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빌리가 국내 서비스할 예정인 액션 RPG, ‘에테르 게이저’가 지난 13일부터 19일까지 CBT를 진행했다. 지구의 종말을 배경으로 인류의 의식이 업로드 된 데이터 세계 속에서 벌어지는 일을 모바일 액션 MORPG로 그려낸 이 작품은 체계적인 육성과 화려한 액션을 바탕으로 중국에서 다운로드 1위, 매출 6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모바일 액션 MORPG, 특히 서브컬쳐 스타일을 취한 유형은 그간 ‘붕괴3rd’라는 강력한 경쟁작에 부딪혀 빛을 발하지 못한 사례가 많았다. 그나마 ‘퍼니싱: 그레이 레이븐’이 이에 대비되는 어둡고 칙칙한 톤으로 포스트아포칼립스의 느낌을 한층 살려낸 자신만의 독특한 카툰렌더링 그래픽 그리고 스킬볼이라는 특유의 액션 체계를 보여주면서 2인자의 자리를 굳히고 있는 추세다. 각종 서브컬쳐 게임들이 수도 없이 나오고 연명해나가는 중국 시장에서도 액션 MORPG 부문에서는 이들에 밀려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거나 중국 내에서만 소비되는 상황에서, 중국 국내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이제 해외까지 진출한 ‘에테르 게이저’가 과연 그 두 양대 산맥 사이에서 살아남을 만한 작품인지 확인해보았다.
■ 3인 태그가 아닌, 리더-보조와 연계 필살기 등으로 빚어낸 차별화된 액션
최근 들어 모바일 액션 RPG하면 자연히 태그 액션을 떠올리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작품이 모바일 조작 환경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각기 다른 캐릭터로 교체하는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교체만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특정 조건에서는 QTE를 도입, 교체기가 나가거나 혹은 특수 버프를 주는 등 요소를 가미해 조작감과 전략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그러나 에테르 게이저는 이와 달리 리더 한 명만 플레이어블로 참전하고, 나머지 두 캐릭터는 플레이어 근처에서 알아서 적과 대치하는 AI로 미션에 등장한다. 여타 액션 RPG에서 태그 액션도 플레이의 한 축인 걸 생각하면 다소 의아할지도 모르겠다. 혹은 AI가 어디서 혼자 닥돌하다가 죽을지도 몰라서 불안하지만, 의외로 AI는 잘 싸운다. 뿐만 아니라 쿨타임마다 회피하면서 흔히 말하는 불릿 타임을 만들어내니, 정말 위급할 때 가끔씩 불릿 타임으로 시간을 벌어서 미션을 아슬아슬하게 클리어하는 묘미도 있다.
그것 외에 키 구성을 보면 여타 모바일 ARPG처럼 일반 공격과 스킬, 필살기에 회피라는 익숙한 모습이 눈에 띈다. 실제로 플레이도 이론상으로는 일반 공격과 스킬을 섞어가면서 딜을 뽑아내다가, 적의 공격을 타이밍 맞게 피해서 불릿 타임을 만들고 그때 극딜을 이어가다가 필살기로 딜하는 액션 RPG의 전형적인 구성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태그 액션이 빠졌으니 어찌보면 허전할지도 모르겠다. 더군다나 붕괴3rd는 실제 가상 패드 위에 드러난 키뿐만 아니라 특수 입력까지 가미해 숨어있는 스킬을 만들고, 퍼니싱은 스킬볼 체인 시스템이라는 고유의 시스템으로 차별화를 꾀한 것이 비교될 수도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에테르 게이저의 선택은 ‘스킬’의 연계를 세심하게 다듬는 것이었다.
실제로 에테르 게이저의 스킬은 직관적으로 가상 패드만 누르면 발동하지만, 100% 효율을 내기 위해서는 스킬 효과를 읽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한정 픽업으로 등장한 진리-츠쿠요미는 3번 스킬이 그냥 발동하면 1회성으로 끝나지만, 2번 스킬과 1번 스킬을 활용해 ‘뇌극’을 부여한 적을 가격하면 최대 3회까지 연달아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3번째 공격이 제일 계수도 높고 공격 범위도 넓어서 잘 활용하면 몰려있는 적을 일망타진할 수도 있으니, 두 스킬로 뇌극을 잘 묻혀놓고 콤보를 이어가는 테크닉이 필요했다.
그외에도 그림자-쿠니노토코타치는 1번 스킬과 2번 스킬이 공격 스킬이 아닌 ‘인’으로, 동일한 스킬을 두 번 쓰거나 서로 다른 스킬을 연달아 쓴 뒤에 3번 스킬을 쓰면 ‘인술’이 발동되는 스킬 메커니즘을 보유하고 있다. 즉 전투 상황에 따라 걸맞는 스킬을 조합, 발동하는 테크닉이 필요했다. 기본으로 지급되는 ‘베르단디’도 스킬2를 발동하면 스킬1의 쿨타임이 초기화되고 분노 게이지가 차면 1, 3번 중 직전에 쓰지 않은 스킬이 강화되면서 초기화되기 때문에 1-2-3-1-3나 1-2-1-3-1 등 상황에 따라 여러 콤보가 갈렸다.
이밖에도 차징 스킬이나 표식을 쌓아두었다가 한꺼번에 터뜨려서 극딜을 넣는 등, 최근 들어서 복잡해진 모바일-PC 크로스플레이 액션 RPG의 스킬 메커니즘 구도를 초반부터 빠르게 적용해서 스킬의 효율을 짜내는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맛을 살렸다.
팀에 편성한 AI 캐릭터는 자동으로 움직이지만, 필살기 게이지가 차면 캐릭터 아이콘을 클릭, 유저가 보고 있는 적을 대상으로 혹은 유저를 대상으로 필살기를 활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캐릭터 조합에 따라 특수 필살기를 발동할 수 있는 ‘연계 필살기’로 에테르 게이저만의 화려한 연출뿐만 아니라 게임 내 시간을 일순 멈춰서 위기의 순간에 잠시나마 숨을 가다듬을 타이밍도 확보하게끔 했다. 유저 캐릭터가 어떤 캐릭터를 보느냐에 따라서 AI 캐릭터의 필살기가 어디로 발동하는지 달라지는 만큼, 콘솔 게임에 있는 록온 기능도 모바일에 맞춰서 구현한 것이 에테르 게이저의 또다른 특징이기도 하다.
록온 기능에, AI에 힐러나 서포트 계열을 둬서 체력 지원 및 딜 지원도 가능한 만큼 타 게임보다 몹들이 강해지는 타이밍이 빠른 것도 ‘에테르 게이저’의 특징이다. 공장에서 로봇들이 뜬금없이 반란을 일으킬 때만 하더라도 그저 그런 허수아비 치는 느낌이었지만, 비스베인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미첼의 집 등 여러 단체들이 등장하는 순간부터는 한 대 맞으면 체력이 뭉텅 깎여가는 것이 눈으로 확연히 보인다. 뿐만 아니라 적도 사방에서 달려드는 구도가 연출될 뿐만 아니라 보스도 순간이동으로 뒤나 옆에서 치는 게 일상적인 터라 자칫 방심하면 통수 맞기 쉽다.
심지어 몇몇 보스들은 맵을 빠르게 질주하면서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구도도 있는 만큼, 반격 타이밍을 제대로 잡고 스킬 콤보를 그때 바로 우겨넣어서 극딜을 하는 테크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까다롭다. 그래도 슈퍼 아머를 깨면 적을 무력화하는 ‘모디파이드’ 모드가 있으니, 어떻게든 극딜을 쌓아서 모디파이드로 전환한 뒤 또 스킬 콤보를 우겨넣으면서 극딜 또 극딜로 빠르게 적을 제압하는 묘미가 에테르 게이저의 맛이라고 하겠다.
■ 직관적인 성장 구조, 무의미한 뺑뺑이를 줄이기 위한 보완장치까지
에테르 게이저 또한 ‘모바일’ 액션 ‘RPG’인 만큼, 처음에는 특색 있는 게임플레이에 집중하다가 나중에는 ‘성장’에 초점이 쏠리게 된다. 스테이지 클리어 자체는 시간이 넉넉하게 주어지는 만큼, 극한의 컨트롤로 깰 수는 있지만 3성 클리어까지는 어렵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흔히 말하는 숙제들이 하나둘씩 해금되는 만큼, 그걸 빨리 깨기 위해서라도 스탯을 올릴 필요성이 느껴진다. 또 스탯을 올려야 액션 RPG 특유의 한 방에 잡몹 정도는 몰살시키는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으니, 이 부분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
에테르 게이저의 성장 구조는 최근의 서브컬쳐 수집형 모바일 RPG를 해본 유저라면 크게 낯설지 않다. 스토리를 클리어하다가 레벨이 막히면 재료 던전을 돌아서 성장 재료를 모으고, 레벨 한계에 도달하면 돌파 재료를 모아서 돌파하는 구성이기 때문이다. 캐릭터 레벨업과 무기 레벨업은 기본이고, 여타 액션 RPG와 달리 무기는 고정되어있지만 대신 무기에 장착해서 특수 효과를 부여하는 ‘펑터’, 3개씩 세트 효과를 갖고 있고 총 여섯 부위를 장착할 수 있는 ‘각인’, 스킬 레벨업, 그리고 일종의 스탯 보드 같은 신격까지 총 6가지를 신경을 써야 한다.
성장에 신경을 쓸 부분이 많은 만큼, 재료 수급을 언제 어떻게 다 할지 고민일 수 있다. 특히나 보통 수집형 게임은 유저들의 플레이를 늦추기 위해서 재료 던전을 요일식으로 배치한 경우가 많으니, 이를 생각하면 더더욱 막막할지 모르겠다. 여기서는 그런 고민을 덜고자 모든 재료 던전을 요일 던전이 아닌 상시 개방으로 설정하고 티켓이 아닌 행동력으로 진입하게 해서 언제든지 자신의 상황에 맞춰 성장 재화 파밍 루틴을 짤 수 있게끔 했다.
성장 재화뿐만 아니라 ‘장비’ 파밍도 같이 있는 게임인 만큼, 상황에 맞춰서 루틴을 짜더라도 확률의 덫에 빠질 가능성 때문에 손을 선뜻 대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어느 정도 성장이 끝나고 나면, 고인물들은 쓸만한 옵션을 극한으로 깎기 위해서 파밍을 반복하지 않던가. 그 고난을 습관적으로 인내하는 유저라면 몰라도, 라이트 유저들은 기약 없는 반복 파밍이 계속되면 지쳐서 떨어져나가기 일쑤다. 에테르 게이저식으로 말하자면, 뽑기 확률에 좌절하는 것 외에도 5성의 쓸만한 각인을 뽑기 위해서 각인 던전을 뺑뺑 돌다가 지친다는 의미겠다.
에테르 게이저는 이런 점에서 라이트 유저들이 이탈하는 패턴에 대해서 상당히 고심한 흔적이 엿보였다. 우선 5성 각인은 10회 내에서 무조건 획득이 가능하고, 원하는 종류의 각인을 자신이 선택해서 던전에 입장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분노 딜러용 각인인 칼리돈의 분노를 파밍하고 싶으면 선택창에서 칼리돈의 분노를 선택한 뒤에 던전을 입장하면 경험치용 각인 외에는 100% 칼리돈의 분노 각인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10회 내에 무조건 5성 각인을 얻을 수 있으며, 그 안에서 5성을 또 획득할 수 있어 각인 파밍 난이도를 낮췄다.
물론 부위가 중복해서 나오는 경우도 있으니, 획득 확률이 높아졌다고 해서 그 과제가 완전히 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5성을 갈아서 나온 재료로 교환상점에서 원하는 부위의 5성 각인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에 파밍이 완전히 헛수고로 끝나지는 않았다.
각인을 레벨업하면서 추가로 특수 효과를 부여할 수 있는 ‘인챈트’도 개방되는데, 이 또한 랜덤으로 특수 효과가 개방되긴 한다. 여기도 그로 인해서 상실감을 느끼지 않게끔 보완책을 마련해둔 것이 눈에 띈다. 인챈트는 최대 6회까지 한꺼번에 할 수 있으며, 그 중 원하는 것이 옵션을 선택해서 적용할 수 있다. 나머지 5개 옵션은 예비로 내버려두거나, 혹은 필요없으면 버린 뒤 다시 인챈트를 해서 다른 옵션을 획득하면 된다. 그렇게 해서 자신이 원하는 옵션이 궁극적으로 안 나오더라도 대안은 마련해둔 상태에서 플레이를 쭉 이어갈 수 있도록 하고, 때로는 콘텐츠나 조합에 따라 다른 옵션을 장착해서 플레이할 수 있게끔 배려했다.
장비 중 ‘펑터’만은 뽑기에서 나오고, 5성 펑터는 별도 펑터 탐측에서만 나오는 만큼 어느 정도 플레이하고 나면 과금 부담에 대해서 생각할 수밖에 없긴 하다. 라이트하게 해도 다 깰 수 있다고는 하지만, 결국 성장 요소가 있는 게임에서는 최종 장비를 맞추는데 드는 수고와 노력 그리고 비용을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에테르 게이저는 중국 게임에서 으레 채택하고 있는 반천장-천장 시스템에 추가로 완화하는 요소를 가미했다. 펑터 탐측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가 속해있는 신계를 설정하면 4, 5성 펑터는 그 신계에 속한 펑터만 출현한다. 뿐만 아니라 5성 펑터는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의 펑터로 교환할 수 있는 교환권이 나오는 방식인 만큼, 5성 펑터가 나오면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의 펑터를 확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셈이다.
■ 로그라이크부터 탐사까지, 동일 반복을 탈피하고자 다양하게 채워넣은 콘텐츠
에테르 게이저가 성장 과정을 100% 완벽하게 압축한 건 아니지만, 어쨌거나 확정적으로 무언가를 얻기 쉽게 짜둔 만큼 어지간하면 스펙을 맞추기 쉽긴 하다. 그렇다면 이후에 무얼 해야 할까 하는 과제가 남는다. 스테이지가 가면 갈수록 어려워지기도 하고 하드 모드도 남아있지만, 일회성인 만큼 액션의 손맛을 꾸준히 즐기고자 하는 유저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는다.
이런 유저를 만족시키기 위한 콘텐츠라면 흔히 무한의 탑류가 떠오르곤 하고, 그런 콘텐츠는 에테르 게이저에도 ‘윤회의 시간’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한다. 그것만으로는 액션을 느끼고 싶은 유저의 니즈를 풀 수 없는 만큼, 단순히 고난도의 적을 상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로그라이크를 가미한 여러 도전 콘텐츠도 선보였다.
각 스테이지마다 버프나 특수 조건이 붙어있는 고난도 도전 과제 ‘블랙홀 정화’와 스토리에서 만난 강적들이 더 강력하게 등장하는 ‘꿈의 재구성’, 매판마다 랜덤한 선택지를 고르면서 적과 싸우면서 층을 하나하나씩 클리어하고 최종적으로 4층 맨끝에 있는 보스까지 물리쳐야 하는 다차원 변수 등등. 콘텐츠 하나하나는 각 장르의 문법에 충실하게 구성이 되어있었다. 블랙존 정화는 하드 스테이지, 꿈의 재구성은 보스 러시, 다차원 변수는 로그라이크 덱빌딩식 플레이, 인과적 관측은 인카운터식 전투로 풀어낸 필드 탐사로 보면 되기 때문이다.
그 하나하나 봐서는 특별할 건 없어보이지만, 무난하다는 말은 다르게 이야기하자면 크게 흠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콘텐츠를 클리어하면서 얻은 재화로 교환상점에서 성장 재료 및 장비와 교환도 할 수 있으니 성장과도 밀접한 연관도 있고, 다차원 변수 같은 경우에는 자신이 획득하지 못했던 캐릭터를 리더로 픽해서 각인까지 랜덤으로 등장하는 것으로나마 선택해봐서 어떤 조합이 좋은지 실험해볼 수 있는 장이기도 했다.
다만 4층의 최종 단계까지 가려면 각 층마다 10개 이하의 스테이지를 뚫고 지나가야 하는데, 시간이 꽤 걸리는 만큼 주간 콘텐츠라고 해도 한 번에 하기엔 부담스러웠다. 중간에 세이브하는 기능은 있으니, 중간에 나왔다가 여유 있을 때 플레이하면 되긴 하다.
그래도 랜덤한 콘텐츠에 랭크까지 걸려있는 터라 경쟁에 민감한 유저라면 신경이 안 쓰일 수는 없다. 다행히 랭크 보상은 없고, 달성 포인트에 따른 포인트 보상과 클리어 이후에 난이도에 따라서만 다차원 변수 정도만 차등지급되는 정도이니 라이트 유저들이 흔히 말하는 ‘자기와의 싸움’ 구도로 무난히 넘어갈 수도 있었다.
■ 양대 산맥에 도전장을 내민 ‘에테르 게이저’, 현지화와 운영이 관건
이론으로만 보자면 ‘에테르 게이저’는 붕괴3rd, 퍼니싱 그레이 레이븐이 꽉 잡고 있는 서브컬쳐 액션 RPG계에 쟁쟁한 도전자로 자리잡기엔 충분하다. 카툰렌더링 그래픽 퀄리티도 괜찮고 액션의 메커니즘도 잘 짜여진 데다가, 후발주자로서 선발주자들이 미처 다듬지 못한 성장 및 파밍 루틴의 문제를 보완하는 시스템까지 들고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론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 세상만사 아니던가. 특히나 서브컬쳐 게임계는 게임 퀄리티가 좋으면 다 잘 된다는 그 이론이 100%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그 게임을 플레이하는 주류 게이머층의 감성과 몰입감을 끌어낼 수 있는 무언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잘 나가는 구도를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에테르 게이저의 현 상황은 다소 미묘하다. 그래픽 퀄리티도 준수하고 캐릭터의 디자인도 택티컬과 캐주얼이 잘 섞여서 어느 층에도 무난히 어필할 수 있긴 하지만, 그 캐릭터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구심점이 다소 모자라다.
우선 세계관부터가 직관적이지 않다. 구세계가 멸망 위기에 처해서 ‘가이아’라는 세계로 이주한 것까지는 알겠지만, 처음부터 고유명사들이 쏟아지고 절박한 상황이 직접 와닿게 묘사되지 않아서 전달력이 다소 떨어지는 느낌이랄까.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뇌지컬에다가 두뇌회로 그리고 희망회로나 각종 아카이브까지 풀로 가동하면서 살을 알아서 붙이면서 설정놀음하던 그 옛날 90년대말 2000년대 초의 서브컬쳐 느낌이다. 거기에 그 당시 서브컬쳐 특유의, 세기말 그리고 불안정한 세기초에 이대로 가면 끝날지도 모른다는 급의 절박함이 확연히 느껴지는 연출이 아니라서 뭔가 이도저도 아닌 맛이라고 해야 하나.
그나마도 이를 좀 더 몰입감 있게 하기 위해서 더빙을 넣었지만, 사사나미 지역으로 가면서부터는 더빙도 없어서 그 장점은 퇴색된다. 스토리도 비스베인의 침공에서 갑자기 신화 요소를 차용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부연 설명은 떨어지니, 흔히 보던 서브컬쳐 게임에서 신화풀이하는 그런 느낌이 난다고 해야 하나. 그마저도 새로운 느낌은 아니다. 모디파이어들 이름 자체가 여러 신화나 전설의 존재들의 이름을 따왔으니, 이미 수집형 모바일 게임에 다져진 유저들이라면 새삼 놀랄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각 캐릭터별 스토리를 보기 위한 호감도 스토리도 아직 완벽히 갖춰지지 않아서 캐릭터에 몰입하기도 아직은 쉽지 않다.
이런 약점을 게임 내에서 보완하기 위해서 도감이나 업적 달성을 통해 사건 파일을 볼 수 있게 하는 등, 이해를 돕기 위한 다양한 수단이 마련되어있긴 하다. 그러나 ‘글’로 따로 찾아서 읽는 것과 게임플레이에서 직접 체감하는 다소 다르지 않나. 거기다가 어지간하면 퍼블리셔의 신뢰도에 대한 이야기는 잘 하지 않지만, ‘헬적화’라는 미스를 여러 번 저지른 빌리빌리인 만큼 이를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
빌리빌리에서도 이를 인지한 듯 CBT 개시 이후 운영팀의 편지를 통해 중국 버전과 아이템 수급량에 이벤트 확률, 난이도 등 동일하게 적용할 뿐만 아니라 한정 캐릭터 일부를 정밀 확장 탐측에서 상시로 볼 수 있도록 개선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게임 내에서 설명이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 라운지 및 트위터에서 추가로 자료를 노출하고 한국어 더빙 추가 및 OST 제작도 발표하는 등, 에테르 게이저 한국 서비스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과연 정식 서비스에서 이러한 청사진이 적용될지는 아직 확신하기는 어렵지만, 게임 퀄리티만으로 봤을 때 ‘에테르 게이저’는 액션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은 찍먹해볼 만한 가치는 있다. 서브컬쳐 특유의 색채가 농후하지는 않다만 반대로 말하자면 이는 서브컬쳐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도 쉽게 적응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그리고 게임 루틴 및 액션 체계만큼은 경쟁작 못지 않고, 일부분에서는 더 편하고 잘 짜인 구석도 있기 때문에 한 번 맛보면 여러 가지 생각해볼 여지가 충분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출처: 인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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