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헌터의 IP를 활용하여 나이언틱과 캡콤이 함께 개발한 AR 게임, `몬스터 헌터 나우`의 출시 소식이 처음 공개됐을 때 커뮤니티엔 회의적인 반응이 가득했다. 포켓몬 GO가 모바일 게임시장에 AR이라는 새바람을 몰고 온 뒤 ‘포켓몬 GO를 잇는’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여러 AR 게임들이 등장했지만, 하나같이 신통치 않은 성적에 그친 뒤 서서히 잊혀져 갔기 때문이다.
출시 전부터 각종 홍보를 통해 전세계 해리포터 팬들을 설레게 했던 AR 게임 ‘해리포터 마법사 연합’은 피어오르던 AR의 기대감에 제대로 찬물을 끼얹어버린 대표적인 예시다. IP의 영향력에 기대었을 뿐 포켓몬 GO 이후로 별다른 개선점을 보여주지 못했고, 게이머들에게 ‘AR 게임이라는 게 결국 포켓몬 IP의 힘이 없었다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이르렀다. 출시 발표 이후로 들려온 소식이 ‘서비스 종료 발표’였던 것도 어쩌면 누구나 예상했을 법한 수순이 아니었을까.
이후에 등장한 AR 게임 피크민 블룸이나 페리도트 역시 기대한 만큼의 반응은 이끌어내지 못했고, 언제부턴가 AR이라고 하면 의구심이 먼저 들게 됐다. 포켓몬이라는 희대의 IP와 어쩌다 잘 맞아떨어졌을 뿐이지, 그 이상의 가능성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부정적인 인식과 함께 말이다. 사람들이 AR에 기대했던 모습과 현실의 괴리는 점점 깊어지기만 했다.
하지만 일반 대중들이 쉽게 접하지 못하고 있을 뿐, AR은 이미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정말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제품을 구매하기 전에 실제 모습을 미리 경험해볼 수 있는 AR 시뮬레이션 형태가 가장 대표적이다. 자동차나 인테리어, 그리고 내로라하는 명품 패션 브랜드들이 AR 시뮬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번거로운 가구 배치나 매장 방문, 체험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주기 때문에 실제 판매량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추세다. 이외에도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실무자들의 실무 능력 증진을 위한 가이드 역할로도 AR 시뮬레이션이 활발하게 쓰이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단계를 넘어 AR 기술이 더 많은 이들의 일상에 가까이 다가가려면, 결국엔 `게임`이라는 형태로 다듬어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형태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AR 기술이 대중화 단계로 넘어가려면 특정한 이슈가 있을 때만 이벤트처럼 접하게 되는 일시적인 것이 아닌, 사용자가 항시 가까이 두고 접할 수 있는 일상적인 것이 되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교육과 강연, 마케팅, 비즈니스 등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여러 분야에서 게이미피케이션이 주목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래서인지 나이언틱의 AR 게임 ‘몬스터 헌터 나우’가 글로벌 출시 한 달여 만에 1,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는 소식이 더욱 각별하게 다가왔다. 출시 전에는 포켓몬 GO의 아성에 감히 다가가지도 못할, 금방 잊혀질 그저 그런 모바일 게임일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선이 더 많았지만, 현재는 몬스터 헌터 시리즈 특유의 매력 포인트를 잘 담아낸 것은 물론, 조작법과 전투 시스템이 모바일 환경에 맞게 최적화되어 상당히 깔끔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긍정적 평가가 더 많이 들려오고 있다.
나 역시 오랜만에 계속하고 싶은 게임을 만났다는 생각에 하루하루 즐거운 마음으로 몬스터 헌터 나우를 플레이하고 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집 주변에 찾아온 몬스터를 정리해주는 것이 일상이 됐고, 저녁이 되면 어김없이 발동한 시리즈 특유의 `물욕센서`를 이겨내기 위해 높은 성급의 몬스터를 찾아 밤 산책에 나서고 있다. 어떨 땐 하루에 오천보도 걷기 어려웠던 이전에 비하면 정말 놀라운 영향력이 아닐 수 없다.
몬스터 헌터 나우는 아직 몬스터 수도 제한되어 있고 모든 무기가 다 추가되지 않은 미완성인 게임에 가깝지만, 추후엔 `몬스터 헌터 시리즈의 집대성` 같은 타이틀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작품이다. 시즌별 이벤트가 활발하게 개최되고 있는 것은 물론, 당장 다음 시즌 업데이트로 진오우거와 버프바로의 추가도 예정되어 있다. 포켓몬 GO 이후 정말 오랜만에 찾아온 AR 게임의 바람이, 잠깐의 기세에 그치지 않고 더 많은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응원해본다.
출처: 인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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