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기는 옛말, 글로벌에 뿌리 내리는 中게임

휩쓸려 가게 된다. 독일 게임스컴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오는지 표현하는 말입니다. 너무 많은 사람이 와서 제 의지대로 가기 힘들죠. 올해 게임스컴에 100여 개국에서 32만 유저들이 방문했습니다.


유저 입장이 가능한 목요일(24일)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전날(23일)에 ‘오공’을 해두길 잘했다”였습니다. 업계 관계자와 기자들만 참여 가능했던 23일에도 ‘오공’을 하기 위해 80분을 기다렸는데요. 24일부터는 300분 이상 대기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나마 5시간도 ‘최소’입니다. 현장에서 예상 대기 시간 표시가 300분까지여서, 그 이후로는 얼마나 더 걸릴지 가늠할 수 없었습니다.

현장의 유저들은 기다림을 각오하고 온 듯했습니다. 간이 의자를 챙기는 것은 기본, 기다리면서 할 수 있는 카드나 닌텐도 스위치를 가져오기도 했죠. 이러한 모습은 ‘오공’ 부스에서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 “최소 300분”

▲ 이왕 간이 의자를 챙기는 거, 등받이가 있는 게 좋아 보였습니다

▲ 고전 게임을 즐기며 ‘오공’을 기다리는 유저들

▲ 닌텐도 스위치가 굉장히 유용하게 쓰였습니다

게임스컴에서도 아쉬운 장면은 몇몇 있었는데요. ‘지인 찬스’로 보이는 모습들이 꽤나 자주 보였습니다. B2C 기간에도 관계자는 일반 입장객보다 1시간 먼저 들어갈 수 있습니다. 관계자는 9시, 일반 입장객은 10시에 문이 열리죠. 9시가 되자마자 ‘오공’ 부스로 가면, 이미 예상 대기시간 60분이 넘어가는 줄이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물어보니 지인을 통해 들어왔다 하더군요. 일반 입장객 1등이 ‘오공’ 부스로 달려가면, 이미 예상 대기시간 60분짜리 줄을 마주하게 됩니다. 유저가 우선되어야 할 게임쇼에서 다소 부당한 일로 여겨졌습니다. 향후 게임스컴이 개선해야 할 문제로 보입니다.

현장의 인기는 유저 대기 줄로 비교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게임스컴 2023의 유저 대기 줄 1황은 당연 ‘오공’이었습니다. 부스 주위로 유저 대기 줄이 5겹, 6겹 이상 쌓여갔죠. 호요버스도 긴 대기줄을 형성했습니다. 게임스컴 현장에는 호요버스에서 받을 수 있는 구디백을 흔하게 볼 수 있었는데요. 쾰른 시내에서도 호요버스 구디백을 들고 있는 사람을 흔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레벨 인피니트 부스에도 많은 유저가 게임을 하기 위해 기다렸습니다.

새삼 느낀 것은 중국 게임의 현재 위치였습니다. 이제는 ‘중국 게임이 굴기(倔起)한다’는 옛날 표현이고, ‘뿌리를 내리고 있다’가 맞겠다 싶었습니다. 글로벌 유저의 기대감을 받는 AAA급 게임 ‘오공’, 문화로 자리 잡은 호요버스, 멀티 플랫폼 공략에 나서는 텐센트 등 중국 게임이 돋보였죠. 지난해 우리나라는 ‘P의 거짓’이 게임스컴에서 선전했습니다. 올해 ONL(오프닝 나이트 라이브)에서 펄어비스 ‘붉은사막’, 넥슨 ‘워 헤이븐과’ ‘퍼스트 디센던트’가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국가 단위로 봤을 때 비교적 약세였던 것이 부정할 수 없었습니다.

▲ 과거 ‘젤다 시위’ 때와 확연히 달랐던 호요버스 부스 인기

▲ 참 많이 보였던 호요버스 구디백

‘중국 문화’ 자체는 글로벌 유저에게 어떠한 걸림돌이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게임은 잘 만들고, 재밌으면 된다는 게 나타났습니다. ‘오공’은 중국 고전 서유기를 바탕으로 합니다. 호요버스의 게임에도 종종 중국 문화가 나타나기도 하죠. 세계 동향을 보면 반중국 정서가 있다곤 하지만, 이것이 게임산업에까지 번지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플랫폼별로 보면, 현장에서 모바일 게임은 약세였습니다. 사실 지난 게임스컴을 훑어봐도 모바일 게임이 글로벌 게임쇼에서 강세였던 적은 없었죠. 올해도 같았습니다. 게임스컴의 분위기를 잘 읽은 하이브IM은 ‘별이 되어라2’ 시연에 모바일을 빼는 선택을 했습니다. 선택은 옳았습니다. PC 모니터를 통해 ‘별이 되어라2’ 초반 이야기에 빠져든 글로벌 유저들을 쉽게 볼 수 있었죠. 우리나라 게임산업이 글로벌을 노린다면, 역시 PC 또는 콘솔에 집중하는 게 맞아 보입니다.

▲ 비즈니스 데이 개장 직후 모습, 텐센트 게임을 확인하려는 업계 관계자들이 다수 모였습니다

텐센트는 글로벌 서비스 브랜드 ‘레벨 인피니트’에 집중했습니다. ‘중국스러운’ 게임보다는 글로벌 유저들에게 통할만한 IP들을 전면에 배치했죠. 지난 분기 텐센트 국내(중국) 매출은 5.8조 원, 해외(중국 외) 매출은 2.3조 원가량입니다. 텐센트로서는 국외 매출이 아쉬울 수 있습니다. 사업적으로 바꿔 말하면, 텐센트가 해외 사업에 집중한다면 더 큰 게임매출을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텐센트는 해외 사업 집중을 위해 전문 글로벌 서비스 브랜드 레벨 인피니트를 런칭했고, 이번 게임스컴에서 공격적으로 전개했습니다.

게임스컴과 지스타, 중국게임과 한국게임의 직접 비교는 힘듭니다. 단순 행사장 크기 비교부터 경제상황, 주변 국가와의 관계가 다르죠. 일단 네덜란드 유저가 기차를 타고 쾰른에 올 수는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런 모습을 상상하기 어렵죠. 과거에는 각 나라의 인구수 차이 때문에 산업 규모가 차이 난다는 분석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개발 능력, IP 관리 역량도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듯합니다.

다행인 것은 게임 산업은 경계가 없다는 점입니다. 결국 게임은 재밌으면 됩니다. 벡스코가 쾰른메쎄보다 작다거나, 한국이 중국보다 인구수가 적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닙니다.

게임스컴의 시간을 2018년으로 되돌려 보면, 당시엔 중국 게임의 모습을 찾기 힘들었습니다. 서양권 게임사들이 주를 이루었고, 우리나라는 ‘배틀그라운드’가 국가대표로 뛰었죠. 5년이 지나 중국 게임이 쾰른메쎄를 채웠습니다. 서양권의 주요 게임사가 다수 빠지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국 게임이 빈집에 들어왔다는 평가도 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번에는 중국 게임 그 자체로 인기가 있었죠. 글로벌 게임산업에서 중국 게임은 입지를 세웠습니다.

이제 게임스컴 2023이 막을 내렸습니다. 우리나라는 펄어비스 ‘붉은사막’, 넥슨 ‘워 헤이븐’과 ‘퍼스트 디센던트’, 네오위즈 ‘P의 거짓’, 하이브IM ‘별이 되어라2’를 내세웠습니다. 엔씨소프트가 개발한 ‘TL’의 변화된 모습은 아마존게임즈가 비밀스럽게 전파하기도 했죠. 그리고 아직 공개되지 않은 게임들이 한국에서 개발 중일 텐데요. 시간을 5년 뒤로 돌렸을 때, 그때 우리나라 게임이 게임스컴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을까요?

출처: 인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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