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년월일 여섯 자리가 8로 시작하는, 누구는 MZ 세대라는 말도 안 되는 나이로 젊음을 엮어보려 시도하기도 합니다만, 분명히 아저씨가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스폰지밥이라는 이름이 주는 울림은 여전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20년도 전에 본 그때의 이야기가 지금 봐도 꽤 매력적이라는 뻔한 이야기를 빼더라도 수많은 밈과 기괴한 인물들의 귀엽고 괴상한 이야기, 스폰지밥의 웃음소리는 절대 잊히지 않으니까요.
‘스펀지밥 네모바지: 코스믹 셰이크’라는 번역 느낌 그대로 드러나는 제목으로 출시되긴 했지만, 게임은 이렇게 ‘네모바지 스폰지밥’이라는 이름을 빌려 추억, 혹은 감정을 자극하는 IP 타이틀입니다. 그래서 흔한 IP 게임들이 범하는 오류를 그대로 반복하기도 하고 비교적 어린아이들을 위한 게임이라는 느낌을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도 함께 보여주고 있죠. 그래도 만화를 향한 늙은이의 감성을 스폰지에 물 빼듯 마구 쥐어짜는 부분은 여전합니다. 그 충실함이 이 작품을 플레이하고, 또 엔딩까지 보게 만드는 원동력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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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고 뻔한 플랫포머
‘스펀지밥 네모바지: 코스믹 셰이크(코스믹 셰이크)’의 기본은 3D 세상에서 뛰고 점프하는 플랫포머 게임입니다. 등장하는 인물들과의 대화, 의상 해금 정도에 쓰이는 금화 수집 등은 비교적 개방된 필드 안에서 어드벤처 요소를 몇 방울 떨어트리고 섞은 듯한 정도죠.
하지만 어디까지나 게임의 핵심 목표로 향해가는 과정은 선형적인 편입니다. 단순히 사이드 스크롤 플랫포머처럼 ‘앞으로 전진’ 외에는 어디라도 가지 못하는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주어진 메인 임무에 따라 정해진 이야기만을 따라 스테이지 깨듯 진행해나갑니다.
2023년의 기준으로 따지면 기본적으로는 색다를 게 없는 액션인 셈입니다. 넓은 오픈 필드를 구현하기 어려웠던 PS1, PS2 시절에도 충분히 경험한 3D 플랫포머고 기본적인 틀 만큼은 거기서 많이 신선해졌다 말할 부분이 딱히 많지 않습니다. 사실상 코스믹 셰이크의 개발사 퍼플 램프가 리마스터한 ‘네모바지 스폰지밥: 비키니 시티의 전쟁’의 후속작이라는 느낌이 강한 형태입니다. 실제로 여러 방울을 모으거나 4개의 스폰지밥 팬티로 대신한 체력, 점프와 엉덩방아 찍으며 나아가는 전투, 적당히 광원 효과 받은 3D 그래픽까지 비키니 시티의 전쟁과 비슷하니까요.
여기서 생각해볼 건 리메이크 전 비키니 시티의 전쟁의 원작이 2003년. 그러니까 PS2, 오리지널 Xbox 시기에 나왔던 게임이라는 겁니다. 아무리 리마스터로 나은 그래픽과 연출을 선보였다 한들, 기본적인 틀은 2003년의 것이라는 의미죠. 물론 비키니 시티의 전쟁이 스폰지밥 타이틀 중에서는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타이틀이었고, 또 리마스터 버전인 리하이드레이티드 역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그 플레이 근간이 20년 넘게 이어진 작법의 재탕국밥이라는 건 바뀌지 않는 사실입니다.
어른이가 보면서 마음껏 웃어도 되는 타이틀이 스폰지밥이라는 걸 생각하면 지나치게 낮은 난이도 역시 아쉬운 부분으로 꼽을 만합니다. 간단한 2단 점프, 완전 사망 없는 넉넉한 체력 회복과 부활, 단순한 공격 패턴 등 심하게는 지루하다 싶을 정도의 액션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저연령을 타깃으로 제작된 게임이기에 복잡한 콘텐츠의 심도, 조작 액션의 번거로움을 덜어내고자 했다는 추측 정도는 가능합니다. 다만, 여전히 성인 팬 역시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만 파고들 요소라든가 난이도 설정 정도만이라도 담았으면 단조로운 플레이를 조금은 덜 아쉽게 느낄 수 있었을 겁니다.
낡고 뻔한 플랫포머에 재미를 더한 스폰지밥
여러 액션이 공격, 점프로 수렴되는 플랫포머 자체에는 변화가 없기에 게임은 단조로운 형태로 플레이어를 맞습니다. 위에 언급한 내용 역시 플레이 초반 플레이어가 게임에 충분히 빠져들지 못하게 방해하는 요소들이죠.
대신 이러한 요소들이 스폰지밥이 가진 여러 코스튬, 그리고 거기에서 확장된 이야기와 새로운 액션 추가로 이어지며 재미를 서서히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초반 구간은 피자 박스를 들고 활강하거나 비눗방울을 날리는 정도를 제외하면 달리기 없이 이동 자체가 느릿느릿한 게임이죠. 하지만 적을 향해 태권도(원작에서는 가라테) 발차기로 붕 날아가기도 하고 낚싯바늘을 걸어 로프를 타고 특정 구간을 이동하는 등 심심하고 서툰 액션을 조금씩 채워나갑니다.
물론 클리어한 지역을 다시 찾아 발견 못 한 수집품을 찾는 정도로 게임적 충실함을 가득 채울 수는 없겠지만, 액션으로 게임에 속도감과 액션감 만큼은 채워갈 수 있도록 접근했죠. 일단 게임 자체의 분량이 예닐곱 시간, 넉넉하게 잡아도 10시간이 채 되지 않으니 생각보다 게임에 탄력이 붙는 타이밍도 빠르게 찾아오기도 하고요.
대신 액션 요소가 다양해지면서 일부 구간에서는 이를 적당히 활용할 수 있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어 점프와 액션을 매끄럽게 다루지 못하면 계속 떨어지고 오르기를 반복하는 곳이 등장합니다. 게임 오버가 없는 류의 게임이지만, 체력이 다하거나 실패 상황을 맞이하면 최근 체크포인트로 이동하는데 일부 구간에서는 이 체크포인트가 꽤 멀기도 하고요.
그렇다고 전체적인 난이도가 높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지만, 마냥 실패 없이 진행하지도 못합니다. 들쑥날쑥한 난이도에 부모님 손을 빌릴 아이들이 있을지도 모르고요.
어쨌든 초반의 지루함이 지나치게 큰 벽이긴 하지만 충분히 그 구간을 견딜 요소 역시 스폰지밥과 친구들입니다. 니켈로디언이 보여주는 아동 취향 만담에 평범함과는 담을 쌓은 인물들이라 간혹 터지는 정신 아득해지는 유머 포인트도 남아있죠.
추가되는 액션과 함께 이곳저곳 흩어진 등장인물들을 찾으러 떠나는 이야기 역시 팬들에게는 새롭게 다가올 법합니다. 코스튬이나 인물의 구성 자체는 이미 스폰지밥 에피소드를 꼼꼼히 챙겨본 이들이라면 다 아는 캐릭터구먼 싶을 정도로 익숙한 장소를 다룹니다.
비키니 시티의 다양한 모습과 함께 해파리 동산 같은 레귤러 장소부터 영화 속에 등장했던 지역들, 기이한 괴물들의 등장으로 공포감을 심었던 메롱시티 등 특별한 장소도 게임의 다양한 배경 중 하나가 되죠. 여기에 태-권-도 복장부터 인어맨을 코스프레한 인어밥, 스폰지밥의 조상으로 등장한 쥐라기 원시인밥 등이 다양한 코스튬으로 등장해 팬들의 기억을 하나하나 되살립니다.
여러 차원을 오가며 흩어진 친구들을 찾고 비키니 시티를 다시 살린다는 주제에 맞게 인물 자체는 동일하지만, 그 설정에 어울리는 대체 인물들을 만나는 새로움도 있습니다. 서부 해파리 동산에 다람이가 보안관이 되고 깐깐한 징징이는 영화 감독이 되는 식이죠.
이렇게 적당한 변형이 이루어지다보니 스폰지밥과 뚱이 외에는 여러 인물이 커다란 캐릭터성만을 유지한 채 다른 인물을 연기하고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이게 익숙한 인물들과 매번 일어나는 독특한 일상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각각의 특징은 그대로 유지한 채 이루어지는 변형에 가까워 낯섦보다 특별 에피소드를 보는 느낌이 더 강하고요.
어쨌든 차원을 넘나드는 이야기, 다양한 인물상과 짤막한 캐릭터 변화, 이어지는 액션 추가 등으로 초반의 지루함을 넘길 힘 정도는 시간이 갈수록 더해집니다.
낡고 뻔한 플랫포머에 재미를 더한 스폰지밥인데 누구세요?
오래전부터 스폰지밥을 품었던 어른이도, 오늘까지도 방영되는 최근 시즌을 지켜보는 아이들도 스폰지밥이라는 캐릭터 자체는 익숙하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 속 스폰지밥은 영 낯설게 느껴질 수밖에 없죠. 그도 그럴게 우리에게 익숙한, 온갖 개방정을 부리는 특유의 말투와 목소리가 우리말이 아닌 다른 언어들로 들리기 때문입니다.
자막과 기타 메뉴 등은 모두 완벽하게 공식 한국어를 지원하지만, 음성 지원에는 한국어가 빠졌습니다.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힌디어, 인도네이사어, 일본어, 폴란드어, 포르투갈어 등이 포함되며 ‘우리말과는 어떻게 다를까’라는 궁금증은 해결해볼 수 있지만, 사실 그걸 원하는 게 아니니까요.
새로운 IP, 혹은 새로운 인물을 다루는 시리즈 작품이야 한국어 음성 미지원 아쉬움이 덜하지만, 이미 한국어 하는 스폰지밥과 뚱이가 훨씬 익숙한 우리에게 한국어 음성이 빠진 아쉬움은 더 클 법합니다. 사실 수익성 문제, 로컬라이징 과정에서의 프로세스와 어려움에 대규모 게임이 아닌 IP 게임의 경우 이러한 음성 미지원이 어느 정도 이해되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하지만 비슷하게 한국어 음성 버전으로 큰 사랑을 받는 짱구는 못말려의 게임, ‘짱구는 못말려! 나와 박사의 여름방학 ~끝나지 않는 7일간의 여행~’이 원작 애니메이션 성우들의 목소리 연기가 그대로 담겼던 걸 생각하면 더 아쉬울 수밖에 없죠.
대신 애니메이션의 우리말 버전 자체 더빙이 톤과 연기, 모두 영어 성우들과 이질감 적게 매력적으로 그려낸 만큼, 영어 음성에 익숙해지는 게 그다지 어렵지는 않습니다. 또 캐릭터성이라는 기본은 잘 살렸고 3D 연출에 광원이나 이펙트 효과 역시 만화적인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덜 사실적인 형태 안에서 조합하려 노력한 티가 납니다.
쭉 나열한 단점에서 보듯 코스믹 셰이크에서의 아쉬운 점은 대체로 게임을 접하는 모든 이가 비슷하게 느낄 점입니다. 반대로 그 단점을 덮어야 할 장점은 네모바지 스폰지밥이라는 캐릭터성과 이야기, 그리고 그걸 기대하는 팬들의 감성에 기대고 있죠. 대부분의 IP 게임이 그렇듯 이 부분에서 매력을 느끼지 못하면 추천하기 어려운 타이틀입니다.
비록 높은 점수를 줄 수는 없지만, 그래도 당신의 품속에 스폰지밥이 꺄하하핳하하핳 웃고 있다면 레트로 감성과 함께 그 아이를 꺼내볼 수 있을 정도의 타이틀임에는 분명합니다.
출처: 인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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