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일부터 5일까지 타이베이 난강 전시센터에서 대만 최대의 게임축제 ‘타이베이 게임쇼’가 개최됐다. 1년 중 가장 먼저 개최되는 게임쇼이자, 일본 애니메이션 및 서브컬쳐 문화에 친숙한 대만 시장인 만큼 올해 출시를 앞둔 여러 서브컬쳐 게임들이 유저에게 어필하기 위해 자리잡았다. 혹은 그 시장에 함께 진출할 파트너를 찾기 위해 B2B를 운영하는 모습도 보였다.
에이스타코퍼레이션의 ‘언라이트 크로니클’은 그 중 후자였다. 90년대 JRPG의 감성에 퀄리티 있는 카툰렌더링 연출로 애니메이션의 느낌을 살려내고자 한 작품으로, 해외의 다양한 업계 관계자에게 어필하고자 타이베이 게임쇼 무대를 밟았다. 엔씨소프트와 한국게임산업협회가 지원하는 ‘스타트업 with NC K-GAMES 공동관’으로 타이베이 게임쇼에 오게 된 에이스타코퍼레이션의 임성균 대표에게 그간 B2B 위주로 공개해왔던 ‘언라이트 크로니클’이 언제쯤 유저들에게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낼지, 또 덕겜으로서 어떤 자질을 보여주고자 하는지 들어볼 수 있었다.
Q. 소개 부탁한다.
= 에이스타코퍼레이션의 임성균 대표다. 회사는 2019년 8월에 설립한 이후 현재 25명 정도가 서브컬쳐 모바일 게임 ‘언라이트 크로니클’을 개발하고 있다. 작년 구글 창구 프로그램에도 선정됐고, 올해는 운이 좋게 한국게임산업협회와 콘텐츠진흥원 등 여러 곳에서 추천해줘서 타이베이 게임쇼에 올 수 있었다.
Q. ‘언라이트 크로니클’로 충남글로벌게임센터 등 여러 곳에서 지원을 받았고 상도 탄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게임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 간단하게 말하자면 정통파 JRPG를 추구하는 작품이다. 아무래도 당시에 수집형 RPG하면 자동, 스킬난사, 이런 개념으로 접근하는 게임이 많지 않았나. 그런 상황에서 90년대 JRPG 그리고 SRPG의 감성에 주목했다. 전투에 돌입하면 바로 스킬을 난사하고 빨리빨리 끝내버리는 유형이 아니라, 스킬 캐스팅까지 쿨이 필요하고 그 쿨타임을 거친 뒤에 본격적으로 전투가 진행되는 양상을 설계했다. 그렇게 해서 다소 불편하긴 하지만, 그 안에서 전략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 특유의 ‘불편함의 미학’에 주목해서 개발 중인 게임이다. 그리고 그 느낌을 일본 애니메이션풍의 캐릭터로 극대화하고자 하는 것도 특징이다.
Q. 흔히 말하는 ‘덕겜’을 표방하는 만큼, 게임 시스템 설명뿐만 아니라 게임의 세계관이나 분위기가 어떤지도 궁금하다.
= 컨셉은 포스트 아포칼립스다. 우리가 처음 고민할 때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소재가 많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많아져서 당황스럽더라(웃음).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어느 날 인류의 천적이 등장해서 지상의 인류가 종말의 위기를 맞이한다는 설정이다. 그 천적에 대해서 말하자면…인류가 대항하기 어려운 절대자 같은 존재라고 할까. 크툴루 신화 같은 그런 느낌에 가깝지 않을까.
사람이 자신이 극복할 수 없는 무언가를 만나게 되면 굴복하거나 저항하는 등 크게 두 가지 양상으로 전개되지 않나. 주인공 일행은 그들에 저항하고자 힘을 기르기 위해 학원에서 수업을 받는 학생들이다. 인류가 종말 위기를 맞이한 직후, 그 다음에 태어난 세대들은 그에 맞서기 위해 초능력을 자각하게 된다. 그 힘을 키워서 인류의 적에 맞서고자 하는 이야기가 ‘언라이트 크로니클’의 핵심이다. 적대 세력은 그 인류의 천적에 굴복해버린 이른바 이교도 같은 존재라고 보면 될 듯하다.
Q. 보통 서브컬쳐 게임하면 커뮤니티에 적극 홍보하거나 알음알음 알려지는 걸 노리지 않나, 언라이트 크로니클은 그런 전략을 취하지 않은 이유가 있을까?
= 우리가 그간 B2B에 출전하고 B2C에 나오지 않아서 그런 거 같다. 그리고 우리가 여러 모로 조심스럽게 접근했던 것도 있다. 사람들에게 만족할 만할 퀄리티를 보여주기 위해서 여러 모로 고심했고, 그 고민의 결과물과 우리의 가능성을 먼저 보여주고 그걸 발전시킨 뒤 만족스러운 모습을 어필하고 싶기도 했고
그래도 작년 하반기에 FGT를 진행했고, 그때 피드백을 받아서 안정화를 시키면서 좀 더 발전시킬 단계를 모색하고 있다. 현재는 일본 퍼블리셔 두 곳과 논의 중인 단계다.
Q. JRPG, 일본 애니메이션풍 등을 내세우고 해외 퍼블리셔와 이야기가 오가고 있는데, 국내 및 해외 출시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 이 부분은 퍼블리싱 계약 이후 퍼블리셔의 의사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혼자 출시하는 게 아니라 퍼블리셔를 낀 사업이지 않나. 그러니 어디가 먼저다, 이런 것보다는 그 상황에 따라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실제로 사내에는 요스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일본인 직원도 있다. 그래서 우리말뿐만 아니라 일본어 지원과 일본 출시 관련 대응도 상황에 맞춰 전개할 수 있도록 대비하고 있다.
Q. 요즘 중국발 서브컬쳐 게임이 강세를 보이다보니, 소규모 업체에서 선뜻 도전하기 어렵지 않았나.
= 실제로 중국발 서브컬쳐 게임의 기세가 무섭긴 하다. 그런데 서브컬쳐 좋아하는 사람이 그걸 포기할 수는 없지 않나. 그리고 누가 앞서있다고 해서 평생 그렇게 뒤쳐져있을 것만 생각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중국 서브컬쳐 게임이 우리보다 나은 점이 있다면, 그럼 반대로 우리가 내세울 것이 무엇인가? 그것에 대해서 계속 고민해왔고 그 결과물이 ‘언라이트 크로니클’이지 않을까.
Q. 해외 시장에 대해 개방적으로 접근하고 있고 도전을 강조하는 모습이 인상 깊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가 무엇인가?
= 잠깐 회사 이름에 대해 설명하자면, 에이스타는 ‘알파성’을 살짝 바꾼 거다. 옛날에 항해를 할 때 북극성을 비롯해 항상 그 자리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을 보고서 길을 찾아가지 않았나. 그것처럼 새로운 길을 찾을 때, 이정표가 될 수 있는 그런 회사가 되길 희망해서 그렇게 지었다.
그렇게 새로운 길에 대해 계속 언급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우리나라가 장르가 편향된 느낌이라 그렇다. MMORPG가 매출 상위권에 올라서 MMORPG가 계속 언급되는데, 사실 MMORPG를 만들 수 있는 스타트업이 얼마나 될까? 정말 드물다.
경력의 절반을 일본 시장과 연관된 위치에서 보냈고, 실제로 일본 게임사에 있었을 때 보니까 시장 규모도 규모지만 매출 100위 안에 있는 게임도 안정적으로 수익을 버는 그런 현황에 놀랐었다. 그래서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다른 시장도 찾고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제 업계 17년차인데, 후배를 위해 좀 더 다양한 사업모델, 길을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도 있다.
Q. 사업모델하니까 최근에는 게임의 BM도 화두이지 않나.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 요즘은 덜하긴 한데, 그래도 예전에 수집형 RPG나 덕겜하면 매운맛 과금 이런 말이 나오곤 하지 않았나. 그런 걸 최소화하기 위해서 마일리지 시스템 등 이른바 ‘매몰비용’을 최소화하는 BM을 목표로 하고 있다.
Q. 그간 계속 B2B 등 업체 및 관계자에 주로 어필하는 양상이었는데, CBT 등 유저에게 어필하기 위해 따로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나?
=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하기 전이라서 조심스럽다. 그리고 퍼블리싱 계약을 맺고 난 이후에는 퍼블리셔와 일정을 논의해봐야 할 테고. B2C로 나가고 CBT를 하는 건 물론 우리 입장에서는 하고 싶고 올해 안에는 그런 자리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Q. 최근에는 게임만 덜컥, 내놓기보다는 세계관을 확장하는 여러 미디어 믹스를 병행해서 준비하는 게 서브컬쳐 게임계의 트렌드이지 않나. 이 부분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 우리 역시도 우리가 생각하는 설정, 게임의 세계관이 하나의 게임만으로 끝나는 걸 바라지는 않아. 사실 개발자이기에 앞서 서브컬쳐 유저로서 그렇게 썰을 푸는 걸 포기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텔링’의 중요성도 알고 있고. 할 수 있다면 웹소설이나 웹툰 등 비용이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향으로 우선 고민하고 있다. 현재 개발 단계도 많이 올라온 만큼, 이러한 요소도 여러 모로 본격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Q. 타이베이 게임쇼에서 여러 업체에게 선보이지 않았나. 이후 언라이트 크로니클의 다음 행보에 대해 설명한다면?
= 우선 출시 전에 게임의 설계와 디자인, 그리고 기획을 다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다. 특히 밸런스와 난이도와 관련해서 여러 모로 테스트해볼 필요성을 느꼈다. 어느 정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그런 난이도를 추구하는데, 그 부분이 우리 의도대로 잘 이루어지고 있나 확인해보는 기회이기도 했던 것 같다. 아울러 그간 마무리 단계에 들어왔던 작업도 다시 한 번 디테일하게 검토하고자 한다.
Q. 유저들에게 에이스타코퍼레이션이 어떤 게임사로 알려지길 원하는지, 또 앞으로의 목표와 그 비전이 듣고 싶다.
= 어떤 형태로든 엔딩이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 사실 여러 여건상 모바일로 시작했지만, 출시한 이후에 우리의 스토리텔링이나 여러 요소가 어필이 되면 콘솔로도 확장해서 깊이감 있는 프로젝트로 나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했다. 콘솔로도 확장해서 깊이감 있는 프로젝트를 만들어가고 싶은 게 당면 목표다.
앞으로의 비전과 목표라면…외길을 걷는 개발사다. 이게 나쁜 의미라기보다는…뚝심 있게 무언가 하나를 파서 이 게임사하면 아, 이거 이런 생각이 들게끔 한다고 할까. 마치 캡콤하면 액션 하나는 끝판을 보여주는 그런 회사가 떠오르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의 외길은 아무래도 애니메이션의 느낌을 끝까지 파고드는 그런 방향이다. 언라이트 크로니클을 개발할 때부터 그 생각을 줄곧 갖고 있었고, 그래서 계속 그 분야를 지금도 파고 있다. 물론 아직은 부족하고 이 분야도 쟁쟁한 회사들이 많다. 그렇지만 앞으로 정진해서 그 외길의 끝에 서겠다는 다짐으로 개발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한다.
출처: 인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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