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구단의 매니저가 되어 팀을 운영해가는 ‘팀파이트 매니저’를 기억하시나요? 형제 두 명이 개발한 소규모 작품이었지만 탄탄한 시스템과 콘텐츠로 많은 게이머의 주목을 받았던 게임입니다. 입소문을 타고 퍼지면서 현재까지 약 4천 개 이상의 매우 긍정적 스팀 평가를 받기도 했죠.
개발사인 팀 사모예드는 당시 인터뷰를 통해 다른 건 다 제쳐두고 무조건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전했었는데요. 약 2년이 흐른 지금, BIC 2023에서 이들의 신작 ‘키친 크라이시스’를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팀 사모예드의 남현빈 개발자는 키친 크라이시스에 대해 “주방 내 도구들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것과 재료 강화를 차근차근 고민하면서 최대한 외계인을 만족시켜야 하는 게임”이라고 짧은 소개를 전했습니다.
주방과 외계인이라는 이상한 조합의 키워드로도 알 수 있듯 신작을 처음 접하는 순간부터 확실히 범상치 않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전작인 팀파이트 매니저가 개념이 정리된 매니지먼트 요소를 중점으로 e스포츠 요소를 녹여내면서 팀 사모예드만의 색을 덧칠해갔다면 이번 작품은 디펜스 장르를 완전히 재해석해서 구조부터 새롭게 구축한 듯한 작품이었습니다.
먼저, 게임은 외계인에게 잡혀간 플레이어가 인류를 지키기 위해 요리를 만들어 외계인을 만족시킨다는 꽤 독특한 설정을 갖고 있습니다. 디펜스 장르의 게임으로 요리가 적을 공격하는 타워의 개념을 갖고 있죠. 여기서 특별한 점은 단순히 요리를 배치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레시피에 맞춰 식재료를 다듬고 여러 조리 방법을 거쳐야만 적을 공격할 수 있는 요리라는 타워가 작동한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성질 급한 외계인 손님을 만족시키기 위해 초고속으로 요리를 만들고 선반에 올려두면 마치 드라이브스루를 하듯 외계인 손님이 지나가면서 요리를 먹고 만족하는 방식입니다. 키친 크라이시스라는 게임명도 납치를 당한 주인공이 빠르게 음식을 제공해야 하는 스토리와 게임 플레이의 상황을 표현하고자 지어졌다고 전했죠.
레시피가 복잡한 요리일수록 손님이 먹었을 때 더 많은 포만감이 차지만 그만큼 요리를 만들기 위한 설비를 갖추고 동선을 정리해야 하는데요. 단순히 공격력이 높은 타워만 배치하면 적절하게 깰 수 있는 일반적인 타워 디펜스 게임과 달리 키친 크라이시스는 타워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설비를 계산해가면서 디펜스를 해야 하는 셈입니다. 단순히 설치만 하면 방치형 게임처럼 이뤄지는 기존의 타워 디펜스 게임과 큰 차별화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남현빈 개발자는 이에 대해서 “이전 작품도 그랬듯이 이번에도 새로운 것을 만들려고 시도하다 보니 기존 게임 중에서는 참고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았다”고 개발의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문제에 부딪혔을 때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러한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독창적인 작품이 탄생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게임을 체험하면서 느꼈던 점은 기존 타워 디펜스 게임의 고질적인 아쉬움 중 하나인 루즈함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스테이지를 거듭할수록 강력해지는 외계인을 만족시키기 위해 새로운 레시피를 준비하고 거기에 맞는 주방 도구를 배치하는 과정이 반복되기 때문인데요.
요리는 자동으로 만들어지지만 결국 동선을 효율적으로 짜는 것은 플레이어의 몫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주방 도구를 배치하느냐에 따라서 디펜스의 효율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또한, 골드를 모아 식재료 혹은 주방 도구를 강화하는 것도 전략적 요소가 담겨 있어서 생각할 부분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한편, 레시피가 많지만 강화에 제한이 있다 보니 후반으로 갈수록 레시피의 고착화가 이뤄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기도 했는데요. 이에 대해선 고착화되지 않을 수 있게 최대한 다양한 레시피 빌드를 유도하고자 설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는 데모 버전이기 때문에 선택지가 많이 다음어지지 않았지만 자기만의 창의적인 빌드를 짤 수 있도록 구상 중이라고 전했죠.
남현빈 개발자는 “많은 게이머들이 저희를 알게 되면서 기대치도 커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재밌는 게임을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는데요. 키친 크라이시스는 현재 절반 정도 개발이 진행됐으며, 전작과 마찬가지로 얼리엑세스 단계를 거치지 않고 PC(스팀)과 닌텐도 스위치 두 플랫폼에서 곧바로 정식 출시가 이뤄질 예정입니다.
현재 게임은 BIC 공식 홈페이지에서 9월 14일까지 데모 버전을 체험할 수 있으니 독특한 타워 디펜스 장르의 게임을 찾고 있다면 한 번 해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출처: 인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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