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참.내’ 트릭컬이 지난 9월 27일 리바이브로 돌아왔습니다. 디얍이 퇴사한지 오래됐지만 아직도 그 타이틀이 꼬리처럼 달리고 있는, 거기에 집을 건 게임 등등 이래저래 우여곡절도 많은 상황에서 커뮤니티의 온갖 밈을 소화해내는 독특한 전략으로 게임이 (다시) 나오기 전부터 밈을 축적해둔 게임이죠.
이미 귀여움은 완성된 상태였던 ‘트릭컬’은 지난 2년 동안 두 차례의 CBT, 그리고 PlayX4 시연을 통해 완성도를 차근차근 높이는 과정을 유저에게 선보였습니다. 실제로 FGT까지 참가했던 입장에서 하루하루 발전하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고, 2년 전 결국 아이폰으로 즐겨보지 못하고 잠시 떠나보내야 했던 트릭컬을 마음 편히 폰으로 즐기면서 꼬집꼬집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기대가 컸죠. 한편으로는 사전예약 시작할 때 서버가 터졌던 걸 생각하면 이번에도 또 이런저런 문제가 터지는 거 아닐까 싶기도 했습니다. 출시 전부터 마치 숙명처럼 잊을 만하면 뭔가가 자꾸 하나씩은 불거지고는 해왔으니까요.
게임명: 트릭컬 리바이브
장르명: 수집형 RPG
출시일: 2023. 09. 27.
리뷰판: 1.09 버전개발사: 에피드게임즈
서비스: 에피드게임즈
플랫폼: 모바일
플레이: 모바일
더 말이 필요 없는 볼따구, 밈에 지지 않는 혼파망의 왁자지껄 스토리
심경이 복잡한 이야기는 뒤로 하고, 우선 ‘트릭컬’하면 떠오르는 건 뭐니뭐니해도 ‘볼따구’입니다. 원조 볼따구 장인이자 트릭컬 그림체의 시초가 된 일러스트레이터 ‘디얍’은 이미 2022년 1월에 에피드게임즈를 퇴사한 상태이긴 하죠. 그렇지만 에피드게임즈의 아트팀이 그 특유의 아트풍을 계승하고 발전시킨 결과물은 이미 여러 차례 개발자 노트와 CBT 등을 통해 검증이 된 상태입니다.
거기에 OBT부터 호평을 받았던 어딘가 나사 빠진 듯한 스토리는 2년의 숙성을 거쳐서 가타부타 복잡하게 따질 것 없이 바로 웃음이 나올 만한 물건이 되었습니다. 어지간하면 스토리에 대한 평가는 개인차가 있다고 넘기는 편이지만, 트릭컬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게임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도 온갖 커뮤니티 밈과 드립을 죄다 끌어다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녹여내면서 관심을 이어온 그 내공이 온전히 깃들어있는 느낌이었으니까요.
스토리에 대해서 좀 더 정리해서 말하자면, 트릭컬은 이세계물의 구성을 따른 작품입니다. 평범한 인간인 주인공이 어느 날 갑자기 엘리아스라는 이세계에 떨어져서 세계수 교단의 교주가 된 뒤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려낸 것이죠. 그런데 이런 드라이한 설명만으로는 ‘트릭컬’의 매력은 담아낼 수 없습니다. 보통 이세계물하면 이거저거 혼합이 되었어도 그럴싸한 판타지풍 세계에 떨어지는 걸 생각할 텐데, 트릭컬의 세계인 엘리아스는 그 데포르메된 볼따구들이 표준인 그야말로 현실에서 없을 법한 저세상 센스가 가득한 곳이기 때문이죠.
주인공이 엘리아스에 올 시점에 요정 왕국에 벌어진 반란부터가 일반적이지 않습니다. 식량난 때문에 반란이 일어났다는 전개 자체는 일반적이지만, 편식이 심해서 빵이나 단것 빼면 안 먹는 요정들의 투정을 보노라면 힘이 빠진다고 할까요? 그래서 양갱이나 다른 식량을 보고도 오히려 그게 불똥이 되어서 서로 투닥투닥 다투는 모양까지 연출되니, 진지하게 맥락을 읽으면서 보는 시도 자체가 뭔가 허망해질 정도입니다. 그런데 그게 귀엽고 아기자기한 그림체와 더불어 계속 그런 식으로 몇 절을 쭉 이어가니 뇌절이 아닌 특색으로 승화가 되고 있죠.
이거 정말 웃기다고 강조하면서 일일이 설명하는 건 개그의 위력과 품위를 깎아먹는 플래그이니 더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렇지만 보통 모바일 수집형 RPG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캐릭터들이 귀여운 그림체와 함께 초반부터 눈길을 확 끌어당깁니다. 특히 마력은 높지만 그걸 제대로 활용할 지성이라고는 정말 찾아보기 힘든 요정여왕 에르핀의 활약은 PV와 사전예약 광고 때부터 출시 이후 지금까지도 쭉 이어지고 있죠. 그냥 단순히 바보를 귀여운 디자인으로 눈속임하는 거 아닌가 싶지만, 주인공이 떨어진 엘리아스 자체가 얼렁뚱땅 되는 대로 넘어가는 세상이라 어떻게 이야기가 맞아떨어지는 게 신기합니다. 그 와중에 그 말랑한 분위기를 찰떡 같이 표현한 BGM까지 있으니, 그야말로 금상첨화였죠.
돌이켜보면 이미 타이틀에서 볼따구를 잡아당길 그 시점부터, ‘트릭컬’은 이미 자신의 그 특징을 강하게 어필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냥 볼따구를 잡아당기면서 왁자지껄 우당탕탕하는 소란극이니, 무언가 진지한 이야기를 기대하지 말라는 그런 제스처인 거죠. 그리고 아이템 이름이나 곳곳에 보이는 패러디를 보고 있노라면 이거 정말 괜찮을까 아슬아슬한 느낌까지 들 정도입니다. 요정부터 수인, 유령, 마녀, 그리고 이세계에서 온 귀쟁…아니 엘프까지 정말 다양한 종족과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다들 나사가 하나 아니 좀 많이 빠져서 이야기가 제대로 굴러갈까 싶고요. 그런데도 보다보면 어찌저찌 요정 왕국을 거쳐서 수인과 협력하고 엘프 자치령에서 이런저런 비밀까지 잘도 캐고 다니는 흐름까지 이야기가 완성되는 게 다른 게임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트릭컬’만의 매력 아닌가 싶습니다.
크레파스 그림 같은 겉모습에 숨겨진 시너지와 세팅의 묘미
스토리도 게임을 평가할 때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장르와 스타일마다 그 비중이 제각각 달라집니다. 트릭컬은 장르로 보면 모바일 수집형 RPG에 오토배틀러 요소를 더했으니, ‘스토리’는 어찌 보면 게임에 계속 관심을 갖게 만들 밑바탕인 셈이죠. 그 위에 펼쳐나갈 게임플레이까지 짜임새가 있어야 스토리를 보면서 알음알음 플레이 루틴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겁니다.
사실 저 귀여운 아트와 그에 걸맞는 우당탕탕 스토리는 이미 OBT 때도 검증이 되었던 물건입니다. 그런데 그걸 게임플레이나 시스템이 못 받쳐준 탓에 결국 2년이라는 세월을 돌아서 다시 나온 거죠. 그런 상황이니 저것만 이야기하면 결국 트릭컬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아트 원툴 게임으로 회귀가 아닐까 의문이 들 겁니다.
물론 지난 CBT에서 그 우려를 덜어내긴 했습니다. 오토배틀러에서 어줍잖게 수집형 RPG를 붙였던 이전과 달리, 리바이브에서는 노선을 확실히 프리코네로 친숙한 도탑전기류로 정하면서 게임플레이의 틀이 잡혔죠. 패를 사면서 조합을 맞추고 캐릭터를 배치하는 오토배틀러식 구성을 짧은 템포에 모바일 RPG에 맞추기 위해 코인도 늘리고, 아이템과 아티팩트 그리그 스펠 카드를 더해서 그 재미를 압축적으로 구현했죠.
거기에 유저 피드백을 더해서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자동으로 돌리지 않고 유저가 직접 활용할 수 있는 각 캐릭터의 ‘졸업 스킬’은 예전엔 6학년(6성)까지 키워야만 가능했지만 이제는 고학년 스킬로 변경하고 4학년(4성) 이상만 되어도 바로 사용할 수 있게끔 바꿨습니다. 그렇게 해서 굳이 리스크를 감수하고 주사위 돌려서 어느 한 카드를 끝까지 육성하지 않고 다른 수를 쓰도록 한 셈이죠. 카드를 팔고 사는 요소가 없어서 리롤의 리스크가 상당히 컸었으니 이렇게 개선한 게 상당히 크게 다가왔었습니다. 전투력 차이가 몇 만이 나도 어떻게 시너지와 카드 조합으로 비비적거리면서 깰 수 있게 하고, 그 원동력이 되는 캐릭터도 몇 번의 개선을 거쳐서 확보하고 가게끔 해서 운과 실력에 맡기는 몸비틀기의 묘미가 느껴졌으니까요.
그냥 뭔가 귀엽고 웃긴 아트만 남아있던 던전도 각자 컨셉도 확실히 하고 그에 맞춰 덱을 재편성하게 만드는 구성은 CBT부터 확고히 잡아가고 있었습니다. 레벨 업 재화인 ‘모카롱’을 주는 비밀의 베이커리는 전 캐릭터가 6학년으로 업그레이드된 대신 아티팩트나 스펠 카드를 못 얻고, 골드를 수급하는 골드 씨프 어택(Gold Thief Attack)은 보물상자 보스가 공격을 안 하는 대신, 아티팩트나 패 강화 없이 바로 전장에 투입해 제한 시간 내에 빠르게 해치워야만 하는 제약이 걸려있죠.
거기에 교단 본부나 생산랩, 연회장, 모험회 등 내실도 체계가 잡혀있고, 비동기식 PVP 콘텐츠 ‘승자의 줘팸터’나 무한의 탑 비슷한 유형의 세계수 굴착기지, 10월 5일 패치로 추가된 보스 공략 PVE 경쟁 콘텐츠 ‘차원대충돌’까지 콘텐츠의 구성이 체계적으로 잡혀있습니다. 어디서 많이 봤던 것들을 트릭컬식 작명 센스에 귀여움을 더한 거지만, 단순히 귀엽기만 하고 속이 텅 빈 게 아니라 밴이나 혹은 각종 제약이 붙어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어떻게든 찾아보며 리트하게 하는 깊이까지도 갖춰졌죠.
여기에 그간 OBT, CBT 때부터 쭉 언급되던 편의성 문제도 많이 개선됐습니다. 3배속 기능 추가뿐만 아니라 각 캐릭터가 보유한 아티팩트에 현 스펙까지 확인하는 기능, 시너지 확인, 출현하는 적 몬스터 특징 설명까지 기본적인 내용도 빠짐없이 다 채워넣었거든요. 그런 요소 사이사이에 깨알 같이 각종 패러디와 밈을 집어넣어서 지루하지 않고 읽게 만든 것도 묘미였습니다.
갑작스런 암초에 성급하게 끌어올린 템포로 어그러진 설계
여기까지만 놓고 봤다면 트릭컬이 게임 내외적으로 소란스러울 이유가 딱히 없어 보입니다. 그렇지만 언제나 그렇듯 이론과 실제는 다른 법이죠. 특히 돈이 걸려있는 문제가 엮여있다면 더더욱 이상과 현실의 온도 차이는 극명합니다. 소위 ‘볼그림’이라는 별명으로 더 친숙한 특수한 사도 라인업인 ‘엘다인’은 그간 테스트에 없다가 출시 때 갑작스레 출현해서 저조차도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광고에도 나왔던 신규 캐릭터가 그냥 귀엽다고만 생각했지, 설마 그렇게 나올 거란 생각은 꿈에도 못했거든요. 그래서 리세를 원래 안 하는 주의지만 그때만큼은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을 했습니다. 특히 일부 엘다인 사도는 전투력이 갑자기 확 올라가는 게 눈에 보여서 뽑고 나서도 이게 맞나?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솔직히 이런 특수한 캐릭터 라인업 문제는 그간 여러 수집형 RPG들이 거쳐왔던 문제라서 트릭컬에서만 부각될 일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여태까지 아무 말 없다가 갑자기 나온 데다가 트릭컬과 비교를 하고 있는 게임에서는 없는 시스템이다보니 유저의 기대감을 배신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는 없긴 하죠. 다만 그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언급하지 않고서는 그렇게 불타는 맥락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사실 ‘트릭컬’은 CBT 때부터 재화 수급, 보상 문제가 예견된 게임이었습니다. 두 차례의 CBT를 돌이켜보면 그때 원체 많이 재화를 뿌려줘서 부족한 걸 몰랐을 뿐이지, 게임플레이를 해서 얻는 것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습니다. 어느 정도 덱을 성장시킬 수는 있지만 그 성장이 외부 지원 없이 만족스럽게 될지 의문이었거든요.
물론 구조 자체는 그간 서브컬쳐 수집형 RPG에서 나온 모델을 트릭컬만의 작명 센스와 특유의 전투 시스템을 첨가해서 변주한 것이니 이론상으로는 크게 문제가 없었습니다. 초반에 쉽게 뚫다가 어느 시점부터 잠깐 고비가 찾아오고, 그걸 어떻게 돌파하고 쭉 플레이하면 소위 ‘분재’가 되는 양상을 쉽게 상상할 수 있었으니까요.
정식 출시가 되면서 CBT 때 문제가 됐던 스킵권, 즉 면제부가 사라지고 육성 재화 던전도 별사탕이라는 또다른 재화를 활용해서 원하는 던전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등 좀 더 쉽고 유연하게 분재형 서브 게임을 향한 기틀이 마련되긴 했습니다. 그런데 트릭컬에는 그 양상을 매끄럽게 이어나가기 위해서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상당히 많았죠.
골드 던전과 경험치 던전뿐만 아니라 스킬 재료 던전에 스탯을 추가로 올려주는 보드를 완성하기 위한 크레용 던전, 캐릭터의 조각을 모으는 이른바 ‘조각작’을 위한 던전, 여기에 캐릭터의 전체적인 스펙을 올리기 위한 장비 파밍과 PVP 그리고 자신이 키운 캐릭터를 총동원하는 차원대충돌까지. 약을 한 사발 들이킨 작명 센스 때문에 가볍게 봐서 그렇지 수집형 RPG를 해온 유저라면 익숙한 요소들을 그득그득 담아서 녹여낸 구성입니다. 그 루틴을 돌면서 얻는 재화량과 성장, 그리고 덱 파워와 조합에 뽑기의 방정식에서 변수가 더 많아졌다는 말과 동일한 셈이죠.
그렇게 변수가 많아진 만큼, 어디 하나가 삐끗했을 때 수치의 차이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서브컬쳐 유저라면 친숙한 호감도라던가, 각종 시설 연구와 그에 필요한 재화를 모으기 위한 아르바이트에 본부 꾸미기 효율까지. 무언가 ‘효율’이라는 걸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정말 고려해야 할 항목이 많습니다. 이를 거꾸로 생각하면, 그 중 하나를 안 챙겼을 때 어딘가 구멍이 난다는 불안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게 누적되면 누적될수록 격차가 벌어지면서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죠. 그런 상황에서 좀 더 특별한 캐릭터 부류인 ‘엘다인’도 갑작스레 등장해버렸으니 불안감은 더 커지는 건 당연할 겁니다. 물론 최초 오토배틀러로 시작한 프로젝트답게 동일 속성 조합 시너지에 코인으로 이것저것 맞춰가면서 어떻게든 뚫어가는 묘미를 살려냈지만, 최근에 ‘딸깍’이라는 밈이 괜히 화제가 된 게 아니니까요. 그리고 육성 재화들이 이곳저곳에 분산되어있고 양도 만족스럽지 않으니, 그 조합을 맞추기 위해서 최소한으로 키울 재화를 마련하는 것도 쉽지는 않고요.
이런 갑갑함을 해소하는 수단을 BM으로 마련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아쉽게도 10월 5일 전 트릭컬은 그것도 아닌 애매한 상황이었습니다. 과금으로 뽑기 외에 나머지 성장 재화를 얻을 수단이 극히 제한되어있고, 수량에 비해서 가격이 높게 책정이 되어있어서 효율이 낮은 편이거든요. 굳이 안 사도 쭉 플레이해도 무방하다고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무과금 유저와 과금 유저 둘 다 만족하기 어려운 모호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죠. PVP인 승자의 줘팸터에 밴 시스템이 있긴 했지만 엘다인은 밴이 안 되어있는 상태였고, 그렇다고 갑자기 밴을 바꾸자니 엘다인을 뽑고 시작한 유저 입장에서 별로 좋지 않은 진퇴양난 그 자체였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수집형 RPG에서는 필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밖에 없으니 이를 경계해서 여러 가지로 조이는 건 당연한 일이긴 합니다. 이게 개발진의 의도와 예상대로 촘촘하고 무탈하게 잘 이어졌다면 장기적으로 바라봐야 할 건이라고 얘기할 수 있겠죠. 그런데 스킬 카드와 아이템 버그 그리고 여러 콘텐츠의 구멍난 설계가 지난 며칠 동안 발견되면서 기틀이 흔들렸기 때문에 그간 이 부분에 대해서 확답을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매일매일 점검의 칼을 빼든 건 아니더라도 여러 보상과 개발자 노트로 유예한 느낌이었거든요.
그나마 10월 5일 패치로 엘다인 사도를 확정으로 얻을 방법이 여러 가지로 생기고 패스 및 BM 개선이나 스테이지 난이도 하락 등 여러 가지 개선을 해서 숨통은 조금 트인 느낌이긴 합니다. 여기에 이벤트 스토리 ‘멜트다운 버터’와 격주 단위로 진행되는 핵심 콘텐츠 ‘차원대충돌’ 추가로 어떤 식으로 이벤트와 격주 콘텐츠가 운영될지 맛보기를 잘 이어가긴 했죠. 적어도 오픈 초, 어떤 지침도 없이 우왕좌왕하던 때와 다르게 무언가 방향성이 잡히기 시작한 터라 이 흐름이 어떻게 이어질지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는 있어보입니다.
지난 몇 년 동안 개인적으로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던 만큼, ‘트릭컬’은 출시하자마자 바로 여러 이야기를 풀고 싶었던 타이틀이기도 했습니다. 뭔가 이건 아닌데 싶었던 것에서 볼 때마다 계속 발전하더니 다른 게임에서 찾아보기 힘든 자신만의 센스와 가능성을 보여준 물건이 되고 있었으니까요.
그런 유망주들이 한 차례 겪는 아픔을 지금 ‘트릭컬’도 겪고 있는 느낌입니다. 관심이나 기대를 받았던 만큼 부응하지 못하면, 그만큼 실망감도 커지기 마련이니까요. 물론 트릭컬은 갑작스럽게 관심이 커진 걸 어떻게든 필사적으로 유지해야만 하는 사정이 있었고, 그게 쭉 이어지다보니까 이만큼 관심을 받는 타이틀을 쭉 운영하고 관리했던 경험이 없던 개발사에서 쉽게 겪지 못할 여러 문제들이 툭툭 터지기도 했습니다. 그게 또 커뮤니티 밈을 활용하면서 호응을 얻고 생존해왔던 그간의 전략이 반작용으로 터지면서 이리저리 확산되어버렸죠. 그 와중에 여러 오해와 비방까지 나돌면서 대표가 직접 민감한 개인 정보까지 공개해서야 잠잠해지는 등 스펙타클한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물론 모든 게임사가 각자 자기만의 고충을 겪고 있고, 비난은커녕 일말의 관심도 못 받고 스러지는 게임사도 수두룩합니다. 그러니 ‘트릭컬’만 특별하게 놓고 볼 일은 아니죠. 저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국내에서 어쨌거나 비슷한 행보를 걸었던 게임이 또 있긴 하니, 유일무이한 특별케이스로 봐줄 일도 아닙니다. 다만 그런 게임들이 어찌 되었건 초반에 터진 문제를 어떻게든 수습해서 정상궤도로 올려놓고자하는 공통점이 있으니, 그 흐름을 어느 정도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만일 트릭컬이 정말 볼따구 귀여운 거 하나만 내세우고 그냥 맵기만 한 게임이라면 이렇게 얘기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렇지만 보면 볼수록 그 귀여움과 유쾌함을 극대화하고 재미를 구축하기 위해 이리저리 연구한 디테일에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죠. 그냥 슥 훑어보고 지나갈 부분에도 깨알 같은 재미 포인트를 마련해두고, 어떻게 패조합과 버프의 운빨 그리고 치명타 한 방 한 방에 리트하면서 몸비틀기로 깬다는 그런 개념도 충실히 구축했으니까요.
그런데 경제적 개념도 필터로 덧씌워서 보는 실전에 들어온 순간, 그 계산이 상당히 많이 어그러졌습니다. 심지어 몇몇 부분은 CBT 때 문제가 됐던 것에서 아주 크게 발전하지 않은 느낌에, 새로운 변수까지 추가됐으니 더더욱 어긋나는 느낌이었죠. 그걸 수습하기 위한 시스템의 기초는 어느 정도 마련이 되어있던 만큼,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마 에피드게임즈도 대략적이나마 예상은 했을 겁니다. 문제는 실전이 생각보다 더 가혹하고 변수가 많았다는 점이었겠죠. 귀여움 앞에서 사람은 유해지기 마련이지만, 그것도 돈이 얽히는 순간 바로 필터를 장착하게 되니까요.
그 불씨를 끄려고 노력하기는 했지만, 로드맵 발표에서 갑작스럽게 길드전 등이 예고되면서 오히려 불길이 지펴지기도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트릭컬의 육성 구조가 블루 아카이브보다는 프리코네의 시스템을 많이 참고한 느낌이라 클랜전도 별 탈이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캐릭터 추가 시점이나 신규 캐릭터 성능을 미리 일본 서버에서 참고하는 ‘미래시’가 있어서 효율적인 과금 설계가 가능한 프리코네와 달리, 트릭컬은 아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게임이라 그런 설계가 힘들죠. 여기에 프리코네보다 훨씬 복잡한 육성 구조라 캐릭터를 바로 1군에 투입시키기 위해 준비할 게 많고 그만큼 경쟁 스트레스가 더 큽니다.
결국 길드전 대신 길드 협동 콘텐츠를 추가하는 것으로 변경되었고, 패키지 구성이나 스테이지 난이도 등을 전반적으로 손보면서 급한 불은 어느 정도 끈 느낌입니다. 거기다가 최근 게임에 닥쳤던 위기도 웃음으로 승화한, 제4의 벽을 넘나드는 이벤트 스토리 ‘멜트다운 버터’까지 선보이면서 ‘트릭컬’답다는 것이 무엇인지 확고히 보여주고 있죠.
‘트릭컬’은 마치 숙명처럼 게임 외적으로 그간 여러 차례로 시끌시끌해서 어떤 게임인지 투명하게 보기 어려운 게임입니다. 그리고 그간의 흐름을 살펴보면 귀여운 외형 속에 숨어있는 강박적인 조급함이 느껴졌습니다. 이전에 아무 것도 못 보여주고 몇 시간만에 OBT 전환이라는 참사가 나버리고 게임이 아니었다는 평을 들었던 터였으니, 그런 맥락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긴 합니다. 그래서 이것저것 많이 준비하고 편의성까지 개선해서 마련은 했는데, 예상과 반응이 달라지니까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해서 무리수를 던졌다고 할까요?
그간의 기구한 내막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어쨌거나 상품이자 서비스로 정식 출시한 이상 냉정한 시선은 피해갈 수 없습니다. 유저는 개발자의 사정을 듣고 안타까워할 수는 있지만, 그게 자기가 즐기는 게임이 기대치만큼 못 뽑힌 것에 대해 비판을 하지 않을 이유가 되진 않으니까요. 참작은 해줄 수 있겠지만 그것도 개인의 선택일 테고요.
그랬던 차였지만 어찌 보면 그 모든 걸 예견한 듯 두 번째 섭종까지 언급하면서 혼파망으로 이끈 이벤트 스토리 ‘멜트다운 버터’, 그리고 각종 개선으로 트릭컬은 조금씩 정상궤도에 오르고자 하고 있습니다. 얼렁뚱땅 넘어가는데 어떻게든 진행은 되는 이야기에 푼수 같은 캐릭터들의 코미디와 패러디, 운과 실력을 시험하는 덱빌딩과 조합의 묘미까지 코어 자체는 지난 2년 동안 꾸준히 다듬어왔으니까요. 물론 개발실 그리고 일부 유저 대상으로 한 테스트를 거치고 온실을 나와 이제 폭풍우가 몰아치는 실전에 나왔으니 다소 주춤할지도 모릅니다. 또 이제 앱스토어에서 구동되다보니 아이패드나 일부 기기에서 전투 화면이 좀 잘리는 일도 있지만, ‘트릭컬’이 그 시련을 잘 넘어서 언제고 가볍게 볼따구 꼬집으면서 웃고 즐기는 서브 게임 중 하나로 공고히 자리잡기를 기대합니다.
출처: 인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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