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더 게임 어워드 행사를 통해 프롬 소프트웨어의 대표작이자 메카닉 액션게임인 ‘아머드 코어’ 시리즈의 최신작 소식이 공개됐다. 신작은 마지막 타이틀이었던 5편을 잇는 정식 넘버링이라는 의미를 담아 ‘아머드 코어6: 루비콘의 화염’으로 정해졌다.
당시 공개된 트레일러를 보면 독특한 디자인의 메카닉이 먼저 화면에 잡히고, 이어서 ‘프롬 소프트웨어’의 사명이 등장한다. TGA 발표 현장에 있던 이들은 이 순간, 영상 속 게임이 10년 만에 다시 돌아온 아머드 코어 신작이라는 것을 직감하고는 환호성을 질렀다. 해당 소식을 생중계 영상을 통해 지켜보고 있던 올드 팬들 역시 똑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아머드 코어 IP를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감격의 눈물을 흘릴만한 커다란 소식이지만, 사실 아머드 코어를 모르는 이들은 ‘이게 뭔데 이렇게 난리지’ 싶을 수밖에 없다. 벌써 여섯 번째 넘버링 타이틀이 발매될 정도로 오랜 역사를 지닌 IP임에도, 오늘날의 게이머들이 아머드 코어를 접해볼 기회는 거의 없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10년 만에 공개된 신작 ‘아머드 코어6’의 공개를 기념하여, 데몬즈 소울이나 다크소울보다 더 일찍이 ‘프롬 소프트웨어’라는 개발사의 이름을 전세계 게이머들의 뇌리에 각인시킨 게임 시리즈, ‘아머드 코어’에 대해 알아보았다.
■ 프롬 소프트웨어를 대표하는 간판 타이틀, 아머드 코어
올해를 기준으로 시리즈 25주년을 맞이한 장수 IP인 ‘아머드 코어’는 프롬 소프트웨어에서 제작하는 메카닉 액션 게임 시리즈다. 소프트웨어 제작 회사로 시작한 프롬 소프트웨어가 첫 작품인 ‘킹스 필드’ 시리즈 이후 두 번째로 자체 개발한 게임 시리즈이며, 디테일한 메카닉 모델링과 나만의 로봇을 직접 만드는 독특한 게임성으로 메카닉 팬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낸 작품이기도 하다. 이러한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시리즈는 계속해서 확장됐고, 이후엔 프롬 소프트웨어를 대표하는 간판 타이틀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시리즈를 관통하는 게임의 기본 줄기는 ‘아머드 코어(AC)’라고 불리는 로봇을 조작, 다양한 의뢰를 수행하는 메카닉 액션에 있다. 거대 기업이 플레이어에게 의뢰를 맡기면, 해당 의뢰의 대가로 돈이나 로봇 파츠를 받을 수 있고, 이를 통해 나만의 메카를 계속 커스터마이즈하며 계속해서 더 어려운 의뢰를 맡게 되는 식이다. 시리즈를 거듭할 때마다 세계관 설정은 조금씩 바뀌어 왔지만, 대부분 국가가 아닌 거대 기업이 모든 사회 구조를 지배하고 있는,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 특징이다.
메카닉을 메인 테마로 삼은 장르 컨셉 자체도 굉장히 마이너한 범주에 들어가지만, 아머드 코어를 ‘코어 팬들이 열광하는 게임’으로 만든 1등 공신은 난해한 조작법과 높은 난이도의 게임 플레이에 있었다. 게임이 처음 출시됐을 당시인 1997년에는 게임 플레이 중 난관에 봉착해도 마땅히 공략을 볼 수 있는 창구도 없었고, 이렇다보니 플레이어 자신이 실력을 키우는 것이 유일한 공략법이 되곤 했다. 데몬즈 소울, 다크 소울로 이어지는 ‘어려운 게임의 계보’는 프롬 소프트웨어의 초기 개발작인 킹스 필드와 아머드 코어 시리즈에서 이어진 것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한편, 아머드 코어 시리즈의 어려운 난이도를 설명할 때 패드를 거꾸로 잡는 독특한 패드 파지법인 ‘AC잡기(AC持ち)’가 예로 소개되곤 하는데, 실제로 아머드 코어 시리즈를 플레이할 때 이런 파지법을 사용하는 이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카메라 시점을 돌리기 위해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되는 몬스터헌터의 ‘몬헌잡기’와 달리, AC잡기는 웃자고 만든 밈 쪽에 더 가까운 편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AC잡기 이미지만 보고 ‘아머드 코어를 하려면 이런 파지법을 익혀야 하나’라며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 아머드 코어의 탄생과 시리즈의 역사
#. 1세대 아머드 코어 (AC1, AC 프로젝트 판타즈마, AC 마스터 오브 아레나)
아머드 코어의 시작은 ‘미궁 모양의 지하 공간에서 로봇들이 활약하는 게임을 만들자’는 기획에서부터 출발했다. 당시 3편까지 이어진 킹스 필드 시리즈의 노하우를 허투루 하지 않기 위해, 이때 쌓은 경험을 활용하여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다른 컨셉의 게임 시리즈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실제로 PS1 플랫폼으로 발매된 아머드 코어 1편(이하 AC1)에서는 킹스 필드 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지하 미궁 탐색류의 미션이 다수 수록되어 있다.
아머드 코어 세계관에 존재하는 메카닉 AC를 조종하는 파일럿은 일종의 용병 개념인 ‘레이븐’으로 정의된다. 신인 레이븐인 플레이어는 부패한 세계에서 살아가기 위해 거대 기업으로부터 다양한 의뢰를 받고 있으며, 여기에는 호위, 파괴공작, 테러진압 등 다양한 활동이 포함된다. AC1에서 시작된 이러한 기본 설정은 이후에 이어지는 아머드 코어 시리즈에서도 꾸준히 등장하게 된다.
아머드 코어 시리즈를 관통하는 대표 시스템인 ‘어셈블리(Assembly)’ 역시 AC1에서 처음 등장했다. 아머드 코어에서는 기체를 커스터마이징하는 행위를 어셈블이라고 부르며, 여기서 기체를 이루는 코어, 머리, 팔, 다리 파츠는 물론, 동작에 영향을 주는 부스터와 제너레이터, 타겟 특정을 위한 FCS, 양손 무장, 어깨 위에 추가하는 백 웨폰 등 모든 파츠를 전부 직접 조합할 수 있다. 이때 중량과 적재량, 아머포인트(AP), 제너레이터의 출력, 속도 등 다양한 세부 패러미터를 고려하여 모든 파츠가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신중히 고민해야 한다.
실제 성능으로 직결되는 어셈 외에도 도색과 데칼, 직접 도트를 찍어 그릴 수 있는 엠블렘 등 추가 커스터마이징 기능이 함께 제공됐다. 아머드 코어는 이처럼 디테일한 커스터마이징 기능을 갖춘 덕에 ‘메카닉 커스터마이즈 액션’이라는 장르명으로 구분되며 더 많은 유저들에게 이름을 알리게 됐다.
AC1을 잇는 두 번째 아머드 코어인 ‘아머드 코어 프로젝트 판타즈마(이하 PP)’는 전작으로부터 약 5개월 만에 발매된 후속작이다. 미션 전에 제공되는 정보가 한정적이고 플레이어 캐릭터의 지칭도 ‘레이븐’으로 뭉뚱그려졌던 전작과 달리, 라이벌 캐릭터가 등장하거나 명확한 적으로 ‘웬즈데이 기관’이 특정되는 등, 시나리오 면에서 다양한 설정을 보강한 것이 PP의 특징이다. 이외에도 AC로 벌이는 대결 콘텐츠인 ‘아레나 모드’가 PP에서 처음으로 추가됐다.
세 번째이자 PS 플랫폼으로 출시된 마지막 타이틀인 ‘아머드 코어 마스터 오브 아레나(이하 MOA)’는 아머드 코어 시리즈 속 상징적인 보스인 ‘나인볼’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나인볼은 아레나 톱 랭커라는 설정을 가지고 있으며, 숫자 9가 그려진 검은색 당구공 엠블렘을 트레이드마크로 사용한다.
기본적인 게임 시스템은 전작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으나, 미션 진행 상황과 아레나를 링크하여 미션 진행에 따라 랭커 AC와 대전할 수 있게 되는 것이 MOA의 특징이다. 플레이어가 나인볼을 쓰러트려야 게임을 클리어할 수 있고, 클리어와 동시에 ‘아레나의 톱 랭커’가 된다는 설정이다. 클리어 후에는 나인볼과의 대전 콘텐츠가 해금된다. 이 또한 플레이어가 톱 랭커 자리를 지키기 위해 타이틀 방어전을 치르는 개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아레나를 메인으로 내세운 작품인 만큼, 대전 시스템 편의성도 강화됐다. MOA는 시리즈 최초로 두 장의 디스크에 게임이 수록됐으며, 대전을 위해 게임 패키지 두 개를 구매해야만 했던 지난 시리즈와 달리 1번, 2번 디스크를 활용해 하나의 소프트만 구매해도 통신 대전이 가능하게 됐다.
#. 2세대 아머드 코어 (AC2, AC 어나더 에이지)
아머드 코어 시리즈의 두 번째 넘버링 타이틀, ‘아머드 코어2(이하 AC2)’는 세대를 넘어 PS2 플랫폼으로 출시된 첫 번째 아머드 코어다. 1편인 AC1에서 70년이 지난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며,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일신한 그래픽 비주얼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듀얼쇼크2 컨트롤러를 활용하게 되어 조작감 역시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평을 받았다.
AC2에서는 오버드 부스트(OB), 에너지 쉴드(ES), 익스텐션, 라디에이터, 플로트 등 신규 파츠 및 기능이 더해지면서 AC 부품 카테고리가 크게 증가했다. 이외에도 ‘열량’ 시스템이 AC2를 통해 처음으로 도입됐다. 피탄 등 여러 상황에 의해 기체에 열이 축적되고, 과열을 일으키면 AP가 일정 시간 감소하는 식이다. 게임 난이도는 AC1과 비슷한 수준으로 낮게 설정되어 ‘초보자에게 추천하는 AC’로 꼽히는 작품이기도 하다.
PS2 플랫폼을 통해 출시된 두 번째 아머드 코어는 지난 2001년에 발매된 ‘아머드 코어2 어나더 에이지(이하 AA)’로, 아레나 모드 없이 오직 미션만으로 구성되어 있어 전작의 미션 확장팩이라는 느낌이 강한 작품이다. 전작의 세이브 데이터를 불러올 수 있으며, 미션에 집중한 확장팩답게 등장하는 미션은 약 100개에 달한다. 이중 12개 미션은 플레이어 둘이서 화면 분할로 경쟁할 수 있는 ‘VS 미션’으로 꾸며졌다.
시리즈 최악의 거대병기로 불리는 그레이 클라우드는 물론, 시나리오 엔딩 이후에 접근할 수 있는 로스트 필드 지역에서는 999,999C라는 어마어마한 클리어 보수를 받을 수 있는 최강의 보스 ‘나인볼 세라프’가 출현하기 때문에 시리즈 팬들은 AA를 ‘AC 시리즈 최고의 난이도’를 가진 게임으로 평가하곤 한다. 아머드 코어 초심자에게 권하는 가장 쉬운 타이틀과 시리즈 최고의 난이도를 가진 게임 모두가 2세대에 포함되어 있는 점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 3세대 아머드 코어 (AC3, AC 사일런트 라인)
‘아머드 코어3(이하 AC3)’는 아머드 코어 시리즈 6번째 작품이자, 국내에서 최초로 정식 발매된 아머드 코어다. 일본에서 2002년 4월에 먼저 발매되었고, 4개월 뒤인 8월 29일에 번역에 더빙까지 적용된 국내판이 정발됐다. 시리즈 최초로 PSP를 통해 휴대용 버전이 발매되는 등, 국내 게이머에게는 물론, AC의 역사에 있어서도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다.
스토리는 지구 전체에 걸친 대재해로 인해 황폐화된 지상을 떠나 지하로 이주한 인류의 새로운 거점, ‘레이어드’의 이야기를 다룬다. 여기서도 AC 시리즈의 오랜 전통을 이어 정부 대신 권력을 휘두르는 세 개의 대기업이 등장한다. 지하도시 레이어드는 이후 이어질 다섯 개 타이틀의 배경이 되는 지역이며, 시리즈 팬들은 이때의 아머드 코어를 통틀어 ‘레이어드 시리즈’라고 부르고 있다.
시스템 면에서도 여러 개선이 이루어졌고, 네 명의 유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4인 대전’이 AC3에서 처음으로 추가됐다. 이러한 시스템적 개선 덕에 오프라인 대회의 예선전에서 실력자를 골라내는 과정이 더 용이해졌으며, 2인 대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전략과 전술도 고안되기 시작했다.
AC3로부터 1년 뒤, 후속작 ‘아머드 코어3 사일런트 라인(이하 SL)’이 출시된다. 이 작품 역시 일본과 약 4개월 텀을 두고 국내에 정발됐다. 정식 속편이지만 스토리상에 직접적인 관련성은 없고, 전작의 세이브 데이터를 불러올 수 있는 확장팩 개념의 타이틀이라고 볼 수 있다.
SL에서는 어셈에 사용할 수 있는 파츠 수가 크게 늘어났으며, ‘무기 파괴’ 개념과 ‘AI 육성’ 시스템이 최초로 도입됐다. 무기 파괴는 기체에 장비되어 있는 무기 부품에 내구값이 존재하고, 어느 정도 공격을 받으면 파괴되어 사용할 수 없게 되는 시스템이다. 피탄 방향에 의해 대미지를 받는 파츠가 달라지는, 꽤 디테일한 설정이 적용되어 있었다.
AI 육성은 플레이어가 직접 AI 기체를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이다. 직접 만든 AI 기체들과 아레나에 출전하거나, AI만으로 아레나를 구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플레이어의 움직임을 그대로 학습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전투에서 효과적으로 활약할 수 있는 AI를 만들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과 끈기가 필요했다.
#. N시리즈 아머드 코어 (AC 넥서스, 나인 브레이커, 포뮬러 프론트, 라스트 레이븐 )
‘아머드 코어 넥서스(이하 넥서스)’는 아머드 코어 시리즈의 여덟 번째 타이틀로, 2004년에 출시됐다. 기본적인 게임 시스템은 SL을 따라가나, 몇 가지 핵심적인 변경점이 새롭게 도입됐다.
가장 큰 변화는 열량, 에너지의 사양 변경이다. 통상 부스트에서도 열량이 발생하고, 과열되면 AP가 줄어드는 대신 우선 에너지가 감소하게 된다. 이러한 사양 변경을 통해 전작까지 중요도가 높지 않았던 부스터, 제너레이터, 라디에이터의 취급이 넥서스 이후로 특히 중요하게 되었다. 이외에도 2개의 아날로그 스틱을 이동과 시점 조작에 활용하고 LR 트리거를 공격에 사용하는, FPS 스타일의 새로운 조작 방식이 더해졌으며, 강화 인간 시스템이 삭제됐다.
게임의 템포 자체에 큰 변화를 준 이러한 변경 사양들은 이후 출시되는 3개 타이틀에도 고스란히 적용됐고, 일본의 시리즈 팬들은 이때의 아머드 코어를 AC3 시리즈와 구분하여 N시리즈로 부르게 됐다.
‘아머드 코어 나인 브레이커(이하 나인브레이커)’는 타이틀에서도 알 수 있듯 9번째 아머드 코어다. 시리즈 중 유일하게 시나리오와 오프닝 무비가 포함되지 않았고, 아레나 모드와 트레이닝 모드 중심으로 구성됐다. 기본적으로 넥서스의 게임 시스템을 이어왔으며, 특정 조건을 클리어하는 것으로 신규 파츠를 입수할 수 있기 때문에 파츠 입수나 튜닝에 별도의 비용이 들지 않게 되었다. 총 150종에 달하는 난이도별 트레이닝이 수록되어 있기 때문에, 시리즈 팬들은 ‘레이븐 강화 훈련 시뮬레이터’라고도 부르는 타이틀이다.
‘아머드 코어 포뮬러 프론트(이하 포뮬러프론트)’는 플레이어가 직접 AC를 조작하지 않는 것이 특징인 타이틀이다. 플레이어는 AI 탑재형 AC의 기체 구성을 시작으로, 어떤 전략을 채택할 것인지 설정하는 식으로 간접적으로 기체를 운용하게 된다. 풋볼매니저 시리즈처럼 AC로 즐기는 매니지먼트 게임이라고 봐도 무방하며, 게임 장르 역시 ‘메카 커스터마이징 시뮬레이션’으로 구분되고 있다.
플레이어 역시 종래의 레이븐이 아닌, 팀의 감독격인 ‘아키텍트’가 되어 게임을 플레이하게 된다. AC 대전을 스포츠 느낌으로 풀어내고 있으며, 이러한 특징들 덕에 작품 전체의 색감과 BGM도 밝은 편이다. 여러모로 기존의 AC와는 차별화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포뮬러 프론트는 10번째로 출시된 아머드 코어이지만, 개발사인 프롬 소프트웨어는 포뮬러 프론트가 아닌, 이어지는 차기작 ‘아머드 코어 라스트 레이븐(이하 라스트레이븐)’을 시리즈 10번째 타이틀로 소개하고 있다.
앞서 소개했던 것처럼, 2005년에 출시된 ‘라스트 레이븐’은 아머드 코어 ‘액션 게임’ 시리즈의 열 번째 타이틀이며, PS2 플랫폼을 통해 발매된 마지막 아머드 코어다. N시리즈로 불리는 마지막 AC이자 레이어드 세계관을 다루는 마지막 타이틀이기도 하다.
스토리는 넥서스의 뒷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최후의 레이븐을 가리기 위해 24시간 동안 여러 레이븐들과 싸운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작중에서 흐르는 하루의 시간 동안 여러 번의 미션을 수행하고, 그 내용에 따라 최종 미션이 변화하는 ‘액티브 미션’ 시스템이 적용됐다. 플레이어가 마주하게 되는 엔딩의 개수는 총 여섯 가지에 달한다.
시스템 측면에서는 SL에서 처음 시도되었던 무기 파괴 시스템의 상위 버전인 ‘부위 파괴 시스템’이 도입됐다. 대미지 축적으로 파츠가 파손되면 성능이 저하되거나 중량이 감소하고, 결국은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밸런스 측면에서 문제가 있었던 무기 파괴 시스템은 플레이어가 ON/OFF 옵션을 선택할 수 있었으나, 부위 파괴의 경우 플레이어가 설정을 끌 수 없다. 게임에서는 이를 적극 활용하여 손상 부위의 표현을 강조했고, 좀 더 사실적인 전투 연출을 볼 수 있게 됐다.
#. 4세대 아머드 코어 (AC4, 포 앤서)
현 프롬 소프트웨어의 사장이자 소울 시리즈의 아버지로 불리는 ‘미야자키 히데타카’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바로 이 시점이다. 미야자키 사장은 2004년에 프롬 소프트웨어에 입사하여 1년 만에 라스트레이븐의 기획자가 되었고, 이후 아머드 코어4(이하 AC4)에서는 디렉터직을 역임하게 된다.
AC4는 PS3와 Xbox 360 플랫폼을 통해 출시된 첫 번째 아머드 코어로, 차세대 플랫폼으로 넘어감에 따라 세계관 설정 역시 크게 쇄신됐다. 장르 구분 또한 전작까지 이어지던 ‘3D 전투 메카 액션’을 벗어나 ‘하이스피드 메카 액션’이 되었다.
시스템 면에서 기존의 아머드 코어 느낌을 벗어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전체 AC 파츠 수는 과거작에 비해 감소했으나, 오버드 부스트의 성능 개선, 퀵 부스트 등 조작계 추가로 사용하는 버튼은 더 증가했고, ‘열량 시스템’이 폐지되어 더 속도감 있는 게임 플레이가 가능해졌다. 물론, 전작 시리즈 속 육중한 메카닉을 더 선호하는 올드 팬들은 이러한 변화에 불만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지만 말이다.
이외에도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대전 기능으로 최대 8명의 유저가 실시간 대전을 치를 수 있게 됐다. ‘레이팅’ 포인트가 쌓이는 공식전 대결로 랭킹이 정해지거나 기체 구성이나 컬러링 등의 데이터를 모은 ‘기체 도면’을 다른 유저와 교환하는 등, 멀티플레이 요소가 다수 추가됐다.
AC4의 후속작 ‘아머드 코어 포 앤서(이하 포앤서)’에서도 역시 미야자키 히데타카 디렉터가 지휘봉을 잡았다. 포앤서에서는 전방위 공격 무기인 ‘어설트 아머’와 어설트 아머에 편향장치를 달아 개조한 어설트 캐논, 장거리용 대형 부스터인 ‘뱅가드 오버드 부스트(VOB)’ 등, 디자인부터 성능까지 메카닉 팬들을 설레게 하는 여러 상징적인 파츠들이 대거 추가됐다.
이외에도 차세대 플랫폼으로 AC 시리즈를 처음 접하게 되는 유저들을 배려하여 초보자를 배려하는 서포트 기능이 더해졌으며, 플레이어의 선택으로 인해 시나리오 분기가 발생하는 ‘멀티 엔딩’ 시스템이 채용됐다.
한편, 이 시기에 프롬 소프트웨어에서는 포앤서와 함께 소울 시리즈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데몬즈 소울’이 함께 개발되고 있었다. 미야자키 히데타카 디렉터는 2009년 3월 19일에 진행된 4gamer와의 인터뷰를 통해 “포앤서 개발 당시 사내에선 ‘데몬즈 소울’이 동시에 개발되고 있었다”라며, “아머드 코어 개발진과 분리된, 오직 데몬즈 소울을 위한 완전히 새로운 팀이 구성됐다”고 밝힌 바 있다.
#. 5세대 아머드 코어 (AC5, 버딕트 데이)
“향후의 아머드 코어는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했고, 15년간 진행된 IP인 만큼 단순한 연장선상의 진화로는 부족하다는 위기감이 있었다. 시리즈를 한 단계 위의 스테이지로 밀어올리기 위해 고심하여 준비한 새로운 무기가 바로 ‘멀티 플레이’다. 이것을 위해 3배에 달하는 개발 기간을 들였다”
– 나베시마 토시후미 프로듀서, 2011년 06월 4일 4Gamer와 인터뷰 中
포앤서로부터 4년 후, 2012년 1월에 아머드 코어 시리즈 14번째 타이틀, ‘아머드 코어5(이하 AC5)’가 발매됐다. 시리즈 최초로 온라인 플레이를 전제로 개발됐으며, 온라인을 통해 최대 20명의 유저가 하나의 팀에 소속, AC5의 주요 콘텐츠인 ‘영지 미션’이나 스토리, 오더 미션을 함께 플레이할 수 있게 된 것이 특징이다.
전작까지의 아머드 코어가 보여주었던 게임 플레이와 다른 결을 가져가기 때문에 프로듀서인 나베시마 토시후미는 “아머드 코어라는 이름을 떼어버리자고 생각했다”며 개발 과정에서 있었던 비화를 밝히기도 했다. 물론 그의 생각은 사내 홍보팀과 영업팀의 적극 만류로 인해 무산됐지만 말이다.
개발팀이 아머드 코어라는 이름을 떼어야겠다고 생각했을 만큼, AC5는 다양한 시스템적 요소가 변화가 적용된 작품이다. 기체 구성과 액션, 공격 속성, 색적의 구조 등 근간을 지지하는 요소가 전반적으로 변경됐고, AC1부터 꾸준히 존재했던 백 유닛이 사라져 오버드 웨폰을 제외한 모든 무기를 팔 부위에 탑재하게 됐다. 빠른 템포의 기동과 전투가 가능했던 전작에 비해 이동에 제약이 많았고, 레이더 삭제 등 멀티 플레이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몇몇 시스템은 싱글 플레이 위주로 플레이해온 유저들에겐 아쉬운 포인트로 남게 됐다.
온라인 시즌제로 운영된 멀티 플레이는 일본 내에서는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았으나, 국내를 포함한 해외 국가에서는 열악한 멀티 플레이 운영과 지원 환경으로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지난 2014년 이후 AC5의 온라인 서버 운영이 모두 종료되면서, 현재는 평가와 별개로 AC5의 멀티 플레이 요소 자체를 즐길 수 없게 됐다.
AC5의 후속작 ‘아머드 코어 버딕트 데이(이하 버딕트데이)’는 PS3와 Xbox 360 플랫폼을 통해 출시된 네 번째 아머드 코어이자, 시리즈 팬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가장 마지막 아머드 코어로, 지난 2013년 9월에 출시됐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온라인 멀티 플레이를 전제로 개발됐으며, 각 플레이어가 3대 세력 중 하나에 소속되어 싸우는 ‘월드 모드’가 새롭게 도입됐다. 이외에도 무인 AC인 UNAC이 도입되어 실시간 전략 요소를 맛볼 수 있게 됐으며, 멀티 플레이의 재미를 더해주는 훈장 시스템, 무기팔과 실드의 재등장, 더 원활해진 매칭 시스템 등으로 인해 전작 AC5의 부족한 점을 보완한 업그레이드 버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시리즈 팬들이 ‘아머드 코어6’의 공개에 열광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아머드 코어 시리즈는 20년 이상의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 IP이지만, 사실 지금의 ‘엘든 링’이나 다크소울 시리즈처럼 작품성으로 크게 인정받는 시리즈는 아니었다. 지난 시리즈의 메타크리틱 스코어를 돌아보면, 메타스코어 80점을 넘긴 작품이 단 하나도 없을 정도다.
그마저도 AC2가 75점으로 최고점을 기록했고, 대부분의 타이틀은 60점대 중반에 머물러있다. 모든 시리즈 타이틀이 85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기록 중인 다크소울 시리즈와 비교해보았을 때 더 두드러지는 결과이며, 메카닉을 주요 컨셉으로 삼은 아머드 코어 시리즈가 다소 마이너한 입지에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이기도 하다.
누구나 한눈에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극명한 온도 차이 때문일까. 2013년 버딕트데이 이후로 프롬 소프트웨어의 아머드 코어 관련 움직임은 그야말로 ‘뚝’ 끊겼다. AC5 이전까지 꾸준히 진행해오던 포터블 버전 이식 작업도 찾아볼 수 없게 됐고, PS4와 XBOX One 같은 차세대 콘솔 플랫폼이 새롭게 등장해도 전작의 리메이크, 리마스터 버전 작업 소식이 일절 들려오지 않게 됐다.
가끔 아머드 코어를 추억하는 메카 팬들만 ‘예전엔 이런 게임이 있었지’라고 그리워하며, PS4와 PC로 플레이할 수 있는 대체재인 ‘섬란 카구라 피치 비치 스플래시’를 플레이할 뿐이었다. 닌텐도 스위치를 보유하고 있는 이들에겐 아머드 코어 시리즈 개발자 츠쿠다 켄이치로가 프로듀서로 참여한 메카 액션 게임 ‘데몬 X 마키나’ 역시 아머드 코어의 공백을 메꿔주는 또 하나의 대안이 됐다.
▲ 설정부터 게임 스타일까지, 아머드 코어의 색채가 많이 묻어나는 ‘데몬 X 마키나’
“아머드 코어 시리즈를 끝낼 생각은 없다. 아머드 코어의 컨셉은 지금도 충분히 매력적이고, 재미있으며, 가치 있는 게임으로 재승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내에 ‘만들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 있는 우수한 스탭들도 많다. 신작을 만들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없다. 개인적으로도, 아머드 코어는 게임 커리어를 시작하게 해준 의미있는 타이틀이다.
– 미야자키 히데타카, 2016년 06월 13일 4Gamer와 인터뷰 中
모두가 거의 자포자기 상태로 시리즈의 끝을 직감하고 있던 그때, 프롬 소프트웨어의 수장인 미야자키 히데타카 대표의 인터뷰가 공개됐다. 아머드 코어의 명맥은 결코 끊기지 않을 것이며, 꼭 후속작을 만들겠다는 개발팀과 미야자키 대표 자신의 굳은 의지가 담긴 인터뷰였다.
다크소울3 출시 이후에 진행되었던 해당 인터뷰 이후 프롬 소프트웨어는 세키로와 엘든 링이라는 새로운 IP 게임들을 연달아 성공시켰고, 이후 더 게임 어워드 2022 행사를 통해 아머드 코어 시리즈 최신작, ‘아머드 코어6: 루비콘의 화염(이하 AC6)’을 정식으로 공개하게 된다.
“아머드 코어 시리즈 본래의 취지인 ‘직접 커스터마이징한 메카를 직접 제어하여 자유롭게 움직이는’ 컨셉을 살리고, 여기에 소울 시리즈에서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를 부어 넣은 것이 AC6다. 인간이 할 수 없는 형태의 확장된 액션을 가능케 하는 메카를 테마로 게임을 만드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 AC6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 미야자키 히데타카 대표, 2022년 12월 14일 IGN과 인터뷰 中
AC6의 디렉터는 세키로의 리드 디자이너였던 야마무라 마사루가 맡게 됐다. 미야자키 히데타카 대표는 AC6 초기 단계에서의 컨셉과 디자인, 아트 부분에 방향성을 제시한 뒤 지휘봉을 야마무라 마사루 디렉터에게 위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AC6는 루비콘이라는 행성의 황폐한 세상을 배경으로 사람과 메카의 함께 그려내는 드라마를 다룬 완전히 새로운 신작이다. 프롬 소프트웨어가 여러 작품들을 통해 보여주었던 어두운 세계관, 많은 것을 이야기해주지 않고 게임 플레이 중심으로 전개되는 스토리텔링, 그리고 충실한 액션의 재미라는 고유의 특성들이 고스란히 담긴 타이틀이 될 예정이다.
AC6 공개 이후에 진행된 IGN과의 인터뷰에서 야마무라 마사루 디렉터는 “멀티 플레이 중심으로 진행됐던 5세대 AC보다 더 이전으로 돌아가 미션과 싱글 플레이 중심의 게임 스타일을 추구했다”며, “미션 클리어를 통해 더 비싼 파츠를 구입하고, 미션의 내용에 맞춰 기체를 커스터마이징하는 아머드 코어 시리즈 특유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2023년에 출시되리라는 것 외에 아직 공개된 정보가 많지는 않지만, 정통 메카닉 액션 게임을 손꼽아 기다려왔던 유저들에게 있어 AC6의 발매 소식은 그야말로 가문 땅에 단비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현세대 콘솔인 PS5와 Xbox 시리즈 X/S, PS4와 Xbox One은 물론, 시리즈 최초로 PC 플랫폼을 통해 동시 발매될 예정이므로, 더이상 아머드 코어가 뭐냐고 묻는 이들에게 답하기 위해 엄한 대체재를 권하거나, 먼지를 뒤집어쓴 오래된 콘솔을 뒤적거릴 필요가 없어졌다.
중요한 것은 AC6가 ‘좋아하는 이들만 좋아하는 호불호가 극명한 게임’에서 벗어나 더욱 대중적인 작품이 될 수 있을지의 여부다. 이미 여러 소울 시리즈와 ‘2022년 최고의 게임’으로 손꼽히는 명작 엘든 링으로 자신들의 역량을 증명한 프롬 소프트웨어이나, 이전까지의 아머드 코어로는 장르와 소재의 한계를 넘기 힘들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프롬 소프트웨어가 오랜 세월 품속에 간직해온 아머드 코어라는 IP가 지난 10년 동안 새롭게 쌓아온 개발 노하우를 만나 AC6에 이르러 꽃을 피울 수 있게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드디어 현세대 콘솔로 아머드 코어를 플레이할 수 있게 됐다”라며 새로운 명작의 탄생을 축하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클 것인지, “이런 것을 만들 시간이 있었다면 엘든 링2나 다크소울4를 만들지”라며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클 것인지, 그 결과는 다가오는 2023년 내에 분명해질 예정이다.
출처: 인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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