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크래프트 레전드 리뷰

글로벌 메가 히트작 ‘마인크래프트’는 2020년, 액션 어드벤처 ‘마인크래프트 던전스’를 출시하며, 장르 확장의 다변화를 이뤄냈다. 전투와 파밍에 집중한 게임 플레이는 비록 깊이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입문용 핵앤슬래시로 불리는 등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그로부터 3년 후, 이번에는 ‘마인크래프트 레전드’를 통해 액션 전략 장르에 새롭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진입 장벽이 높기로 알려진 전략 장르에서 마인크래프트는 선택과 집중 그리고 반복 플레이를 내세워 꽤 효과적으로 입문 난이도를 낮추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에 따른 아쉬운 점도 분명하다.


게임명: 마인크래프트 레전드

장르명: 액션 전략

출시일: 2023.4.19

리뷰판: 1.0.0

개발사: 모장, 블랙버드 인터랙티브

서비스: 엑스박스 게임 스튜디오

플랫폼: PC, PS, Xbox, NSW

플레이: PC


전략의 입문 난이도를 낮추기 위한 집중

전략 게임은 플레이어블 캐릭터 하나만 조작하는 타 장르와 달리 병사들을 지휘해 적을 쓰러트리는 특유의 방식 탓에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다. 전략의 깊이를 더할수록 이러한 경향이 심해지는데 이는 곧 게임의 즐거움과 직결되는 만큼 쉽게 타협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게 강점인 마인크래프트 입장에서 쉬운 접근성, 낮은 진입 장벽은 IP 확장을 꾀할 때 필수로 고려할 점일 것이다. 이는 이전 작품인 마인크래프트 던전스에서 액션과 파밍의 난이도를 낮춰 장르의 이해가 없어도 쉽게 즐길 수 있게 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 친절한 창조주들과 함께 하는 용사 일대기

결과부터 말하면 마인크래프트 레전드는 전략 게임 특유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성공했다. 이쪽 장르에 문외한이라 해도 초반 튜토리얼만 잘 숙지한다면 문제 없이 즐길 수 있을 정도다.

이처럼 전략의 입문 난이도를 낮추기 위해 마인크래프트 레전드가 선택한 방식은 집중이다. 플레이어는 오버월드 세계를 구할 영웅으로서 피글린을 상대로 싸우게 된다. 피글린은 지옥과 연결된 포탈을 통해 수십, 수백의 대군을 끌고 침략을 강행하는데 이에 맞서기 위해 주인공은 지식, 행동, 예지라 불리는 세 명의 창조주에게 전설적인 류트, 용기의 깃발, 창조의 불꽃을 받게 된다.

▲ 귀여운 애니메이션이 구간별로 준비되어 보는 맛을 더한다

이후의 전투는 세 가지의 도구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전설적인 류트를 연주해 알레이라 불리는 요정에게 자원 수집, 전설 등의 작업을 요청하고 창조의 불꽃으로 나와 함께 싸울 동맹을 부른 뒤 용기의 깃발로 명령을 내릴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은 전지전능한 제삼자의 시선에서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 캐릭터를 직접 움직이면서 하게 된다. 즉, 다수의 병사를 일일이 조작하는 게 아니라 플레이어블 캐릭터 하나만 조작하면 된다. ‘마운트 앤 블레이드’와 ‘컨커러스 블레이드’ 등의 게임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 주인공만 조작하면 되는 간단한 방식에 전략적 전술을 더한 게 특징

이처럼 다수의 캐릭터가 아닌 주인공 캐릭터 하나에 집중하는 방식은 게임 플레이 전반적으로 큰 변화를 가져온다. 가장 큰 차이는 마치 턴제 게임처럼 구간별로 행동을 분리해서 움직이게 된다는 점이다.

자원을 모아서 건물을 짓고 병사를 모아서 공격하는 과정은 동시에 이뤄지는 게 아니라 한 단계씩 밟아가게 되어 있다. 동시에 하고 싶어도 명령을 내리기 위해선 직접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멀티태스킹 능력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

▲ 딱 봐도 몸에 안 좋게 생겼다

게임 시스템적으로도 이러한 플레이를 지향한다. 대표적으로 네더랙이라 불리는 발판의 존재다. 피글린들의 요새는 네더랙이라는 발판으로 뒤덮여 있으며, 해당 발판에선 계단과 같은 구조물을 제외하면 어떠한 건물도 세울 수 없다. 보통은 꽤 넓은 범위에 네더랙이 깔려 있으므로 싸우는 와중에 병사를 새로 만들어서 다시 전장으로 보낼 수가 없다.

따라서 전투 중 병사가 모두 쓰러진다면 다시 네더랙 밖으로 나와서 병사를 생성한 뒤 전장으로 가야 한다. 멀리서 명령을 내리면 되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오직 돌격과 집중 공격 두 가지의 단순한 명령만 있고 한 번 명령을 내린 병사에게 또 명령을 내리기 위해선 가까이 접근해야만 한다.

▲ 전투 중 병력을 충원하기 위해선 네더랙 밖에 다녀와야 한다

한 번에 생성할 수 있는 병사의 수가 제한되고 용기의 깃발로 한 번에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병사의 수 역시 제한된다는 점도 턴제처럼 플레이가 흘러가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한 번에 여러 일을 하면서 복잡하게 게임을 진행하는 게 아니라 현재 상황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 셈이다.

공격과 방어 역시 하나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낮에는 플레이어가 피 글린 들의 기지를 공격하는 입장이었다면 밤에는 랜덤으로 마을 하나를 피글린들이 공격한다. 어떤 마을이 공격당할지는 랜덤이지만 낮 동안 피글린들이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알려주니 미리 대비할 시간은 충분한 편이다.

▲ 마을을 지키면서 적의 기지를 부수는 게 게임의 최종 목표

플레이어는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마을에 벽을 세우고 각종 공격 포탑을 설치해야 한다. 수비를 도와줄 다양한 건물이 준비되어 있으며, 나무 벽을 돌벽으로 바꿔주거나 공격 포탑의 범위를 늘려주는 건물도 존재한다. 마을의 규모가 작은 편은 아니고 또 사방에서 몰려오기 때문에 어느 한 곳만 막기보단 여러 곳을 막겠다는 각오로 준비해야 한다.

다만, 네더랙 때문에 건설에 제한이 있었던 피글린 영지와 달리 마을에는 이러한 제한이 없으므로 비교적 공격보단 유동적으로 전략을 짜고 움직일 수가 있다. 난이도를 비교하자면 7:3 정도로 공격이 더 어려운 편. 수비는 건물만 대량으로 깔아두면 큰 무리 없이 막을 수 있고 방어에 성공하면 마을 주민들에게 자원을 받을 수 있으니 살짝 쉬어가는 느낌을 준다.


낮은 진입 장벽이 불러온 반복 플레이의 아쉬움

마인크래프트 레전드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쉬운 전략 게임을 꿈꿨고 이를 실현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로 인한 부작용을 피할 수 없었고 결과적으로 전작처럼 깊이가 느껴지는 게임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

게임을 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반복적인 플레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전략 게임을 플레이하는 게이머는 틀을 벗어나는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것에 쉽게 매료된다. 반복보단 예상치 못한 변수를 여러 전략으로 돌파할 때 다른 게임에서 느낄 수 없는 재미가 있다.

▲ 흔히 말하는 어택 땅만 해도 이긴다

반면, 마인크래프트 레전드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적고 전략의 다양화를 세우기 어려운 레벨 디자인을 갖췄다. 게임의 난이도는 4단계가 있으며, 최고 난이도로 갈수록 자원은 적은 대신 적들은 많고 강력해진다. 따라서 난이도가 높으면 게임이 더 어려워지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게 단순히 전략적으로 어려워진다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 마인크래프트 레전드의 전투는 실시간이지만 턴제와 비슷한 느낌으로 흘러간다. 수집 – 생성 – 전투 이후 다시 처음부터 반복되는 과정은 난이도가 높아진다고 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반복되는 횟수가 많아질 뿐 과정에 큰 변화가 생기는 게 아니다.

▲ 짜증만 날 뿐 어렵진 않았던 보스 설계

적들의 기지는 크고 튼튼해지지만 결국 한정된 건물로 이뤄져 있다. 반복해서 공격 명령을 내리면 결국 무너지게 된다. 그 과정에서 전략을 잘 세운다면 적은 자원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창의적인 전략을 세울 수 있을 정도로 게임 내에 준비된 게 많은 게 아니므로 그저 생성과 돌진만 반복해도 문제가 없다.

상황이 이러하니 1,2단계의 낮은 난이도에선 사실 전략이란 게 없어도 될 정도로 게임 장르의 특징이 희석된다. 병사의 숫자도 종류도 적은 초반에는 어느 정도 헤맬 수 밖에 없지만 좀비와 스켈레톤 마을을 구해준 이후부턴 좀비만 뽑아서 돌격해도 모든 피글린을 쓸어버릴 수 있다. 심지어 준 보스 3명과 마지막 보스도 좀비 50마리의 공격에 별다른 대응도 못한 채 죽어버렸다.

▲ 용기의 깃발로 명령을 내려도 이해를 잘 못하는 AI

전략의 재미를 해치는 편의 기능과 AI도 아쉬운 점 중 하나다. 플레이어는 병사에게 돌격과 집중 공격 2개의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돌격은 지정한 지역까지 가면서 주변 적들과 건물을 공격하는 것이고 집중 공격은 타겟으로 삼은 대상만 공격하는 방식이다.

명령은 생각보다 세세하게 내릴 수 있다. 가령. 현재 근접 공격 10, 원거리 공격 10의 병사로 병력을 구분했다면 근접 공격 병사에겐 돌격 명령을 내리고 원거리 병사에게 주요 지점을 집중 공격하도록 하는 게 가능하다. 원한다면 행동이 아닌 병사마다 명령을 내릴 수도 있으니 병력 규모가 커질수록 더욱 다양한 전략을 세우는 게 불가능하진 않다.

▲ 필드 탐험의 재미는 충분하나 낮은 난이도에선 크게 체감을 못한다

다만, 주어진 명령을 잘 수행하지 못하는 AI가 플레이어의 분노를 유발한다. 이는 높은 지대에 요새를 세우는 포자의 무리와 싸울 때 더욱 크게 느낄 수 있다. 명령을 내리면 해당 지점으로 오직 직진할 뿐이라 혼자 절벽에서 떨어지거나 돌 사이에 껴서 아무것도 못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플레이어가 발에 불나도록 전장을 뛰어다니면서 통제를 해야만 한다. 처음부터 세웠던 전략은 전투가 진행될수록 사실상 지켜지지 않으며, 이러한 점은 전투 계획을 세울 필요 없이 그때 상황에 맞춰서 병력을 이끌고 가서 때리고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진다.


유저 간 대결 모드는 성공적?

정식 출시된 마인크래프트 레전드는 혼자 즐길 수 있는 캠페인과 유저간 4:4 대전을 지원하는 대결 모드 그리고 특수한 전투를 겪을 수 있는 잊혀진 전설과 신화 모드로 나뉜다. 앞서 여러 아쉬운 점을 말했지만 사실 이는 캠페인에 해당하고 대결 모드는 기대 이상의 재미를 선사해 줬다.

반복되는 전투와 단조롭게만 느껴졌던 전략은 유저 간의 대전에서 멋진 메커니즘으로 탈바꿈한다. 더 많은 자원을 얻기 위해 실시간으로 병력을 뽑아 격돌하고 필드에 다양한 건물을 지으면서 차츰 영토를 넓혀가야 한다.

▲ 상대보다 빨리 고급 자원을 모아 빌드를 높여가는 게 포인트

대결 모드는 캠페인과 전투 방식은 비슷하지만, 훨씬 더 빠르게 흘러간다. 가령, 자원을 얻고 새로운 병력을 얻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 캠페인에선 한 단계씩 밟아가야 했다면 대결 모드는 자원만 충분하다면 순식간에 해금할 수 있다. 얻을 수 있는 자원의 양도 훨씬 풍족하고 특히 병사를 소환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을 건물 생성을 통해 자동으로 얻을 수 있어 훨씬 빠른 전개가 가능하다.

유저를 상대로 펼쳐야 하는 전략적 전투인지라 캠페인보다 훨씬 다양한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는 점도 재미있게 다가온다. 가령, 밤에 활발해지는 피글린들의 패턴에 맞춰 기습 공격을 감행하거나 고지대에 레드 스톤 투석기를 설치해서 주요 시설이 큰 피해를 준 뒤 공격하는 방식이다.

▲ 공격 못지 않게 수비에도 힘을 써야 한다

캠페인의 엔딩을 본 후 대결 모드를 즐기기 시작했는데 앞서 아쉬웠던 점들이 대결 모드에선 전혀 느낄 수 없다는 점이 꽤 색다르게 다가왔다. 게임의 설계 자체가 유저 간의 대결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다. 서로 뺏고 뺏는 영토 싸움인 만큼 소모전이 활발하게 발생하는데 이 탓에 한 판의 플레이 타임이 꽤 긴 편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 시절에는 방식을 모르니 헤매다가 기습 공격에 당하기 쉬웠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진 이후로는 적의 공격에 맞춰 빠르게 성벽을 쌓아 막아 내는 게 가능하다.

▲ AI 상대로 펼칠 수 없던 다양한 전략이 빛을 발하는 순간

긴 플레이 타임 때문에 그 과정에서 이탈자가 다수 발생할 경우 유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역전패를 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또한, 팀원이 같은 자원과 병력을 공유하기 때문에 간혹 의도적으로 전투를 방해하는 트롤러가 있으면 원치 않는 패배를 맛봐야 했다.

대결 모드만의 플레이는 정말 재미있으므로 이러한 비도덕적인 플레이를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게 더욱 아쉽게 다가온다.


마인크래프트 던전스부터 레전드까지, 모장 스튜디오가 내세운 마인크래프트 IP 확장의 기조는 확실하다. 장르에 상관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완화하고 마인크래프트만의 색을 살짝 입히는 방식이다.

따라서 깊이가 부족하다는 평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플레이 방식에 따라서 플레이 타임이 짧고 콘텐츠가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캠페인만 한다면 게임의 재미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대결 모드만큼은 확실히 액션 전략에 걸맞은 재미를 선사해준다. 낮은 진입 장벽이 유저 간의 대결에서는 확실히 장점이 되는 느낌이다. 누구나 쉽고 빠르게 게임에 적응해서 어울릴 수 있으니 말이다. 친구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전략 게임을 찾는다면 한 번 해보길 바란다.

출처: 인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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