 수 있는 ‘도감’을 갖추면서 보완을 했다. 튜토리얼도 단순히 기본 아이템 구매 및 라인 구조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귀환, 핑 및 커뮤니케이션 기능 등 실전에서 유용하게 쓸 부분까지 포함해서 3단계로 확장했다. 아직 이것만으로도 좀 부족한 면이 있긴 하지만 이후에 4, 5단계로도 튜토리얼이 확장될 예정이니 그 뒤에 어떤 것이 추가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여지가 있어보인다.
훈련장에서는영웅 변경을 로비를 거치지 않고 바로 연습장에서 교환할 수 있도록 하고, 레벨 조정 및 아이템 세팅도 언제든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게끔 했다. 또한 정글 몬스터나 오브젝트도 주위에 배치해 정글몹을 빠르게 정리하는 콤보나 아이템 세팅 그리고 오브젝트를 활용한 다양한 전술도 연습할 수 있었다. 특히 평면으로 맵을 사용하는 쿼터뷰식 MOBA와 달리, 파라곤은 지형지물에 의한 상하 구분도 명확히 잡힌 게임인 만큼 때로는 점프 패드나 공중에 뛰어올랐다 강하하는 스킬로 적의 에임과 시야를 흐트러뜨리는 플레이를 직접 그곳에서 익힐 필요가 있었다.
그래도 이전에는 미니맵에서 위로 솟구치거나 순간이동하는 스킬 외에는 지나갈 수 없는 구간에 대해 잘 표시가 안 되어있었지만, 파이널 테스트 버전에서는 그 부분을 확실히 띄워놔서 길은 비교적 덜 헤맬 수 있었다.거기다 이전에는 투명한 바탕에 회색으로 칠해져있어서 전반적으로 밝은 배경에 묻히기 쉬웠지만, 미니맵의 바탕색을 어둡게 배색하면서 가시성도 높였다.
또 한 가지 눈에 띈 변화는, 캐릭터들의 이름이 다시 구 파라곤 시절의 이름으로 돌아오면서 모션도 더 자연스러워졌다는 점이다. 에픽게임즈로부터 ‘파라곤’의 상표권을 양도받은 만큼, 예전에 구 파라곤의 느낌에서 일신하기 위해 다소 무리해서 바꿨던 부분들을 원상복구한 뒤 새롭게 발전시켜야 할 부분만 발전시킨 느낌이었다.
예를 들어 ‘보라’였을 때는 구 파라곤의 ‘신비’와 다소 차이를 두기 위해 검을 역수로 쥐었지만, 모션을 완전히 새롭게 개편한 게 아니었던 만큼 기존 모션과 다소 엉켜서 어색한 부분이 느껴졌었다. 그러나 이제 ‘신비’로 다시 돌아오면서 검도 다시 원래대로 쥐고, 평타 모션과 대시 모션도 그대로 돌아오면서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줄었다. 그렇다고 해서 구 파라곤의 느린 템포가 돌아온 것이 아니라, 현 파라곤의 빨라진 템포에 맞춰 새롭게 조율한 만큼 속도감이 느려지거나 답답해지거나 하지 않은 것도 꽤나 고무적이었다.
이전 파라곤의 좋은 점은 채택하되, 기존에 없던 오리지널 캐릭터이자 넷마블의 디지털 휴먼인 ‘제나’를 자연스럽게 신규 캐릭터로 추가한 것도 앞으로를 기대할 만한 변화였다. 얼핏 설명만 들어서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이긴 했다. K팝 버츄얼 아이돌로 기획된 디지털 휴먼이 캐릭터로 녹아든 만큼, 의상은 맞췄을지 몰라도 스킬셋이나 모션이 파라곤의 그 긴박한 전장에 어울릴까 하는 의문이 드는 건 당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라곤에는 K팝 아이돌 같은 느낌을 담은 ‘신비’도 있는 만큼, 그렇게 심하게 겉도는 느낌은 아니긴 했다. 아울러 이런 우려가 기우였을 정도로 스킬셋이나 이펙트도 전장에 잘 녹여낸 모습이 눈에 띄었다. 춤을 검무로 승화시키고, 이펙트는 심플하게 잔상 정도만 구현해서 선은 드러나되 과하지 않게끔 조율한 느낌이었기 때문이었다.
아직 얼리액세스 초기이고, 캐릭터에 대한 BM 및 경쟁전 구도까지 전반적으로 잡아가는 단계인 터라 신규 캐릭터 추가에 대한 이야기를 마저 하기엔 어렵다. 아직 구 파라곤의 캐릭터들이 전부 나온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제나 같은 오리지널 캐릭터가 나올지, 아니면 아직 등장한 구 파라곤의 캐릭터가 먼저 나올지 단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전에 구 파라곤의 캐릭터 위주로 재해석해서 나온 구도와 달리, 오리지널 캐릭터를 세계관에 잘 녹여내서 투입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어느 방향으로든 꾸준히 신규 캐릭터를 추가하면서 메타를 계속 바꿔나갈 동력이 갖춰졌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신작을 두고 자꾸 ‘구’ 시절 이야기를 하는 건 사람에 따라서 라떼는 말이야 이런 밈처럼 느껴져서 그리 달갑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파라곤: 디 오버프라임’이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기에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번 얼리액세스에서 확실히 구 파라곤의 망령을 확실하게 떨쳐버린 모양새를 보여줬으니, 이 다음부터는 구 파라곤의 이야기를 꺼낼 필요는 없어보인다. 느리고 지루하다는 그 인식을 깰 정도로 라인클리어 및 합류 속도까지 전반적인 템포가 빨라졌고, 전략적인 수를 가동할 포인트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애셋 근간은 구 파라곤 시절 것이 바탕이 되었으니 그때 기억이 있던 유저들 입장에서는 그 시절이 떠오르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파라곤: 디 오버프라임’은 이를 기반으로 최근 트렌드에 맞게 게임 설계를 바꾸는 것에 성공했다. 아직 아이템 구조가 완벽히 자리잡히지 않아서 유저 사이에서는 아이템 관련 개편이 있어야 하냐 마느냐로 논쟁이 있긴 하지만, 적어도 이전 파라곤의 느린 템포를 최신 게임에 맞게 드라마틱하게 끌어올렸다는 점에서는 이견의 여지가 없을 듯하다.
그보다는 현 상황에서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 특히 BM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이 더 크지 않을까 싶다. 단순히 캐릭터 가격이나 스킨 가격이 비싸다는 것에만 그쳤다면 모르겠다. 그나마 27명의 영웅 중 로테이션을 15개로 돌리고 있으니 이해할 여지가 아예 없는 건 아니긴 하니까. 그렇지만 캐릭터를 구매하기 위한 무료 재화를 게임플레이가 아닌 일일퀘만으로 지급한다는 방침까지 더해지면서 마이너스 시너지가 발생해버리고 말았다. 경쟁전이 가능한 10레벨이 되어도 캐릭터를 10명 이상 보유해야 하는데 그만큼 꾸준히 플레이했어도 과금 없이는 경쟁전 진입이 상당히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5일 동안 로그인으로 꾸준히 캐릭터를 지급한다고 하지만, 주간 퀘스트 보상과 일일 퀘스트 보상 그리고 얼리액세스 기념으로 보상하는 코인만으로 가장 싼 캐릭터 라인업을 구축해도 애매한 느낌이다.
캐릭터 가격 및 BM뿐만 아니라 매칭에서도 계속 솔로 플레이 유저들이 4인, 5인 파티와 매칭되면서 힘들다는 토로가 이어지면서 파라곤: 디 오버프라임의 초반은 다소 삐걱이는 모습을 보였다. CBT부터 여러 차례 내실을 다져왔지만, 라이브 서비스가 아니라서 미처 캐치하지 못한 것들이 얼리액세스에서 드러나면서 신고식을 당한 느낌이랄까.
그나마 넷마블에서 이를 캐치하고 캐릭터 가격을 인하한 것에 이어 오늘(14일) 패치로 4-5인 파티가 솔로 플레이 인원 3인 이상인 팀과 매칭되지 않게 개선하고, 경쟁전 입장 조건 완화 및 얼리액세스 때 지급한 캐릭터에 이어 11명의 캐릭터를 추가로 지급하는 이벤트까지 진행하는 건 꽤나 고무적인 일이다. 문제점을 100% 완벽히 해결한 건 아니지만, 유저 피드백을 받고 빠르게 처리하고자 하는 것은 라이브 서비스 게임에서 게임 퀄리티만큼이나 중요한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초반에 다소 삐걱인 감은 있지만, 옛 파라곤의 아쉬운 점을 거의 완벽하게 개선한 ‘파라곤: 디 오버프라임’이 정식 출시까지 계속 다듬어가면서 3D TPS MOBA의 재미를 만방에 알릴 수 있는 타이틀이 되기를 바란다.
출처: 인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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