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임덕을 없애는 동기, 로스트아크 12년간의 개발 비화

▲ 스마일게이트 알피지 CCO이자 로스트아크 임시 디렉터, 금강선

스마일게이트 알피지의 CCO 금강선. 게임 업계에 소통의 중요성을 다시금 상기시키며,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로스트아크의 성공을 이끈 일등 공신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소통 능력에 가려진 당연하고도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소통 하나만 가지고는 로스트아크가 현재의 위치에 있지 못했으리라는 점이다. 게임의 원동력을 만들고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디렉터로서의 개발 능력 또한 금강선의 강점 중 하나다.

금강선 CCO는 G-CON 2023 강연에 올라 로스트아크 12년간의 개발 비화와 개발자의 마인드와 소통에 대해 발표를 진행했다. 좋은 게임이 나오기 위해서는 서로 간의 협업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레임덕을 없애는 것이 관건이라 말했다.

금강선이 이번 강연에서 전달하고자 한 것은 크게 4개다. 게임의 완성에 이르기까지의 7년간의 여정, 이후 라이브 서비스의 5년간의 여정, 로스트아크에서 경험한 개발 팁 공유, 개발자의 마인드와 소통에 대한 이야기다.

로스트아크의 시작은 2011년도다. 처음은 소박한 꿈이었다고 한다. “딱 한 사람만이라도 좋으니, 누군가의 인생 게임이 되자.” 그렇게 로스트아크는 세계관과 하이 컨셉을 만드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세계관의 경우 기능성을 먼저 봤다고 한다. 온라인이다 보니 서비스를 길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중세 시대를 완벽하게 고증하거나 하는 것은 언젠가 힘들어질 것 같았으며, 결국 장기 서비스를 위해 퓨전 판타지로 결정한 것이다. 다양한 것들이 나올 수 있어서 디자이너들에게 제한이 없는 세계다. 퓨전 판타지는 망한다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결국 최근에는 동물탈에 이어 경운기까지 나와버린 상황이다. 누군가는 고증도 안 된 세계관이라 근본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금강선은 좋은 게 좋은 것이라 여긴다고 한다. 유저들이 좋아하는 코드가 있다면 그것이 낭만인 것이다.

하이컨셉의 경우 게임의 방향성을 한 문장으로 표현할 필요가 있다. 로스트아크의 경우 ‘쿼터뷰 놀이의 블록버스터화’다 밝혔다. 당시 쿼터뷰 게임은 B급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었다. 장점의 경우 카메라 조작을 하지 않아도 되므로 시야가 좋고 협력 플레이도 좋았다. 개발팀의 제작 효율성이 높은 것은 물론이다. 다만 몰입감 및 공간감의 저하와 시야적 제약, 답답함 등 많은 단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단점들을 금강선은 장점 하나를 없애는 것으로 해결했다. 제작 효율성을 낮춘 것이다. 이로 인해 카메라 연출을 살려서 몰입감을 높이고 시야적 제약을 낮췄다. 쿼터뷰의 한계를 뚫었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 다양한 취향의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고려한 세계관을 구상했다

게임을 구상한 뒤 5개월 동안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해서 영상 하나를 만들었다 한다. 로스트아크를 플레이하는 유저들이라면 익히 아는 자간이다. 쿼터뷰 게임이지만 카메라를 써서 다르게 만들겠다는 목표를 보여주기 위해 그 당시 프레젠테이션 문서에 거의 게임을 만들어 놨다. 다른 사람들에게 이해를 시키기 위해 애니메이션 페이지만 200개가 넘었다고 한다.

2011년 9월에 프로젝트 승인과 함께 프로젝트 T로 정식 스타트했다. 이후 14년까지 3년간 개발하고 비전을 제시했다. 또한 본인이 생각하는 것을 끄집어내서 알려주기 위해 키워드 문서를 제작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게임의 컴포넌트를 쉽게 확인하도록 한 것이다.

세계관 문서의 경우 워드로 쓰면 글을 읽지 않은 사람들이 많아서 HTML 형식의 문서를 만들어서 제공했다. 그림을 많이 넣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이후 많은 사람들이 비약적으로 세계관 문서를 많이 읽었으며, 현재도 설정 오류가 거의 나지 않는 상황이라 말했다.

전투 이터레이션을 통해 빠른 전투 메커니즘의 검증도 진행했다. 꼭 구현해야 하는 핵심 메커니즘을 우선 구현한 후,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초기에 R&D하는 식이다. 당시에는 가고일의 날개를 뽑는 모션도 있었으나, 현재는 모션 딜레이 등의 이유로 제거되었다. 이후는 서버에 붙여서 테스트다.

생각하는 게임의 기준선은 빠르게 정리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개발팀에서 이러한 질문들이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 “한 존에 최대 몇 명까지 플레이할 수 있나요? 한 파티는 최대 몇 명까지 구성할 생각인가요? 월드당 목표 동접은?” 이 시점에서는 당연히 모를 수밖에 없다. 그래도 프로그래머와의 규약은 빠를수록 좋다. 불변의 수치가 아니기 때문에 대략적인 수치를 먼저 제시하고 추후 수정하면 된다.

프로그래머와의 대화법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프로그래머는 말한 그대로의 내용을 바탕으로 고민하는 성향이 많다. “움직이는 리프트에서 전투를 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한다면 “지형을 움직이게 해주세요”라고 이해하는 식이다. 사실은 지형이 꼭 움직일 필요가 없고 움직이는 느낌만 나면 된다.

이를테면 던전 중 하나인 크라테르의 심장이 있다. 리프트 위 움직이는 지형에서 속도감 있는 전투가 펼쳐지는데, 사실은 지형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고 배경만 스크롤 되는 것이다. 하지만 느끼기로는 지형이 움직이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

제작도 가장 복잡한 레벨부터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카양겔의 경우 제작 이후 10년 후에 출시. 카양겔에서 트리거과 집라인, 대지 당기기, 듀얼 레벨, 대포 쏘기 등 많은 것들을 구현했었다고 한다. 꼭 라이브 타이밍에 맞춰 순차적으로 개발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 기획자가 꼭 지키고자 하는 가치를 반드시 한 가지 방법으로 해결할 필요가 없다

또한 로스트아크를 개발하는 초기 3년 동안 개발자들과 많은 대치가 있었다고 밝혔다. 만들 것이 너무 많아 2030년에나 출시될 것 같다거나, 왜 쿼터뷰인데 스카이박스를 만드냐는 질문이라거나, 유저들의 니즈가 맞냐는 질문도 들었다. 디렉터의 머리 속에서는 많은 그림이 그려진다. 각종 컷인과 연출 등 이런 것들은 디렉터만 알 수밖에 없다. 이런 것이 공유가 안 되면 다른 사람들은 불안해 한다.

특히 게임 개발이 늘어지면 언제나 레임덕이 찾아온다. 프로젝트 리더십이 흔들리는 것이다. 리더십이 흔들리면 디렉터가 바뀌거나 게임 출시가 취소되기도 한다. 금강선은 이때가 가장 고비였다고 밝히며, 한 가지 도박을 결심했다고 했다.

바로 지스타에 출품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개발자들이 성취가 동반되지 않으면 동기부여가 흔들렸다. 개발 피로도 누적된다. 본인의 입지도 중요했다고 밝혔다. 대중에게 실제로 호응받을 수 있나도 궁금했다고 한다. 과감한 도박수를 던진 것이다.

게임 개발 멈추고 4개월 동안 지스타만 준비했다. 20분짜리 트레일러 나레이션 스크립트를 써서 전파하고 개발과 함께 영상을 촬영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의 성공이었다. 레임덕이 사라졌으며, 동기부여가 생겨서 개발 속도가 무섭게 붙는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금강선은 당시 환호가 없었으면 본인이 끝났을 것이라 말했다.

3번의 CBT를 거쳐 2018년 11월 7일, 대망의 OBT를 시작했다. 좋은 것부터 발표하자면 런칭 MMORPG 신기록인 동접 35만을 기록했다. 구글 검색 순위도 월드컵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추락이 너무나도 빨랐다. 대기열이나 운영, BM, 엔드콘텐츠 구조적 문제, 공산주의식 성장 등 많은 문제가 있었다.

오픈 후 3개월도 되지 않아 이건 실패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따라서 바로 시즌2 준비를 시작했다. 197페이지로 문서를 만들어서 지켜야 할 가치와 버려야 할 가치를 구분하고 군단장 레이드를 준비했다. 군단장 레이드의 경우 현재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스토리도 빠르게 내고 정말 일을 많이 했다.

게임 개발하다 보면 실패의 순간이 당연히 온다. 오히려 실패를 더 많이 경험한다. 모두가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는 당연한 말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실패를 너무 크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실패를 인정하고 반성했지만, 7년간 쌓아 올린 가치에 대해서 전부 부정하지 않고 존중했다. 7년 동안 쌓아 올린 포텐셜이 충분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군단장 레이드는 로스트아크를 대표하는 아이코닉한 콘텐츠다. 보는 맛도 좋으며 연대기믹과 도전적 난이도, 협력의 성취감 등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개성을 위해 각기 다른 특색의 키워드를 부여했다. 에스더 스킬과 군단장 궁극기 연출 등 캐릭터들의 몰입감을 증대시켰다 한다.

▲ 오픈 베타 후 3개월, 바로 시즌2의 준비를 시작했다

업무 방식은 정합성과 동기 부여를 지키는 두 방식을 혼용해 사용했다고 한다. 정합성은 탑다운으로, 동기 부여는 바텀업으로 챙긴 것이다. 이를테면 탑다운은 군단장의 키워드, 방향성, 포지션 이런 것들이며, 바텀업은 실무진 아이디어, 룰, 새로운 놀이다.

군단장 레이드를 회의할 때 배경, 사운드, 연출 등 30명이 넘게 모인다. 그때 채택된 아이디어들이 모두가 재밌어하게끔 흘러갈 확률이 높다. 디렉터가 모든 것을 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잘하는 부분들은 맡기는 것이다.

이것이 바텀업의 효과라 강조했다. 동기부여는 콘텐츠의 완성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개발자의 기여도가 높은 콘텐츠일수록 애정이 높아지고 열정적이 된다. 이를테면 쿠크세이튼의 팝업북이라는 본인의 아이디어가 채택된 후 원화 팀장은 빠르게 원화를 엄청나게 그려줬다고 한다.

시작 단계에선 이미지로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똑같은 말을 듣고 이해하고 헤어져도 나중엔 각자 다른 말을 하기 때문이다. 이미지는 서로 생각하는 간극을 확실하게 줄여주는 훌륭한 수단이다. 실제로 텍스트를 거의 쓰지 않고 있으며, 이로 인해 극적으로 이해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이미지로 대화를 준비하려면 시간이 당연히 많이 들긴 하지만 결과적으론 더 빨랐다고 말했다.

현재 로스트아크는 하루에만 123만 명의 유저가 즐기는 글로벌 MMORPG로 성장했다. 많은 이들이 실패를 했을 때의 기분을 물었다. 하지만 금강선은 우려와 달리 우울증에 빠져본 적도 없고 게임을 즐기려 많은 사람이 왔는데 불만이 많게 해서 오히려 모두에게 죄송스러운 마음뿐이었다고 했다. 힘든 부분들이 있었지만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고 모두가 도와줘서 레임덕이 없어지게 됐다고 한다.

▲ 탑다운만 사용하지 않고 바텀업을 적절히 사용하면 그 효과가 매우 크다고 한다

또한 소통에 대해 알려달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사실 당연하지만 방송을 하려고 게임 개발을 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어쩌다 보니 생방송을 자주 하게 됐다는 것이다.

먼저 중요한 것은 로아온의 의미에 대해서다. 로아온은 주기적으로 문제점을 정리하는 계기가 된다. 유저들의 니즈를 확인하는 자리임과 동시에 개발자와 유저 간의 마음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다. 게임을 사랑해 주는 유저를 직접 만나면 동기 부여가 달라진다.

사실 로아온과 같은 행사를 하게 된 계기는 대화를 하기 위해서였다. 큰 뜻은 없었으며, QnA에서 즉완권이나 이런 것도 솔직하게 다 해야겠다 싶어서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런 부분들을 다들 좋아해 줘서 로아온을 계속했다. 주기적이라는 점에서 특히 의미가 좋았다,

개발자와 유저의 관계는 친구 사이와 같다고 말했다. 대화를 하지 않으면 오해가 쌓인다. 위험한 자리라 생각했던 첫 만남에서 유저들의 눈빛이 “나 진짜 로스트아크 좋아하니 살려봐”라고 느껴졌다. 그 눈빛이 아직 잊혀지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말의 표면이 아닌 본질에 집중해 봐야 한다고 했다. 이를테면 “연대기믹 싫어, 없애줘요”와 같은 것은 실제로 없앤다면 들어준 것은 맞지만 소통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연대기믹은 중요합니다. 큰일 나요. 우리가 조금 과하게 쓴 게 문제에요. 사이버 유격은 없애겠습니다만 연대기믹은 꼭 필요한 놀이 장치입니다.”와 같이 문제의 본질에 집중하고 대화하려 노력했다.

온라인 게임은 아무래도 사건사고가 잦다. 그러다 보니 좋은 사과문 쓰는 법이나 사과 방송하는 법의 문의도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진짜로 미안하다는 마음이 있어야 하는 것이라 강조했다. 미안한 마음 없이 억지로 하는 사과는 유저들에게 닿지 않는다. 어디서 화가 난 것일까 계속 추적하고 달래야 대화가 가능하다. 개발사가 억울한 상황도 분명 있긴 하다. 하지만 잘못한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본질을 추적해서 가야 한다.

중요한 공지를 쓸 때는 아 다르고 어 다르다. 좋은 공지 작성을 위해 81번의 수정을 거쳤다고 밝혔다. 책임자가 직접 써야 한다고 생각해서 로스트아크에서 중요한 공지는 모두 디렉터가 직접 썼다. 단, 공지 작성은 결과를 감당해야 하는 팀 매니저와 함께해야 한다.

많은 이들이 소통의 기술을 묻는다고 한다. 하지만 금강선은 소통은 기술이 아니라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본인 공감하니 이야기를 하는 것이고, 본인이 재미있으니까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금강선은 게임은 사람이 만든다고 강조했다. 기술도 중요하지만 마음이 제일 중요하다. 마인드부터 좋은 개발자가 되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어 하는 마음. 그런 것이 될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다.

▲ 사과를 위한 기술보다는 공감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출처: 인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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