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아이템 비즈니스 모델을 규제하기 위해서는 현재 국회에 제출된 개정안보다 정교한 법이 필요하단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 개정안은 게임사가 빠져나갈 구멍이 많단 우려다. 일각에선 자율규제를 유지하는 게 더 낫단 주장도 나왔다. 이미 게임사의 기만적 행위를 소비자보호법,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등으로 제재할 수 있어서다.
26일 한국게임정책학회(학회장 이재홍)가 숭실대학교에서 ‘게임법 개정안과 이용자보호’를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재홍 학회장은 “확률형 아이템 법제화가 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법 통과 이후 게임사와 이용자에게 제대로 된 효과를 발휘할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라고 토론회 취지를 소개했다.
토론회에 선지원 교수(광운대학교 법학부), 이정엽 교수(순천향대학교), 서종희 교수(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조문석 교수(한성대학교 행정학과)가 참석했다.
선지원 교수는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확률형 아이템 법제화의 문제점을 짚었다. 그는 ‘확률형 아이템’ 개념이 불분명하다며 “개정안이 제시하는 아이템의 범위가 명백하지 않아,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법적으로 ‘확률형 아이템’ 상위 개념은 ‘아이템’으로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아이템은 게임 내 캐릭터가 소유하는 게임상 도구를 의미한다. 좁은 의미의 아이템을 획득하는 ‘확률형 아이템’도 있지만, 유상으로 확률을 통해 캐릭터를 강화하거나 캐릭터 자체를 획득하는 등의 ‘확률형 콘텐츠’도 있다. 선 교수는 “지나치게 좁게 해석할 가능성과 지나치게 넓게 해석할 가능성 모두가 존재한다”라고 우려했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확률형 아이템 법제화는 광고물에 내용을 표기하도록 한다. 이에 선 교수는 “확률 공개 필요성은 있지만, 모든 광고물에 표기하도록 하는 것은 과도한 제한이다”라며 과잉금지 원칙을 들었다. 이어 “게임물 등급은 게임 시작 시 초기 화면에 표시하고 있음을 미루어 볼 때,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 역시 실질적으로는 게임 시작과 동시에 공개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선 교수는 현행 자율규제가 법제화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용자 보호라는 측면에서도 모든 광고나 게임물의 처음 부분에 확률을 공개하는 것보다, 실제 이용자가 구매하는 행위를 할 때 확률을 공개하게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게임은 방송과 달리 공적인 장이라고 보기 어렵기에, 콘텐츠 제공자 자유 역시 넓게 보장되어야 한다고 선 교수는 강조했다. 게임은 콘텐츠 제작자 창의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사회경제적으로 더 이익이란 주장이다. 그는 “헌법상 영업의 자유라는 가치를 제한해야 할 정도로 현재 게임 콘텐츠가 야기하고 있는 역기능과 이용자 피해가 중대한 것인지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라며 “이상헌 의원이 문제 삼는 확률형 아이템 공개 사안은 기존 자율규제 체계 안에서 충분히 해소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선 교수는 “규제를 하는 목적은 국민의 후생(사람들의 생활을 넉넉하고 윤택하게 하는 일)을 증대시키기 위한 것이다”라며 “규제 효과가 의문인 상황에서 규제로 인해 달성하고자 하는 편익보다 규제로 인해 침해되는 기업 자율성 등의 가치가 크다면, 해당 규제는 반드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불명확성 자체가 게임 콘텐츠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라며 “기업에게 불필요한 과도한 의무를 부과할 경우 기업의 창의적인 활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용자의 이익 역시 약화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정엽 교수는 확률형 아이템 법제화에 △미성년자를 확률형 아이템으로 보호할 수 있는가? △게임 내 과도한 현금 결제를 막을 수 있는가? △잠수함 패치 등 게임사 확률 조작 행위를 근본적으로 근절할 수 있는가? △함수에 의한 유동적 확률 변동행위를 근절할 수 있는가?라 물으며 모두 “NO(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사행성’ 문제를 짚었다. 등급분류 기준에서 사행성은 ‘사행성 게임의 모사 여부’나 사행심 유발 정도로 규정된다. 이 교수는 “확률형 아이템은 ‘사행심을 유발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된다”라고 주장했다. 현행법에서 사행행위는 재산상 이익이나 손실을 주는 행위를 뜻한다. 사행행위로 간주된 게임은 등급분류 자체가 안 된다. 현재 확률형 아이템은 재산상의 손익을 주지 않는다. 뽑기 결과물도 게임사가 유저에게 이용권을 주는 것이지, 아이템 소유권을 넘기는 게 아니어서다. 이 때문에 확률형 아이템 등과 같이 ‘사행심을 유발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사행성이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는 게 이 교수 설명이다.
또한 게임사는 확률형 아이템 법제화가 이루어질 경우, 이를 무력화시킬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이용자의 근본적인 보호를 원한다면 사특법(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특례법)과 게임산업법의 동시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라고 제언했다.
서종희 교수는 “이상헌안은 자율규제를 지향한다고 하는데, 현재 게임사가 자발적인 자율규제를 통해 소비자를 보호하려는 노력을 시도하고 있는 영역이 확률형 아이템이다”라며 “개정안이 자율규제를 지향한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가장 이상적이고 실효성 있는 자율규제를 법적규제의 대표적인 영역으로 포섭시키는 것은 ‘앞문 열고 뒷문 닫는’ 식의 이율배반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라고 의견을 냈다.
이어 “게임사에 확률형 아이템 종류, 공급확률 등을 공개하라고 강제하는 것은 영업의 자유, 재산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최소한 수단의 적절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지 못하여 위헌적 요소가 있고, 정책적으로도 달성할 수 있는 공익이 미약하거나 불분명하므로, 이는 과도한 규제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조문석 교수는 규제를 통해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공개하더라도, 이용자가 합리적으로 구매할 것이라 기대할 수는 없다고 내다봤다. 이용자는 아이템을 통해 게임 내 능력 향상 수준을 중요한 구매 기준으로 삼고, 10% 확률도 이용자에 따라 높은 확률, 낮은 확률 등 다르게 해석하며, 오히려 확률정보가 더 많은 게임 지출을 유도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실제 이용자의 구매 행위는 비용, 확률, 능력치, 게임에 대한 몰입도 등 다양한 판단 기준이 작용한다. 이에 확률 정보를 공개를 강제하더라도 이용자가 합리적인 아이템 소비를 할 것이란 보장이 없다는 게 조문석 교수 주장이다.
조문석 교수는 “강제적 규제는 ‘보편성’ 원칙에 따라 일률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크며, 게임 이용자의 합리적 판단과 소비를 보장하지 않는다”라며 “제재되어야할 게임사의 기만적 행위는 현행 소비자보호법,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등으로 규율되고 있으므로 강제적 규제보다는 현재 자율규제 실효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출처: 인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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