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 로얄. 수많은 유저가 하나의 맵에서 한 팀이 남을 때까지 전투를 벌이는 장르를 뜻한다. 보통 맵 여기저기에 있는 아이템을 루팅하거나 처치한 상대의 아이템을 훔쳐 더욱 강한 아이템으로 맞추고 승리를 따내는 것이 정석이며, 약간의 운과 실력을 이용해 전략적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등 경쟁을 통한 재미가 돋보이는 장르다.
이 장르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메이저 장르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2017년, 블루홀(현 크래프톤)이 개발한 ‘PUBG’가 출시했을 때다. PUBG가 엄청난 인기를 끌자 이후 배틀 로얄 장르의 게임이 우후죽순 쏟아져 나왔다.
단순 PUBG의 아류작 같은 게임이 아닌 자신만의 색깔을 입힌 배틀 로얄 게임도 많이 발매했었는데, 스킬 시스템과 스피디한 전투를 도입한 에이펙스 레전드, 하드코어한 전투와 게임 시작 전 아이템을 거래해 장비를 미리 마련할 수 있는 이스케이프 프롬 타르코프 등을 예시로 들 수 있다.
이런 유명한 배틀 로얄의 장르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슈팅 장르라는 것이다. 1인칭 혹은 3인칭과 같은 시점 차이나 소소한 시스템 차이가 있을 뿐, 기본적으로는 총기류로 싸우는 슈팅 게임이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고정 관념을 완전히 타파한 게임이 조용하게 인기를 몰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마침 데모로 플레이할 수 있었기에 직접 체험해볼 수 있었다.
입소문을 타고 있는 다크 앤 다커
조용히 등장한 다크호스
‘다크 앤 다커(Dark and Darker)’는 2021년 하반기에 신설된 아이언메이스(IRONMACE)라는 한국 인디 개발사에서 개발 중인 첫 작품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특정 기간마다 데모 플레이를 할 수 있었으며, 현재 네 번째 데모 플레이가 진행 중이다.
다크 앤 다커는 싱글 플레이 요소가 없는 완전한 멀티 플레이 게임이며 PVP, PVE가 동시에 진행되는 배틀 로얄 게임이다. 한 던전에서 최대 18명의 사람이 입장해 아이템을 루팅하며 살아남은 뒤, 탈출에 성공하면 루팅한 아이템을 상인 NPC 또는 유저와 거래하거나 창고에 보관해 다음 경기에 사용할 수 있다.
배틀 로얄 장르를 좋아하거나 유행하는 게임을 잘 안다면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진행 방식이라 느꼈을 것이다. 이 방식은 이스케이프 프롬 타르코프와 매우 흡사하며, 실제 유저 사이에선 중세 타르코프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다.
다크 앤 다커가 데모를 자주 열긴 했으나, 따로 홍보를 크게 하지 않은 탓에 아직 국내에서는 크게 유명하진 않다. 하지만 점차 입소문을 통해 명성을 얻고 있으며, 기존에 타르코프를 즐기던 스트리머와 유튜버 사이에도 퍼지고 있다.
다크 앤 다커는 글로벌 서버로 동시 운영 중이다 보니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대만, 일본, 독일, 러시아 등 다양한 국가의 유저가 게임을 즐기고 있다. 현재 스팀 최대 플레이 게임 순위 기준 10위권에 안착했으며 계속 유지 중이다. 별다른 홍보도 없이 단기간 열리는 데모 게임임에도 엄청나게 순항 중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세+판타지+RPG+배틀 로얄=다크 앤 다커?
이 집 정말 짬뽕 맛집이다.
기존의 배틀 로얄 장르라 하면 대부분 총을 들고 싸우는 현대 또는 근미래전을 다루고 있다. 그에 비해 다크 앤 다커는 RPG 장르에서 많이 보일 법한 중세 판타지 세계관 분위기를 자아낸다. 괴물들이 즐비하고, 총 대신 마법을 사용하며, 찢긴 피부는 주문 한 번이면 말끔히 회복되는 등 RPG에서만 보였던 요소가 많이 보인다.
중세 타르코프라 불리는 만큼 게임 시스템에서는 이스케이프 프롬 타르코프와 비슷한 면이 많다. 사망 시 소지하고 있던 아이템을 모두 소실하는 로그라이트, 맵 내에서 아이템을 획득하거나 유저를 사냥해 높은 등급의 아이템을 획득하는 루팅 시스템, 상인 NPC 또는 거래소의 유저 거래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껍데기만 다르고 시스템이 비슷하다면 큰 인기를 끌기 어려울 것이다. 다크 앤 다커도 자신만의 독특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우선 중세+RPG의 요소로 인해 다양한 직업 중 선택해 캐릭터를 생성할 수 있다. 직업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의 종류가 다르며 공격 방식, 사용 무기, 착용 가능 방어구 등의 종류도 달라진다.
주로 근접전에서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은 파이터, 바바리안, 로그며 먼 거리에서 공격하는 직업은 레인저, 위자드다. 아군에게 유용한 버프를 부여하는 클레릭도 있다. 여섯 개의 직업은 기본 능력치도 달라 전투는 물론, 각종 상호작용에도 영향을 받는다. 물론 착용하는 장비 및 스킬 효과에 따라 능력치가 상승하는 RPG의 요소도 적절하게 섞여 있다.
배틀 로얄의 시스템도 잘 녹여냈다. 처음에는 던전의 모든 방을 다닐 수 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특정 구역으로 범위가 점점 줄어든다. 자기장과 비슷한 이 시스템은 시간이 줄어들수록 더욱 좁혀지며 나중에는 모든 구역에 적용된다. 체력이 모두 줄기 전에 맵에서 무작위로 등장하는 탈출 텔레포트를 찾아 탈출해야 한다. 탈출 텔레포트는 등장하는 개수도 넉넉지 않은 데다, 어디서 등장했는지 명확히 알 수 없어 이곳저곳 찾아다녀야 해 결국 다른 사람과 마주치면 탈출 텔레포트를 차지하려 싸워야 한다.
즉, 다크 앤 다커는 RPG를 베이스로 한 배틀 로얄+던전 크롤러+로그라이트+온라인 협동 장르가 한데 어우러진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모든 시작과 끝은 ‘던전’
부귀영화와 죽음이 가득한 장소
던전이라 하면 보통 무엇이 떠오르는가. 미로 같으면서 으스스한 길, 기괴한 외형을 한 몬스터, 위험한 함정, 값비싼 금은보화와 보물 상자. 보통 이런 생각이 날 것이다. 다크 앤 다커의 핵심인 던전도 이런 콘셉트에 충실한 던전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통 배틀 로얄 장르는 넓은 맵이 특징이지만, 다크 앤 다커의 던전은 그만큼 넓은 구조는 아니다. 미로처럼 얽히고 답답할 정도로 좁은 복도가 방을 잇고 있으며, 방의 크기도 그만큼 넓지 않다. 이건 단점이 될 수 있으나 오히려 좁은 시야각을 만들어 항상 긴장을 유지하게 만든다. 또한 단일 층이 아닌 지하와 2층도 구성되어 있으며 숨겨진 비밀 통로를 통해 빠르게 반대쪽 방으로 이동하는 등 입체적인 구조로 인해 게임을 하면서 쉽게 질린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바닥이나 벽에서 튀어나오는 쇠꼬챙이 함정은 물론, 레버나 책을 조작해 들어갈 수 있는 비밀 구역, 보물 상자 가까이 접근하면 몬스터가 등장하는 함정 등의 요소가 있다. 몬스터는 기본적으로 고블린과 스켈레톤, 좀비, 미라가 있으며 보스 몬스터도 여러 종류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보물 상자인 척 사람을 속인 뒤 열려고 하는 순간 공격하는 미믹 등 판타지 하면 생각나는 몬스터가 웬만큼 있다.
던전은 총 3종류가 있으며 혼자서 하기 좋은 ‘고블린 동굴’, 여럿이서 함께 모험할 수 있는 ‘잊혀진 성’, 그리고 강력한 보스 몬스터가 등장하는 ‘잊혀진 성: 하이-롤러’가 있다. 잊혀진 성: 하이-롤러는 값비싼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만큼 입장 시 입장료를 지불해야 한다.
던전 곳곳에는 죽은 팀원을 다시 살리거나 추가 버프 효과를 획득할 수 있는 신단이 배치되어 있으며, 팀원의 체력을 회복할 수 있는 모닥불 아이템도 있다. 던전에 있는 신단과 도구는 소소한 부분이지만, 판타지 RPG라는 게임 콘셉트와 아주 적절하게 어울린다.
무엇이 사람들을 던전으로 끌어모았나
껍데기만 다른 양산형 배틀 로얄이 아니다.
가만 생각해보면 정말 신기하다. 따로 큰 홍보를 하지 않은, 정식 발매조차 하지 않고 데모만 몇 번 진행한 게임이 이렇게나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니 말이다. 위에도 짧게 언급했지만 실제 스팀 이용 순위를 살펴보면 10위를 살짝 벗어난 순위를 유지 중이며 평일에도 최다 동시 접속자 수가 10만 명이 넘는다. 대체 다크 앤 다커의 어떤 점 때문에 사람들이 계속 몰려올까.
여기서는 다크 앤 다커의 느릿하면서도 상세한 전투가 큰 몫을 하지 않았나 싶다. 다크 앤 다커는 모든 행동이 느릿하다. 뛰기, 활시위 당기기, 칼 휘두르기 등 모든 것이 말이다. 에이펙스 레전드는 빠른 움직임과 진행 방식이 돋보인다면 다크 앤 다커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그래서 자칫 답답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그만큼 유입이 가볍게 시작하기엔 나쁘지 않다고도 볼 수 있다. 에이펙스 레전드나 PUBG를 보면 심리전과 전투의 간격은 물론 전투 시간도 수 초면 끝날 정도로 짧은 편이다.
그에 비해 다크 앤 다커는 모든 행동이 느리므로 실제 적이 시야 안에 들어왔다 하더라도 전투를 진행하는 데까지 조금 시간적 여유가 있어 전략을 세울 시간이 긴 편이다. 또한 전투가 금방 끝나지 않아 유입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시간이 더욱 많아 게임에 적응하는데 좀 더 수월하다.
또한 에임에 대한 부담감이 많이 적은 것도 크다. 일반적인 배틀 로얄은 총기류로 전투를 진행한다. 그렇다 보니 에임에 대한 중요도와 부담감이 동시에 상승한다. 하지만 다크 앤 다커의 경우 근접 공격 중심의 직업이 세 개나 있어 에임에 대한 부담이 조금 덜어지는 데다, 직접적인 전투가 싫을 경우 클레릭이라는 지원형 직업을 골라도 파티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물론 근접형 직업들도 원거리용 투척 무기를 사용하긴 하지만 그게 주 용도는 아니므로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평소 배틀 로얄 장르를 해보고 싶었으나 에임에 대한 부담감으로 하지 못했던 유저를 끌어들이는 방법을 영리하게 채택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는 전투 속에 숨어 있는 디테일이 주는 재미도 한몫한다고 본다. 거의 레인저로 플레이해 근접 무기에 대해 잘 몰랐으나, 근접 무기는 휘두를 때 벽이나 장애물 등에 가로막혔을 경우 무기가 튕겨 나가 공격이 취소된다. 소울 시리즈에서 벽 쪽에 무기를 휘두를 경우 튕겨 나가는 것을 생각하면 쉬울 것이다.
또한 근접 공격은 휘두르는 방향에 따라 막는 방향도 달라진다. 검류는 보통 좌 또는 우측에서 휘두르는데, 이때 방향에 맞게 검을 들어야 막을 수 있다. 물론 방패라는 훌륭한 방어 수단이 있으면 크게 상관없으나, 공격을 중심으로 장비를 갖췄을 때는 이렇게 막아야 한다.
무기의 종류에 따라서 이동 속도나 공격 방식 등이 달라져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무기를 고르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전투의 다양한 메커니즘은 배틀 로얄에서 중요한 자신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고, 또 다양한 플레이 스타일을 구축해 새로운 빌드, 직업 등을 접할 수 있게끔 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이러한 독특한 콘셉트와 다양한 장르의 조합, 게임으로써의 훌륭한 재미로 인해 정식 출시 전부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는 것으로 보이며 게임을 하는 내내 사람이 몰리는 이유를 어느 정도 알 것 같았다. 당장은 불편하고 부족해 보이는 요소가 보이지만 게임의 재미를 해칠 정도는 아니며, 정식 발매 시 개선된다면 더욱 많은 인기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출처: 인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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