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트를 대표하는 시리즈 작품인 아틀리에는 연금술과 RPG를 접목, 매력적인 캐릭터와 신선한 소재 등으로 무려 26년 동안 많은 게이머의 사랑을 받아왔다. 장수 게임 시리즈인 만큼 그동안 많은 작품이 출시되어 왔는데 그중에서도 역대급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 바로 라이자의 아틀리에 시리즈이다.
오는 23일 정식 출시를 맞이한 ‘라이자의 아틀리에3 ~종극의 연금술사와 비밀의 열쇠~(이하 라이자의 아틀리에3)’는 신생 아틀리에 ‘비밀’ 시리즈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작품이다.
스토리에서 아쉬움을 보였던 2편의 잘못을 바로 잡기 위함일까. 1편의 시나리오 라이터였던 타카하시 야시치로가 다시 시나리오 라이터를 맡으면서 비로서 훌쩍 성장해버린 라이자, 그리고 마지막이라는 키워드가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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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숙한 연금술사에서 고명한 연금술사로 자란 라이자
이번 작품의 주요 배경은 어느 날 갑자기 바다에 생긴 수수께끼의 군도로 이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건이 펼쳐지게 된다. 스토리의 첫 시작은 섬의 발생 원인을 파악하는데 그치지만 연금술의 비밀을 담은 듯한 만상의 대전, 그리고 라이자를 인도하는 목소리가 등장하는 등 점차 새로운 국면을 맞이해나간다.
그 과정에서 과거의 동료와 재회하거나 클레리아 지방과 같은 새로운 지역으로 모험을 떠나게 되는데 전체적으로 엄청난 볼륨을 자랑한다. 특히, 쿠켄 섬 하나를 무대로 삼았던 1편과 비교한다면 거의 두 배 이상의 볼륨을 자랑하는 맵과 인물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이전 작품을 깊게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스토리와 전작에서 이어지는 숨겨진 떡밥을 모두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바로 주인공 라이잘린 슈타우트의 외적, 심리적으로 성장한 모습이다.
1편에서 라이자는 천방지축의 시골 소녀로 연금술을 배워가는 과정을 그려냈다. 소꿉친구와 우연히 섬 밖에 나가면서 시작된 모험은 점차 스케일이 커져 쿠켄섬의 비밀을 파헤치고 문제를 해결하는 단계까지 갔으며, 끝내 연금술사로 어느 정도 인정받은 라이자를 비추면서 끝이 난다.
2편은 어느 정도 성장한 라이자가 연금술 실력을 키우기 위해 왕도로 상경한 후의 얘기를 담았다. 비록 스토리 전개와 캐릭터 설정 붕괴 등으로 비평을 받았던 2편이지만 어쨌든 라이자가 고대의 문을 막고 휘를 돌려보내면서 정신적으로 한층 성숙해지는 계기를 심어준 작품이기도 하다.
3편은 지금까지 라이자가 걸어왔던 이야기를 토대로 새로운 이야기를 보여주면서 과거의 추억을 회상하고 하나씩 마무리 지어가는 데 집중했다. 가령, 1편에서 겁쟁이었던 타오와 용감함 뿐이었던 렌트는 어느덧 듬직한 어른이 되어 제 역할을 충실히 하든 든든한 존재가 됐고 클라우디아 역시 과거의 싱그러움을 그대로 간직한 미녀가 되어 나타났다.
특히, 어릴 적 라이자를 괴롭히던 존재였지만 점차 성장하면서 듬직한 아군이 되어준 보스 브로넨이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합류하기도 한다. 플레이 중 동료들끼리 소소한 잡담을 나누는 것을 보는 것도 꽤 즐거운 관전 포인트 중 하나.
오랜만에 만난 동료라면 과거에 함께 풀었던 사건에 대해 물어보기도 하는데 고대의 문을 잘 지키고 있냐는 대사는 시리즈를 함께 한 팬이라면 절로 뭉클해지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디테일한 스토리 언급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전체적인 느낌만 풀어내자면 살짝 아쉬운 부분은 있을 수 있지만 꽤 괜찮았다. 쿠켄 섬을 위협하는 수수께끼의 군도, 그리고 만상의 대전이 스토리의 중심을 잡아주고 여기에 동료와의 추억, 새로운 인물과 지역 간의 소통을 통해 살을 붙여갔다.
다만,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함인지 너무 과한 떡밥은 자제하고 대부분의 사건, 사고를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풀어간다. 가령, 머리 속에 울리는 목소리는 누가 봐도 수상하지만 그냥 웃어 넘긴다거나 열쇠를 만드는 열쇠도 편리하니 잘 써먹자라는 식으로 흘러간다. 이 부분은 2편의 단점으로 꼽히던 문제이기도 해서 어느 정도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까 싶다.
로딩 없는 심리스 필드와 새로운 열쇠 시스템
심리스 필드는 전작과 가장 차별화되는 시스템이자 게임의 편의를 또 한 번 높인 긍정적인 변화 중 하나이다. 아틀리에 시리즈에서 연금술은 게임의 정체성이라 봐도 될 정도로 굉장히 중요하다. 그만큼 많은 영역에서 연금술을 활용해야 한다.
연금술을 하기 위해선 재료가 필요하며, 고품질의 물건을 만들고자 한다면 그만큼 고품질의 재료가 필요하다. 이러한 재료가 하늘에서 툭 떨어질 일은 없으니 결국 얻기 위해서 필드를 종횡무진해야 하는데 로딩 없이 필드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파밍할 수 있으니 게임의 만족도가 높아질 수 밖에 없었다.
새롭게 추가된 지방은 물론이고 1편의 주요 무대였던 쿠켄 섬도 심리스 필드가 적용됐다. 덕분에 은신처에서 나와 곧바로 해변가를 따라 걸으며, 재료를 파밍하고 잠시 내륙으로 걸어가서 또 다른 재료를 파밍해도 로딩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 쿠켄 섬은 이전에 이미 있던 지역인 만큼 새로운 느낌이 덜해야 하는데 심리스 필드 덕분에 색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주목할만한 또 다른 신규 시스템으로 열쇠가 있다. 라이자는 갑자기 떠오른 미지의 레시피를 통해 열쇠를 만들게 되는데 이는 열쇠를 만들어내는 열쇠로 특정 장소와 몬스터 등에서 열쇠를 추출해낼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열쇠는 전투, 모험, 연금술 등 모든 방면에서 활용되며, 게임의 핵심 시스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열쇠는 심벌, 버스트, 어드벤처, 신서사이즈 4가지의 종류로 구분되며, 각각 특수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가령, 버스트 효과를 지닌 열쇠는 전투 중 키 체인지로 열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데 일정 시간 동안 대상에게 강력한 효과를 부여해주는 버프 기술로 사용된다.
제일 쓰임새가 좋았던 열쇠는 신서사이즈인데 연금술을 할 때 효과를 강화시켜주는 역할로 쓰인다. 3편의 연금술 시스템 자체는 이전 작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머티리얼환에 모든 재료를 투입하고 특성환에 특성을 인계할 수 있는 재료를 넣는 등 전작을 해봤다면 튜토리얼이 없어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하다.
이러한 익숙함에 변화를 주는 게 신서사이즈 열쇠의 역할이다. 연금술 레시피에 따라서 사용할 수 있는 열쇠의 특징이 다르며, 해당 특징에 맞는 열쇠를 사용할 때 일반적인 연금술보다 훨씬 높은 완성도의 물건을 만들어낼 수 있다. 따라서 높은 능력치를 갖춘 도구와 장비가 필요해지는 후반으로 갈수록 신서사이즈 열쇠의 필요도가 높아졌으며, 각 연금술 레시피에 맞는 열쇠를 찾고 이를 응용해서 연성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한편, 이러한 시스템은 자칫 낮춰 놓은 연금술의 진입 장벽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다 줄 수도 있다. 아무래도 강화를 할 수 있는 장치가 추가된다면 평범하게 만드는 것보다 몇 배로 더 수고를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여러 장비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재료를 얻어야 하는 노동 역시 배가 되고 말이다.
다행이라면 게임 내에서는 이를 편하게 해결할 수 있는 복제 장치가 존재한다. 한 번 만들어둔 장비는 젬 포인트를 소비해서 똑같은 아이템으로 복제할 수가 있다. 이는 키로 연성한 강화 장비 역시 마찬가지다. 덕분에 레시피를 강화하는 재미는 살리고 반복 플레이의 지루함을 덜어낼 수 있었다.
더욱 스타일리쉬해진 실시간 턴제 전투
다소 정적이고 지루했던 아틀리에 시리즈의 전투를 획기적으로 바꾼 게 이번 라이자의 아틀리에 시리즈의 장점 중 하나로 꼽힌다. 실시간 턴제 전투 방식을 도입한 1편과 여기서 더 나아가 박진감 넘치는 카메라 앵글을 추가한 2편의 전투는 호평 받기 충분한 완성도를 보여줬다.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멋진 모습을 보여준 덕분에 3편의 전투 역시 기대를 하게 됐고 거스트는 기대에 보답하듯 또 한 번 변화된 전투 시스템을 선보였다. 3편의 실시간 턴제 전투를 간단하게 정리하면 플레이어 조작 비중이 더욱 많아진 전투라고 평가할 수 있다.
우선 기본적인 전투 방식은 2편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동료와 적은 자신의 턴에 돌아올 때마다 자동으로 적을 공격하고 플레이어 캐릭터는 수동으로 턴에 맞춰 기술, 도구 등을 사용할 수 있다. 도구는 횟수 제한 없이 무한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스킬 사용 시 쌓이는 CC 포인트가 필요하다는 점도 똑같다.
그렇다면 어떤 점에서 차이를 보여줄까. 기존 전투는 실시간으로 진행되지만 턴제를 베이스로 깔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액션 게임과 비교한다면 아무래도 정적일 수 밖에 없다. 플레이어의 턴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말이다.
3에서는 턴을 기다리는 공백을 없애기 위해 다양한 전투 시스템이 추가됐다. 우선, 파티 구성이 늘어나 총 5명으로 구성할 수 있다. 이는 2편에서 발전된 것으로 전방 3명, 예비 2명으로 파티를 구성하고 언제든 전방 인원을 예비 인원으로 바꿔서 싸울 수 있다. 기존 4인보다 파티 변화에 범위가 넓어졌으니 훨씬 유동적으로 전략을 짤 수 있게 된 셈이다.
평타 커맨드도 달라졌는데 타이밍을 맞춰 때리면 최대 3타까지 평타를 쓸 수 있으며, 사전 입력을 통해 평타 이후 곧바로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이전에는 단순히 공격 명령을 내리고 끝이라면 이번 작은 액션 게임을 하듯 버튼을 연타하면서 타이밍을 맞춰야 한다.
이밖에 AP가 충분하다면 행동력이 부족해도 곧바로 CC를 소모해 도구를 사용할 수 있고 또 행동력에 상관없이 예비 파티 인원으로 교체할 수 있다. 교체 공격 후엔 곧바로 스킬 연계까지 할 수 있으니 어느 정도 게임을 진행한 상태에서는 턴을 기다릴 필요 없이 계속해서 인원을 교체하고 CC를 소모하면서 빠른 템포로 전투를 할 수가 있다.
여기에 앞서 말했던 열쇠까지 곁들인다면 일반적인 액션 게임 못지 않은 전투를 경험할 수 있었다. 턴제 특유의 단조로움은 거의 느낄 수 없었고 화려한 스킬 이펙트가 어우러지면서 이전 작품보다 훨씬 전투가 재미있게 다가왔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화면의 어지러움이다. 앞서 언급했듯 2편에서 호평을 받았던 카메라 앵글의 다각도 변화는 이번 작품에서도 적용되었다. 캐릭터의 움직임에 맞춰 화면이 요동치는데 움직임이 비교적 단순한 초반에는 보는 맛을 더해주는 장치로 느껴졌다.
본격적으로 스킬 이펙트가 화려해지는 중반을 향해가니 화면이 너무 빠르고 심하게 움직여 제대로 보기가 어려워졌다. 캐릭터를 교체하고 새로운 스킬을 사용하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이러한 불편함이 더욱 크게 느껴졌는데 화면 움직임만큼은 딱 2편에서 보여줬던 그 느낌으로 고정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라이자의 아틀리에3은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충분한 게임이었다. 이전 작품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시도와 노력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었으며, 전체적으로 더 나은 후속작이라 불려도 무방하다. 물론, 100% 완벽하다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 스토리에서 또 한 번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까 싶다.
이전 시리즈를 해보지 않았다면 첫 작품으로 3편을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스토리에서 전작과 연결되는 부분이 존재하고 또 추억을 하나씩 풀어가는 과정이 대부분이라 이해가 어려울 수 있지만, 본작에서 핵심으로 다루는 수수께끼의 군도, 그리고 만상의 대전은 3편만의 스토리이므로 이를 중심으로 본다면 크게 불편할 것도 없다.
시스템적으로 가장 발전되었음을 느낄 수 있고 튜토리얼 역시 깔끔했다. 전문 용어가 자주 등장해 어렵게 느껴질 수 있으나 자동 연금술, 복제 시스템 등 편의를 봐주는 게 많으므로 초보자라 해도 이해하는 데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2019년부터 4년 동안 이어진 라이자의 아틀리에 시리즈가 어느덧 끝을 맞이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시리즈의 분위기와 인지도를 다시 한 번 크게 바꾼 거스트가 다음에는 어떤 아틀리에 시리즈로 찾아올지 기대된다.
출처: 인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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