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실상부 세계 최고, 최대의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인 ‘GDC(Game Developer Conference) 2023’이 오는 3월 20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됩니다.
‘GDC’는 1988년에 처음 시작되어 올해로 35년째를 맞이하는 컨퍼런스로, 말 그대로 게임 개발자들을 위한 모든 지식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자리입니다. GDC는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의 컨퍼런스 홀인 ‘모스콘 센터(Moscone Center)’에서 진행되는데, 규모가 어마어마한 만큼 모스콘 센터를 구성하는 남관과 북관, 서관의 모든 홀을 사용합니다.
GDC의 스케일은 숫자로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가 50개 내외의 세션을 진행하고, 규모가 큰 경우 100여개의 세션을 구성하기도 합니다만, GDC는 금년에만 700여 개 이상의 세션을 진행합니다. 개발 방법론부터 엔진 활용과 코딩에 대한 디테일한 내용, 마케팅과 PR, 퍼블리싱 마켓에 대한 분석 등 말 그대로 게임과 관련된 모든 강연이 이 자리에서 진행되죠.
그리고 올해 GDC의 경우, 국내 게임 산업에는 약간 더 특별한 행사가 될 것 같습니다. 과거 GDC에 연사로 나서는 국내 개발사는 극히 드물었으나 작년 위메이드가 메인 스폰서를 맡으면서 유의미한 수준으로 늘어났고, 올해는 국내 개발사 소속의 연사 참여가 드물지 않게 보이고 있거든요. 이에, ‘GDC 2023’을 며칠 앞둔 지금, 어떤 강연과 프로그램들이 펼쳐지게 될 지 조금이나마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1. 진입장벽 높은 개발자들의 축제 GDC 2023
사실, 게이머들 사이에서 ‘GDC’는 그다지 유명한 행사가 아닙니다. ‘E3’나 도쿄 게임쇼, 게임스컴과 같은 행사는 일반 게이머들도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오픈된 게임 관련 행사라 할 수 있지만, GDC는 철저히 게임 개발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원한다면 누구라도 GDC에 방문할 수 있지만 쉽지 않습니다. 따로 조건을 보거나 자격을 묻지는 않습니다만 강연을 듣기 위한 ‘패스’의 가격이 무지막지하게 비싸기 때문입니다.
‘GDC 2023’의 패스는 네 가지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모든 강연과 1년치 볼트(강연 녹화본)을 볼 수 있는 ‘올 억세스’가 있고,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만 들을 수 있는 코어 패스, 월요일과 화요일 강연을 들을 수 있는 서밋 패스, 마지막으로 엑스포 패스로 나뉘죠.
이중 가장 비싼 ‘올 억세스’의 가격이 ‘2,204’달러입니다. 한화로는 약 300만 원에 가까운 금액이죠. 심지어 놀이공원 입장권처럼 아무 강연도 못 듣고 부대행사 구경만 할 수 있는 엑스포 패스가 293달러(약 40만 원)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돈을 전혀 신경쓰지 않을 정도로 부자가 아닌 이상 개인 단위로 참석할 만한 행사는 아닙니다.
도대체 이런 비싼 행사를 누가 오나 싶겠지만, 막상 가 보면 사람이 바글바글합니다. 인기 강연의 경우 복도 저 너머까지 줄을 서야 들어갈 수 있기도 하고, 자리가 부족해 서서 강연을 들어야 할 때도 있죠. 대부분 개발사에서 유학을 보내는 케이스입니다. GDC 2023은 게임 개발이라는 산업의 최첨단을 달리는 행사이기 때문에, 개발사들의 관심은 끊이지 않습니다. 때문에 수많은 개발자들이 매년 GDC 현장을 방문하고, 한국 개발사의 개발자들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죠.
앞서 말씀드렸던 엄청난 세션의 숫자도 GDC에서 눈여겨볼 만한 점입니다. 당일치기, 혹은 이틀 내외로 구성되는 국내의 소규모 컨퍼런스가 보통 20개 내외 세션, 적은 건 5개 정도에서 끝납니다. 하지만, GDC는 하루에 최소 120개 이상, 많게는 170여개에 가까운 세션이 진행됩니다. 전체가 아닌 단 하루에 말이죠. 그리고 GDC는 5일 간 진행되는 컨퍼런스입니다.
기자들의 경우 취재 지원을 통해 비교적 쉽게 세션을 들어볼 수 있습니다. 좋을 것 같지만 애매합니다. 저 엄청난 세션을 최대한 처리하려면 하루에 2~3시간밖에 못 자는 일이 허다하기에 게임 기자들 사이에서 GDC는 1주일 재입대와 비벼볼 만한 생지옥으로 여겨집니다. 물론 얻어가는 것도 많고, 다녀오면 약간 훈장을 다는 느낌이긴 합니다만, 무공훈장보단 퍼플하트(상이군인) 훈장을 받는 느낌입니다.
2. 다른 컨퍼런스와는 사뭇 다른 GDC 2023
이렇게 무지막지한 행사가 매년 남몰래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GDC는 어디까지나 게임 개발에 대한 노하우와 지식을 공유하는 자리일 뿐, 새로운 게임이 공개되거나 게이머들이 환호할 만한 소식이 나오는 곳은 아니기에 비교적 조용히 이뤄졌을 뿐이죠. 그러던 중, 앞서 말씀드린 대로 2022년에 위메이드가 메인 스폰서가 되고, 한국 개발자들이 연단에 오르는 일이 많아졌죠.
올해는 컴투스와 넷마블(마브렉스), 넥슨과 위메이드의 개발자들이 연단에 오르며, 다 합쳐 10여 개의 세션을 진행합니다. 대부분 새로운 기술과 관련된 주제로 강연을 펼치는데, 위메이드는 다들 알다시피 블록체인과 인게임 이코노미에 대한 주제로, 그리고 넥슨은 웹3 기술에 대한 강연을 진행하죠.
국내 개발사 외에,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게임이나 개발사들의 강연 또한 존재합니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경우 GDC에서 총 16개의 세션을 진행하는데, 게임 디자인부터 오디오 설계, 서사 구성 등 다양한 게임 내적 요소에 대한 지식을 공유합니다.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의 경우 무려 이 하나의 게임을 주제로 14개의 세션이 진행되는데, UX/UI 디자인부터 게임 내에 등장하는 ‘신드리’의 집 설계에서 서사를 담은 방법 등 굉장히 작은 스케일의 디테일한 강연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습니다. 굳이 이런 내용을 별도의 강연으로 분리할까 싶은 강연들을 GDC에서는 굉장히 많이 볼 수 있죠.
바로 이런 강연들이 GDC에서만 볼 수 있는 강연들입니다. 일반적인 게임 컨퍼런스에서는 세션 수가 적다 보니 특정 게임에 대한 개괄적 내용을 다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연히 세부적인 디테일은 생략되거나 불충분한 경우가 많은데, GDC의 경우 세션이 워낙 많다 보니 그냥 넘어갈 부분도 더 상세히 강연을 진행할 수 있는 거죠.
컨퍼런스 현장마다 많은 사람을 끌어모으는 양대 엔진사 또한 탄탄한 강연 리스트업을 준비했습니다. 에픽게임즈는 ‘State of Unreal’ 행사를 통해 대표인 ‘팀 스위니’가 직접 연단에 오를 예정이며, 유니티의 경우 무려 20개 이상의 세션을 꾸려 무게감을 보여주었습니다.
GDC에서만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점은 바로 ‘트렌드’의 흐름입니다. 하이패션을 다루는 기업들의 패션쇼가 다음 시즌의 유행을 보여준다면, GDC는 게임 산업이 현재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행사거든요. 예를 들어 올해 GDC에서는 ‘접근성’에 대한 주제로만 두 자릿수 이상의 세션이 진행됩니다. 판데믹을 거치면서 게임의 사회적 기능성에 대한 토론이 다양하게 진행되었고, 신체적 불편함을 지닌 게이머들을 위한 개발론도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죠. ‘접근성’의 확보는 이렇듯 남들과는 조금 다른 이들이 게임을 그대로 즐길 수 있게끔 기반을 마련하는 과정입니다.
GDC 2023의 모든 강연 정보는 기사 하단의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GDC 2023에 참여하는 한국 개발사의 개발자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넷마블
▶ Web3 Forum: MARBLEX: Metaverse Ecosystem for Gamers (Netmarble – Meta World: My City) – Sean Hwang
※ 넥슨
▶ WEB3 FORUM: ‘MAPLESTORY UNIVERSE’: PERFECTING THE CORE MMORPG EXPERIENCE WITH BLOCKCHAIN – Sunyoung Hwang
▶WEB3 FORUM MIXER
▶’GAMESCALE’: HOW NEXON GAMES ARE ABLE TO REACH THE NEXT LEVEL OF SUCCESS – Sang Chul Yun
※ 위메이드
▶ WEMADE DEVELOPER SUMMIT: THE FUTURE OF GAMING: INTER-GAME PLAY AND BEYOND – Henry Chang
▶ LESSONS LEARNED AFTER LAUNCHING 25+ WEB 3 GAMES – Wonil Suh
▶ TRANSFORMATION OF GAMES INTO BLOCKCHAIN GAMES – Robin Seo
▶ FAN TOKEN, A JOINT BLOCKCHAIN ECONOMY BUILT BY CREATORS AND FANS – Myrtle Abigail Sarrosa
▶ TRANSFORMATION 101: LAUNCHING YOUR OWN BLOCKCHAIN GAME ON WEMIX PLAY – Wook Kim, Wonil Suh, Robin Seo
※ 컴투스
▶GOOGLE DEVELOPER SUMMIT: GOOGLE PLAY GAMES ON PC: COM2US SUCCESS STORY – Giwon Choi
▶GOOGLE DEVELOPER SUMMIT: COM2US: HOW KR-BASED GLOBAL GAMING COMPANY TAKES LEADERSHIP ON WEB3 ERA THROUGH BLOCKCHAIN PLATFORM AND GAMES ON GOOGLE CLOUD – KYU LEE
3. 컨퍼런스가 전부가 아닌 GDC 2023
강연과 토론(Round Table: 여러 개발자가 나와 토론하는 형태로 진행되는 세션)이 주가 되는 GDC입니다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40만 원에 가까운 돈을 지불해야 받을 수 있는 ‘엑스포 패스’만 해도 강연 참관은 할 수 없지만 부대 행사는 참여할 수 있거든요.
GDC 2023의 부대 행사는 대부분 ‘B2B’에 가까운 모습을 띕니다. 일반적인 게임쇼가 소비자층인 게이머를 대상으로 하는 ‘B2C(Business to Customer)’에 가깝다면, GDC는 애초에 참가 인원이 대부분 개발자나 게임 산업 종사자들이기에 ‘B2B(Business to Business)’의 형태를 띄게 되는 것이죠.
그만큼, 동종업계 종사자 간의 상도의라는 암묵적 룰이 기본으로 깔려 있는 공간이다 보니 아직 개발중인 빌드를 시연하면서 피드백을 얻는다거나, 굉장히 실험적인 하드웨어(작년의 경우 홀로그램 모니터를 볼 수 있었습니다)를 전시해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시연과 전시는 대부분 모스콘 센터의 남관과 북관의 지하를 잇는 지하 공간에서 진행되는 ‘GDC EXPO’에서 이뤄지죠.
GDC EXPO에는 각 기업이 만든 부스 외에도 아케이드 게임장이나 개별 국가에서 추진해 만들어지는 국가관, 레트로 장터 등 다양한 게임 관련 즐길거리가 들어섭니다.
엑스포 외에도 GDC에서는 IGF(Independent Games Festival)에서 주관하는 시상식이 열리기도 합니다. IGF는 이름 그대로 인디 게임만을 다루기 때문에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품보다는 다소 생소한 작품들이 등장하지만, 개발자들의 성지라 할 수 있는 GDC에서 진행되는 행사이다 보니 인디 게임 신에서는 굉장히 권위있는 시상식이기도 합니다.
별개로, 행사가 진행되는 주간엔 샌프란시스코의 거의 모든 식당과 술집, 바가 네트워크 파티의 장이 됩니다. 모스콘 센터에서 가까운 메리엇 호텔의 루프탑 바의 경우 어느 한 기업이 독점하기보단 마치 MMORPG의 대도시처럼 온갖 개발자들이 모여들어 술잔을 나누는데, 아직 코로나 바이러스가 한창이던 작년만 해도 발디딜 틈이 없이 붐볐습니다. 그때까지 코로나를 앓은 적이 없던 저는 이때야말로 마지막이겠구나 싶었죠. 다행히 안 걸렸습니다.
단순히 루프탑 뿐만 아니라, 3월 셋째주는 샌프란시스코가 그냥 개발자의 도시가 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샌프란시스코의 유명한 관광지인 39번 부두에 가면 유니티 티셔츠를 입은 개발자가 게를 뜯어먹고 있고, 길거리 호텔 로비엔 블리자드 후드를 입은 개발자가 눈곱을 떼고 있죠.
이런 GDC 2023의 현장을, 인벤에서 기사를 통해 상세히 전달드리고자 합니다. 모든 세션을 다 커버하려면 팀원 전부가 출동해도 어려운 만큼 전부는 어렵겠지만, 개발자들의 축제가 어떤 모습이고, 어떤 강연들이 진행되었는지 조만간 기사를 통해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인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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