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액션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은 ‘데드 스페이스’. 3편으로 시리즈의 완결을 고했던 그 ‘데드 스페이스’가 15년 만에 리메이크되어 돌아왔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리메이크 소식에 걱정도 들었습니다. 리메이크라고 한다면 원작의 IP, 설정을 근간으로 새롭게 재구축하는 걸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바이오하자드의 리메이크처럼 호평받은 사례도 더러 있었지만, 원작 훼손이라면서 혹평받은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더욱이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의 경우 호러와 액션 사이에서 중심을 잃은 결과 혹평이 이어졌고 끝내 시리즈의 맥이 끊기게 됐기에 기대만큼이나 우려도 됐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돌아온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는 원작의 감성을 거의 그대로 유지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15년의 세월이 무색하게도 여전한 공포를 안겨줬죠. 그렇다고 그저 그래픽만 좋아진 ‘데드 스페이스’라는 건 아닙니다. 비주얼이 향상된 건 물론이고 심지어는 공포를 주기 위해 강제됐던 답답한 조작감, 액션 전반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새롭게 뜯어고친 모습입니다. 더없이 훌륭한 리메이크의 표본이라고 할만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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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일보한 비주얼, 한층 개선된 조작감&액션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는 리메이크인 동시에 리부트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리즈의 재구축, 그 시작을 알리는 기념비적인 타이틀인 셈이죠. 리부트의 근간인 만큼,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에 거는 기대 역시 클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이전 시리즈가 호러와 액션 사이에서 중심을 잃었던 만큼,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는 그 기준을 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쉬운 건 아닙니다.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는 완전한 호러 게임도 아니고 호러와 액션의 밸런스가 절묘한 호러 액션 장르이기 때문이죠.
다행스럽게도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는 호러와 액션의 완벽한 균형잡기에 성공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잠깐 원작인 ‘데드 스페이스’의 얘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데드 스페이스’만이 아닌 이제는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호러 액션 게임들 전반에 걸친 얘기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고전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도 그러했지만, 호러 액션 장르들을 보면 대부분 조작감이 투박한 편입니다. 날것 그대로 표현하자면 부자연스럽고 답답한 조작감을 자랑했죠. 사실 이는 장르의 특성에 기인한 면이 있습니다. 느릿한 움직임은 답답함을 유발하고 네크로모프가 코앞까지 다가온 상황에서 마음처럼 되지 않는 조준은 공포를 더해줍니다.
사방에서 다가오고 때로는 환풍구를 타고 등 뒤에서 튀어나오는 네크로모프의 모습에 안 그래도 당황스러운데 조준마저 쉽지 않으니 두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답답함은 그 자체로 공포를 더해주는 요소로써 작용하지만, 게이머 입장에서는 때때로 불합리하다고 여겨지기도 합니다.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 역시 그러한 게이머들의 불만을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원작을 최대한 반영하면서도 그저 답습하기만 하는 게 아닌 개선할 건 개선했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액션 게임의 그것처럼 호쾌해졌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답답했던 부분을 개선한 정도에 불과합니다. 묵직했던 조작감이 한층 가볍고 부드러워졌다고 해도 좋을 겁니다.
어찌 보면 가벼운 변화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로 인한 만족감은 큰 편이었죠. 개선된 조작감은 1:1인 상황에서는 쾌적한 전투를 보장합니다. 어떨 때는 적을 농락할 수도 있을 정도죠.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1:1 정도에나 가능합니다. 그리고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는 그런 상황을 애초에 자주 주지도 않죠. 좁은 공간에서 다수의 적과 싸울뿐더러 갑작스럽게 환풍구를 타고 등 뒤에서 기습하는 경우도 있는 만큼, 개선된 액션으로 인해 공포가 줄어들거나 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게임에 더욱 몰입하도록 도와주기도 합니다. 원작에서는 답답한 조작감으로 인해 급사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는데 이럴 경우 스트레스를 받고 몰입을 해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에서는 그러한 답답함을 걷어냈기에 오롯이 게임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단순히 조준하기 쉬워졌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원래부터 있었던, 그러나 잘 쓰이지 않았던 요소들의 사용처 역시 늘어나게 됐죠. 키네시스 모듈이 대표적입니다. 물체를 들어 올리는 데에 쓰이는 키네시스 모듈은 들어 올린 물체를 던져서 전투에도 쓸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원작에서 잘 쓰진 않았었습니다. 안 그래도 답답한데 조준하랴 키네시스 쓰랴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죠. 사실상 퍼즐을 푸는 데에만 썼었죠.
하지만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에서는 조작감이 한층 개선된 덕분인지 저도 모르게 키네시스 모듈을 쓰곤 했습니다. 비록 여전히 기본 무기로 싸우는 경우가 더 많긴 했지만, 주변에 널린 다양한 물건들을 활용해서 더욱 적극적으로, 그리고 다채롭게 전투를 펼치곤 했죠. 전작과 비교하자면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할 정도로 이용도가 늘어난 셈입니다. 이 역시 조작감이 개선된 덕분으로 풀이됩니다.
무중력 상태에서의 조작감 역시 많이 개선됐습니다. 답답하기 그지없었던 원작과 달리 쾌적한 조작감을 보장해서 360도 자유롭게 누빌 수 있게 됐죠. 어찌나 좋아졌는지 무중력 파트가 좀 더 있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래픽이 좋아진 건 말할 것도 없습니다. 역시 프로스트바이트 엔진이라고 해야 할까요. 캐릭터 모델링이나 애니메이션 전반에 걸쳐서 원작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발전을 이뤘습니다. 물론 압도적인 퀄리티를 보여주는 건 아닙니다. 최근 출시한 대작 게임 및 출시를 앞둔 게임들과 비교하면 전체적인 퀄리티는 다소 낮은 편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다른 게임과 비교했을 경우에 한합니다. 2023년에 출시한 대작 게임 중 하나로서 본다면 준수한 퀄리티를 보장하죠.
최근 대작 게임들이 최적화로 홍역을 앓았던 데에 반해 이렇다 할 최적화 문제가 없다는 점 역시 높게 평가할만합니다. 2600X, 16기가 램, RTX 2060 6기가 환경에서 DLSS 품질 모드, 높음 옵션으로 했을 때 쾌적한 플레이를 보장했죠. 폭발하는 등의 연출에서는 다소 프레임이 떨어지기도 했으나 전체적인 플레이 감각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분위기 역시 향상된 비주얼에 힘입어 더욱 실감 나게 개선됐습니다. 일반적으로 호러 장르는 어딘지 음산한 분위기를 선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명이 죄다 꺼져있거나 안개를 깔아둠으로써 한 치 앞도 알 수 없게 하는 식입니다. ‘데드 스페이스’ 역시 그러했지만, 완벽하진 않았습니다. 조명이 꺼진 폐쇄된 우주선 이시무라 호에서의 여정은 분명 공포를 자극하긴 했지만, 음산한 분위기여서 그렇다기보다는 언제 어디서 네크로모프가 튀어나올지 모르기에 공포를 느낀다고 해야 했습니다.
그랬던 게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에 이르러서는 광원 효과 등이 추가됨으로써 이제는 분위기만으로도 플레이어를 압도하게 변했습니다. 어두운 통로와 시야를 가리는 증기들은 네크로모프에 익숙해진 상황에서도 시종일관 플레이어를 공포의 늪에 옭아맵니다. 전투가 진행 중일 때는 마음속으로 다잡고 있어도 어둠 속에서 갑작스럽게 네크로모프와 조우하면 매번 소스라치게 놀랄 정도였죠.
한층 탄탄하게 보완한 내러티브&사이드 미션
리부트를 위한 초석답게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는 내러티브와 스토리텔링 역시 한층 탄탄하게 보완했습니다. 이를 위해 원작에는 없던 요소들이 추가되기도 했죠. 과묵한 주인공이었던 아이작에게 목소리가 생긴 것과 내러티브를 보조하는 다양한 사이드 미션들이 대표적입니다.
주인공인 아이작은 1편까지만 해도 전형적인 과묵한 주인공이었습니다. 시리즈가 인기를 끌면서 자연스럽게 캐릭터성이 확립되고 2편 이후로는 감정 표현도 적극적으로 하게 됐지만, 1편까지만 해도 신음과 비명 외에는 네크로모프가 판을 치는 지옥도에서도 불평 하나 내비치지 않았습니다.
그랬던 아이작이 이제는 처음부터 말을 할뿐더러 제대로 의견을 피력하기까지 합니다. 욕설을 내뱉는 건 물론이고 이시무라 호의 문제를 해결할 때도 단순히 명령을 듣던 원작과 달리 엔지니어 입장에서 솔루션을 제시할 때도 있습니다.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던 모습이 RIG 슈트의 투박한 외형과 맞물려 감정이 없는 기계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던 원작과는 다른 모습이죠.
아마 이쯤에서 아이작의 캐릭터성을 걱정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대사 등이 추가됨으로써 원작인 1편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주지 않을까 하는 부분에 대한 것이죠. 다행스럽게도 원작에 없던 대사와 연출 등이 추가됐다지만, 아이작의 캐릭터성은 훼손되지 않았습니다. 이전 시리즈를 즐겼다면 원래부터 아이작이 말을 하지 않았던가 싶을 정도죠. 그만큼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서 어떠한 위화감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실제로 대사가 추가됐을 뿐 아이작의 캐릭터성은 여전합니다. 2편과 3편에서도 그랬습니다. 대사가 추가되고 적극적으로 감정 표현을 하게 됐다지만, 여전히 딱 필요한 말만 하는 과묵한 모습이었습니다.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에서 보여주는 아이작의 모습은 원작의 그 성격 그대로입니다.
정리하자면 2편과 3편 이후 본격적으로 정립한 아이작의 캐릭터성을 1편 시점부터 보여주기 위한 그런 변화라고 할 수 있죠. 원작의 테이스트를 유지하면서도 여러 개선을 통해 완성도를 한껏 끌어올린 리메이크의 표본이라고 할만한 변화입니다.
플레이를 발행하지 않는 수준의 다양한 사이드 미션들이 추가된 점 역시 눈여겨볼 만합니다. 원작에서는 이시무라 호를 둘러싼 각종 사건들을 텍스트, 오디오 로그를 통해서만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지극히 수동적인 방법으로 게임 플레이에 집중하는 게이머라면 대부분 신경도 쓰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토리 전달을 위한 방법으로는 썩 좋은 수단은 아니었죠.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는 원작의 텍스트, 오디오 로그를 그대로 쓰는 한편, 미흡한 스토리텔링을 보완하는 요소로 다양한 사이드 미션을 추가했습니다. 탐험 요소를 늘리는 동시에 사태 직후의 상황을 사이드 미션을 통해 알 수 있도록 함으로써 스토리를 더욱 보완한 겁니다.
스토리를 보완하는 요소로 쓰인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메인 스토리를 방해할 정도로 장황해서야 본말전도겠죠. 실제로 많은 게임들이 사이드 미션을 무분별하게 남발해 균형을 잃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쓸데없이 많이 넣는다거나 해서 메인 스토리의 맥을 끊는 경우도 있죠.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의 사이드 미션은 본분에 충실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체적인 분량 역시 그렇게 길지 않을뿐더러 개수 자체도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사이드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메인 스토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할 수 있도록 동선이 짜여있어서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이러한 사이드 미션은 이시무라 호를 둘러싼 각종 사건 정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메인 스토리와는 별개인 게 아니라 메인 스토리를 탄탄하게 보완해주는 요소로써 스토리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어주는 식입니다.
한편, 게임 플레이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어주는 요소로 일종의 선택지가 추가되기도 했습니다. 전력 배전반이 그것입니다.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간혹 엘리베이터나 문의 동력을 공급하기 위해서 전력 배전반을 만져야 할 때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기본적으로 조명에 연결된 상태이기에 조명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죠. 이럴 때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어둠 속에서 네크로모프가 공격해옵니다.
당연히 이건 선택지라고 할 수 없습니다. 문을 열기 위해선 반드시 행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다만, 개중에는 동력, 조명, 산소 공급 장치 3개 중 2개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진행을 위해선 반드시 동력을 선택해야 하니 남은 건 조명과 산소 공급 장치 둘 중 하나입니다. 산소 공급 장치를 선택할 경우 조명이 꺼져서 어디서 적이 오는지 알기 힘들어집니다. 액션에 익숙해질 법한 순간 다시금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셈이죠.
그렇다고 조명을 켜는 게 무조건 좋다는 건 아닙니다. 산소 공급 장치를 끄면 시야는 그대로지만, 진공 상태로 변해서 소리가 확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소리가 잘 안 들리는 게 대수냐 싶기도 하지만, 무방비 상태에서 등 뒤로 돌아오는 적을 허용할 수도 있죠. 진공 상태이기에 화염방사기를 쓸 수 없다는 점과 전투 중 산소 농도를 신경 써야 한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이처럼 장단이 명확한 선택지를 줌으로써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는 다채로운 전투 경험을 선사합니다.
몰입을 극대화하는 심리스&향상된 전투 비주얼
한때 호러 액션의 본좌로까지 불렸던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역시 UI를 전면 배제한 독창적인 디자인을 들 수 있을 겁니다. 체력 게이지는 RIG 슈트의 척추 LED가 대신했으며, 스테이시스 게이지 역시 RIG 슈트의 견갑골 쪽에 자리하고 있죠.
탄약 개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무기를 조준하면 무기 상단에 탄약 개수가 홀로그램으로 표시되죠. 지도와 인벤토리, 미션을 보는 메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게임 외적인 메뉴창이 아니라 전부 인게임 내의 홀로그램으로 대체했습니다. ‘데드 스페이스’가 어찌 보면 번거롭다고 생각할 정도로 이러한 UI를 디자인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몰입도를 끌어올리기 위해서죠.
이처럼 몰입도를 위해 UI도 새롭게 디자인한 ‘데드 스페이스’였으나 완벽하진 않았습니다. 어떻게 해도 해결할 수 없는 요소. 바로 로딩 때문입니다. 트램을 타고 각 지역을 이동할 때마다 로딩이 따라다녔죠. 그랬던 로딩이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에서는 완전히 사라진 모습입니다. 심리스로 이루어져 있어서 게임을 시작할 때, 그리고 종료할 때를 제외하면 로딩이 전혀 없는 수준입니다. 로딩의 주역이었던 지역을 이동할 때도 실시간으로 트램을 타고 이동하죠.
다만, 한 가지 분명히 해야 할 게 있습니다. 로딩이 사라진 건 사실이지만, 대기 시간 자체가 사라진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로딩이 없다고 하니 순식간에 이동할 것처럼 생각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꽤나 오랜 시간을 이동하는데 체감하기로는 일반적인 게임의 로딩만큼이나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즉, 심리스로의 변화는 로딩 자체를 없애는 데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로딩으로 인해 흐름이 끊기던 것을 자연스럽게 연결함으로써 몰입도를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끊김이 없는 플레이를 보장한다는 측면에서는 분명 긍정적이지만, 단순히 로딩의 형태가 바뀐 것일 뿐이라는 점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한편, 심리스로 인한 단점도 있습니다. 스터터링입니다. 닫힌 문을 열고 이동할 때 간혹 프레임이 급락하는 문제가 발생하곤 했습니다. 최적화에 실패했다고 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대체로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죠.
각종 무기의 밸런스와 타격감 등을 개선한 점 역시 눈에 띕니다. 원작인 1편의 경우 맨 처음 얻는 무기이자 시리즈의 상징과도 같은 플라즈마 커터의 성능이 너무 절륜했었죠. 다른 무기들은 탄약 수급이 쉽지 않고 생각만큼 강력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자연스럽게 플라즈마 커터로만 플레이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플라즈마 커터로는 2~3방이면 절단할 수 있는데 펄스 라이플로는 10여 발을 쏴야 절단될까 말까 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죠. 조준이 어려워서 낭비되는 탄도 많았던 건 말할 것도 없을 겁니다.
그랬던 무기 밸런스가 대대적인 개편을 거쳤습니다. 성능이 낮았던 무기들의 성능이 개선된 건 물론이고 무기별 특수 능력 역시 손을 봤습니다. 있으나 마나 했던 애매한 성능과 기능들이었던 게 쓰임새 있게 바뀐 거죠.
화염방사기와 펄스 라이플이 대표적입니다. 좀비물에서는 어지간하면 최종병기 취급을 받는 화염방사기지만, ‘데드 스페이스’에서는 달랐습니다. 저지력도 별로고 탄약 소모량도 커서 제대로 쓰이지 않았죠. 애매한 무기 원탑을 달렸으니 더 말할 것도 없을 겁니다. 그랬던 화염방사기가 드디어 쓸 만해졌습니다. 탄약 소모량이 줄어들어서 이제는 원 없이 적들을 지질 수 있게 됐죠.
펄스 라이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성능 자체는 딱히 흠잡을 데가 없었으나 탄약 수급이 어렵다는 점과 조준이 어렵다는 점이 맞물려서 제대로 쓰이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제대로 맞추기 어렵기에 탄 낭비가 심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죠. 그랬던 펄스 라이플 역시 조작감이 개선된 덕분인지 이제서야 제 몫을 하는 무기가 됐습니다.
수치만 바뀐 게 아닙니다. 일부 무기들은 특수 능력이 아예 달라지기도 했죠. 펄스 라이플의 특수 능력은 총을 포탑 모드로 바꿔서 360도 탄막을 쏟아내는 형태였는데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에서는 근접 지뢰를 쏘는 형태로 바뀌었습니다. 근접 지뢰라지만, 적에게 쏘면 유탄 발사기처럼 쓸 수도 있죠. 탄 소모가 극심하지만, 그만큼 강력합니다.
타격감으로 대표되는 전투 비주얼 역시 향상됐습니다. 원작에서는 사실 적이 얼마나 다쳤는지 즉각적으로 확인하기 애매한 면이 있었습니다. 일단 죽을 때까지 쏜다는 느낌이었죠. 하지만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에서는 일신한 비주얼, 연출에 힘입어 이를 좀 더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됐습니다.
총기류로 사지를 공격하면 뼈와 살이 분리되는 걸 볼 수 있고 화염방사기로 불을 붙이면 살이 타들어 가서 뼈만 앙상하게 남습니다. 시각적으로 압도적인 비주얼을 선사할 뿐 아니라 적의 체력이 얼마나 남았는지 한눈에 알 수 있게 한 겁니다. 게임에 더 몰입할 수 있음은 말할 것도 없죠.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는 그야말로 리메이크의 표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타이틀입니다. 원작의 감성을 거의 그대로 유지했을 뿐 아니라 많은 게이머들을 답답하게 만들었던 조작감에 대한 부분도 훌륭하게 개선해 그야말로 완전체에 가까운 모습으로 탈바꿈했죠. 내러티브 역시 원작의 것을 최대한 손대지 않으면서 훌륭하게 보강했습니다. 당시 개발 여건상 빠졌던 부분은 사이드 미션이라는 형태로 빈틈없이 채워 넣었죠.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건 호러와 액션 사이에서 거의 완벽한 균형잡기에 성공했다는 점입니다. 원작도 그러했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원작은 액션보다는 호러 측면이 좀 더 강조된 면이 있었습니다. 그랬던 게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에서는 액션 부분을 다듬음으로써 양쪽의 균형을 맞췄죠. 호러와 액션, 어느 쪽이 더 우위인 게 아닌 딱 50:50인 모습입니다. 덕분에 호러 장르에 약함에도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는 큰 어려움 없이 할 수 있었습니다.
이전 시리즈에서는 결국 액션에 치중하는 바람에 이도 저도 아닌 모습을 보여줬고 그 결과 팬층이 이탈하는 결과를 낳았던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입니다. 리부트된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에서는 완벽한 균형잡기에서 성공한 만큼, 부디 이 균형을 잃지 말고 앞으로도 쭉 이어지길 바라봅니다. 그거야말로 게이머들이 진정 바라는 모습일 테니까요.
출처: 인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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