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분위기와 미숙한 디테일, 아토믹 하트



로봇이 인류를 말살하기 위해 날뛰는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무대로 한 FPS RPG, ‘아토믹 하트’가 2월 21일 출시를 앞두고 타이베이 게임쇼에서 시연 자리를 마련했다. 제2차 세계 대전 황폐해진 인류는 더 나은 삶을 위해 다양한 로봇을 개발했지만,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로봇들이 인류를 공격하기 시작하기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연구기관의 실험체가 유출되면서 기괴한 형상의 괴물들까지 출몰하게 되는 세계에서 유저는 KGB 소속 특수요원 세르게이 네차예프 소령으로서 일련의 사태의 원인을 조사해나가게 된다.

이번 타이베이 게임쇼의 시연은 오페라 극장을 조사하는 미션과 민간 로봇이 모종의 이유로 폭주하는 거대 경작 로봇을 저지하는 보스전 두 가지로 진행됐다. 오페라 미션의 과제는 극장에 숨어든 로봇 연구소의 책임자 페트로프를 붙잡는 것으로, 그 과정에서 페트로프가 미리 깔아둔 다양한 함정과 돌연변이 그리고 각종 로봇들을 물리치며 전진해야 한다.

그간 공개된 바에 따르면 ‘아토믹 하트’는 기술이 기괴하게 발전한 독특한 SF 세계관의 느낌을 살린 무기와 초능력을 조합한 독특한 슈팅 액션을 내세운 작품이다. 주인공 네차예프 소령은 양손과 왼다리에 심각한 골절을 입어서 금속 보형물 등으로 보강했으며, 그 중 왼손에 이식된 폴리머 조작기를 슈트 내에 장비한 배터리와 연동해서 여러 능력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트레일러에서 주인공이 왼손에서 냉기를 발사해 적을 얼리거나, 사이코키네시스로 적을 띄운 뒤에 바닥으로 내리찍어서 대미지를 주는 장면 등 초능력을 적극 활용해 다수의 적을 상대하는 액션이 돋보였다. 그러나 시연 버전은,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액션을 선보이기 위해서는 사전에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았다는 걸 보여주는 자리였다.

시연 버전에서는 초능력을 사용해서 적의 공격을 막거나 던져버리고 얼리는 등, 기본적인 초능력들은 개방된 상태였다. 그렇지만 초능력이 발동하기까지 생각보다 시간이 길고 풀차지를 하지 않는 한 써먹기가 애매했다. 그나마 크기가 작은 적은 어느 정도 충전하지 않고도 바로 잡아서 내동댕이치거나 얼려버릴 수는 있으니, 바닥을 기어가다가 이리저리 통통 튀는 자잘한 돌연변이를 처리하는 데에는 그나마 쓸만했다고 할까. 실드는 그래도 발동이 비교적 빠른 편이라 비교적 써먹기는 편했지만, 회피에 크게 제약이 없는 게임인 만큼 집중공세를 피하기 어려운 긴급한 상황을 빼고 어떤 이점이 있나 알기 힘들었다.

▲ 소수 교전에서는 초능력 쓸 시간에 사격으로 제압하는 게 마음 편하지만

▲ 보스에게 물려도 실드만 있으면 버틸 수 있으니 초능력 사용법에 익숙해질 필요는 있다

시연 버전에서 선정한 미션 자체도 아쉬웠다. 게임쇼의 시연은 불과 15분 정도인데, 그 시간에 전투의 코어를 어필하기보다는 퍼즐 요소가 강조된 것이다. 물론 ‘아토믹 하트’는 단순히 각종 무기와 초능력으로 무작정 로봇과 돌연변이를 다 박살내는 게임과는 결이 다르긴 하다. 개발사가 그간 공개해왔던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이나 일련의 트레일러를 보면 기묘한 SF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과 그 기기괴괴한 단면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걸 단순히 이야기로 풀기보다는, 슈팅과 초능력 액션을 가미해 더 다이나믹하게 풀어내는 게 개발진이 의도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지만 그 다이나믹함을 즐기기엔 전투 구간이 짧았다. 그 사이에도 머리가 열린 채 달려드는 괴이한 돌연변이들뿐만 아니라 불쾌한 골짜기 그 자체인 생김새에 술취한 발레리나처럼 빙글빙글 괴상한 스텝을 밟는 로봇까지, 이 게임만의 묘한 감성은 차고도 넘칠 만큼 체감할 수 있었다.

▲ 이 신경을 거스르는 기묘한 움직임. 온 몸의 감각이 빨리 처리하라고 말하는 느낌이다

그게 불쾌하고 이질적인 나머지 아직 익숙하지 않은 초능력 대신에 라이플 탄환을 먹여서 최대한 빨리 잠재우는 선택을 해버릴 정도였다. 직업상 최대한 다양한 테크를 타봐야 하는데, 그렇게 느긋하게 넘어가기엔 그 불쾌한 골짜기들이 자꾸 심기를 거스르게 만들 정도로 그 묘한 분위기는 충만했다.

또 그렇게 무언가를 시험하기도 곤란한 이유는, 여타 1인칭 게임에 비해 주인공이 피격됐을 때 반응이 상당히 찰졌기 때문이기도 했다. 좀 세게 맞아도 억, 소리내고 잠깐 화면에 피 튀기면서 화면이 잠깐 흔들리는 정도가 아니라, 쓰러진 뒤에 비틀거리는 것처럼 연출을 해냈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꽤 화면이 흔들거리고 무언가 튀기는 것도 조금 과장될 정도로 나오기 때문에, 실제로 체력이 다는 것보다 훨씬 더 아프게 맞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보스전은 원래 인간형 로봇이었다가 구체로 변화된, 이른바 ‘고슴도치’라는 코드네임으로 불리는 로봇과의 전투로 진행됐다. 보스전은 이리저리 구르면서 치고 받거나 불덩이를 쏘고 충격파를 사방으로 퍼뜨리는 등 여러 패턴이 나오는 가운데, 보스가 약점을 드러낼 때 집중 공격하고 나머지는 거의 무적인 고전 게임의 양상을 선보였다. 다만 보스의 속도는 생각보다 빠르고 통상 3인칭 시점에서 회피를 고려하는 패턴이 1인칭에서 나왔기 때문에 그 간극이 조금 독특하게 다가왔다고 할까.

▲ 좀 과장됐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돼야 뭔가 세게 얻어맞아서 나동그라졌다는 느낌이 난다

▲ 3D 플랫포머에서 많이 보던 유형의 패턴은 나쁘지 않지만

▲ 머리 쓰는 건 물론이고 세밀한 조작까지 요구하는 퍼즐이 그 짧은 시연에 연달아 나올 줄은

총 15분, 그것도 세팅 시간을 뺴면 10분 조금 넘는 짧은 시연이었던 만큼 아토믹 하트의 모든 걸 알았다고 섣불리 말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사전에 초청을 받아서 몇 시간이나 데모를 시연해본 외신들은 꽤 호평을 했기 때문이다. 대체로 평을 보면 초반 구간 이후 어느 정도 초능력을 쌓고 실전에서 활용할 수 있을 때부터 달라졌다 하는데, 그런 성장이나 혹은 그 결과물을 체감할 수 있는 구간을 미처 시연 빌드로 제공하지 못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애초에 이 작품은 개발사의 첫 작품에,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시연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니 가능성은 충분하지 않을까. 그런 게 아니었다면 초반 세팅할 때 BGM에 다른 소리가 묻힐 만큼 볼륨을 크게 해놨을 이유도 없었을 테니 말이다. 다만 그 짧은 시간에도 특유의 껄끄럽고도 괴이한 분위기와 슈팅 액션의 기본기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으니, 그 저력을 정식 출시 버전에서는 어떻게 풀어냈을지 두고 볼 필요는 있겠다.

출처: 인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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