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랜만이었다. 밤을 새워서 게임을 하려고 PC방을 간 적이 대체 몇 년 전인가. 기자 생활을 한 지 초반 몇 년은 그렇게 친구들과 밤을 새워서 PC방에서 게임을 한 적이 꽤 있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부터 그런 일이 크게 줄었다. 정확하게는 누군가와 같이 '밤새서 무엇을 한다'라는 일이 줄어들었다고 할까. 그런 의미에서 이번 검은사막의 행사는 조금 신기했다.
처음에는 “이게 맞나?”라고 의문이 들었다. 아침 8시부터 시작하는 행사에, 밤 0시부터 입장이 가능하고 PC방에서 진행되는 라이브 뷰잉 행사라니. 최초로 해외에서 진행되는 칼페온 연회니까 라이브 뷰잉 이벤트 자체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래서 현장에 도착하는 밤 11시 40분 정도까지 스스로도 좀 구시렁댔던 것 같다. 날이 춥기도 하고…
그런데 PC방 앞에 도착하니 뭔가 느낌이 달랐다. 옛날 생각이 스쳐 지나가면서, 생각해보니 내가 PC방에서 밤을 새워서 게임을 했던 때가 언제였나 하고 돌아보고 추억에 잠깐이나마 젖었다. 그리고 솔직히 행사장을 찾았을 때, 발표가 오전에 있을 테니 유저들도 행사 시작 즈음에 와서 당분간은 조용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검은사막을 즐기는 유저들은, 생각보다 이러한 오프라인 행사에 아주 목말랐던 것 같다. 정식 운영 전인 12시 이전부터 이미 140석 가까운 좌석을 채울 수 있던 PC방이었지만 새벽 두 시쯤 되었을 때는 절반이 넘는 좌석이 차 있었다. 그들은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검은사막을 즐겼고, 필드 보스 리젠 정보를 공유하고 즐겁게 놀고 있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부산과 서울에서 이뤄진 행사에 대부분의 초청 유저들이 참석했고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그만큼, 유저들은 서로 모여서 놀고 싶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시끌벅적하긴 했지만 내가 알던 PC방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마린이 끄어억하면서 케쳡되는 소리, 하늘에서 정의어억하는 소리, 총알과 수류탄이 얽힌 전장의 소리,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 소리 등 여러 가지 게임들의 소리가 범벅으로 어우러지는 시끄러운 소음의 PC방들과는 달랐다고 해야 될까. 아무래도 검은사막 유저들이 모이는 곳이다 보니 생각보다 분위기 자체는 떠들썩하면서도 PC방 자체는 그리 크게 시끄럽지 않아 차분해지는 느낌이 있었다.
초대된 크리에이터, 혹은 운영 스태프들은 유저들과 간략한 이벤트를 하면서 밤늦은 시간 유저들을 조심스럽게 케어했고 분위기를 유지했다. 차분히 게임을 할 사람을 검은사막을 즐겼고, 잠시 다른 게임을 하거나 월드컵을 보면서 분위기 전환도 하는 유저도 있었다.
피곤함을 이기지 못해 잠깐 엎드려 잠을 청하는 사람도 있었다. 다른 유저들과 현재의 검은사막에 대해서 열띤 토론을 하는 사람도 있었고, 잘 모르는 부분을 가르쳐주는 사람도 있었다. 꽤나 정이 오가는 모습의 PC방이라고 할까… 비교적 최근에는 낯선 모습이었지만, 그리움이 드는 분위기이기도 했다.
본 행사인 칼페온 연회가 시작됐을 때, PC방의 분위기는 더는 PC방이 아니었다. 유저들은 각자의 화면을 통해서 업데이트 발표와 소식을 보면서 행사장 전체가 분위기가 하나가 되어 서로 이어졌다. 신규 캐릭터를 보고 기대하는 소리, 좋은 보상에 즐거워하는 소리, 가벼운 조크에 웃는 소리가 워딩에 집중하기 위에 소리를 크게 올린 헤드폰을 뚫고 들어올 정도였다. 영락없는 게임 행사장에서의 분위기,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게임을 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있는 동질감. 그리고 같은 소식을 보고 서로 감정을 공유하는 느낌은 그대로였다. 오프라인 행사에서 느낄 수 있는 100%의 느낌은 아니더라도,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유저들이 모두 서로 느낄 수 있는 분위기였다. 아무래도 밤을 새웠으니 서로 다 조금씩 피곤한 분위기도 있었지만, 그래도 다들 즐겁게 아침 일찍 아침의 나라의 업데이트를 즐겼던 것 같다.
아침에 발표하니 아침의 나라 업데이트를 소개한 것도 나름대로 괜찮았다. 비록 몸은 피곤했지만 소개된 우사는 많은 호응을 얻었고, 긴 시간 동안 김재희 프로듀서는 꽤 세심한 부분까지 유저들에게 게임을 소개했다. 풍성한 소식과 선물로, 유저들은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한다.
비록 게임 행사장에서 보이는 만족스러움은 아니었지만, 유저들은 최소한 ‘오늘 하루는 잘 놀았다’고 평하지 않을까? 게이머들이 가장 원하는 것, 재미있게 잘 노는 것만큼은 충분했다. 그래서 앞으로는 이렇게 소소하더라도, 게이머들이 하루 잘 놀고 갈 수 있도록 게임사에서도 다양한 행사들을 잘 마련해서 유저들과의 소통을 이어갔으면 좋겠다.
출처: 인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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