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JRPG향 물씬, 참 재밌는 인디 게임 ‘유어 블라이트’


다양한 인디게임들이 가득했던 스마일게이트 버닝비버의 오프라인 행사가 종료됐습니다. 하지만 오프라인만 끝났을 뿐, 온라인에서는 계속해서 전시가 이어지고 있죠. 그중에서 꼭, 반드시 놓치면 안 될만한 게임이 있어 소개해보려 합니다. 게임 플레이 내내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정말 재미있는 게임이거든요.

바로 인디개발사 이그노스트의 ‘유어 블라이트’ 입니다. 스토브인디와 스팀을 통해 얼리억세스를 진행하고 있는 유어 블라이트는 유저들에게 참 재미있고 잘 만든 게임으로 입소문을 타기도 했는데요. 스토리, 하우징, 턴제전투, RPG, 생존 등 이게 인디 게임이 맞나 할 정도로 든든하고 탄탄한 콘텐츠 볼륨을 자랑하죠. 특히나 고전 JRPG를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반드시 해보면 좋을 그런 게임입니다.

실제로 이번 버닝비버 오프라인 행사 동안에도 현장을 찾은 관람객들의 좋은 후기를 여기저기서 찾아볼 수 있었던 유어 블라이트. 과연 유어 블라이트가 이렇게 단단한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기반은 무엇인지, 이그노스트 양유빈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 이그노스트 양유빈 대표

Q. 유어 블라이트는 어떤 게임인가요.

저희는 유어 블라이트를 스토리메이킹 RPG라고 소개하곤 해요. 게임의 메인플롯은 흡혈귀가 점거하여 봉쇄된 도시에서 플레이어가 21일이라는 정해진 기간 동안 생존하는 것이죠. 굶주리지 않기 위해 식량을 찾아야 하고, 공포를 이겨내기 위해 진정제를 찾아야 합니다. 좀비에게 물려 오염 될 때를 대비해야 하고, 물자를 모아서 거점도 개선해야 하고요.

하지만 살아남는 게 유어 블라이트의 전부는 아닙니다. 21일 동안 다양한 행동을 할 수 있거든요. 탈출구를 찾을 수도 있고, 보스들을 쓰러트릴 수도 있고. 아니면 도시 곳곳에 흩어져있는 수많은 생존자들의 이야기에 개입할 수도 있겠죠.

선택에 따라 그들의 이야기의 결말이 바뀌게 됩니다. 이러한 ‘개입’과 ‘선택’을 통해 자신만의 스토리를 완성해 나가게 됩니다. 스스로 스토리를 만드는 거에요.



Q. 이그노스트는 유어 블라이트 외 다른 게임을 출시한 경험이 있어요. 그 과정에서 배운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이그노스트는 아마추어 게임 팀에서 시작됐습니다. 당시에는 서로 각자 따로 게임을 만드는 아마추어 제작자들의 동아리 같은 느낌이었죠. 아마추어 시절부터 지금까지 항상 스토리를 중시해왔던 거 같아요. 보여주고자 하는 이야기를 보다 잘 전달하고자 노력해왔달까요.

본격적으로 게임시장에 뛰어든 건 2019년 모바일 RPG 더스크 오브 이터니티를 출시하면서부터에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게임을 유료로 출시한다는 건, 단순히 인터넷 커뮤니티에 배포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일이라는 걸 깨달았던 것 같아요.

초기에는 미진한 반응에 많이 놀랐어요. 노력 끝에 게임을 출시했으니, 사람들도 이를 알아줄 거라고 순진하게 생각했었거든요. 하지만 게임의 존재조차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지 못했어요. 그 과정에서 게임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배웠어요. 이러한 경험이 후에 유어 블라이트의 텀블벅 도전에도 영향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Q. 유어 블라이트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요.

어떻게 보면 정말 단순한 발상에서 시작됐어요. 생존 게임을 하던 도중에, 여기에 판타지 요소가 곁들어지면 어떨까? 싶더라고요. 판타지를 좋아하거든요. 그렇게 제작에 착수했고, 여기에 살이 붙고 붙어 지금의 유어 블라이트가 된 거죠.


Q. 혹시 영감을 받은 작품이나 게임이 있나요. 개인적으로는 전투, 비주얼 등 고전 JRPG가 많이 떠올랐어요.

정말 다양한 매체와 작품에 영향을 받았어요. 생존 요소는 디스 워 오브 마인이 많은 참고가 되었고, 전투는 다키스트 던전에서 큰 영감을 받았습니다. 스토리의 구조는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 디비니티 오리지널 신과 같은 WRPG를 많이 의식했는데, 정작 스토리의 내용은 JRPG에 가깝다는 소리를 듣곤 했어요.

개발자는 JRPG를 선호하고, 기획자는 WRPG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JRPG도 즐겨해요. 콕 찍어서 이 작품에 영향을 받았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해당 장르에 대한 선호가 제작한 게임에도 드러난 것 같아요. JRPG를 많이 좋아하다 보니 이 색채가 묻어나는 것 같달까요.

Q. 좀비, 생존 이라는 소재는 사실 이제 특별한 건 아닙니다. 그럼에도 해당 소재를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그리고 다른 좀비 생존 게임과 유어 블라이트가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다크 판타지, 로그라이크, 좀비, 생존, 아포칼립스 등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키워드가 있어요. 유어 블라이트는 그 중 다크 판타지, 좀비와 생존이라는 키워드를 공유하고 있고요. 확실히 특별한 소재는 아니지만, 그렇기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생소한 키워드보다, 본인이 익숙하고 선호하는 키워드에 더 시선이 가니까요.

하지만 동시에 키워드가 전부인 게임으로 남아서는 안 되겠죠. 좀비, 생존이라는 재료를 저희 이그노스트의 방식으로 요리해 차별성을 부여해야 사람들이 ‘그 좀비 생존 게임’이 아니라 ‘유어 블라이트’라고 기억할 테니까요.

그리고 유어 블라이트의 특징이라면 아무래도 스토리라고 볼 수 있겠네요. 저희들이 스토리 게임을 좋아하는데다가, 여기에 호응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기에 ‘스토리’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생존자들을 조명하고, 그들이 지닌 사연에 개입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졌죠. 즉 좀비 게임, 생존 게임보다는 생존이 강요되는 환경에서 펼쳐지는 RPG라고 보면 좋을 것 같아요.


Q. 인디 게임이지만 볼륨이 엄청나요. 개발 기간이 상당했을 것 같은데, 그 과정에서 혹시 어려웠던 점도 있을까요.

개발 기간은 3년 정도 걸렸는데, 현실적으로 경제적인 부분이 가장 힘들었달까요. 경제적인 압박이 지인, 친지가 염려하는 배경이 되고, 이러한 환경이 팀원 사이의 갈등을 일으켰던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나아가는 방향이 괜찮은지 계속 확인을 받고 싶어했어요. 그 과정에서 CBT, 그리고 참여한 분들이 버티는 데 큰 도움을 주었죠. 오랫동안 이어진 CBT임에도 따라와 준 유저들에게 정말 감사하고 있어요.

Q. 몰입도가 상당해요. 스토리 뿐 아니라 기본적인 게임 플레이 측면의 몰입도가 뛰어난 편인데, 개발자의 시선에서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저희는 슬로우 스타터에요. 그런데 이게 지금의 추세와는 맞지 않는 편이라, 게임을 시작하고 플레이어를 몰입시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튜토리얼 지역인 교구 외 묘지는 초기에는 보다 단순한 구조였습니다. 맵도 하나였고, 보스도 사령술사가 전부였죠. 동료도 없었고, 설명이랄 것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구면인 방문상인을 구출하는 이야기, 동료, 보스에 접근하는 다양한 분기, 화려한 픽셀 몬스터 연출 등을 추가했어요.

튜토리얼 존에서 플레이어들이 작게나마 스토리나, 분기 등을 경험할 수 있게 된 것이죠. 구성이 나름 알차졌고, 이게 몰입에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Q. 게임 콘텐츠가 상당히 많습니다. 콘텐츠가 많아질수록 완성도가 떨어질 수도 있었을 텐데 과감하게 이렇게 많은 요소를 넣은 이유가 무엇인가요.

개발 과정에서 취향과 선호, 그리고 재미를 가장 우선시한 결과랄까요. ‘이건 너무 단순한데, 식상한데, 구색만 갖췄는데, 이래서 사람들이 재미있어할까?’ 라는 질문이 기획에 살이 붙는 계기가 됐던 거 같아요.

사실 유어 블라이트의 초기 버전은 지금보다 압축적이었어요. 스토리는 다소 빈약한 편이었고, 전투도 지금보다 세밀하지 않았거든요. 문제는 당시의 버전이 스스로에게 재미있게 다가오지 않았다는 거죠. 우선 개발에 재미를 붙여야 했기 때문에 저희가 좋아하는 요소를 강화하기 시작했고 그게 지금의 유어 블라이트라고 보면 됩니다.

현실적으로 이러한 확장은 개발자들을 방황하게 하고 완성도적인 측면을 떨어트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당시에는 저희가 좋아하는 요소를 추가, 강화한다는 게 제작 동기가 되어서 오히려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게 가능했던 건 지속적으로 이뤄진 CBT 덕분이고요. 텀블벅 후원자들을 대상으로 꽤 오랫동안 CBT를 진행했는데, 추가한 요소를 CBT에 적용하며 피드백을 얻었거든요. 그 과정이 콘텐츠 확장에 큰 도움이 됐어요. 플레이어들에게 정말 거듭 감사하고 있습니다.


Q. 21일이라는 제한을 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한 시간은 플레이어에게 선택에 대한 압박을 주고 이를 통해 적극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게끔 유도하는 장치라고 보면 됩니다. 압박을 느낀 플레이어들은 보통 앞으로 계속 나아가기 마련이고, 그렇게 계속해서 새로운 지역과 이벤트 등을 경험할 수 있어요.

원래는 피로도 없이 60일 정도의 기간 제한을 뒀는데, 한 번 탐색하면 하루가 지나가다 보니 진행이 끊기는 감이 있었어요. 이에 피로도를 부여해 하루에 다양한 지역에 방문할 수 있는 대신, 기한을 확 줄여 지금의 21일이 되었습니다.

Q. 얼리억세스임에도 스토브 인디와 스팀 양쪽에서 매우 좋은 평가를 얻고 있습니다. 부담은 없나요.

3년의 기다림 끝에 받은 평가고, 그 하나하나가 모두 분에 넘치는 고평가라서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 같아요. 하지만 그보다는 그간의 노력이 인정받는 느낌이라 기쁜 마음이 더욱 큽니다. 플레이어들이 재미있게 즐기는 요소들을 좀 더 강화하고 개선하도록 노력할 예정이에요.


Q. 멀티 플랫폼도 생각 중인가요.

멀티 플랫폼을 고려는 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중심은 PC 플랫폼입니다. PC 플레이어의 경험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제작했거든요. 지금 당장 유어 블라이트를 다른 플랫폼에 이식하더라도, 해당 플랫폼의 플레이어에게 만족스러운 경험을 제공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하지만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고, 공부가 필요하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정식 출시까지 어떤 점을 다듬어서 낼 생각인가요.

아직 많은 부분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많은 부분이 개선되어야 하고, 또 채워져야 하죠. 기획적인 부분이든, 편의적인 부분이든, 스토리적인 부분이든 말이죠. 기획이나 편의성은 개선의 영역이기에 확답은 힘들지만, 스토리적으로는 얼리 액세스 기간 동안 최소 하나에서 두 개 이상의 메인 시나리오를 추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Q. 현장에서 직접 유저들의 반응을 얻는 오프라인 행사에 이전에도 참여한 적이 있을까요. 그렇게 얻은 피드백 중 게임에 적용한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개발에 집중하다 보니 행사에 참여한 경험이 몹시 드문 편이에요. 이전 작품까지는 오프라인 행사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기도 했고요. 하지만 게임을 알리는 것이 참 중요하다는 걸 체감하고, 유어 블라이트는 다양한 행사를 통해 선보이려고 노력했어요. BIC 2021로 시작해서 광주ACFair, 지스타2022, 그리고 이번 버닝비버까지 참여하게 되었네요.

오프라인 행사에서 가장 크게 느낀 건 편의성 부분에서 많이 미흡했다는 거에요. 현장을 찾은 게이머들이 설명문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튜토리얼이 너무 텍스트 위주로만 되어 있어 보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었고, 조작에 대한 피드백도 다양하게 받았어요. 이러한 경험을 양분 삼아 계속 개선해나가고 있습니다.

Q. 버닝비버가 기존 행사와 다른 점이 있었다면 무엇인가요.

열정이 느껴졌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도, 개발자도, 그리고 관람객도 모두 게임에 대한 열정이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정말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만남’을 중점으로 하는 행사가 개최된 덕분에 서로 피드백과 자극을 받을 수 있었달까요. 정말 소중한 경험이었어요.

Q. 마지막으로 게이머들에게 인사 부탁합니다.

유어 블라이트를 재미있게 즐겨주신 분들, 그리고 흥미롭게 지켜봐 주시는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아직 보여 드리고 싶은 게 참 많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꾸준히 업데이트도 해나갈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출처: 인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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