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컬쳐 유저라면 ‘굿스마일’이라는 이름이 친숙할 겁니다. 단순히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책을 보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넨도로이드나 피규어 등 굿즈를 사다보면 그 이름을 들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런 정보는 이미 널리 알려져있으니, 차이나조이 현장에서도 필히 지나가게 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번엔 어떤 굿즈가 전시되어있을까, 굿즈를 현장 판매할까 기대감을 안고 가게 되니까요.
그랬던 그곳에서 예상 외의 작품이 하나 등장했습니다. 미스터 칠드런의 노래 제목이 떠오르는 게임, ‘이름 없는 시’가 굿스마일 컴퍼니 부스 한 켠에 마련된 굿스마일 게임 부스에 전시가 되어있었기 때문이죠.
몇 년 전이었다면 3D 풀 카툰렌더링 그래픽의 캐릭터들이 화려한 스킬을 선보이는 연출이 주목을 받았겠지만, 그런 게임은 3년 전 ‘원신’을 비롯해 여러 서브컬쳐 게임에서도 내세운 요소라 얼핏 봐서는 눈에 띄지는 않았습니다. 퀄리티가 부족하다기보다는, 이제는 높아진 유저의 눈을 그것만으로 채우기엔 부족했다고 할까요.
그래서 ‘이름 없는 시’가 처음에 내세운 특징은은 벨트스크롤 액션이었습니다. 전후좌우 그리고 공중까지 벨트식으로 쭉 이어지는 맵을 돌파하면서 길을 가로막는 적을 물리치는, 이미 국내에서도 고전 아케이드 게임이나 여러 온라인 RPG로 친숙한 그 방식이죠. ‘이름 없는 시’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인간들을 공격하기 시작하는 각종 기계 병기들에 맞서 그들의 폭주를 막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전투가 이런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고전적인 벨트스크롤 액션은 한 캐릭터가 다양한 스킬이나 도구를 활용하면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주겠지만, ‘이름 없는 시’는 그보다는 모바일 게임 유저에게 익숙한 액션 MORPG식 파티 플레이를 선택했습니다. 3인이 아닌 4인이 한 팀으로 편성되긴 하지만, 각 캐릭터마다 액티브 스킬 두 개에 회피, 점프, 그리고 게이지가 모이면 필살기를 사용하는 익숙한 구성을 벨트스크롤이라는 양식에 담아냈습니다.
통상 모바일 액션 MORPG에는 점프 이후 공중 콤보라는 개념이 약하지만, 벨트스크롤 장르의 특성상 ‘이름 없는 시’에서는 점프한 이후에 스킬의 모션이나 효과, 연출이 제각각 다르고 시연 버전에 선보인 캐릭터 중 일부는 공중 공격이 더 강력한 캐릭터도 있었죠. 거기에 이단 점프까지 공중 콤보를 뒷받침하기 위한 시스템도 갖춰져 있었습니다. 아직 개발 중이라 조작감이 다소 즉각적이지 않아 적을 날리고 공중 점프해서 추격 콤보를 넣기는 어렵긴 하지만, 공중 스킬 이후 교체기, 액티브 스킬로 콤보를 이어가는 특유의 느낌이 있었습니다. 대신 액션 MORPG식 저스트 회피로 특수 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없었죠.
어찌 보면 벨트스크롤, 액션 MORPG의 요소를 어중간하게 섞은 반쪽짜리 게임처럼 보이지만, ‘이름 없는 시’는 아예 전략 자체를 더 다양한 장르를 게임 안에 녹여내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습니다. 처음에 전투가 벨트스크롤 방식이라서 그렇게 스테이지를 쭉 미는 게임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투가 종료된 다음에는 갑자기 카메라 구도 자체가 3D 플랫포머 어드벤처 느낌으로 바뀌어버렸기 때문이죠. 곳곳에 숨어있는 스위치를 찾아서 장애물을 넘을 기믹을 발동하거나, 이단 점프 테크닉을 잘 활용해서 다소 건너기 어려운 곳도 어떻게 넘어가는 그런 플랫포머 어드벤처 게임의 요소들을 초반 스테이지부터 바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모바일’인 만큼, 일반 플랫포머 어드벤처에 비해 그 기믹을 찾기가 어렵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어디로 가야하는지 힌트는 알려주고 있고, 그 방향을 소거법으로 제거해서 찾다보면 숨겨진 기믹을 찾기는 쉬웠기 때문이죠. 게다가 아직 초반이라 그런지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는 기믹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그런 단순함을 극복하기 위해 선택한 마지막 요소가 횡스크롤 플랫포머였습니다. 앞서 두 가지 방식이 각종 퍼즐풀이나 이동 그리고 전투를 이원화한 방식이었다면, 횡스크롤식으로 전환되는 구간은 전투와 퍼즐풀이 그리고 이동의 묘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타이밍을 맞춰서 건너야 하는 레이저 트랩에 점프 점프 테크닉으로 쭉 올라가야 하는 고지, 그리고 그 꼭대기에 대기하고 있다가 다가오는 순간 바로 태클로 밀어서 태초마을까지 보내려는 적들의 무자비한 패턴까지, 플랫포머 게임을 즐기는 유저라면 기대하는 요소와 가장 싫어하는 상황까지 충실히 구현한 면모를 볼 수 있었죠.
그렇게 여러 가지 요소를 더했지만, 스테이지 하나를 클리어하는데 6분에서 7분이면 충분할 정도로 밀도를 높인 것도 ‘이름 없는 시’의 특징이었습니다. 짧은 전투와 짧은 퍼즐, 그리고 또 다시 이어지는 짧은 퍼즐에 복합적인 전투라는 역동적인 템포로 각각 장르로 보면 부족한 점을 메우는 모습을 보여준 셈이죠.
물론 모바일 게임은 그 특성상 한 판만 하는 게 아니고 쭉 손에 붙잡고 자주 하게 되는 게임인 만큼, 앞서 말한 요소로만 평가하기에는 다소 이르긴 합니다. 특히 모바일 RPG하면 수동조작으로 느끼는 게임플레이도 중요하지만 결국 캐릭터의 성장 요소, 육성 방법 등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그런 시점에서 ‘이름 없는 시’를 말하기엔 지금은 너무 이른 시점이었습니다. 스테이지도 단 세 개밖에 열리지 않았고, 시연 빌드에서 준비한 14명의 캐릭터 모두 다 성장 요소나 각종 육성 관련 시스템이 잠긴 상태였기 때문이죠. 또 보스를 물리치는 재미까지는 아직 보여주지 못했으니, 아직은 그들이 여러 가지로 섞어서 구현한 이 프로젝트의 가능성을 유저에게 미리 현장에서 선보이겠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그렇게 게임쇼에서 선보인 게임들이 종종 소리소문 없이 묻히는 일은 다반사지만, 개인적으로 이 ‘이름 없는 시’는 앞으로가 상당히 기대되는 게임이었습니다. 중국어라 스토리까지 다 파악하지는 못했고, 시연 시간의 압박으로 모든 캐릭터의 모든 시스템을 다 실험해 본 것은 아니지만 스테이지의 구성이나 각각의 다른 장르를 유연하게 혼합시킨 가능성은 눈여겨볼만 했기 때문이죠. 타격감이나 캐릭터도 아주 뛰어난 퀄리티는 아니더라도, 유저들의 높아진 기준점에는 통과할 정도니 다음 번에는 중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그리고 글로벌에서 노는 모습을 보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출처: 인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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