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데이3 리뷰

‘페이데이’ 시리즈는 드높이 쌓인 슈터 게임의 역사에서도 손꼽을만한 상징적인 게임입니다. 절대적 평가에서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은 적은 없지만, 중범죄를 소재로 다른 어떤 게임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게임 경험을 만들어낸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몇몇 게임들이 페이데이의 시스템을 배껴 비슷한 느낌을 내보려 했지만,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그리고 페이데이는, 공룡같은 메이져 슈터 게임들이 즐비한 가운데 틈새시장을 확보하고 지금까지 인기를 누려왔습니다.

그리고 이 나름의 금자탑은 대부분 전작인 ‘페이데이2’에 의해 세워졌습니다. 10년에 가까운 서비스 동안 말도 안 되게 쌓인 DLC와 콘텐츠, 영화에 네 번이나 나온 총잡이 견주가 생각나는 수트와 쌍권총 로망, 그리고 팀원들과 협력해 거하게 한 탕을 한 후에 쌓여있는 돈다발로 아지트를 꾸며가는 과정은 종전의 어떤 게임에서도 느끼기 힘든 게임이었기에, 페이데이2는 미처 80점이 못 되는 평론가 점수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온라인 대털들을 만들어냈습니다. 물론, 저 또한 그 중 한 명이었고요.

그랬기에, ‘페이데이3’의 개발 소식은 팬들의 심장을 울리기에 충분한 뉴스였습니다. 페이데이2는 대단히 재밌는 게임이었지만, 동시에 너무 오래된 게임이기도 했습니다. 출시가 무려 2013년이었고, 이후 여러 차례 개선되었지만 그럼에도 오래된 게임 특유의 퀴퀴함은 감출 수 없었습니다. 오랫동안 2편을 플레이한 팬들로서는 당연히 기대할 수밖에 없었죠.

그렇게 10년 만에, 세 번째 월급날이 찾아왔습니다.


게임명: 페이데이3

장르명: 슈터, 협동

출시일: 2023. 9. 22

개발사: 스타브리즈 스튜디오

서비스: 세가 퍼블리싱 코리아

플랫폼: PC, PS5, XBOX


전작보다 묵직하게, 그리고 좀 더 범죄답게

스토리는 일단 제쳐둡시다. 페이데이 시리즈는 꽤 괜찮은 서사 라인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 이 게임을 ‘스토리가 재미있어서’ 하는 게이머는 극소수일 겁니다. 때문에, 게임을 평가함에 있어서도 서사는 딱히 유의미한 기준이 되지 못합니다.

그러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보자면, ‘페이데이3’는 전작에 비해 상당히 묵직하고, 정적인 게임이 되었습니다. 그렇다 해도 다른 게임들과 비교해 템포가 딱히 밀리는 게임은 아니지만, 전작이 워낙 빠른 템포를 보여준 게임이다 보니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비교입니다.

▲ 이런 정보들 하나하나가 중요해진 게임

요약하면, ‘하이스트 슈터’라는 본질에 조금 더 다가간 게임입니다. 아마 대부분 공감하시겠지만, 전작인 2편의 경우 도둑질보다는 강도질에 더 가까웠습니다. 네 명이 일단 은행을 한번 턴다 치면 수백 단위의 경찰이 순직했고, 온갖 특수부대와 중무장 진압반이 달려와도 플레이어의 총질 앞에 무너졌습니다. 범죄를 소재로 삼긴 했지만, 범죄 그 자체보단 수많은 적들을 상대하며 임무를 달성하는 ‘호드 슈터’로서의 재미가 더 강조된 것이 2편이었죠.

하지만 3편은, 죄다 쏴죽이면서 목표물을 탈취하는 2편보다는 범죄 그 자체에 더 집중해 디자인되었습니다. 키카드를 찾아내거나, 건물 내부를 수색해 비밀번호를 알아내 숨겨진 방을 열고, 중요한 인질을 협박해 생체인식 잠금장치를 해제해야 하며, 락픽으로 금고를 따며 몰래몰래 물건을 확보하는 플레이가 충분히 가능하며, 튜토리얼에서도 이를 자세히 알려줍니다.

▲ 맵 이곳저곳에 숨겨진 것들이 꽤 있다

물론, 수틀리면 총을 빼들고 전면전으로 돌입하는 게임 디자인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라우드 플레이를 해도 클리어엔 문제가 없지만, 스텔스 플레이의 경우의 수를 높이고, 그럴싸한 장치들을 마련해두었기에 처음 플레이하는 하이스트는 일종의 방탈출 게임을 플레이하는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머리를 조금만 더 굴리면 안 들키고도 가능할 것 같은데, 그 머리가 안굴러가서 결국 라우드 플레이로 넘어갈 때의 자괴감 또한 훌륭히 구현해두었죠.

문제는, 이 정도가 이 게임에서 말할 수 있는 장점의 거의 전부라는 겁니다.

▲ 인질을 활용해 보안을 통과하는 것도 방법

잘못됨을 느끼기까지 필요한 시간 단 1분

페이데이3를 플레이하면서 처음 이상한 점을 느낀 시점은 미처 첫 미션을 플레이하기도 전이었습니다. 페이데이3에는 총 4개의 난이도가 있고, 8개의 미션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32종의 바리에이션에 대한 매치메이킹이 놀랍게도 전부 다 따로 돌아갑니다.

가령 ‘매우 어려움’ 난이도의 ‘숨겨진 장물’ 미션을 플레이하려면, 똑같은 조건을 걸고 매치메이킹을 돌리는 네 명의 플레이어가 만나야 하나의 팀이 완성됩니다. 그런데, 지역에 따라 플레이하는 서버가 갈리다 보니 일반적인 핫타임(오후 ~ 저녁)을 벗어난 시간대에는 AI를 동반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미션을 원하는 난이도로 플레이하는게 너무나 어렵습니다. 우리나라 인근 서버는 특히 더 사람이 없어 VPN을 활용해 북미쪽으로 서버를 돌려야 그럭저럭 사람이 잡히는 수준입니다.

▲ 하염없이 친구를 기다리는 개똥벌레들

그렇게 여차저차 네 명이 모여도, 그대로 게임이 시작되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개중 한 명은 오랜 기다림에 지쳐 창을 내리고 유튜브를 보거나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고, 결국 남은 팀원들은 준비 완료가 다 될 때까지 5분을 그냥 기다려야 합니다. 그렇게 5분을 기다리는 동안 서로 어떻게 플레이하자고 말이라도 맞추면 좋은데 그것도 힘듭니다. 로비 내에서 채팅도 안되고, 같은 팀원의 장비 세팅도 디테일하게 확인하기 어려우며, 필요한 장비를 더 사오려 해도 로비에서는 구매가 안 됩니다.

결국 그렇게, 5분이라는 오랜 아이스 브레이킹 타임 동안 팀원들은 그저 상대의 이름하고 캐릭터만 확인한 채 미션에 던져지게 됩니다. 그리고 다들 생각하시다시피, 이렇게 사전 조율도 안 되고 던져진 네 명의 팀원이 전부 한 마음이 되어 능수능란하게 미션을 수행하는 건 기적에 가깝습니다. 조용히 인질들을 확보하고 카메라를 피하며 미션의 심부로 향하다 보면 어김없이 누군가는 천장에 총을 빵빵 쏴대고, 건물 밖에서 정찰만 하는 상황에서 갑자기 경보가 울리며 자동으로 가면을 쓰고 라우드 플레이에 돌입합니다.

▲ 대충 망한 상황

이를 두고 뭐라 하기도 어려운게, 페이데이3의 미션들은 숨겨진 요소와 활용법을 쉽게 찾기가 어렵습니다. 미션마다 랜덤하게 생성되는 요소들이 있고, 이를 활용하려면 높은 숙련도를 요구하다 보니 대부분의 사고는 일부러가 아니라 뭐가 뭔지 몰라서 벌어집니다. 여러 번의 시도를 통해 알아내라는 느낌이지만, 대부분의 스텔스 플레이가 초반을 못 넘기고 이판사판으로 넘어가기에 차분히 알아보기도 힘듭니다. 한 번 라우드에 돌입하면 상황이 진정되어도 다시 가면을 벗을 수가 없기에 더 어렵죠.

처음에야 ‘에잉 녀석들 참~’하면서 웃고 넘기지만, 몇 번 이런 경우를 겪다 보면 슬슬 이게 맞나 싶고, 10번을 넘어가면 아예 총에서 소음기를 빼버립니다. 어차피 안 들킬리 없으니 화력이라도 올리자는 심산이죠. 가뭄에 콩 나듯 정말 좋은 팀원들을 만나 부드럽게 미션을 끝내도, 이를 더 기대하면 안됩니다. 이 게임은 미션이 끝나면 팀원들을 자동으로 갈가리 찢어두기 때문이죠.

▲ 소리 못 들으면 밟히는건 여전… 그냥 수갑을 채워 줘…

정리하면, 이 게임은 개발사가 유도하고자 했던 게이머들의 플레이 패턴을 시스템으로 다 찢어버렸습니다. 플레이를 하면 할수록 ‘그냥 2편을 하러 갈까?’싶었던 건 저만이 아니었을 겁니다. 실제로 3편 출시 이후 2편의 동시접속자 수가 상승했거든요.


이 게임은 과연 전작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그런가 하면, 또다른 본질이라 할 수 있는 ‘라우드 플레이’도 전작에 전혀 못 미칩니다. 일단 장비의 수와 하이스트(미션)의 수가 너무 적습니다. 총기는 필살기에 해당하는 ‘오버킬’ 무기와 보조장비를 다 합쳐도 19종에 불과하며, 하이스트는 8개가 전부입니다. 너무 많아서 세기 벅찰 정도로 장비가 많았던 전작만큼을 바라는 건 아니지만, ‘실망스럽다’라는 생각 절로 들 정도로 적습니다.

아킴보도 사라졌고, 근접 무기도 사라졌으며, 그나마 무기를 제대로 쓰려면 여러 부착물을 붙여야 하는데, 이 부착물을 붙이려면 해당 무기를 쓰면서 등급을 올려야 합니다. 좋은 무기를 쓰려면 억지로 어려운 시기를 견뎌야 한다는 건데, 게임 디자인에서 아주 대표적으로 볼 수 있는 ‘불쾌한 경험’입니다.

▲ 전작은 ‘권총’만 30종이 넘었는데

뭔가 대단한 개선을 한 양 트리 구조에서 경험치 누적에 따른 선택으로 바뀐 스킬 시스템도 2편에 비해 체감상 좋지 않습니다. 스킬을 찍을 때마다 강해지는 느낌이 체감되었던 전작과 달리, 본작은 스킬의 효과도 애매하고 발동에 온갖 조건을 달아놓는 경우가 많아 점점 귀찮은 게임이 되어버리거든요.

이렇듯, 게임은 플레이를 하면 할 수록 게이머로 하여금 탄식을 내뱉게 만듭니다. 게임을 하면서 느끼게 되는 웬만한 불편함은 곧 기억도 안 날 정도로 드러나는 다양한 문제 속에서 그저 그런 문제 중 하나가 되어 버리고 게임을 끌 때 쯤이면 도대체 이 게임을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됩니다. 오죽하면 제대로 게임을 해 보려고 3명의 친구들을 꼬셨는데, 하루 하더니 아무도 안 하려 해서 눈물을 머금고 솔플로 리뷰 작업을 위한 플레이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 건파이트가 엄청 재미있냐 하면 그것도 아니고

정리하면, ‘페이데이3’는 너무나 갈 길이 멉니다. 마땅히 전작의 자리를 계승해 하이스트 게임의 왕좌를 차지해야 할 1순위 계승자인데, 온갖 업적을 몸에 두른 전작에 비해 너무나 보잘것 없습니다. 전작 또한 별거 없이 출시되어 수많은 업데이트와 개선을 통해 지금의 모습이 되었듯, 시간이 충분히 주어진다면 3편도 비슷한 위치까지는 갈 수 있겠지만, 기대감이 덜해 늦바람이라도 가능했던 전작에 비해 이번 작품은 너무나 큰 기대속에 출시되어 혹평까지 받은 상황이라 그마저도 불투명합니다. 전작이 지금에 이르기까지 10년이란 시간이 걸렸음을 생각하면, 미래는 더 컴컴하게만 보이죠.

저는, 개발사인 스타브리즈의 속내가 궁금합니다. UI를 갈아엎고, 불편한 시스템들을 손보고, 매치메이킹을 보다 융통성있게 바꾸면서 업데이트로 수평적 콘텐츠들을 꽉꽉 채워넣으면, 결국 3편이 2편을 넘어서는 특이점은 오게 될 겁니다. 하지만,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오랜 시간이 걸릴 테고,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건 오직 개발사의 의지밖에 없습니다. 이미 반쯤 망해버린 게임을 부활시키는 건 게임을 새로 만드는 것 보다 더 어려운 일이거든요.

개인적으로 바라는 일이긴 합니다. 2편은 아직도 재미있긴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듯 너무 오래된 게임인 것도 맞으니까요. 하지만, 제 바람이 이뤄질지에 대해서는 확신을 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개발진 입장이었어도 쉽게 하겠다는 말이 나올 것 같지는 않거든요.

출처: 인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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