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파이 러시가 플레이어를 ‘락스타’로 만든 방법


부산 벡스코 컨퍼런스 홀에서 진행된 ‘지스타 컨퍼런스(GCON)’에서 탱고 게임웍스의 디렉터 ‘존 요하네스’의 강연이 진행되었다. 탱고 게임웍스는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의 아버지, 미카미 신지가 설립한 스튜디오다. 존 요하네스는 탱고 게임웍스에서 이블위딘 시리즈와 하이-파이 러시(Hi-Fi RUSH)를 개발한 디렉터다. 하이-파이 러시는 올해 초 출시한 ‘리듬 액션’ 게임으로 유쾌한 콘셉트와 게임성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블 위딘 시리즈를 만들던 호러 게임 명가 탱고 게임웍스는 어떻게 ‘리듬 액션’으로 불리는 하이-파이 러시를 만들게 되었을까? 하이-파이 러시는 논 호러 게임을 만들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 ‘뮤직ㄹ비디오를 보는 듯한 3d 액션 게임’을 만들자는 기획으로 시작한 소규모 프로젝트다.

작은 기획이다 보니 존 요하네스 디렉터가 많은 부분을 직접 담당했고, 게임 기획부터 스토리/스크립트, 보스 디자인까지 많은 부분에 관여했다. 우여곡절 끝에 개발한 프로토타입이 좋은 반응을 얻자, ‘리듬 액션’ 이라는 하이-파이 러시 고유의 방향성이 잡혔다.

리듬 게임은 리듬 게임이고, 액션 게임은 액션 게임일 텐데, 리듬 액션이라는 게임은 무엇일까? 리듬 게임은 노래에 맞춰서 무언가를 맞추는 게임이다. 음악에 맞춰 플레이할 수 있지만, 게임 플레이는 제한적이다. 플레이어의 자유도가 그만큼 적다. 반면 액션 게임은 액션 게임은 반대편에 있다. 극강의 자유도를 자랑한다. 게임 플레이에 제한이 없다.

하이-파이 러시는 액션과 리듬의 가운데에 있는 게임이다. 위치로 보면 액션에 조금 더 가깝다. 자유로운 액션을 가지면서 모든 것이 음악에 매칭되는 게임. ‘리듬 액션’ 게임이다.

▲ 리듬과 액션 사이, 위치로 보면 이 정도다

▲ 액션과 리듬이라는 상반되는 요소를 조합하는 것은 문제가 있었다

게임 플레이의 임팩트를 음악의 맞추는 것은 뮤지컬이나 뮤직비디오에 영향을 받았다. 뮤직비디오의 ‘액션’은 음악과 함께 움직인다. 마찬가지로 하이-파이 러시의 목표도 캐릭터의 움직임이 음악과 싱크가 딱딱 맞는 액션이다. 이상적인 것은 플레이어가 뮤직비디오의 락스타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이다.

서로 반대되는 영역을 조합하는 만큼, 하이-파이 러시의 목표는 다양한 문제가 있었다. 먼저, 자유롭게 움직이는 플레이어가 리듬에 맞추는 것에 실패해도 못한다고 느끼게 하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 플레이어가 리듬을 맞추지 못했을 때를 상정해 다양한 고려가 필요했다

▲ RSS 시스템으로 자연스럽게 리듬 사이클 안으로 플레이가 유도된다

이에 대한 해결 방법으로 다양한 장치가 동원됐다. 먼저, 오디오 데이터를 인게임에서 살펴보고 음악의 BPM을 노드로 바꿔 노래의 비트를 시각화했다. 애니메이션과 액션을 조정해 모든 액션을 노드에 맞췄다. 4분 음표에 모든 애니메이션을 맞춰둔 것이다. 또, 게임 플레이 측면에서 어떤 버튼을 누르건 간에 플레이어를 다시 리듬으로 끌어주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RSS로 불리는 이 시스템은 유저가 비트에 맞춰 버튼을 누르지 못한다를 기본 전제로 두고 움직인다.

하이-파이 러시의 기본 공격이자 1비트 템포인 평타를 예로 들어 보자. ‘저스트 타이밍’에 공격을 입력하면 비트가 정상적으로 유지된다. 타이밍 조금 ‘늦은’ 경우 애니메이션의 속도를 빠르게 조절해 액션을 똑같은 시점에 올려준다. 타이밍이 ‘빠른’ 경우 애니메이션이 느리게 움직인다. 임팩트 타이밍은 항상 똑같다. 어떻게 플레이 하던 간에 다음 비트에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된 셈이다. 이것이 플레이어를 락스타로(또는 된 것처럼) 만드는 방법이다.

전투에서도 이런 사이클이 이어진다. 유저가 꼭 저스트 타이밍에 버튼을 누르도록 강요하지는 않지만 비트에 딱 맞는 공격을 하면 연계기 등의 보너스가 주어진다. 공격 버튼을 누르면 리듬을 벗어나도 즉시 다음 사이클로 돌아올 수 있도록 사이클을 만든다.

유저가 락스타처럼 느낄 수 있도록, 유저가 음악에 맞춰 플레이할 수 있도록, 동시에 특별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 자연스럽게 리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동시에 못 하더라도 페널티를 주지는 않는다. 이를 존 요하네스 디렉터는 ‘긍정적인 플레이(Playing Positvely)’라 설명했다. 유저가 스스로 음악 리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당근을 부여하지만, 채찍을 휘두르진 않는 것이다.

한 예시는 하이-파이 러시의 연계 공격이다. 기본 액션 이후로 등장하는 퍼펙트 타이밍을 맞추면 야! 하는 환호성과 함께 더 강력한 공격이 나간다. 배드 타이밍은 오디오 효과는 나오지 않지만, 실수했다는 걸 특별히 인지시키지는 않았다. 하이-파이 러시에서 퍼펙트 타이밍에 대미지 보너스가 있지만, 수치를 보여주진 않는다. 이 또한 실패를 추궁하지 않고 실망하지 않도록 하는 요소다. 플레이어를 락스타로 만드는 비결은 음악과 함께 플레이하는 것이 ‘더 낫다고’ 알려주지만, 동시에 실수를 처벌하지 않는 것이다.

환경 디자인도 긍정적인 플레이를 강조하기 위해 디자인된 것이 많다. 리듬 노드의 완벽한 타이밍을 다양한 인터페이스를 통해 제공한 것이다. 정확하게 패턴에 맞춰서 플레이를 하도록 유도하고, 동시에 성공/실패를 더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캐릭터 어깨 위에는 음표가 나오고, HP는 리듬에 맞춰 움직인다. 전투 등급이나 인터페이스, 배경 오브젝트도 리듬에 맞춰 움직인다. 컨트롤러 피드백도 있다.

▲ 인터페이스 곳곳에 유저를 음악으로 유도하는 장치가 숨어 있다

▲ 리듬을 타는 것이 더 좋지만, 특별히 벌을 내리진 않는다

이처럼 하이-파이 러시의 세계는 하나의 법칙이 있다. 게임 세계 전체가 음악에 맞춰 움직인다는 것. 모든 것들이 음악의 일부인 셈이다. 음악에 맞는 세계를 창조하는 것이 곧 특별하면서도 일관성 있는 세계를 만들 수 있다.

세계가 음악의 일부가 되도록, 이것을 중점에 두고 개발했다. 대표 예시가 바로 문이다. 비트에 맞춰 문이 열려야 하는데, 플레이어에 따라 접근하는 속도가 다르다. 이에 맞게 문이 열리는 속도를 각각 조절해야 했다. 문이 열리는 것이 노래의 일부처럼 느껴질 수 있도록, 문이 열리는 속도가 자동으로 바뀐다. 오랫동안 작업을 해서 게임의 모든 요소가 음악에 맞춰지도록 설계했다.

▲ 사소한 문과의 상호작용도 리듬 비트 안에 넣기 위해 여러가지 애니메이션을 준비

무대 연출과 같은 것들도 음악의 일부가 되도록 스테이지가 바뀌는 것도 음악의 일부가 되도록 설계했다. 다른 음악, 다른 스테이지로 전환되는 것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기 위해서다. 플레이어가 이동했는데 음악이 따라오지 못하면 안 된다. 자유롭게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플레이어와 템포가 정해져 있는 음악이 맞아떨어지도록 모든 레벨 디자인을 검토했다. 어려운 작업이지만, 게임 플레이 경험을 향상하기 위해 다양한 경우의 수를 모두 작업했다.

▲ 모든 움직임이 뮤지컬처럼 느껴지도록 많은 경우의 수와 변수를 모두 고려했다

▲ 사소한 컷씬 변경도 플레이어의 동작에 따라 수많은 경우의 수를 모두 고려했다

라이센스를 받은 곡들로 작업할 때도 이런 것을 고려했다. 곡에 맞는 전용 스테이지와 보스전을 만들었는데, 스테이지는 스토리와 이벤트, 레벨에 맞게 적중할 음악적 포인트를 만들기 위해 큰 노력이 필요했다. 음악에 맞춰 플레이하기를 바랐지만, 동시에 자유도도 제공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특정한 흐름이 있는 곡들은 정확한 타이밍에 이벤트가 발생해야 한다. 유저들의 자유로운 게임 플레이가 음악에 맞아떨어지도록 다양한 상황을 검토했다. 하나의 예시로 마그넷을 이용해 빠르게 이동해 착지하는 간단한 컷씬도 라이센스 음악 전용 스테이지에서는 특정 비트 내로 캐릭터가 컷씬에 들어와야 했다. 그러면서도 플레이어는 ‘제대로 하는’ 느낌이 들도록 보정에 대해 몰라야 했다.

이에 따라 자석을 5, 착지를 1비트 내에 하는 움직임과, 자석을 4, 착지를 2비트 내에 하는 움직임, 자석을 3, 착지를 3비트에 하는 움직임 등 다양한 상황에 맞는 모든 애니메이션과 추가 동작을 하나하나 작업해야 했다. 하나의 해결 방법이 다른 스테이지에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많아 음악이 바뀌고 스테이지가 바뀔 때마다 독특한 해결 방법이 필요했다.

보스전은 어떤 요소를 넣을 것인지 이미지 아이디어를 정하고, 노래를 하나하나 다 분해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노래에서 반복할 수 있는 부분을 파악하고 이벤트를 구성한다. 어디서 인게임 이벤트가 나타날 것인지 파악한다. 특정 구간에 맞게 어떤 느낌을 줄 것인지 고려한다. 공격도 음악에 맞게 연결한다. 그 이후에 레이아웃 정리 후에 각 섹션에 특정 디테일을 넣는다.

컷씬의 경우 오히려 쉬웠다. 변수 없이 음악에 맞춰 작업할 수 있었기 때문. 보스전의 플레이 영역은 고려할 것이 많았는데, 플레이 진전도에 따라 다른 구간을 구성했다. 하나의 음악 안에서도 플레이어가 너무 잘할 경우, 못 할 경우에 따라 맞는 상황을 배치해야 했다. 보스전을 못 하는 플레이어가 첫 페이즈에 오래 머물러도 자연스럽게 보스전이 이어져야 하고, 빠르게 클리어한 플레이어가 곡을 스킵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

보스는 모두 리듬에 맞춰서 공격한다. 공격에 맞춰서 리듬을 탈 수 있도록 음악 분석 후 만든 노드를 바탕으로 공격 패턴이 나온다. 예를 들어, 1스테이지의 보스는 항상 기타 리프에 맞춰 레이저를 날린다. 이 공격은 기타가 연주될 때만 나온다. 이에 맞춰 플레이어가 점프하는 것도 음악의 일부로 보일 수 있게 구성했고, 음악이 반복될 때마다 특정한 공격이 나오도록 만들었다.

끝으로 게임플레이와 관련 없는 요소에도 음악의 특징을 부여했다. 움직이는 오브젝트나 음악에 따라 보스가 색을 바꾼다거나, 각종 요소요소에 노래에 관련된 모든 아이디어를 다 넣었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두 반영하다 보니 디테일한 내용을 구현하기 위해서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 너무 잘 해도, 못 해도 음악이 자연스럽게 들리도록 고려했다

▲ 배경이나 오브젝트에도 노래의 특징을 부여했다

▲ 음악의 절정 부분에 보스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고려해야 할 것이 많았다

하이-파이 러시의 이런 작업 방식은 전작인 디 이블위딘의 접근 방법과는 많이 달랐다. 이블위딘은 무드와 분위기, 비주얼과 시네마틱이 중요한 게임이다. 서바이벌 호러는 플레이어의 활동이 제약적이고 더하기보다는 빼기에 집중한는 제작 방식을 가지고 있다.

하이-파이 러시는 전혀 달랐다. 플레이어를 ‘락스타’로 만들기 위해서는 음악에 맞춰 플레이하면서도 자유로운 느낌을 줘야 했다. 음악을 들으면서도 잘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도록 게임을 만들어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 하이- 파이 러시 작업은 정말 새로운 도전과제였으며, 그간의 노하우를 잠시 제쳐두고 하이-파이 러시에 새롭게 집중해야 했다. 이블위딘을 만드는 방식대로 했다면 지금 같은 모습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존 요하네스 디렉터는 말했다.

출처: 인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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