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 버닝 쇼어스 리뷰

‘포비든 웨스트’가 지난해 출시된 바로 그 다음주에 ‘엘든 링’이 잇달아 출시된 것, 기억하시나요? 작년 GOTY를 쓸어담은 ‘그 게임’과의 경쟁으로 인해 상당한 수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는 기대한 만큼의 관심을 받기 상대적으로 어려웠습니다. 이번 DLC의 상황도 그와 비슷합니다. 본격적으로 기대작들이 출시되기 시작한 4월, 신작과 경쟁해야 하는 DLC 입장에서는 입지가 아무래도 좁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게 비교적 조용한 관심 속에서 등장한 DLC ‘버닝 쇼어스’는 본편을 모두 클리어한 사람들만 플레이 가능한, 엔딩 이후 콘텐츠를 담고 있습니다. 물론 이를 통해 본편의 이용자가 잠시 늘 수는 있겠지만, 본편의 플레이시간이 꽤 길기 때문에 신작으로서 DLC를 플레이하기에는 진입 장벽이 꽤 높은 편에 속합니다. 물론, 본편을 재미있게 플레이했다면, 꽤나 만족할만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게임명: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 버닝 쇼어즈

장르명: 3인칭 액션 어드벤처

출시일: 2023.04.19

리뷰판: 출시 빌드

개발사: Guerilla Games

서비스: SIE

플랫폼: PS5

플레이: PS5

◆ 해당 리뷰는 본편 엔딩 이후 플레이 가능한 DLC를 다루고 있습니다
◆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의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용암이 흐르는 ‘불타는 해변’, LA로 떠나는 에일로이

▲ 본편의 이야기가 마무리된 이후, 새로운 여정에 나서는 ‘에일로이’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 구매 페이지에도 대문짝만하게 적혀있는 내용으로, 이번 DLC인 ‘버닝 쇼어스’는 본편의 마지막 메인 퀘스트인 ‘특이점(Singularity)’을 클리어하고, 엔딩 크레딧을 본 후에야 진입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아직까지 본편인 ‘포비든 웨스트’를 클리어하지 않았다면 버닝 쇼어스 DLC 또한 플레이할 수 없습니다.

엔딩 이후 DLC에 진입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버닝 쇼어스 DLC가 설치된 이후 게임을 재시작하고 나면, 얼마 전 타계한 미국 배우 랜스 레딕이 연기한 캐릭터 ‘사일렌스’로부터 한 통의 연락을 받게 됩니다. 이후 그를 찾아가면 새로운 지역인 LA로의 여정을 시작할지, 아니면 엔딩 이후에도 남아있는 여러 사이드퀘스트나 수집품을 더욱 탐험할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죠.

에일로이가 갑작스럽게 ‘불타는 해안’이라고 불리는 과거 LA 지역으로 여정을 시작하는 데는 본편의 스토리가 큰 영향을 미칩니다. 포비든 웨스트에서는 ‘호라이즌’ 시리즈를 관통하는 굵직굵직한 내용들이 후반에 많이 공개되며, 그만큼 다음 작품에서 회수할 떡밥도 많이 뿌려놓은 상황인데, 출시 후 1년이 지나 공개한 DLC를 통해 팬들의 기대를 어느 정도 해소하려는 시도로 보입니다.

▲ LA에 도착하자 마자 위험에 빠지고 마는데…

전반적인 스토리에 큰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선에서 이야기하자면, 본편에서는 약 1,000여 년 전 멸망한 지구를 버리고 우주로 탈출했던 존재들이 다시 지구에 돌아오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활로 기계 공룡들을 때려잡는 현대 지구인으로서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과학 기술로 무장하고 있던 그들의 목적은 가까스로 지구의 생태계를 유지해 오던 AI인 ‘가이아’를 손에 넣는 것이었죠. 자연스럽게, 가이아의 하위 기능을 복구하려던 에일로이와는 대적하게 될 수 없는 운명이었습니다.

이 ‘살아있는 조상’들과의 질긴 인연은 DLC인 ‘버닝 쇼어스’에서도 계속됩니다. 1,000년 전 인류 중 누군가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남쪽 땅(본편의 무대는 샌프란시스코 인근) LA로 날아갔는데, 무슨 짓을 꾸미기 전에 저지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줄거리죠.

▲ 퀜 부족의 해병 ‘세이카’와 함께 하는 여정이 DLC의 핵심입니다

물론, 이를 완수하기 위한 에일로이의 여정에는 새로운 인물들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본편에서도 모습을 보였던 부족 ‘퀜’의 일부입니다. 이들은 본편에서 샌프란시스코 앞바다에 상륙한 퀜 부족과 마찬가지로 전능하신 예언에 따라 항해를 해왔지만, 거센 해류로 인해 LA에 좌초되고 말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잃어버린 동생을 찾는 ‘세이카’가 에일로이의 새로운 동료로 합류하고, 각자의 목적을 위한 모험을 나서게 되는 것이 DLC의 핵심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버닝 쇼어스’ DLC의 첫인상은 새로운 지역이 그렇게 ‘새롭게’ 느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전작인 ‘호라이즌 제로 던’의 DLC, 프로즌 와일드와 비교하면 더욱 와닿을 것입니다. 당시 DLC는 눈보라치는 설원을 주무대로, 기계들과 공존하는 새로운 부족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는 본편과는 다르다는 느낌을 곧바로 전달한 반면, ‘버닝 쇼어스’는 군데군데 흐르는 용암 지역 외에는 본편의 장소들과 크게 달라진 점을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모습을 유지하기 힘든 1,000여 년 전 멸망한 지구를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LA의 몇몇 랜드마크를 구현하는 시도는 좋았습니다. 산등성이에 올라 볼 수 있는 헐리우드 간판이나, 주요 관광 명소 중 하나인 헐리우드 차이니즈 극장의 흔적 등을 통해 이번 작품의 배경이 LA라는 것은 얼추 확인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 몇몇 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1,000여년 전 과거의 흔적들

DLC다운 새로운 무기와 적, 그리고 유저 편의성까지

▲ 본편에 없던 기술들이 추가된 ‘버닝 쇼어스 DLC’

사실, DLC의 존재 의의는 본편을 재미있게 즐긴 팬들에게 더욱 많은 즐길거리를 전달하는 데 있습니다. 게임의 장르나 DLC의 형식, 가격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게이머 대부분은 가격에 상응하는 가치를 가진 콘텐츠를 새롭게 경험하기를 원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버닝 쇼어스’는 나름 알찬 추가 요소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먼저, 이번 DLC를 통해 에일로이가 습득할 수 있는 기술 트리가 늘었습니다. 패시브 기술과 함께 각 트리에서 ‘솟구치는 용기’ 기술이 하나씩 추가됐는데, 이를 통해 본편에서는 불가능했던 기술을 활용, 새로운 전투를 경험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가장 쓰임새가 많고, 또 본편과 확연히 차이나는 전투 스타일을 보여주는 기술은 기절한 기계에게 그래플링 훅을 사용하는 것과, 글라이딩 도중 조준을 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전자를 통해 본편에서는 근접 공격을 통해 공명기를 최대로 강화해야만 사용할 수 있는 공격을 보다 쉽고 빠르게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후자의 경우 DLC에서 얻게 되는 신무기인 스펙터 건틀렛으로 공중 공격을 할 수 있게 되니 필수로 찍어야 할 스킬 중 하나입니다.

새로운 적들도 물론 등장합니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은 알처럼 생긴 포드에서 튀어나오는 기계 파리들로, 신규 대형 기계인 ‘바일것’이 알을 계속 발사해 물량 공세를 펼치고는 합니다. 바일것은 양서류 모양으로 생긴 기계로, 지금까지 상대해 온 파충류나 곰, 원숭이같은 기계들과 달리 굉장히 높은 점프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독두꺼비마냥 사방으로 부식성 용액을 발사하기 때문에 난이도가 높을 경우 고전할 수 있는 상대이기도 합니다.

▲ 게임플레이를 완전히 바꾸는 신규 무기 ‘레일건’

▲ 이제 활 안써도 되겠는데?

새 무기인 ‘스펙터 건틀렛’은 기존 게임플레이에 가장 큰 변화를 주는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버닝 쇼어스의 메인 퀘스트를 진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되며, 사이드퀘스트를 진행해 추가 공격 방법인 ‘레일건’을 해금할 수 있습니다. 기본 공격은 샤드 투사체를 연속으로 발사해 폭발 피해를 연속으로 입히는데, 기계형 적들의 방어구를 손쉽게 제거할 수 있어 매우 강력한 무기입니다. 스태미너를 활용하는 보조 기술로 적의 특정 부위를 조준하면, 이후 몇 발의 투사체가 유도탄 형식으로 발사되는 점도 매우 유용합니다.

레일건은 무려 부위 파괴 피해가 500에 육박하는 매우 강력한 무기입니다. 따라서 게임 플레이 시 최대한 빠르게 해금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조 기술로 적에게 표식을 남긴 뒤, 이를 풀차징한 레일건으로 공격하면 웬만한 중소형 기계들은 한 방에 죽는 모습도 볼 수 있죠.

이처럼 강력한 성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스펙터 건틀렛의 탄환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는 매우 입수하기 쉬운 편입니다. DLC 이후에도 본편의 뉴게임+ 등에서 새로운 스타일로 플레이하고자 할때 매우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보입니다.

▲ 구하기 귀찮던 재료는 상점에서 모두 팔아주고

▲ 전설 장비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이번 DLC는 본편에서 많은 노가다를 하지 않았거나, 전설 무기를 얻지 못한 플레이어도 어느 정도 배려하는 편의성 요소를 추가해 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신규 지역에서 처음 등장하는 거점 지역의 포션 상인은 거의 대부분의 사냥감 재료 아이템을 판매하는데, 일정량의 샤드를 지불하면 그동안 사냥이 귀찮아서 업그레이드 하지 못한 주머니를 확장할 수 있습니다. 특히, 본편의 새나 물고기 사냥이 대단한 귀찮았던 것을 떠올리면, 꽤나 마음에 드는 DLC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설 무기나 장비도 마찬가지입니다. 귀찮음이나 선호도에 따라, 본편에서 도전과제를 이행하지 않은 플레이어들은 상대적으로 전설 장비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 편이었습니다. 투기장에서 기계들과 뒹굴며 토큰을 벌기 싫은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온 지역을 돌면서 유적을 발굴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기 마련이니까요.

그러나 이번 DLC에서 제공되는 전설 장비들은 샤드와 ‘브림샤인’이라는 희귀한 광물만 모으면 상점에서 얼마든지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브림샤인은 LA지역 곳곳을 탐험하면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고, 한 번 브림샤인을 필요로 하는 장비를 구한 경우 업그레이드 재료를 일거리로 설정해 두면 주변 브림샤인의 위치를 지도에서 확인할 수 있어 편합니다.

게다가 본편의 장비보다 좋은 점은, 업그레이드를 하는데 이미 모아둔 재료들이 통용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본편에서 얻은 최강의 갑옷은 업그레이드에 무수히 많은 고난도 기계들의 부품이 필요하지만, 같은 성능을 가진 DLC 장비는 그보다 적은 재료를 써서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식이죠. 물론 업그레이드에 브림샤인이 들어가는 것은 단점이지만, 대규모 교전 없이 주위만 잘 둘러봐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는 점은 희망적입니다.

▲ 브림샤인 모으기는 신규 지역의 주요 탐험 요소로 작용합니다

“본편이 즐거웠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될 DLC

▲ 번외편 성격의 스토리도 나름 인상적인 부분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 버닝 쇼어스’는 2만 원 초반 대의 가격이 책정되었고, 이는 전작의 DLC인 ‘호라이즌 제로 던: 프로즌 와일드’와 동일한 가격입니다. 플레이타임도 얼추 비슷하다고 볼 수 있지만, 모든 수집 요소를 고려하면 버닝 쇼어스 쪽이 좀 더 오랜 시간을 플레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본편이 출시 된 지 약 1년이 조금 넘은 오늘날, 이정도 가격대에서 에일로이의 새로운 여정을 경험하는 것은 상당히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LA 지역 맵의 규모가 본편의 1/3 수준으로 작긴 하지만, 수집물이나 브림샤인 등의 존재로 인해 곳곳을 찾아보는 재미는 여전한 편이었고요. 거기에 새롭게 등장한 스펙터 건틀릿의 레일건은 기계의 약점을 찾아 사방팔방 구르기만 하던 과거에서 벗어나, 호쾌한 한방 한방의 손맛을 주는 전투를 보여주는 데도 성공했습니다.

어차피 본편의 엔딩을 보지 않을 경우 플레이할 수 없는 DLC이기 때문에 큰 상관이 없는 이야기일 수 있지만, ‘버닝 쇼어스’ DLC는 본편을 즐겁게 플레이한 기억을 가진 게이머에게는 나름 합리적인 가격 안에서 게임의 새로운 즐거움을 더합니다. 요 근래 많은 기대작들의 출시가 예고된 만큼 DLC에 대한 관심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에일로이의 다음 여정이 궁금한 사람들에게는 알맞은 주말용 게임이 될 것입니다.

출처: 인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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