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게임즈가 지난 3월 GDC에서 포트나이트의 순수익 40%를 크리에이터에게 배분한다는 이른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2.0’을 발표하면서 화제가 됐습니다. 새로 출시 예정인 언리얼 엔진 5.2와 메타 휴먼 관련한 놀라운 기능뿐만 아니라, 전 세계 5억 명 이상의 유저를 보유하고 첫 두해만 해도 90억 달러 이상 매출을 올린 ‘포트나이트’의 막대한 수익의 큰 부분을 크리에이터에 투자한다는 뜻이었기 때문이죠.
그 핵심에는 포트나이트에 언리얼 에디터의 개발 워크플로와 툴세트를 활용해 콘텐츠를 개발하고 퍼블리싱할 수 있게 만든 ‘포트나이트 언리얼 에디터(UEFN)’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물론 기존 포트나이트에서도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모드인 ‘포트나이트 크리에이티브(포크리)’가 있긴 했습니다. 그러나 포트나이트의 애셋을 활용하는 것에 국한됐던 포크리와 달리, 이번 ‘포트나이트 언리얼 에디터’는 언리얼 엔진의 여러 툴과 기능을 포트나이트 내에서 활용, 각종 콘텐츠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뿐만 아니라 마켓플레이스 등에서 구매한 외부 애셋까지도 끌어와서 더 다양한 콘텐츠를 구축할 수도 있죠.
■ 포트나이트의 애셋에 언리얼 엔진의 기술력과 애셋까지 얹은 방대한 메타버스
여기까지만 설명을 들으면 최근 출시되고 있는 메타버스와 크게 차별화가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자신이 혹은 사전에 누군가 만들어낸 애셋을 다각도로 활용해서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하는 것은 메타버스의 시조격으로 많이 언급되는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 때부터 이미 선보인 것이니까요. 그렇지만 언리얼 엔진의 기술력이 뒷받침된 툴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죠.
실제로 포트나이트 언리얼 에디터는 말 그대로 언리얼 엔진의 에디터가 포트나이트에 적용된 것이라고 봐도 무방했습니다. 언리얼 에디터의 모든 기능을 100% 다 담아낸 것까지는 아니지만, 주요 기능 및 인터페이스는 고스란히 담겨있어서 언리얼 엔진을 다뤄본 사람이면 금방 익숙해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포트나이트’가 메인인 만큼, 언리얼 엔진을 몰라도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기존에 포트나이트에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던 크리에이터 모드, 일명 ‘포크리’도 고스란히 남아있기 때문이죠. 에디터에서 세션을 시작하면 포트나이트가 실행되면서 자신이 작업한 빌드를 테스트해볼 수 있게 되는데, 이때 포크리 모드로 전환해서 작업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포크리 모드인 만큼 포트나이트 애셋만 열려있지만, 언리얼 엔진 에디터에 익숙하지 않아도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있는 셈이죠.
아무래도 국내에서는 포트나이트가 비교적 흥행하지 못하다보니, 초창기의 캐주얼하고 원색적인 그래픽만 떠오를 유저도 많을 겁니다. 그래서 ‘에인션트의 협곡’ 등 언리얼 엔진 테크 데모에서 보여준 실사풍의 정교한 그래픽과 이를 빠르게 구현하는 언리얼 엔진의 기술력이 매칭이 안 될 여지도 있죠. 그러나 포트나이트는 언리얼 엔진을 개발한 에픽게임즈가 직접 그 최신 기술을 먼저 적용하고 검증하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기본적으로 카툰의 느낌이 아예 가신 건 아니지만, 흔히 양키 센스라고 느끼는 그런 스타일뿐만 아니라 여러 콜라보에 더 진보한 기술이 적용되면서 더 다양한 스타일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죠.
스테이트 오브 언리얼에서 공개된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척박한 환경에서 기계 혹은 돌연변이 괴수와 싸우는 예제가 아마 가장 좋은 사례 아닐까 싶습니다. 그 애셋은 실제로 에픽게임즈에서 제공하고 있는 프리셋으로, 통합 마켓플레이스 ‘팹’을 통해서 바로 무료로 구해서 포트나이트 언리얼 에디터에 적용할 수 있죠. ‘팹’은 그간 에픽게임즈에 합류한 퀵셀, 아트스테이션, 스케치팹 등 다양한 3D 애셋 마켓플레이스 및 3D 애셋 라이브러리 회사의 애셋을 담아낸 새로운 마켓플레이스죠.
다만 ‘팹’은 아직 정식 단계가 아니고 알파 단계인 만큼, 아직까지는 팹과 포트나이트에 있는 애셋만으로는 다소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언리얼 엔진에 활용할 수 있는 외부 애셋을 프로젝트에 임포트해서 고스란히 구현할 수 있죠. 그리고 단순히 집어넣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애니메이션 모드나 컨트롤 릭으로 여러 움직임을 구현하는 건 물론이고 나이아가라 VFX 시스템으로 포트나이트식 과장된 이펙트가 아닌 더 정교한 VFX를 직접 제작해서 전혀 다른 느낌의 콘텐츠를 만들어나가는 방법도 있습니다.
■ 플레이하며 테스트하고, 협업도 실시간으로 이어지는 창작 공간
단순히 애셋을 조립해서 무언가를 만드는 메타버스를 넘어서 언리얼 엔진의 기술을 거진 쓸 수 있다는 건 구미가 당기는 일이긴 합니다. 그렇지만 이는 양날의 검이기도 하죠. 언리얼 엔진을 안 다뤄본 사람이라면 그 다양한 기능을 활용하기는커녕 인터페이스에 적응하는 것부터가 문제니까요. 실제로 언리얼 엔진을 몇 번 안 써본 입장에서는 무엇부터 만져봐야 할지 감이 잘 안 왔던 만큼, 언리얼 엔진에 대한 지식 없이 처음 포트나이트 언리얼 에디터를 접하게 되면 당혹스러울 수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에픽게임즈에서도 플레이 테스트는 포트나이트를 실행해서 진행하고, 포크리 모드와 호환이 되게 하는 등 여러 대책을 마련해두었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테스트를 위해 포트나이트를 구동한 뒤 그 안에서 바꾼 모든 것들이 따로 모드를 나가지 않고서도 에디터에도 바로 적용되게끔 했죠.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보통 게임 엔진이나 메타버스에서 콘텐츠를 제작할 때면 편집하는 모드와 게임을 실행하는 모드가 따로 분리가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플레이 모드에서 테스트를 진행한 뒤, 무언가 오류가 발견되거나 혹은 생각한 것만큼 플레이가 원활하지 않으면 플레이 모드를 종료하고 에디터에서 해당 부분을 수정한 뒤에 다시 플레이 모드로 테스트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죠. 그런데 포트나이트 언리얼 에디터에서는 플레이 테스트를 위해서 켜둔 세션에서 변경한 사항이 모두 실시간으로 반영되기 때문에 모드를 왔다갔다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테스트 및 수정이 가능한 셈입니다.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서 포트나이트 언리얼 에디터는 팀원들이 포트나이트에서 실시간으로 플레이 테스트를 진행하고, 콘텐츠를 같이 만들어나갈 수도 있습니다. 성인 인증을 받은 유저에 한해서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친구를 초대하고 프로젝트를 공유하면 포트나이트에서 혹은 포트나이트 언리얼 에디터에서 그 친구도 동시에 접속, 편집할 수 있게 되죠.
그리고 에디터를 굳이 별도로 이야기한 이유는, 포트나이트에서 편집 작업 자체는 포트나이트가 구동되는 플랫폼이면 어디에서든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즉 PC가 아닌 모바일이나 콘솔에서도 현재 프로젝트를 제작 중인 섬에 들어가서 포크리 모드로 섬을 이리저리 개조하고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작업에 일조하는 길이 열려있는 셈이죠. 물론 포트나이트 언리얼 에디터 자체는 PC만 지원하기 때문에 포트나이트의 애셋뿐만 아니라 언리얼 엔진의 각종 기능까지 더하는 심층 작업은 PC로 해야 하지만, 포트나이트 애셋으로 대략적인 얼개와 구성을 잡는 작업 자체는 언제 어디서나 플랫폼에 구애받지 않고 영감이 떠오를 때 바로바로 작업할 수 있습니다.
협업하다보면 종종 서로 작업한 게 엉키거나 누군가가 오류가 나서 튕긴 뒤 작업한 게 제대로 반영이 안 되는 등 돌발 상황도 발생하기 마련인데, 이로 인한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언리얼 리비전 컨트롤’도 눈여겨볼 만한 기능입니다. 파일 변경 주체와 대상 파일, 변경 시기, 변경 이유 등을 트래킹해서 그 내역을 자동으로 보관하는 이 기능은 작업 중 갑자기 튕기거나 해도 소실을 최소한으로 막고, 팀 멤버가 언제 체크아웃하고 누가 무엇을 편집 중인지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게 해주죠. 통상 프로젝트가 커지면 리비전 컨트롤 혹은 소스 컨트롤 기능도 이슈가 발발하긴 하지만, 포트나이트 언리얼 에디터는 초창기 단계에 하나의 섬 규모의 프로젝트만 지원하는 수준이라 아직은 크게 문제가 없는 듯합니다.
■ 포트나이트 순수익 40%를 배분하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2.0, 퍼블리시 조건은?
사실 메타버스가 떠오르게 된 이유에는 자신이 만든 콘텐츠를 그 플랫폼 안에서 공유하면서 남들과 같이 즐길 뿐만 아니라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도 한 몫 했습니다. 로블록스가 그 대표적인 사례고, 이에 영감을 받은 여러 메타버스에서도 콘텐츠 창작자가 자신의 콘텐츠로 수익을 벌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하곤 했죠.
에픽게임즈는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서 포트나이트의 순수익 40%를 배분하는 이른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2.0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크리에이터들이 포트나이트 언리얼 에디터로 콘텐츠를 만들어 배포하면, 그 콘텐츠의 활성화 정도나 유저 참여 수 등을 토대로 크리에이터 몫으로 따로 편성한 수익을 각 크리에이터들에게 지원해주는 것이죠.
다만 원체 포트나이트의 수익이 어마어마하다는 게 널리 알려진 만큼, 이 수익금만 노리고 콘텐츠를 대충 만들어서 올린 뒤 배분 조건에 맞춰 어뷰징을 하거나 뭐가 됐든 하나만 걸리라는 식으로 마구잡이로 양산하는 등 질적 저하가 우려되기도 했습니다. 에픽게임즈 또한 이 부분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는 만큼 포트나이트 언리얼 에디터로 만든 콘텐츠의 퍼블리싱은 여타 메타버스와 달리 다소 제약을 둔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포트나이트 내에서 퍼블리싱은 계정이 ‘포트나이트에 최초 로그인한 날부터 90일 이상 경과’한 상태에서 ‘포트나이트 언리얼 에디터로 작업한지 21일 이상되는 콘텐츠’에 한해서 열려있는 상태입니다. 즉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2.0에 혹해서 소식을 접하고 부랴부랴 포트나이트 계정을 만들어서 하루만에 콘텐츠를 여러 개 찍어내는 그런 시도는 막혀있는 셈이죠.
이런 조건 때문에 같이 개발한 팀원은 아니더라도 친구들과 함께 콘텐츠를 테스트해보거나, 혹은 자신이 만든 콘텐츠를 다른 사람들에게 미리 어필해볼 수 없을 거라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에픽게임즈는 퍼블리시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크리에이터도 퍼블리시 메뉴에서 프라이빗 코드를 발급, 친구나 지인 혹은 다른 유저들을 초대할 수 있게끔 했습니다.
아직 수익 배분 기준이나 그런 것이 상세하게 나온 것은 아니고, 새로운 마켓플레이스인 팹도 알파 단계에다가 새로운 프로그래밍 언어인 ‘벌스’까지 더해진 만큼 ‘포트나이트 언리얼 에디터’가 당장 어떻다고 확언하기는 조금 이른 시점이긴 합니다. GDC에서 처음 공개됐을 때가 지난 3월 23일이었으니, 포트나이트의 애셋뿐만 아니라 언리얼 엔진의 기능까지 본격적으로 완벽하게 활용한 콘텐츠가 등장하기에도 조금은 애매한 시기이기도 하죠.
그렇지만 단편적으로 훑어봤을 뿐인데도 언리얼 엔진의 다양한 기능뿐만 아니라 실제로 콘텐츠를 개발하고 협업하는 과정까지 염두에 두고 구축한 환경까지 놀라운 기술력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아직 초기라서 크리에이터들이 익숙하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 포트나이트 언리얼 에디터 가이드뿐만 아니라 벌스 및 프로그래밍에 대한 기초 강좌까지 하나둘씩 업데이트하는 등, 크리에이터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도 엿보였죠.
‘포트나이트’라는 타이틀이 원체 크기 때문에 이쪽에 눈길이 쏠렸지만, ‘언리얼 에디터’라는 점도 빼먹을 수 없는 포인트입니다. 아직 언리얼 엔진과 100% 동일한 기능을 갖춘 건 아니지만 다수의 기능은 그 안에 담겨있고, 인터페이스도 동일하니까요. 거기에 현 단계만 해도 모델링이나 애니메이션, VFX까지 내부에서 직접 손보고 다듬을 수도 있으니 언리얼 엔진을 다룰 줄 아는 개발자들까지 본격적으로 가세했을 때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기대됩니다.
출처: 인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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