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찾아 헤매는 내가 싫지 않은 느낌?

일본의 국민 RPG이자 파이널판타지와 함께 JRPG 장르의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프랜차이즈,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이 신작 외전이 지난 9일 정식 출시됐습니다. ‘보물 탐험’을 주요 콘텐츠로 내세운 ‘드래곤 퀘스트 트레저즈’입니다.

첫 작품 이후 30여 년이 넘게 지속되고 있는 프랜차이즈인 만큼, 그간 ‘드래곤 퀘스트’는 정식 넘버링 작품 외에도 여러 종류의 외전을 통해 다양한 시각과 게임플레이 스타일로 독특한 세계관을 보여주고는 했습니다. 어쩌면 ‘트레저즈’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 될지도 모를 이번 외전의 첫인상은, 이제는 고연령층의 게임이 되어버린 ‘드래곤 퀘스트’를 보다 어린 게이머들에게 소개하기 위한 학습지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것도 되게 술술 풀리는 학습지로요.


게임명: 드래곤 퀘스트 트레저즈 -푸른 눈동자와 하늘의 나침반-

장르명: RPG

출시일: 2022.12.9

리뷰판: 1.0.0

개발사: SQUARE ENIX

서비스: SQUARE ENIX

플랫폼: Nintendo Switch

플레이: Nintendo Switch


보다 젊은 층에게 소개하는 ‘드래곤 퀘스트’, 그리고 JRPG

▲ 이번 작품의 주인공을 맡은 카뮈와 마야 남매

정식 출시 전 이누즈카 타이치 프로듀서는 인터뷰를 통해 현재 드래곤 퀘스트의 팬층은 다소 고연령층에 집중된 편이고, 새로운 팬층을 확보하는 동시에 더 많은 세대가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에 대해 알기를 바랐다고 이번 외전작을 개발하게 된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드래곤 퀘스트’ 프랜차이즈는 이미 36주년을 맞이한, RPG 장르의 원로격이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세대에게 어필하고자 하는 ‘드래곤 퀘스트 트레져즈’는 다소 저연령층 게이머를 염두에 두고 기획되었다는 느낌이 시작부터 강하게 드는 편입니다. 게임 시작부터 눈을 반짝거리며 일류 보물 사냥꾼을 노리는 카뮈와 마야 남매, 모종의 이유로 바이킹들에게 사로잡힌 고양이, 돼지 요정 등 전반적인 분위기와 스토리 전개가 밝고 활기찬 것도 아마 이러한 이유에서일 것입니다.

‘드래곤퀘스트 트레져즈’의 기본적인 스토리 또한 조금은 유치한 듯 하지만 아주 알기 쉽고, 또 의외로 어딘지 금방 빠져들게 하는 매력을 가졌습니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어린 시절의 카뮈와 마야 남매는 ‘드래곤퀘스트 XI’에 등장했던 모습과 비슷하지만 더 작고, 익살스러운 꾸러기들입니다. 최고의 보물을 찾자는 아주 단순하고 명료한 목표를 가지고 바이킹의 함선을 떠난 이들은 신비로운 생물인 야옹샤, 돈돼의 안내에 따라 신비로운 단검을 입수하게 되며, 이내 포탈을 타고 모험과 보물이 가득한 ‘끝없는 용의 대지’로 떨어지게 됩니다.

▲ 요상한 듯 친근하게 생긴(?) 야옹샤, 돈돼와 함께 모험을 떠나는 것이 게임의 기본 전개

카뮈와 마야 남매가 느닷없이 이상한 섬에 떨어지게 된 것은 다소 어처구니가 없다고 느낄 수 있지만, 그것이 또 모험의 묘미입니다. 이후 게임의 목표는 몇 가지로 나뉘는데, 여러 구역으로 나뉜 섬에서 보물을 탐사하고 크루의 명성을 세상에 떨치는 것, 그리고 야옹샤와 돈돼의 부탁에 따라 7개의 용석을 모으는 핵심 메인스토리가 있죠.

이처럼 ‘드래곤퀘스트 트레저즈’는 밝고 활기찬 분위기와 간단하고 명료한 모험 목표, 거기에 드래곤퀘스트 시리즈 특유의 비주얼이 더해져 누구나 부담없이 다가갈 수 있다는 분위기를 초반부터 연출합니다. 꽤나 풍부하게 들어가 있는 컷씬들은 드래곤 퀘스트 특유의 만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고, 또 세세한 튜토리얼을 통해 게임에 금방 적응할 수 있도록 합니다.


간결한 틀 위로 쌓아 올린 우당탕탕 ‘보물찾기’

▲ 게임하는 내내 보게 될 보물 찾는 장면

간단명료한 목표와 마찬가지로, 전반적인 게임플레이 매커니즘 또한 배우거나 적응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는 수준입니다. 초반 이야기를 진행하면 자연스럽게 보물을 찾아 나서는 과정을 배울 수 있으며, 이후에는 원하는 구역부터 입맛대로 탐험할 수 있는 오픈월드 형태에 가까운 모험이 시작됩니다.

인터뷰에서도 밝힌 것과 같이 게임에 등장하는 여러 종류의 몬스터들은 게임 진행에 있어 매우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합니다. 주인공(카뮈 또는 마야)은 언제나 몬스터들과 함께 보물 탐험에 나서며, 탐험에 도움이 되는 ‘모험 연계’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적입니다. 해당 기술은 몬스터마다 쓰임새가 다른데, 슬라임을 발판 삼아 더 멀리 점프한다든지, 날개가 달린 몬스터를 잡고 활강할 수 있는 식입니다. 이를 통해 플레이어는 다양한 고저차를 가진 지형을 자신이 육성한 몬스터들과 함께 탐사해 나가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게임의 핵심 요소인 ‘보물’과 관련해서도 몬스터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합니다. 일단, 지형 어딘가 숨어 있는 보물을 찾아내는 것부터 몬스터의 시야를 활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 나침반으로 대략적인 위치를 찾으면

▲ 몬스터들의 시야를 통해 구체적인 장소를 탐색하는 형태입니다

기본적으로 보물찾기는 ‘나침반’을 이용해 보물을 감지하고, 그 근처에 가면 몬스터의 시야인 ‘비전’을 활용해 구체적인 장소를 특정하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최대 세 마리의 몬스터로 파티를 구성하는 만큼, 각 몬스터의 시야를 비교해 보면 손쉽게 보물이 있는 장소를 찾을 수 있죠. 그 와중에 몬스터들이 보는 시야 또한 해당 몬스터의 디자인을 따라가는 ‘소소한 디테일’을 보여주는데, 거대한 모자를 쓴 돼지 형태의 몬스터는 모자 창과 자기 코가 너무 커 보이는 시야가 제한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깨알같은 유머 요소를 통해 이번 외전이 드래곤 퀘스트 프랜차이즈를 아주 충실히 대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몬스터의 종류, 생김새에 따라 시야가 다른 점은 소소한 재미를 줍니다

초심자를 위한 RPG 학습지가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 오픈월드 형태의 맵에서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전투

‘드래곤 퀘스트 트레저즈’는 보물 탐사라는 핵심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 예를 들면 보물과 몬스터, 지역 등의 특징을 세분화하여 게임에 깊이를 더하고 있습니다. 이 또한 마찬가지로 처음 RPG를 접한 사람도 간단하게 학습하고, 즐길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위에서 잠시 언급한대로 게임의 주축을 담당하고 있는 ‘몬스터’들은 주인공의 탐험을 돕거나 시야를 공유하는 것 외에 기본적인 RPG로서 역할도 다하고 있습니다. 강력한 파티를 구성할수록 적과 상대하기가 편하진다는 뜻이죠. 주인공은 보물 탐사는 물론 게임의 메인 스토리를 클리어하기 위해 상황별로 운용할 수 있는 몬스터의 수를 늘리기 위해 열심히 스카우트를 하게 다니게 됩니다.

게임의 전투는 기본적으로 오픈월드 맵에 돌아다니는 몬스터들을 상대하는 것으로 이뤄집니다. 동료 몬스터들이 알아서 잘 싸워주기 때문에 전투의 난이도는 상당히 수월한 편이며, 주인공은 단검으로 적을 직접 공격하거나, 새총으로 후방 지원을 해줄 수 있으며, 전투를 통해 얻은 ‘로망 게이지’를 통해 강력한 공격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 밤에는 몬스터가 잠이 들고, 아이템을 슬쩍(?)하는 등의 시스템도 구현되어 있는 편

이 전투 시스템에는 RPG의 기초라고도 볼 수 있는 속성 시스템이 존재해, 우세한 속성을 가진 몬스터들이 더욱 강력한 공격을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색을 가진 다른 몬스터들을 잘 구비해 두어야 우세한 속성의 지역에서 좀 더 수월한 탐험이 가능한 식이죠. 뿐만 아니라 주인공이 사용하는 새총으로는 여러 속성을 가진 탄환을 발사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의 속성에 맞는 탄환을 잘 고르면 레벨 차이가 나는 몬스터도 어려움 없이 상대가 가능합니다.

보물들 또한 마찬가지로 일종의 ‘등급’을 통해 탐사 활동의 깊이를 더하는 시도를 보여줍니다. 게임에는 단검과 몬스터의 시야를 통해 찾아내는 ‘보물’ 외에도 상대적으로 가치가 떨어지는 ‘고물’이 필드에 존재하며, 인터넷을 연결할 경우 타인이 숨겨둔 ‘모조품’까지 등장해 보물 탐사에 다양성을 표현했습니다.

다만, 물건의 종류를 막론하고 한 번의 보물은 파티원으로 구성된 세 마리의 몬스터가 들 수 있는 수량만큼만 가질 수 있기에, 제한 수량을 모두 채울 경우 필수적으로 기지로 돌아가 감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 경우 보물이 아닌 고물과 모조품은 높은 감정가를 받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무리를 해서라도 ‘보물’을 찾아 노력하게 됩니다.

특히 온라인 활동이 가능해진 이후부터 등장하는 ‘모조품’의 경우 감정 시 보물로서 취급하지 않으면서도 몬스터들이 들 수 있는 보물 갯수를 차지해 초반에는 쓸모가 거의 없는 커뮤니티용 아이템이라는 인상이 강합니다. 비동기 콘텐츠로서 다른 상대와 자신의 보물을 숨기고, 또 찾는 콘텐츠는 신선했지만, 그 뿐이었다는 느낌입니다.

▲ 이런 걸로 인벤토리를 채우면 좀… 아깝다는 기분이 들죠

또, 보물을 찾아 크루의 레벨을 높이는 목표 외에도, 게임에는 메인스토리를 이끌어가는 7개의 ‘용석’ 찾는 목표 또한 존재합니다. 카뮈와 미야가 수상한 포털을 타고 도착한 이 섬에도 이미 용석을 노리는 단체들이 많은데, 이들 또한 모두 익살스럽고 귀여운 존재들로 그려져 스토리를 즐기는 재미를 더합니다.

용석을 찾아 떠나는 모험은 보물찾기와 그렇게 궤를 달리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보다 희귀한 보물인 만큼 이들이 놓인 단서를 찾아내는 과정이 하나 추가되는 정도입니다. 꾸준한 보물찾기를 통해 크루의 명성을 떨치다 보면 기지 지하의 던전이 하나씩 열리게 되며, 그간 육성해 온 몬스터들과 함께 던전을 주파해 용석의 단서을 찾고, 단서를 토대로 용석을 모아가는 여정이 말하자면 게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동료 몬스터의 ‘로망 기술’은 레벨 차이가 나는 적도 간단히 제압할 만큼 강력합니다

원작으로 인한 기대가 크다면, 실망 또한 클지도…

▲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 中

‘드래곤 퀘스트 트레저즈’는 분명 간단한 게임플레이와 쉽게 쉽게 따라갈 수 있는 흥미로운 스토리를 통해, 닌텐도 스위치를 잡자마자 게임에 빠져들 수 있도록 하는 매력을 갖췄습니다. 개인에 따라 조금 유치해 보일 수도 있지만, 막상 컨트롤러를 잡고 있으면 계속 다음 보물을 찾고 싶게 만드는 몰입감 또한 가진 작품입니다.

다만, ‘드래곤 퀘스트’가 가진 프랜차이즈의 명성이나, 카뮈와 마야 남매가 출연한 ‘드래곤 퀘스트 XI’의 경험을 생각하고 ‘트레저즈’를 접할 경우 여러 방면에서 실망감을 느낄 소지도 있습니다. 수집하는 보물들이 ‘드래곤 퀘스트’ 프랜차이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긴 하지만 언제까지나 외전으로서 색다른 시리즈의 재미를 전할 뿐, 전반적인 볼륨은 원작과는 비교하기 힘든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례는 여러 구간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BGM이나 색깔만 다르고 같은 모습을 한 몬스터들이 굉장히 많이 등장한다는 부분, 그리고 전투가 그렇게까지 깊이있지는 않다는 점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속성 상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여러 색깔 몬스터를 다 수집해야 할테지만, 대부분 몬스터들이 컬러 파레트만 다를 뿐 같은 모습을 하고 있기에 수집에 대한 욕구가 그리 크게 느껴지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 보물들은 모두 ‘드퀘’에 등장했던 아이템들로, 시리즈 팬에게는 수집의 재미를 전달합니다

전투 또한 마찬가지로 주인공이 가진 새총을 통해 아군을 지원하거나, 로망 기술로 한번에 강력한 공격을 하는 등 상황에 따른 선택이 주어지긴 하지만, 그외에 몬스터에게 내릴 수 있는 명령은 상당히 제한적이기에 RPG에 익숙한 팬들에게는 전반적인 난이도가 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드래곤 퀘스트 트레저즈’는 인터뷰에서 프로듀서가 언급한 대로 다소 젊은 연령층을 타겟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측면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습니다. 비록 전체적인 볼륨은 가볍게 느껴지만 ‘보물 찾기’를 콘셉트로 한 게임플레이는 나름의 재미를 갖췄으며, 여러 섬으로 이뤄진 맵을 관통하는 ‘드래곤 열차’를 복구하는 퀘스트라인으로 오픈월드 속에 다양한 목표를 심어둔 것도 인상적입니다.

물론, 앞서 이야기한 대로 JRPG의 매력을 알아보고 싶은 초보 게이머에게 ‘드래곤 퀘스트 트레저즈’는 아주 친절하면서도 익살스러운 교과서가 되어줄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JRPG에 익숙한 게이머에게도 충분히 나름의 재미를 전달할 저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른한 주말 오후, 평화롭게 시간을 때울만한 게임을 찾고 있다면, 어쩌면 ‘드래곤 퀘스트 트레저즈’의 보물찾기가 제격일지도 모릅니다.

출처: 인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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