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몇 년간 한국 게임 시장이 커졌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다. 단순 양적인 수치뿐만 아니라, 유저들에게도 와닿는 영역들이 있다. 한국어화 출시는 언감생심이라 외국어를 공부하면서 원어판으로 꾸역꾸역했던 게 옛날 일로 느껴질 정도로 이제 어지간한 게임은 한국어화 출시가 되지 않던가. 심지어 한국어 더빙도 적극 추진하기도 하고, 몇몇 게임은 한국에 먼저 출시할 정도로 한국 시장에 대한 해외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 게임이 글로벌에서 호응을 얻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면서 유저들이 ‘안 한글 안 사요’를 외치면서 최근 일부 유명 게임이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는 것에 대해 갑론을박하기도 하고, 게임의 ‘발번역’을 지적하기도 하는 등 현지화 및 번역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여기에 업계 일각에서는 AI를 활용한 실시간 번역 기술을 테스트하는 등 업계에서 이와 관련된 상황도 어느 때보다 다이나믹하게 요동치고 있다. 게임이 번역되어 게이머를 만나기까지 개발자, 퍼블리셔, 번역가, QA 모두가 합심하는 과정을 거치는 만큼, 이런 흐름은 단순히 어느 한 곳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다국적 현지화 전문 업체 로그러스 IT의 한국지사 로그러스 IT 코리아는 ‘번역’이 아닌 ‘현지화’, 그리고 ‘시스템’을 강조해 왔다. 1:1, 텍스트 바이 텍스트로 진행하는 여타 미디어의 번역과 달리 게임은 여러 맥락을 고려하면서 현지의 유저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그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 번역이 아닌 ‘현지화’와 ‘시스템’을 강조하면서 여러 벤더와 협력 관계를 유지해 온 로그러스 IT 코리아의 원경연 대표에게서 그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들어볼 수 있었다.
로그러스IT는 미국 필라델피아에 본사를 둔 글로벌 현지화 전문 업체로, 25년 전 ‘핑크 팬더’를 시작으로 게임 번역을 진행해 온 회사다. 현재는 블리자드 및 유비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게임사와 IT 업체와 계약을 맺고 게임 및 다양한 멀티미디어의 현지화를 맡아왔다. 현지화에 참가한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파크라이5’,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 등이 있다. 그리고 점차 커지는 한국 시장에 주목, 한국 지사인 로그러스IT 코리아가 2018년 9월 설립됐다. 그 무렵부터 국내 시장에서는 점차 한국어화 유무뿐만 아니라 그 퀄리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게임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어머니’ 등, 영화 및 문화 전반에 ‘좋은 번역’이 무엇인지 화두에 오르고 있었다. 원경연 대표는 궁극적으로 ‘좋은 번역’이 되기 위해서는 더 복합적인 ‘현지화’의 측면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그러스IT도 처음에는 단순 번역 위주였으나,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에 맞춰 근 30년 간 계속 변화해 왔다. 이전과 가장 큰 변화를 꼽자면 아무래도 이제 시대의 흐름은 ‘멀티미디어’라는 점일 거다. 단순히 문장을 한국어로 바꾼다 혹은 타겟 언어로 바꾼다 이런 개념이 아니다. 요즘 시대에 어느 한 화면에 노출되는 정보가 얼마나 많나. 그 안에는 더빙, 폰트 등등 여러 가지 신경 쓸 게 정말 많고 그게 휙휙 전환되기까지 한다. 그리고 게임은 멀티미디어 중 가장 최신의 형태 아닌가. 그냥 문장만 넣는다고 끝나지 않는다. 그걸 올바르게 출력하도록 관리하는 건 물론이고, 그게 그 현지 사람들에게 인식이 되는 형태로 나오도록 검증까지 해야 한다. 요즘은 폰트가 깨지는 일은 없지만, 가끔 고딕체같이 분위기에 안 맞는 폰트들이 나와서 흥이 식어버리는 일은 있지 않나. 외국도 똑같다. 이 글씨 너무 옛날 느낌 난다거나, 라이센스가 걸려있다거나 등등 여러 문제가 내재하고 있다. 번역 업체가 그런 것까지 신경을 써야 하나? 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래서 로그러스IT에서는 ‘번역’이라는 말보다는 ‘현지화’라는 말을 줄곧 써왔다. 그냥 문장을 번역해서 끼워서 맞추는 서비스만으로는 게임의 번역 퀄리티를 보장할 수 없다. 오히려 그 카테고리까지 포괄하는 ‘현지화’라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고객이 원하는 퀄리티를 맞춰나갈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이 강조되면서 게임 산업의 성장세가 이어졌다. 번역 및 현지화 서비스 업체에는 위기이자 기회였다. 국내외의 다양한 클라이언트를 대면으로 만날 기회가 줄고 현지 파트너사와 협력하기에 다소 어려워졌지만, 게임을 글로벌로 출시하고자 하는 수요도 늘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기회를 잡기 위해 로그러스IT 코리아는 ‘네트워킹’과 ‘토탈 서비스’라는 측면을 파고들었다. 본사 및 지사와의 네트워크뿐만 아니라, 현지 파트너사와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해 단순 번역 외에도 현지 테스트와 시장 조사를 위한 기본 자료 컨설팅, 폰트 라이센스 문제, 성우 녹음 및 QA까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준비한 것이었다. “코로나19 이후 해외로 나가기 어려워지면서 국내 게임사에서도 각종 현지화 작업에서 국내 업체를 찾는 사례가 많아졌다. 특히 성우 녹음을 현지 업체를 통해서 진행하기 어려워지다 보니 이전에 비해 그런 문의도 늘었다. 그렇게 요구하는 분야가 점차 확장되면서 개발사들 또한 글로벌 진출할 때 ‘현지화’의 여러 프로세스의 이해도도 높아진 것 같다. 최근에는 일본 IP 기반에 개발사는 중국, 퍼블리싱은 한국이 하는 등 글로벌로 협업이 진행되는 사례도 많아졌다. 그런 만큼 단순히 어느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옮긴다는 ‘번역’만으로 접근하기는 어렵다. 소스와 텍스트도 다국어로 되어있는 경우가 많고, 각 회사 간의 소통, 디렉팅, 맥락에 대한 이해도 차이 조율까지 여러 가지가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원작 IP를 기반으로 한 게임은 더욱 그렇다. 더군다나 이제는 글로벌 진출이 더욱 강조되다보니 한 번에 여러 언어의 번역을 맡기는 일도 많다. 자막이 각국 언어로 나오는 것만 해도 사실 번역뿐만 아니라 여러 과정을 거쳐야만 하는 건데, 음성까지 더해지면 그만큼 거쳐야 할 과정도 많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게임은 ‘상품’이다. 판매자가 만족하는 것뿐만 아니고, 소비자도 만족해야 한다. 단순히 텍스트 바이 텍스트 번역은 충분치 않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할 때가 있었지만, 이제는 시대가 바뀌지 않았나. 그리고 글로벌로 나간다고 하면 우리가 느꼈던 그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생각해야 한다. 어설픈 한국어화가 우리에게 썩 좋게 느껴지지 않았듯, 해외 유저도 마찬가지다. 그걸 국내에서도 인지하기 시작하면서 해외의 현지화 업체를 통해 시장 조사 및 성우 녹음 등 절차를 맡겨왔었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비용 절감을 위해 개도국의 비교적 싼 업체에게 의뢰를 맡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현지의 업체가 시장 현황을 잘 알 것이라고 여겨서였다. 그렇지만 코로나19 이후 직접 만나기 어려워지면서 국내 업체에도 그와 관련된 기회가 생겼다. 한편으로는 비대면의 한계를 극복할 필요가 있었다.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이고, 소통과 협력 그리고 피드백이 긴밀하게 이어져야만 하는 일이었으니까. 단순히 ‘번역’에 그치지 않고, 현지 게이머들에 어필하기 위한 ‘상품’을 다듬어 가기 위한 토탈 서비스가 필요해진 이유는 여기에 있다. 제약이 생겼다고 해서 고객의 요구 사항은 줄어들지 않았고, 그에 맞춰가기 위해서는 기존과는 다른 변화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보통 번역 업체, 현지화 업체하면 여러 번역가들이 자신에게 할당된 텍스트를 훑어보면서 다른 언어로 번역해서 적용하는 과정을 떠올리곤 한다. 이러한 풍경은 로그러스IT 코리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사무실 한 켠에는 녹음실과 게임 개발사에서 QA를 위해 마련하는 테스트룸 설비도 있었다. 보안 계약 때문에 승인된 인원만 들어갈 수 있는 그곳은 핸드폰을 비롯한 전자기기 반입도 엄격히 금지되어 있었고, 내부의 테스터가 무엇을 하는지 스크린과 CCTV로 일거수일투족 볼 수 있도록 여러 장치도 마련되어 있었다. 번역을 넘어 현지화, 그리고 ‘토탈 서비스’를 강조했지만, 얼핏 보기엔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설비였다. 아직도 게임의 ‘번역’하면 메뉴나 자막의 번역 이런 단계의 이야기가 주로 오가는 상황에서 더빙 그리고 각종 테스트까지 언급되면 예상을 뛰어넘는 추가 비용이 발생할까 우려하기 마련이니까. 원경연 대표는 코로나19로 상황이 급변하면서 고객사도 현지화의 프로세스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지만, 이전과 크게 바뀌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미리 와서 프로세스에 대해 논의하기보다는 몇 자당 얼마로 정산한 뒤 스크립트 번역을 맡기는 것이 그간 업계에서 오래도록 이어진 관습이었고, 이런 의뢰는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원경연 대표는 “고객은 바뀌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고객이 바뀌길 기다리기보다는, 고객에 맞추면서 이상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서비스 제공 업체가 갖춰야 할 덕목이라는 것이었다. “번역, 현지화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 처음부터 클라이언트와 상담해서 차곡차곡 원문과 번역을 맞춰나가고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비용이 절감되는 길이라는 걸 안다. 그래서 항상 이런 자리가 되면 개발사에 완성된 스크립트를 단순 번역하는 게 아닌, 기획 초부터 해외 진출을 고려하고 최대한 빨리 현지화 업체와 상의해서 절차를 밟아갈 것을 권하곤 했다. 나 또한 그랬는데, 어느 순간 깨닫게 되더라. 고객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변해야 할 건 결국 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우리더라. 그게 더 쉬운 방법이기도 하고. 특히나 코로나19라는 큰 변화의 시련도 겪지 않았나. 당시에 지스타를 비롯해 여러 게임쇼와 행사가 온라인으로 열리거나 일부는 취소되고, B2B가 축소되기 시작했다. 고객을 직접 만나기 어려워지고 더더욱 접점이 줄어드는 위기 아니었나. 그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을 우리가 만들어야한다 생각했고, 그래서 본사의 시스템과 다른 업계에서 번역과 현지화 의뢰를 맡았을 때 프로세스를 연구하고 접목해 나갔다. 로그러스IT 본사에서는 녹음뿐만 아니라 테스트도 내부에서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었다. 앞서 말했던 ‘토탈 서비스’ 개념을 이미 실천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게 돈이 될까, 괜히 돈만 쓰는 거 아닐까, 고객들이 비싸다는 편견을 갖고 접근하지 않을까 우려도 있었다. 그렇지만 글로벌 IT 업체와 현지화 작업을 진행하면서 왜 그런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한지 피부로 느꼈다. 유명 IT 업체들은 어느 한 프로세스가 끝난 뒤 다음 프로세스로 순차적으로 넘어가서 최종 QA에서 피드백을 받고 통과 유무를 전달 받는 방식이 아니라 프로세스를 진행하면서 오버랩하고 단계마다 피드백을 받고 거기에서 오류가 생기면 바로 전 단계로 다시 보내는 유기적인 프로세스가 체화되어 있더라. 다국어로 번역하는 과정도 이런 틀에서 진행됐고, 이를 민첩함과 기민함 등을 뜻하는 어질리티를 덧붙인 ‘어질트랜슬레이션’이라는 용어로 표현하고 있었다. 물론 앞서 말한 것처럼 고객들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물론 요즘엔 조금 달라졌지만, 여전히 많은 게임 개발사가 스크립트를 들고 와서 이걸 번역하려면 얼마나 드는지 상의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래서 초창기 번역을 같이하면서 용어도 정립하고 데이터를 축적하지는 못하더라도, 우리가 번역도 하면서 테스트룸에서 바로 QA, LQA를 하고 오류를 빠르게 캐치해 전달하고 수정한 걸 또 체크하는 피드백도 겸하고 있다. 개발 – 번역 – QA – 피드백이 순차적이 아니라 개발팀과 번역팀, 번역팀과 QA, 개발팀과 QA 이 셋이 다 각자 업무를 진행하면서 그때그때 피드백으로 수정하고 다듬는 구조인 셈이다. 이전에 게임의 볼륨이 그리 크지 않았을 때는 순차적인 방식이 크게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지 않나. 그 큰 볼륨을 한 번에 체크해서 번역한 뒤 넘긴 걸 개발진이 적용해서 QA, LQA하는 과정을 순차적으로 진행하는 과정도 시간이 꽤 소요된다. 그 텍스트 뭉치를 하나하나 풀어가면서 올바르게 적용됐나 체크하고 번역하고 넘긴 뒤 다시 제대로 적용됐나 체크하기까지는 더 말할 것도 없고. 그래서 현지화 업체들이 하나 같이 초기 단계부터 함께 발맞춰가는 게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길이라 얘기한다. 피드백이 재깍재깍 이루어져서 빠르게 수정하고 완성하는 게 시간을 절약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그걸 현실에서 100% 완벽하게 맞춰주긴 어렵더라도, 최대한 그 이론에 맞춰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방안을 고민하고 적용한 셈이다.” 특히나 ‘더빙’이야말로 순차적으로 어느 한 단계가 끝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전통 방식이 아닌, 단계별 피드백을 빠르게 주고받으면서 완성해 나가는 ‘어질트랜슬레이션’이 필요한 부분이었다. 이론상 어느 때고 수정이 가능한 텍스트와 달리, 더빙은 성우의 일정 등 여러 변수를 추가로 고려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가장 이상적인 건 현장에서 디렉팅이 완벽하게 이루어져서 한 번에 녹음이 끝나고, 이 더빙이 개발 빌드에 추가 수정 없이 바로 입혀져서 완성되는 것이다. 실제로 디렉터나 성우의 역량이 전반적으로 상승한 만큼, 이전같이 소위 ‘국어책 읽기’ 더빙은 비교적 많이 줄어들었다. 때로는 원본보다 더 찰지다는 평가까지 받는 사례도 많아졌다. 반면 캐릭터의 해석이나 말투 등이 어색하다는 지적이 나올 때도 있었다. 이 문제의 원인에 대해서는 성우의 연기 문제나 디렉터의 지시 문제, 캐릭터를 제대로 정립해서 알려주지 못한 개발사의 문제, 업체의 잘못된 번역 등 여러 가지가 언급됐다. 그렇지만 궁극적으로 이러한 문제를 체크하지 못하거나, 일정에 치여서 더 중요한 걸 먼저 처리하다 보니 우선순위에 밀려버려서 방치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대본을 완성해서 바로 한 번에 녹음이 끝나면 가장 좋긴 하지만, 실제로 녹음 현장을 가보니까 그렇게 잘 흘러가지만은 않더라. 성우 목소리만 들었을 때는 좋다가도 사운드와 같이 들어 보면 좀 대사가 길게 느껴진다든지 혹은 단어나 톤이 조금 어색하게 느껴지는 등 여러 상황이 발생하더라. 물론 역량은 다들 뛰어나고, 업계에서도 이제 이런 문제를 알기 때문에 캐릭터의 해석이나 상황, 맥락에 대해 최대한 정보를 성우들에게 공유해서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도록 배려하곤 한다. 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100% 없는 건 아니다. 그러니 현장에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게 수정 작업과 재녹음이 이루어지는 게 관건이다. ‘더빙’하면 유저들은 한국어 더빙을 생각하지만, 업계 입장에서는 글로벌 진출을 위해 한국어 더빙뿐만 아니라 외국어 더빙까지 생각해 봐야 하지 않나. 디렉터가 현지의 스튜디오에 방문해서 현장에서 성우 녹음을 진행한 뒤 그걸 게임에 입히는 게 그간의 방식이었지만, 코로나19로 그게 제한되면서 원격으로 진행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그런 상황에서 현지의 파트너사와 번역 담당자가 같이 체크하고, 어떤 부분을 수정할지 바로 피드백하면서 녹음을 완성하는 게 완성도와 비용 절감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길이라는 걸 누구나 다 알고 있을 거다. 특히나 최근에 서브컬쳐 게임은 일본 유명 성우를 쓰는 게 대세 아닌가. 그 자체만으로도 마케팅 요소가 되기도 하니까. 그런데 그런 성우는 최소 6개월 전에 일정을 맞춰야 한다. 그야말로 시간이 금이다. 그러다 보니 성우 자체를 어필하지 않더라도, 유저들이 선호하는 특정 성우의 느낌을 요구하는 개발사들도 있다. 그런 때에는 마스터링과 픽업도 상당히 중요해진다. 어떤 경우가 되었든 외국어 더빙을 할 때 그게 우리뿐만 아니라 현지 사람에게도 어색하지 않을지, 원하는 느낌을 구현했는지 등을 현지화 업체도 같이 신경 쓰고 피드백을 해나가야만 그 목표가 달성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궁극적으로 다시 금 같은 시간을 들이지 않고 속칭 한 큐에 끝내는, 모두에게 최선의 결과가 나온다고 본다. 그러려면 개발사에서도 최대한 해당 캐릭터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한 보조 자료를 구비하는 게 좋지만, 앞서 말했듯 고객은 쉽게 변하지 않고 그 변화를 우리가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최대한 현장에서 피드백과 수정에 드는 시간을 줄이고 원하는 퀄리티를 얻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서비스 업체가 해야 할 일 아니겠나.”
국내에서 아직 글로벌 진출을 위한 외국어 더빙은 낯선 영역이었다. 그나마 일본어 더빙은 애니메이션이나 서브컬쳐 게임 등에 힘입어 친숙하지만, 영어를 비롯해 서구권 언어 더빙 요구는 제한적이었다. 개발진이 교육용 성우 혹은 일부 유명 배우의 제한된 연기 톤만 고려하는 사례도 있었고, 일부에서는 비용 절감을 우선시하는 일도 있었다. 그래서 몇몇 업체는 TTS 등에도 관심을 보였다. 특히 요즘에는 AI가 발전하면서 이러한 기술을 도입하고자 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몇몇 게임사는 AI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유저에게 반응하는 NPC를 구현하려고 하거나, 해외 유저와 원활한 소통을 위해 AI를 활용한 실시간 번역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AI를 활용한 번역은 물론이고 AI를 활용한 창작과 소통까지 폭넓게 논의가 되는 상황이지만, 원경연 대표는 “시기상조’라고 딱 잘라 이야기했다. 일부 업계, 특히 제조업에서는 활용되고 있는 사례가 있지만 제한된 품목에만 몇 년 동안 데이터를 축적해서 학습 범위나 여러 가지를 철저하게 제한해서 안착시킨 것이고 게임에서는 아직 그럴 수 없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현지화 업체들 역시도 AI를 활용한 번역, 업계에서는 기계 번역이라고 하는 그걸 도외시하는 건 아니다. 그걸 사용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고객사에 초벌 번역이 대략 이런 느낌일 것이라고 보여주는 거다. 앞서 말했듯이 고객들이 처음부터 현지화 업체에 상담하기보다는 완성본을 들고 오는 경우가 많지 않나.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이렇게 해달라, 이런 느낌일 거다. 그럴 때 기계 번역으로 초벌로 제공한 뒤 테스트에 적용해서 현지 시장 반응을 체크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는 있을 거다. 그런데 전적으로 기계 번역만 사용한다는 건 정말 회의적이다. AI를 사용해봤다면 다들 아는 내용이지만, AI는 끊임없이 학습한다. 그래서 비약적으로 발전하지만,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일관적이지 못하다. 그게 대수냐 싶겠지만, 게임에서는 생각보다 이 문제가 크다. 이 말을 들으면 단순히 스토리와 세계관 때문에 용어가 통일되어야 한다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그것 말고도 게임 내의 여러 시스템 설명이나 옵션, 플랫폼과 연결된 부분까지 구분을 하지 않고 매번 번역이 바뀐다. 특히 플랫폼 관련 부분은 PC는 몰라도 콘솔에서는 플랫폼 홀더가 검수를 하는 부분이라 상당히 중요하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욕설이나 비속어, 부적절한 밈 등 공격적인 언어 사용의 문제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언어를 어느 정도 배우고 나면 어떤 건 쓰면 안 된다는 ‘필터’가 있지 않나. 그런데 기계는 사람이 정해주지 않으면 그런 게 안 된다. 이제는 기계가 다 배워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러다보니 기계는 ‘가치 판단’이 빠진 채로 학습한다는 것을 잊기 십상이다. 실제로 연구에서도 부적절한 표현을 학습한 AI가 문제가 됐다고 보도가 되지 않았나. 그 학습하는 범위나 걸러야 할 표현, 욕설 등등을 미리 정해두지 않으면 그냥 기계는 무작정 다 학습해서 쓴다. 그리고 사실 욕설이 아니더라도 부적절한 표현이 얼마나 많나. 원형이 아닌 실생활에서 응용되거나 온라인 게임에서 필터링을 피하고자 변형된 버전 그리고 욕은 아니더라도 모욕적인 맥락이나 밈까지 포함하면 그야말로 살얼음판이다. 그게 왜 위험한지 체크하려면 인간의 가치 판단이 기본적으로 전제가 되어야 하는데, 기계들은 그게 없으니 일일이 금지하지 않으면 튀어나오기 십상이다. 필터링을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소위 뒤집어지는 표현이 막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걸 막기 위해서 여러 준비가 필요하고 실제로 제조업에선 10년에 걸쳐서 이런 시스템을 구비했지만, 제한된 도메인 내에서만 활용하는 정도다. 반면 게임에서는 정말 다양한 언어 환경이 펼쳐지니, 그것까지 고려해서 제약과 금지 그리고 학습 범위 등을 설정하려면 꽤 오랫동안 시행착오를 거칠 수밖에 없지 않겠나.” 그 리스크를 이미 알고 있는 현지화 업체에서는 기계 번역을 활용하지 않거나 빠르게 예시용 초벌을 돌리는 정도로만 쓰고 있지만, 이 영역을 전문으로 하지 않는 개발사 입장에서는 쉽게 체감이 되지 않는 부분이기도 했다. 실제로 번역 업체, 현지화 업체의 최근 고민이 기계 번역을 사용한 초고를 검토하고 수정하는 데 얼마 드느냐는 상담이 부쩍 늘었다는 점이었다. 처음부터 원문을 훑어보면서 번역하는 것보다 더 수고가 많이 들지만, 일부 개발사에서는 그냥 훑어보고 부자연스러운 부분만 빠르게 고치는 정도로만 생각해서 견해 차이가 갈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개발사가 그런 선택을 하는 이유는 결국 시간과 비용의 문제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번역 업체, 현지화 업체들도 비용의 절감을 위해서 점진적으로 기계 번역을 늘리는 방향으로 고려하고 있거나 아니면 기계 번역을 적극적으로 쓰는 업체들도 생겼다. 원경연 대표는 마치 AI 그림을 리터칭해서 내놓는 것처럼 기계 번역을 일부 수정하는 그런 방식이 알음알음 늘고 있고, 이를 포트폴리오 삼아서 업계에 들어오고자 하는 사람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업계에 입문하려는 사람들에게 원경연 대표는 ‘정도를 걸어라’고 충고했다. “게임 번역, 현지화는 게임에 대한 이해도 그리고 언어 능력, 둘 다 중요하다. 통상 번역 업체나 현지화 업체에서는 게임에 대한 이해도보다 ‘언어’ 쪽을 더 강조해 왔는데, 이는 타겟 언어 그리고 모국어를 아직 더 습득해 나가야 하는 지망생들이 게임에 대한 이해도를 앞세워서 일종의 도피를 하는 걸 경계하는 거다. 게임 현지화 역시도 결국은 번역이 기반이 되니 언어 능력이 필요한 건 두말할 것도 없다.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뒷받침되어야 하는 건, 앞으로의 프로세스가 이제 단순히 주어진 스크립트를 번역하는 것에 그치지 않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게임 내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또 그걸 어떻게 바꿔야 할지 등등 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퀄리티와 시간 절약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또 이 업계에서 중요한 건 시간을 엄수하는 것이다. 이건 기본이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가서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은 걸 할 수 있다고 어필하려는 사례도 많이 봤다. 물론 빠른 시간 내에 많은 번역을 할 수 있으면 좋긴 하다. 그런데 그 ‘퀄리티’를 무시하는 건 프로를 지망한다면 있어선 안 될 일이다. ‘발번역’이 얼마나 악영향을 미치는지 숱하게 사례를 보아오지 않았나. 물론 그렇다고 기계를 거부하는 시대착오적 발언을 하는 게 아니다. 다만 기계를 돌리는 건 원칙적으로 고객과 상의해야 할 문제다. 솔직히 개발사도 기계에 번역을 맡기려고 현지화 업체와 문의하는 건 아니지 않겠나. 그보다 나은 무언가를 기대하고 왔을 테고, 그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것이 서비스 업체의 자세다. 또 기계 번역으로 대강 했다가 고객사에 손실이 난다면, 그건 도리에 어긋나는 일이다.” 원경연 대표는 AI의 발전은 결국 번역과 현지화의 양극화를 가속화하면서 또다른 위기를 불러올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번역, 현지화는 개발사의 ‘선택’에 달려있는 문제다. 개발사가 무엇을 중시하느냐에 따라 방향이 갈릴 수밖에 없고, 업체는 그에 맞춰 서비스를 부수적으로 제공하는 형태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저퀄리티여도 빠른 번역이면 리스크를 감수한다는 선택이 가능했고 기계 번역은 이를 위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었다. 그렇지만 AI는 업체뿐만 아니라 다수에게 열려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업체 입장에서는 ‘차별화’를 꾀하기 어려워졌다는 난제도 있었다. 원경연 대표는 이를 리터칭하듯 수정해서 양으로 승부하는 서비스는 궁극적으로 AI가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AI 번역이 로우엔드에서는 그 정도 퀄리티면 됐다고 할 수준이 될 것이고, 그러면 자연히 단순 수정만으로는 입지가 좁아지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로그러스IT 코리아에서 보는 현지화 업체의 궁극적인 서비스 방향은 무엇일까. 앞서 나온 ‘토탈 서비스’를 한층 더 확장해서 시장조사는 물론 위탁 운영까지 하는 것이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이는 언감생심이었다. 특히 결제 솔루션이 지금처럼 투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익 배분에 대해서 서로 잡음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였고, 민감한 이슈인 만큼 더더욱 말도 꺼내기 어려웠다. 이러한 방향은 지금 갑작스럽게 설정한 것은 아니었다. 초창기 슈퍼셀처럼, 글로벌 지사가 없는 회사들이 어떻게 글로벌로 서비스를 이어가나 관찰하면서 다듬어 간 내용이었다. 국내에서는 아직 번역, 현지화하면 자막과 더빙 서비스 위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 해외의 번역 업체 그리고 현지화 업체는 위탁 운영 등 그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차별화하는 전략을 꾀하고 있었다. 소규모 게임사도 글로벌로 나아가기 위해 여러 방안을 찾고 있고, 현지화 업체들은 현지 파트너와 네트워크를 쌓아가면서 그에 맞춘 서비스로 확장해 나갈 여력도 확보한 터라 번역과 동시에 글로벌 진출과 운영에 대한 요구도 발맞춰 나갔던 것이었다. “물론 무조건 모든 번역 업체가 위탁 운영 단계까지 고려하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나마 가장 번거롭고 까다로운 분야였던 결제 솔루션 등 문제가 해소되었기에 ‘가능성’이 생겼다고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 준비해야 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결국 현지 유저에게 완벽한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공통점이 있지 않나. 단순히 텍스트를 다른 언어로 바꾼다, 이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만으로 이제는 불충분하다. 유저들의 눈은 높아졌고, 게임사들은 그에 맞춘 상품을 글로벌로 제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발사뿐만 아니라 현지화 업체도 그 보폭에 맞춰 서비스를 제공할 역량이 필요한 셈이다. 요는 ‘네트워크’, 그리고 ‘시스템’이다. 어느 한 텍스트, 콘텐츠, 미디어의 번역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넓게 봐야 한다. 물론 개발사가 이를 이해하고 접근하면 우리로선 더 바랄 게 없지만, 그걸 고객에게 강요하는 건 서비스 제공자의 자세가 아니다. 물론 이런 프로세스와 관점을 설명해 둬야 개발자들이 글로벌로 계속 도전해 나갈 때 이전보다 비용과 시간을 절감해 나갈 수 있을 테니, 계속 말씀드리고 있긴 하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번역 업체, 현지화 업체들 또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해야 더 나은 퀄리티를 보여줄 수 있을지 강구해야 하는 시기다. AI의 도래만 문제가 아니라, 유저들의 인식도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은 ‘상품’이고, 또 이제는 ‘서비스’의 영역에 들어섰다. 일정한 퀄리티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유저들이 만족한다. 번역, 현지화도 예외는 아니다. 어느 한 출중한 개인의 역량 혹은 업체만으로 모든 걸 커버하기엔 한계가 있고, 결국 ‘시스템’이 받쳐줘야 한다. 빠른 피드백과 수정, 긴밀한 소통, 그리고 프로세스 중간 과정의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여러 고민이 더해져야 완벽한 번역 그리고 현지화가 쭉 이어질 수 있다. 몇 달 만에 갑작스럽게 찾아와서 급하게 마감에 쫓기는 그런 양상은 늘 있겠지만, 그보다는 미리 글로벌을 겨냥한 ‘서비스’의 관점에서 개발사와 현지화 업체가 합심해 좋은 성과를 거두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근에는 그렇게 접근하는 비중도 늘고 있는 만큼, 그에 맞춰서 국내 게임이 글로벌에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좋은 서비스를 꾸준히 제공할 ‘시스템’을 구축한 사례로 남고자 한다.” 출처: 인벤 모바일 게임 PC 다운로드 녹스 앱플레이어는 안드로이드 게임이나 앱을 WIN·MAC 큰 화면에서 즐길 수 있는 앱플레이어(무료 소프트)입니다 . 녹스의 멀티 플레이 기능을 이용해 신규 에뮬레이터를 생성하여 스마트폰 몇개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PC 한 대에서 동시에 리세마라를 진행 가능합니다. 라그나로크X 뿐만 아니라, 블루 아카이브, 좀비고, 쿠키런 킹덤등 인기게임들도 녹스를 통해 PC로 즐길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도움이 된다면 북마크에 추가하시고 다른분한테도 공유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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