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게임은 등장부터 좀 신기하긴 했다. 이미 비슷한 계열에서 워낙에 유명한 게임이 있어서 여기저기서도 혹평을 받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호평이 이어졌다. 그렇지만 내가 직접 해보지 않았으니 어떻게 평가를 할 수가 있나. 그저 귀동냥으로 “생각보다 훨씬 재밌다.”, “괜찮은 게임이다”라는 말을 들어서 기대감이 꽤 컸다. 플레이 영상을 봐도 뭔가 좀 신기하기는 했고, 그 ‘거품’을 쏘는 느낌이 어떨까 아주 궁금했다.
그리고 마침내 이번 TGS2023 현장에서 다들 그렇게 칭찬한 ‘폼스타즈’를 마침내 직접 해볼 기회가 생겼다. 그리고 왜 다들 그렇게 괜찮다고 하는지 이해가 됐다. 실제로도 입소문을 잘 탄 것인지, 현장 일반 시연은 100분 이상 기다려야 할 정도로 꽤 높은 인기를 보여주고 있기도 했다. 그만큼 폼스타즈는 정말로 스퀘어에닉스의 복병, 다크호스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상쾌한 경험과 재미를 주는 게임이었다.
폼스타즈의 컨셉은 ‘거품 슈팅’으로 요약된다. 플레이어가 선택한 캐릭터의 기본 탄환이 거품인 TPS. 시연이 가능했던 8종의 캐릭터는 각자의 개성대로 아킴보 스타일의 핸드건, 샷건, 라이플, 런처, 차징, 롱 호스 및 와이드 호스, AR 타입 같은 느낌으로 기본 공격과 스타일이 갈린다. 자신의 손에 맞는 캐릭터를 고르고, 팀전으로 겨루는 콘텐츠가 메인이다.
플레이어는 슬라이딩으로 도착한 전장에서 거품을 통해 영역을 확장하면서 적 플레이어를 공격해 다운시키는 건 아주 기본이다. 여기서 HP가 떨어진 캐릭터는 ‘거품 덩어리’가 되어 버린다. 이 거품이 되어 있는 동안 R2 버튼을 통해 슬라이딩으로 부딪히면 몇 초간 녹아웃. 이후 쓰러진 캐릭터는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전장에 다시 참여하는 식으로 기본 전투의 흐름이 이어진다. 그리고 자신이 거품이 됐을 때, 같은 팀 아군이 슬라이딩으로 거품을 걷어내고 회복시켜줄 수 있다. 거품을 걷어내지 못하면 시간이 지나 거품이 폭발해 녹아웃되므로, 거품이 된 아군을 구출하고 적을 물리치는 것이 기본 전투의 핵심이다.
어렵지 않은 과정에서, 짧은 쿨타임을 가진 캐릭터만의 ‘스킬’을 쓰면서 적들을 농락하면 된다. 순간적으로 도약하고 거품을 남기는 회피와 기동 스킬이 있는가 하면, 영역 자체에 강력한 화력을 쏟아 붓기도 하는 등 캐릭터의 개성을 강화시키는 형태로 도입됐다. 그리고 이 스킬의 사용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전략적인 사용에 따라서 전황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도다. 시간이 지나면 사용할 수 있는 강력한 스킬은 전장에서 팀 차원에서 사용해야 할 정도로 영향력이 큰 느낌.
예를들어 아킴보 스타일의 ‘소아’는 스킬을 사용하면 높은 점프와 함께 일렬로 탄을 남겨서 순식간에 전장을 이탈하고 어그로를 분산시키는 치고 빠지는 스타일로 운용할 수 있다. 그렇지만 런처인 멜티는 일정 거리 내에서는 유도 거품탄을 써서 공격은 강력한데 몸이 약하다. 그래서 누군가가 지켜주는 플레이가 필요한데, 스킬마저도 어느 정도 떨어진 거리에 많은 양의 거품탄을 쏟아부어 순간 화력이 높고 거품으로 지형도 만들어내서 전략적으로 잘 보호하고 잘 도망가는 플레이가 필요하다. 살균마인 케이오스 엔더는 거품 속에 숨어들었다가 기습을 감행하기도 하는 등 자신이 맞는 스타일을 극대화하는 형태로 스킬들이 구성된다.
플레이어는 슬라이드를 통해서 아군의 거품 위를 이동할 수 있는데, 여기서 거품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의외로 방향전환이 매우 빠르고 자유로운 편이며, 거품이 쌓여서 발생하는 고저차가 생각보다 정말 유용하다. 확정된 지형이 아닌, 아군의 화력 집중과 스킬로 인해 전장의 지형이 일시적으로 변하면서 판도가 갑작스럽게 바뀐다. 실제 시연에서도 순간적으로 아군 멜티가 만들어 준 거품의 벽으로 적의 스타 플레이어를 가두고, 3인의 화력을 일시적으로 모아 스타 플레이어를 쓰러뜨려 전황을 뒤집고 승리하기도 했으니까.
이 지형의 변화라는 점, 고저차의 영향이 큰 이유는 바로 탄이 ‘거품’이라서다.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거품 탄은 느릿~느릿하면서 포물선을 그리는 편이다. 물론 캐릭터마다 속성이 다르지만 일단 탄이 음속을 넘어서지 않을 정도고 눈에 보일 정도로 느리다는 점, 그리고 매우 크기 때문에 교전 거리 자체가 매우 짧아서 쉽게 맞추고 쉽게 맞는다. 그렇게 몽실몽실 거품을 쏘고 맞다 보면 나도 몽실몽실해지고 상대방도 몽실몽실 보글보글하다가 서로 팡팡 터진다. 좌충우돌 난투극이 쉽게 펼쳐지기 일쑤인 묘한 게임이다.
게다가 거품이라는 점을 반영했는지, 지형의 변화가 빠르면서도 생각보다 느리다. 무슨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아닌 이상한 말이지만 설명하자면 이렇다. 지형의 ‘생성’은 빠른데, 그 지형을 바꾸는 시간이 좀 걸린다는 뜻이다. 거품 영역은 금방금방 늘고 우리 거품 영역의 지형을 바꾸는 건 쉽지만, 적의 영역을 아군의 영역으로 바꾸는 데에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거품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적의 거품 지역을 아군 거품 지역으로 만드는 순간, 지형 생성 속도가 예측하기 힘들어질 정도로 빠르다.
그래서 갑자기 벽과 거품 동산이 세워지고 여기저기 사람 혹은 지형이 펑펑 터지는 일이 게임 내내 이어진다. 거기에 플레이어들의 스킬이 조합되면 전장에서 정신을 차리기가 쉽지 않다. 거품 동산이 일어나더니 거품탄이 쏟아지고, 순식간에 거품덩어리가 되니까 서핑 보드로 후려치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똑같이 내가 그렇게 해줄 수 있다. 그 과정이 계속해서, 전장 내내 감돈다.
그래서 ‘파티’라는 느낌이 물씬 강하게 들고, 전장에는 진중함보다는 코믹함이 감돌면서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지형에 따라서 빠르게 전장이 변화하는 데다가 방심할 수 없는 전장의 룰도 영향이 있기 때문에 느릿느릿하고 몽실몽실한 슈팅 분위기와는 반대로 전장의 전환과 전투의 템포가 정말 빠르다. 이 언밸런스함으로 만들어지는 게임의 기묘한 흐름과 매력이 가볍고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파티의 분위기를 극대화 시키는 것 같다.
시연에 적용된 전장의 룰은 ‘스매시 더 스타’로, 상대팀을 총 7회 녹다운 시키면 가장 큰 활약을 한 플레이어가 ‘스타 플레이어’로 선발되고, 이 스타 플레이어를 쓰러뜨리면 된다. 이 ‘스타 플레이어’가 쓰러지기 전까지는 승패가 나지 않으므로, 잘만하면 지고 있던 전장도 스타 플레이어를 지키면서 잘 싸우면 일발 역전을 노릴 수 있었기에 끈기있는 전투가 가능해진다. 그런 점에서 좀 더 승부욕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들도 있다고 보고, 다른 전장과 맵을 경험해보면 또 다른 흥미거리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든다.
가끔은 그런 게임들이 있다. “대체 이게 왜 재미있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재밌다”라는 느낌. 기자의 입장에서 평가를 하기에는 정말 최악이고 끔찍한 상황이지만, 재미있는 게임을 만나서 신이 나는 기분은 어쩔 수 없는 무력한 기분. 폼스타즈가 처음에는 그랬다. 쉽고, 간단하고 단순한데 게임을 하는 내내 즐겁고 시연이 끝나고도 한 판 더 시켜주면 안 되냐고 떼를 쓰고 싶어졌다.
진정하고 다시 생각하고 분석해보니 폼스타즈는 ‘거품’이라는 컨셉에 정말 충실했다. 느릿느릿한 사격과는 달리 전황과 전투의 템포가 빠르고, 보글보글 몽실몽실한 거품들이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피날레를 팡 터트리는 게임이랄까.
‘거품’이라는 탄으로 생기는 템포를, 파티 분위기에 맞게 잘 풀어낸 게임이다. 그래, 요약하면 컨셉을 잘 살려서 기본기도 잘 만들어냈는데 개성도 있는 그런 게임이다. 컨셉을 정말 잘 살린 게임 디자인이, 폼스타즈만의 독특한 매력을 만들어낸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분명 일회성 시연이고 ‘거품’으로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워낙에 독특해서 스스로도 모르는 가산점이 있을지 모르겠다. 아마 시연자들도 익숙하지 않아서 전반적으로 스킬을 잘 활용하지 못한 부분이 적지 않다는 부분도 있다. 그래서 일회성 시연에서는 고평가할 수 있을지 몰라도, 진득하게 수십 시간 플레이 하면 다른 느낌이 들 수 있는 게임임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근데 일단 시연은 참 기가 막히게 재밌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충실한 컨셉으로 좋은 분위기를 만든 게임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고 할까. 오는 9월 30일 오픈 베타 테스트를 하는 만큼, 많은 유저들이 직접 이 게임의 매력을 느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정신없이 보글보글 피어오르는 거품 속에서 너도나도 팡팡 터지고 터트리는, 신나는 슈팅 게임으로 말이다.
출처: 인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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