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드리스 던전, 디펜스와 탑뷰 슈터의 완벽한 조합



앰필튜드 스튜디오(Amplitude Studios)는 신작 게임 ‘엔드리스 던전’의 출시를 약 한 달 정도 앞두고 마지막 CBT를 진행했습니다. 아직 100% 완벽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개발사가 추구하는 게임 스타일 그리고 콘텐츠 대부분을 미리 체험해볼 수 있었습니다.

엔드리스 던전은 2017년 출시된 ‘엔드리스 스페이스 2’를 마지막으로 끊어졌던 엔드리스 유니버스의 뒤를 잇는 작품입니다.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시리즈 그리고 로그라이트와 디펜스 장르의 조합이라는 점에서 개발사의 외전 작품인 ‘던전 오브 디 엔드리스’를 떠올리게 하죠.

그러나 실제로 플레이 해본 엔드리스 던전은 두 장르를 결합한 유사성만 가져왔을 뿐 겉모습부터 게임 스타일까지 거의 대부분의 영역에서 이전 작품과 큰 차이를 보여줬습니다.


엔드리스 던전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탑뷰 슈터와 디펜스 장르의 절묘한 조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각 장르의 특징을 잘 파악한 뒤 서로 어우러질 수 있는 부분을 엮여냈죠. 그래서 슈터 장르로서 총 쏘는 맛이 살아있고 몰려오는 적들을 막아내는 디펜스 장르만의 즐거움도 함께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게임 속 배경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면 플레이어는 난파 된 옛 우주 정거장에서 탈출을 꿈꾸는 선원 중 한 명입니다. 탈출하기 위해선 크리스탈봇을 중심부에 가져가야 하는데 각 섹터마다 다양한 괴물들이 존재하므로 이들과 맞서 싸우면서 크리스탈봇을 최대한 지켜내야 합니다.

배경에서 알 수 있듯 게임 플레이의 최우선 사항은 크리스탈봇의 파괴를 막아내는 것입니다. 만약, 적들의 공격에 크리스탈봇이 부서지면 플레이어의 체력이 아무리 많이 남았어도 곧바로 게임이 끝나버립니다. 디펜스 장르에서 기지의 역할이 바로 크리스탈봇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적들도 이를 알고 있는지 크리스탈봇의 파괴를 최우선으로 두고 달려듭니다. 게임 중에는 시시각각 위험 단계가 오르며, 최대치가 될 경우 공세라는 이벤트가 발동하는데요. 이때가 되면 적들은 크리스탈봇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들고 플레이어는 각종 터렛을 설치하고 총을 쏘면서 공세가 끝날 때까지 적들을 저지해야 합니다.

이렇듯 게임의 베이스는 디펜스 장르의 룰을 따르고 있습니다. 다만, 세세하게 들어가면 기존 디펜스 게임과도 시스템에서 큰 차이가 있죠. 가장 큰 특징은 적들의 공격 루트를 플레이어가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크리스탈봇이 자리 잡은 하나의 방에서 게임이 시작됩니다. 이후에는 인접해있는 다른 방을 수색하면서 점점 영역을 넓혀가게 되는데요. 방마다 자원 생성기, 몬스터 생성기, 각종 비석과 상인 등이 존재하는데 중요하게 볼 것은 자원 생성기와 몬스터 생성기입니다.

먼저, 자원 생성기는 연구, 산업, 식량 세 가지의 자원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면 이후 문을 열 때마다 추가 자원을 얻게 해주는 중요한 장치입니다. 오직 문을 열 때만 자원을 얻을 수 있으므로 맵마다 얻을 수 있는 자원의 최대치가 정해져 있는데요. 자원 생성기를 잘 활용한다면 최대한 많은 자원을 쌓을 수 있습니다.

자원 생성기가 찾을 수록 도움이 된다면 반대로 몬스터 생성기는 찾을수록 탐사의 난이도를 높이는 주범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공세가 시작되면 몬스터 생성기에서 끊임없이 몬스터가 생성되기 때문이죠.

따라서 탐사 도중 몬스터 생성기를 찾게 되면 이후 공세에 대비하기 위해 적들의 루트를 파악해야 합니다. 참고로 적들은 크리스탈봇 뿐만 아니라 자원 생성기, 연구소 등도 공격하는데요. 이런 변수까지 모두 감안해서 최대한 적들의 루트가 뭉쳐질 수 있도록 문을 연다면 이후 주요 길목에 터렛을 설치해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적들의 공세를 막을 수 있습니다.

맵이 넓어질수록 방을 수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몬스터 생성기 역시 많이 찾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는 공세의 난이도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지죠. 반대로 몬스터 생성기가 무서워서 방을 조금만 탐색한다면 자원이 부족해져 언젠가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는데요. 현재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게임 판을 제어할 수 있다는 점이 재밌게 느껴졌습니다.

두 번째 특징은 크리스탈봇이 계속해서 움직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인 디펜스 게임이라면 수비를 해야 하는 기지는 절대 움직이지 않습니다. 기지를 중심으로 수비 라인을 구축하는데 기지가 움직여버리면 그동안 만든 게 수포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엔드리스 던전에선 이게 됩니다. 상황에 따라서 채굴을 하거나 문을 열기 위해 크리스탈봇을 특정 지역까지 움직여야 합니다. 크리스탈봇이 기존 자리에서 이탈하는 순간 곧바로 공세가 시작되고 이는 다시 자리를 잡기 전까지 끝나지 않는데요. 즉, 단순히 한 지역에서 방어하는 게 아니라 이동하는 상황까지 고려해서 방어를 해야 합니다.

크리스탈봇의 움직임을 고려해서 터렛을 깔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앞서 말했듯 얻을 수 있는 자원이 한정적이고 터렛이 모든 적을 쓰러트릴 정도로 강력한 성능을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인데요. 특히, A 필드에 모든 자원을 쏟아서 수비 라인을 구축했다고 한들 B 필드로 넘어가는 순간 다시 처음부터 수비 라인을 구축해야 하므로 과도한 자원 투자는 실패의 지름길로 향하는 길이 되어버립니다.

여기서 기존 디펜스 게임과 차별화되는 세 번째 특징이 빛을 발합니다. 바로 플레이어가 총을 쏴서 직접 공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게임 내에는 속성별로 다양한 총기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CBT 기준 4개의 캐릭터는 각자 역할이 정해져 있으며, 고유의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데요. 캐릭터와 무기, 스킬을 조합한다면 터렛이 없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적들을 저지하는 게 가능합니다.

사실 탑뷰 슈터 시스템 자체만 빼서 본다면 살짝 밋밋하게 느껴졌습니다. 기본적으로 자동 조준을 지원하고 무한 탄창이라 재 장전이 필요 없거든요. 몰려드는 적 방향에 커서를 두고 클릭만 해도 문제없죠.

초반에는 적들의 숫자도 적으니 이 점이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다만, 초반을 넘어 중반을 향해 갈수록 조금씩 달라졌는데요. 맵이 넓어질수록 몬스터 생성기가 많아지면 방어해야 할 구역과 방향 또한 많아지므로 굉장히 정신 없는 상황으로 흘러갑니다. 이때부턴 터렛을 효과적으로 설치하지 않으면 제대로 막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리죠.

총도 쏘고 터렛도 설치하고 때론 수리도 하면서 정신없이 싸우다 보면 자동 조준과 무한 탄창에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됩니다. 만약, 이러한 서포터 시스템이 없었다면 게임의 난이도가 지금보다 더욱 높아지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죠. 전체적으로 디펜스와 탑뷰 슈터의 중간 지점을 잘 찾아서 적절하게 조절했다는 게 느껴지는 레벨 디자인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상당히 마음에 드는 기획과 시스템을 보여준 엔드리스 던전입니다. CBT라는 점을 감안해도 콘텐츠 완성도가 상당했으며, 보스전은 정말 공들여서 만들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반면, 게임의 편의성과 깊이 그리고 멀티 플레이 등에서는 약간의 아쉬움이 느껴졌습니다.

플레이어는 로비에서 여러 시설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로그라이트 장르답게 자원을 소모해서 캐릭터의 능력과 무기의 성능을 영구적으로 강화하는 게 가능한데요. 강화할 수 있는 가짓수가 많지 않고 효과가 어중간한 것들이 꽤 많아서 하고 안 하고의 차이가 체감 될 정도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후반으로 갈수록 게임의 난이도가 급격히 높아지는데 캐릭터 강화 측면에서 뒷받침해주지 않으니 순수하게 게임 실력을 높이거나 혹은 랜덤 요소가 잘 뜨기를 바라는 수 밖에 없어 보입니다.

랜덤 요소도 생각보다 많지 않아 반복적인 게임 플레이 시 했던 것을 또 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총의 종류가 많지 않고 여러가지 강화를 해도 단순히 능력치 상승 뿐이라 전투 방식 자체가 크게 달라지지 않기 때문인데요. 초반에는 디펜스와 탑뷰 슈터의 이색적인 조합에 끌렸지만 그 외에 계속해서 흥미를 이끌만한 요소가 다소 부족하지 않아 싶습니다.

특히, 제일 아쉬웠던 것은 멀티 플레이였습니다. 최대 3인 파티를 꾸려서 멀티 플레이로 게임을 즐기면 혼자 했을 때보다 훨씬 전략적인 전투를 할 수 있고 더욱 재밌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호스트를 중심으로 게임 데이터가 저장되어 나머지 참여자는 게임을 해도 쌓이는 게 없었습니다.

즉, 참여자가 신나게 게임을 즐긴 뒤에 본인의 세션으로 돌아왔을 때 다시 처음부터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캐릭터와 각종 기지 시설을 해금하고 자원을 모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CBT 기간이라 의도적으로 이렇게 했다면 다행이지만 만약, 정식 출시 이후에도 비슷하다면 멀티 플레이의 참여도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평소 디펜스 게임 혹은 친구들과 협동하는 멀티 게임을 즐겨한다면 오는 10월 19일 정식 출시 될 엔드리스 던전을 주목하길 바랍니다. 완성도 높은 시스템과 다채로운 디펜스 전략으로 즐거운 시간을 경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출처: 인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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