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티 요금제 변경, 게임사 ‘광고수익 중단’ 연대 움직임

▲ 폴란드 바르샤바에 위치한 CDPR 본사의 입구

지금은 전 세계 게이머에게 그 존재를 확실하게 각인시켰지만, 폴란드의 게임 회사 CDPR의 창립 비화는 정말 흥미롭지 않을 수 없습니다. 소련에 포함되어 1990년대까지도 이렇다 할 게임 시장이 존재하지 않던 나라에서 게임 CD를 들여와 파는 작은 회사에서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다른 회사의 게임 CD를 들여와 폴란드에서 ‘게임 시장’을 만드는 데까지 성공한 CDPR의 전략 중 하나는 자국인 폴란드를 위한 철저한 현지화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현지화에 대한 열정은 현재까지 이어오며 ‘사이버펑크 2077’을 비롯, ‘위쳐 3’까지 한국어 음성을 지원하는 결과로 나타나게 된 셈입니다.

그 외에도 CDPR은 그간 독특한 행보를 많이 보였습니다. 위쳐3라는 작품 하나를 기점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룬 것, 수많은 무료 DLC, 훌륭한 완성도를 갖춘 확장팩, 거기에 실패에 그치지 않고 이미 출시한 게임을 꾸준히 발전시키는 집요함까지. 기존 대형 게임 기업에서는 접할 수 없는 특징들은 과연 어디에서 출발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죠.

이런 궁금증을 푸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여름이 한창일 때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로 향했습니다. 무작정 CDPR에 오피스 투어가 가능할지 문의를 했는데, 마침 리모델링을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흔쾌히 수락을 받을 수 있었죠. 여러 비밀스러운 미공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터라 내부 사진은 촬영이 금지되었지만, CDPR의 본사가 어떻게 꾸며져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오피스 투어 이후에는, 본사에 오랫동안 몸담고 있는 개발자들을 직접 만나 CDPR에서 일하는 것은 어떤지, 또 사내 분위기는 어떤지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시간도 주어졌습니다.

▲ 카롤리나 니에베글로프스카(Karolina Nieweglowska) 플레이어 경험 및 안전 어소시에이트 디렉터(왼쪽),

콜린 월더(Colin Walder) 엔지니어링 디렉터(오른쪽)

Q. 먼저 각자 소개 부탁드려요. CDPR과 함께한 지는 얼마나 되었나요?

콜린 = 저는 CDPR에서 엔지니어링 디렉터를 맡고 있습니다. 게임업계에서는 17년간 일하고 있고, 사운드 엔지니어링과 관련한 업무를 주로 담당했습니다. CDPR에서 일한지는 약 8년째고, ‘사이버펑크 2077’에서는 각 나라의 언어로 로컬라이징하는 일을 맡았죠. 여담이지만, 한국 드라마 정말 좋아합니다. 집에서 아내와 함께 보곤 하는데, ‘사이코지만 괜찮아’, ‘사랑의 불시착’같은 드라마를 좋아합니다.

카롤리나 = 저는 플레이어 경험과 전반적인 안전에 대해 책임지고 있고, 테크니컬 서포트 분야에서는 몇 년간 일했습니다. 13년째 CDPR에서 일하고 있는데, 회사와 사무실에 관련한 거의 모든 걸 알고 있다고 봐도 되죠(웃음). 사내에서 회사의 이모저모와 관련한 트리비아 퀴즈 콘테스트를 두 번 진행한 적이 있는데, 둘 다 제가 트로피를 받고 그 다음 해에 콘테스트가 없어졌다니까요. 하하. 저도 한국 드라마 좋아하는데 ‘신성한, 이혼’을 최근 재미있게 봤습니다.

Q. 오랜 기간 한 직장에서 몸담고 있는 만큼, 의미 있는 기억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하나만 공유해주실 수 있다면?

콜린 = 게임을 만들다 보면 정말 많은 곳에서 강렬한 인상을 받고는 하죠. 그래도 굳이 한 순간을 꼽자면 완성된 게임을 플레이어에게 전달했을 때 가장 좋은 기억이 남는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우리가 만든 게임이 큰 의미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은 정말 에너지가 넘쳐나는 일이기도 합니다. 항상 사람들에게 우리가 만든 게임이 어떤 의미가 되고, 어떤 것들을 더 집어넣어야 그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하게 되기도 합니다.

카롤리나 =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사람들의 영혼을 어루만지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의 커리어에 대한 목표에 일종의 영감을 준 TED 토크가 있었는데, 그 강연에 따르면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특정한 행동이나, 적응 유연성, 특정한 목표로 나아가도록 할 수 있는 힘을 가졌다고 해요. 스토리 기반 게임을 제작하는 회사를 다니는 입장에서 정말 많은 공감이 되었고, 앞으로도 좋은 경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또, 게이머로부터 많은 리포트를 접하는 편이고, 놀랍게도 정말 긍정적인 메일을 항상 받고 있습니다. 무언가 개인적으로 겪고 있던 힘든 상황을 극복하는 데 우리들이 만든 게임이 큰 도움이 됐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많은 감동을 얻고 있습니다.

▲ 코로나 이전 두 번 열린 회사 트리비아 퀴즈의 우승 트로피

▲ 그 모든 영광은 카롤리나가 차지했다고

Q. 이전까지 많은 게임을 제작해 왔지만, 글로벌 게임 개발사로서 인지도를 높인 것은 ‘위쳐3’의 폭발적인 흥행 이후라고 보는 시각이 있는 편입니다. 폴란드 내에서 CDPR의 인지도도 많이 변화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콜린 = 저는 위쳐3가 발매된 이후에 합류했어요. 급변하는 초반을 보기는 했지만, 아마 카롤리나가 더 많은 것을 봤을 것 같아요.

카롤리나 = 위쳐2가 출시되기 전에 합류해서 일을 시작했는데,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80에서 100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일했던 것 같아요. 당시에는 지금에 비해 시스템이 복잡하지 않았고, 저는 테크니컬 서포터로 팀과 팀 사이에서 소통을 담당하는 일을 해 왔죠.

그러다 보니 회사가 점점 자라나면서 여러 팀이 생겨나고, 그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시시각각으로 늘어나는 것을 직접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거의 1,200명 가량의 직원들이 있으니, 정말 어마어마한 변화였죠.

Q. 초창기와 비교해서 사람들의 인식이나, 시선이 달라졌다는 것도 많이 느껴지는지 궁금합니다.

카롤리나 = 저도 몇 번 정도 경험이 있는데, 거리에서 CDPR 후드를 입고 다니면 이쁘다고 칭찬을 들은 적이 있어요. 또 우리 회사의 게임을 알아보는 게이머들의 리액션은 정말 좋더라고요. 이제는 폴란드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인 것 같아요. 가장 큰 회사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콜린 = 2011년에 오바마 대통령에게 위쳐2를 선물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셨을 거예요. 당시부터 그 정도면 이미 얼마나 폴란드에서 유명한지 알 수 있죠. 게임에 대해서 잘 몰라도, ‘위쳐’는 알 정도일 만큼 폴란드 문화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요. 잘은 모르는데 몇몇 학교에서는 위쳐 읽기를 시키기도 한대요.

▲ 최근 새단장을 마친 CDPR 본사의 모습

▲ 겉에서 보면 상당히 차분하지만, 안은 정말…멋졌어요 (내부 촬영은 불가했습니다)

Q. 최근에 스튜디오의 새 단장을 얼추 마무리했다고 들었습니다. 정말 멋진데, 그간 회사에서 지내면서 환경적인 변화도 많았을 것 같아요.

카롤리나 = 마친(CDPR 공동 창립자)도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당시 스튜디오는 이 건물 1층의 한 부분이었어요. 모든 CD 프로젝트 사원이 그 공간에서 일을 했죠. 그러다가 엄청난 규모의 확장이 일어난 거예요. 점점 사용하는 부분을 늘려나가게 됐고, 또 그 옆 빌딩까지 사용하게 됐죠.

2층까지 공간이 확장됐을 때, 제 기억으로는 엄청난 변화가 있었던 것 같아요. 사이버펑크가 처음 시작할 때로 기억하는데, 아주 비밀스러운 팀이 비밀스러운 게임을 만들고 있으니 마치 새로운 세상으로 향하는 곳 같았죠. 당시에는 건물 내부도 그렇게 이쁜 편은 아니었는데, 수년 간 리노베이션을 통해 많이 뜯어 고쳤습니다. 2층이 한 공간에서 여러 방으로 나눠졌고, 2019년 즈음에는 주변 단지를 CDPR이 매입했죠. 그때부터 이어 온 리모델링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콜린 = 대로변 바로 앞에 있는 건물은 UN이 사용하는 건데, 그래서 처음에 딱 보면 약간 딱딱한 느낌이 있어요. 하지만 안으로 조금 들어오면 아주 다른 풍경이 펼쳐지는 걸 볼 수 있죠. 지금은 초록색 식물들도 많고 한데,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어요. 주차 공간도 넉넉해지고, 농구장도 생기면서 매년 게임을 만들기 좋은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카롤리나 =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디테일들을 좋아해요. 지금 이야기를 나누는 회의실이나, 다른 곳을 보면 식물이 많은데, 2층에는 아예 다른 회사가 협업해서 식물을 관리하는 곳을 따로 두었죠. 식물들의 상태가 안 좋아지면 이 ‘식물 병원’에 입원해서 케어를 받는 식으로요.

▲ 유일하게 촬영이 가능했던 리셉션과 구내식당 구역

▲ 이 메뉴가 폴란드 사람들이 주말마다 부모님 집 가서 먹는, 말하자면 소울 푸드 같은 것이라고

Q. 둘러보면서 들어보니 구내식당(캔틴)의 인기도 만만치 않던데, 자랑 좀 해주세요.

카롤리나 = 맞아요. 재택근무로 일하는 경우도 아직 많지만, 회사에서 근무할 경우 세 곳의 캔틴에서 언제든지 다른 음식을 먹을 수 있어요. 우리 회사만의 문화인지는 모르겠지만 점심시간 캔틴이 아주 중요한 장소가 됐죠. 저 같은 경우는 흡연을 하지 않지만, 흡연자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어요. 하지만 다른 방법으로 캔틴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거죠. 점심을 먹으러 와서 오래간만에 본 다른 팀원과 이야기도 나누면서, 팬데믹 기간 중에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함께 식사하는 분위기를 느끼는 거예요.

또 정말 자랑스러운 게 있는데, 바르샤바에 유명한 베지테리언 레스토랑이 있어요. 진짜 꼭 가보시길 추천해요. 그리고 사실 그 레스토랑이 우리 회사 캔틴의 시작이었죠. 레스토랑 사장님과 CDPR 임원진이 연락 끝에 채식주의자 음식을 제공하는 캔틴이 생겼거든요. 아마 임원진 중 한 명이 단골손님이었나봐요(웃음).

그래서 CDPR의 캔틴에서는 일반적인 음식들은 물론 채식 식단도 제공하고 있고, 매일 피자만 나오는 캔틴도 하나 있어요. 피자는 실패할 수 없잖아요. 또 업무 일정 상 빠르게 식사를 마쳐야 할 상황에도 좋고요. 가끔 외부 협력 기업 사람들도 와서 먹고 가는데, 구내식당 수준이 아니라고, 인스타에 올려도 될 정도라고 하기도 하더라고요.

Q. 새 스튜디오도 그렇지만, 한국의 많은 팬들은 CDPR의 기업 문화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습니다. 소개해주실 수 있는 부분이 있을까요?

콜린 =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정말 가까워지는 것 같아요. ‘사이버펑크 2077’나, ‘위쳐’ 시리즈를 만들 때 함께 오디오 부스에서 동고동락한 멤버들과 정말 돈독해 졌는데, 요즘은 함께 보드게임 그룹을 만들어서 활동하고 있죠. 정말 값진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는 것도 CDPR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카롤리나 = 저도 그 보드게임 그룹의 일원이예요(웃음). 모두에게 해당되지는 않을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게임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모인 회사다 보니 도전적인 상황이 닥쳤을 때 함께 똘똘 뭉치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지금보다 어린 시절에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빠져서 남들이 말하는 ‘노 라이프(No life)’가 된 적이 있어요. 당시 사귀던 남자친구가 함께 할만한 즐길 거리를 찾다가 소개해 줬는데, 결국 그 때문에 헤어졌을 정도로요. 그런 시절 속에서도 게임이 실제로 깨닫게 해 준 것들이 많아요. 그 때 게임에서 만난 친구들 중 몇몇은 지금도 연락하고 지내고 있고요. 진짜 제 두 번째 인생이었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게임 업계에서 일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계기이기도 합니다.

Q. 그밖에도 CDPR에서만 볼 수 있을 것 같다 싶은 기업 활동이나, 분위기같은 것도 궁금합니다.

카롤리나 =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대부분 같은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친구를 만들기 정말 좋은 환경인 것 같아요. 보드게임 그룹도 있지만, 결혼에 성공한 커플도 정말 많아요.

개인적인 시점으로 봤을 땐, 제가 막 일하기 시작했을 땐 여성 직원이 없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회사에 ‘카롤리나’라는 이름이 얼마나 많아졌는지 몰라요(웃음). 현재는 대략 여성 임직원이 30%에 달하는 것 같고, 또 회사 차원에서도 게임 업계에서 일하는 여성과 관련한 다양한 일을 전개하고 있는 것도 특징입니다. 바르샤바 현지에서는 게임 업계로 진출하고자 하는 여학생을 위해 고등학교와 파트너십을 맺고, 업계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일도 진행하고 있죠.

콜린 = CDPR이라는 회사의 기원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상당히 흥미로워요. 게임을 유통하고, 로컬라이징하는 작은 회사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현지화’는 항상 회사의 심장에 존재해 있었죠. 그 관점에서 보면 정말로 게임에 대해, 높은 퀄리티를 전달하는 것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임원진들도 복도에서 지나가다 마주치면 소위 ‘양복쟁이’같은 느낌을 주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달까요?

물론, 비즈니스는 정말 중요한 일이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에는 회사의 모두가 게임에 대해 진심이라는 느낌이에요. 게이머에게 고품질의 게임을 전달하겠다는 높은 야망이 있고, 최고의 게임을 만들고 싶어 해요. 늘 한 발자국 더 나아가려고 해요. 결코 쉬운 일은 아니죠. 성공작도 있지만, 실패할 때도 있어요. 하지만 길이 막혀있다고 생각할 때마다 우리의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들이 원동력이 되어줘요. 이런 것들이 우리 회사가 가진 DNA라고 생각합니다.

Q. 하지만, 또 모두가 알다시피 회사 생활이 늘 성공적인, ‘꽃길’인 것만은 아니죠. 기억에 남는 도전적인 과제나, 극복할 수 있었던 어려움은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도 궁금합니다.

카롤리나 = 아무래도 팀 사이의 조율을 맡고 있다 보니 콜린이나 다른 디렉터들이 어떤 문제에 대한 가치를 결정할 때 저도 많은 공부를 하게 돼요. 그러다가 모든 것은 팀플레이와 연관되어 있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 적이 있었죠.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의 게임을 플레이하는 게이머들을 이해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달까요. 그래서 저희는 지금도 우리의 결정이 플레이어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 것인지에 대해 서로 의견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그와 관련한 한 가지 사례가 있는데, ‘사이버펑크 2077’의 신규 버전 패치에서 Xbox 시리즈 S 기종에 ‘퍼포먼스 옵션’ 설정이 지원되지 않는 점에 대해서였죠. 시리즈 S는 콘솔 중에서도 가장 약한 플랫폼 중 하나지만, 플레이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나서, 또 팀과 의논을 통해 결국 시리즈 S에 ‘퍼포먼스 옵션’을 추가하는 패치를 배포했어요. 많은 플랫폼에 대한 변화가 있었기에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결국 한 단계 더 나아가는 결정 과정에서는 팀워크는 물론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 본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작은 건물은 ‘사이버펑크 2077’ 콘셉트로 꾸며졌습니다

▲ 마침 내부에는 현지 매체를 위한 소설 공개 행사가 진행중이었죠

▲ 뜻하지 않게 V와도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 한국어판… 나오겠지?

Q. 폴란드의 게임 시장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테크랜드나, 블루버 팀 등 한국 게이머에게도 익숙한 스튜디오들도 폴란드에 있는데, 함께 정보를 나누는 게임 개발자 커뮤니티도 활발한지 궁금합니다.

콜린 = 흥미로운 점은, 여러분의 기대에 따라서 (폴란드 게임 시장이)엄청 커 보일수도, 또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많은 회사에서 많은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데, 그 중 대부분은 아마 들어보신 적이 없을 거예요. 제가 미국에서 폴란드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동시에 폴란드는 대단히 끈끈한 시장이죠. 많은 인재들이 이 회사에 있다가 저 회사로 갔다가 하며 여러 많은 경험을 쌓는 곳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또 바르샤바에서는 디지털 드래곤 컨퍼런스라는 행사를 진행하기도 하는데, 꽤나 큰 행사 중 하나예요. 거기에 참석하면 여러 다른 게임 개발사 사람들과 마주치는 경우가 많죠. 아주 좁은 산업이고, 서로 다 잘 알고 있는 그런 관계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Q. 그렇다면 그런 끈끈한 커뮤니티 안에서 CDPR이라는 회사 또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카롤리나 = 물론이죠. 뭐랄까. 일종의 연결고리가 되는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큰 회사에서 작은 회사로 가기도 하고, 또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기도 하고요. 그 과정에서 일종의 네트워크를 만들어 나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또 폴란드 게임 개발사의 설립자들 중에는 CDPR 출신도 더러 있고요.

비슷한 의미에서 폴란드가 게임을 만들기 좋은 곳이라고 느낍니다. 유럽의 중심에 있기도 하고, 인프라도 잘 발달되어 있고요. 특히 바르샤바는 2차 세계대전 당시에 폐허가 된 곳이 많은데, 결과적으로는 현대적인 인프라와 인터넷, 건물 등이 들어설 수 있는 발판이 되었어요. 무언가를 시작하기엔 더 없이 좋은 곳이라 생각합니다.

▲ 회사 내부에는 이런 ‘쿠사나기 야이바’ 모형은 물론, 전 세계 팬들이 보내준 장식물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Q. 말이 나온 김에 바르샤바에 대해서도 좀 더 알려주세요. 아직까지 한국 게이머들의 입장에서는 낯선 도시라는 감이 없지 않습니다.

카롤리나 = 물론 제가 바르샤바 토박이라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저는 이 도시를 정말 사랑해요. 좋아하기 쉬운 도시는 아니지만, 작은 디테일에 집중한다면 비밀스러운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콜린 = 확실히 어느 지역의 마천루를 바라보면 대단히 비즈니스 중심적인 도시처럼 보일수도 있지만, 과거의 건물이 남아있는 올드 타운을 가보거나, 아니면 좀 더 표면의 밑으로 들어가보면 멋진 바와 오래된 공장을 재건축한 푸드홀, 영화관 같은 것을 발견할 수 있어요. 실제로 발품을 팔아서 찾아보는 노력이 필요한 곳이라고 할 수 있죠.

제게는 그게 바르샤바가 가진 매력인 것 같아요. 이곳에 오게 된다면 아름다움을 찾기 위한 모험을 즐겨주셨으면 좋겠어요.

Q. 정말 그냥 여기 온 김에 물어볼게요. 혹시나 한국의 게이머들이 바르샤바에 오게 된다면 꼭 들러야 할 곳을 하나만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맛집이나…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소가 있다면 듣고 싶어요.

카롤리나 = 하나만? 절대 안 돼요. 리스트 적을 준비 됐어요?

먼저 게이머라면 파라독스 카페(Paradox Cafe)라는 보드게임 카페가 있고, 또 ‘핀볼 박물관’도 들러볼만 할 거예요. 나이트 마켓에서 꽤 가깝고, 정말 볼거리가 많아요. 또 바르샤바에서 영감을 받은 특별한 칵테일을 마셔보고 싶다면 Woda Ognista라는 곳을 추천해요.

그리고 제가 정말 좋아하는 맛집인데, 라비올리에만 온 정성을 쏟은 식당이예요. 그래서 이름도 ‘홀리 라비올리(Holy Ravioli)’거든요.

콜린 = 전에 보드게임 하는 멤버들, 그러니까 카롤리나도 같이 ‘노리코 오마카세(Noriko Omakase)’라는 식당을 갔었는데, 가격대는 좀 있는 편이었지만 그동안 먹었던 음식 중에 가장 맛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특히 아까 잠깐 말한 영화관이 정말 좋아요. 조금 구식이긴 하지만, 바에서 칵테일을 시켜다가 리클라이닝 소파에 앉아서 영화를 즐길 수 있죠. 상영관이 그렇게 넓진 않지만 그래서 음질이 더 뚜렷하게 들리는 것 같기도 해요. 최근에 거기서 ‘듄’을 봤는데, 주인공이 베네 게세리트의 능력(목소리로 상대방을 조종하는 힘)을 사용할 때 소름이 돋을 정도였죠.

카롤리나 = 또 폴란드의 전통적인 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Specjały Regionalne’에 가보는 것도 추천해요. 다른 거리에 같은 이름을 가진 식료품점도 운영하는데, 식당 대신 현지 식자재를 구경해보고 싶다면 그쪽에 가보는 것도 좋을 거예요.

▲ 우버로 이동하는 길에 본 바르샤바의 모습, 올드 타운(왼편)과 마천루(오른편)의 조합이 인상깊었습니다

출처: 인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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