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휠게임즈를 공동창업한 조용민 공동대표 겸 PD, 서용수 공동대표 겸 CAD(최고아트책임자)는 펄어비스 출신이다. 서용수 CAD의 아트는 검은사막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조용민 대표는 ‘검은사막 모바일’이 2018년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대상 및 6관왕에 올랐을 때 총괄PD이다.
조용민 대표와 서용수 CAD의 레드휠게임즈는 안양 내 작은 사무실을 마련해 둥지를 틀었다. 깔끔한 인테리어를 보고 공을 많이 들였다고 하자, 조용민 대표는 전에 입주했던 교육 회사의 물건을 이어받아 쓴다고 멋쩍어했다. 간판 외에는 사업 초기 비용을 아끼려 한 흔적들이 보였다. 30여 명이 근무할 수 있는 사무실에는 10여 명의 개발자가 초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모니터를 들여다보는 개발자에게서 만만치 않은 내공이 느껴졌다. 작은 회의실 정도 돼 보이는 곳에는 모션 캡쳐 장비도 있었다. 갖춰진 장비는 장난감 소총 한 개와 다양한 도구들이 있는 상자, 전용 옷 한 벌 정도였다. 조용민 대표가 지냈던 회사 경험이 사무실에 반영된 듯했다.
보통, 잘 나가는 게임사의 개발자가 독립하는 경우는 분명하다. 자신만의 게임을 만들고 싶어서다. 그런 면에서 번듯한 회사를 퇴사했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고, 게임업계에선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전(前) 직장에서 만들고 싶었던 게임이 있었죠. 그런데 전 직장은 상장사이기도 하고, 이미 약속된 게임들이 줄지어 있었어요. 그 게임들이 회사의 하나 된 목소리로 개발되어야 했죠. 그런 상황에서 뭔가 새로운 걸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꿈틀거렸어요. 그리고 안에서는 그런 게임을 만들지 못하겠다는 생각했었죠. 되돌아보니 그러네요.”
레드휠게임즈란 사명은 조용민 대표가 지었다. 조용민 대표는 사명을 고민할 때, 어렸을 적 놀이공원에서 즐겼던 기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대관람차를 떠올렸다. 그리고 인상 깊은 색인 빨간색(red)을 합쳐 레드휠게임즈로 지었다. 즐거운 공간에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게임을 만들겠단 의미가 담겼다. 로고 역시 대관람차를 형상화해 동그라미(○)와 세모(△)를 합쳤다.
조용민 대표와 함께 서용수 CAD가 레드휠게임즈 공동대표에 이름을 올렸다. 잠깐이나마 서용수 CAD는 ‘백수’ 시절에 1인 개발 작품을 익명으로 인벤에 소개한 적이 있다. 조용민 대표는 어떻게 서용수 CAD와 함께하게 되었는지에 “서로의 매력에 빠졌다”라고 말했다.
“용수 님이 전 직장을 그만두고, 제주도에 가 2개월 정도 쉬었죠. 그러다 더 이상 쉴 수 없을 정도로 쉬고 나서야 혼자 개발을 시작했다고 해요. 작업을 하다 윤곽이 어느 정도 나오니 외부 반응이 궁금해졌고, 그렇게 인벤에 투고했다 하더라고요.
그즈음에 저는 구상 중이던 모바일 게임의 아트를 고민하고 있었어요. 고민하던 와중에 용수 님이 혼자 게임을 만들고 있단 소식을 접했죠. 그러다 용수 님에게 만나서 얘기하고 싶다고 했었어요.
용수 님은 1인 개발로 만들던 것을 완성하기 위해 소규모 팀을 꾸릴 생각을 하고 있었죠. 그때 게임 개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제가 만들고 싶은 것과 같이 만들면 시너지가 날 거로 생각했어요. 그래서 개발적인 부분이든, 사업적인 부분이든 같이 하자고 했죠. 결국에는 그때 대화하며 서로의 매력에 빠졌던 거 같아요.”
레드휠게임즈의 ‘TTT’와 ‘그레이’
레드휠게임즈는 ‘프로젝트 TTT'(이하 TTT)와 ‘프로젝트 그레이(GRAY)'(이하 그레이)를 개발 중이다. 이전에 여러 프로토타입이 있었는데, 두 프로젝트가 낙점됐다. TTT는 조용민 대표가 제안한 게임, 그레이는 서용수 CAD가 시작한 프로젝트다.
조용민 대표는 TTT 소개를 조심스러워했다. 아무래도 초기 개발사의 핵심 프로젝트여서 소재 공개는 나중으로 미뤘다. 소재를 제외하고 조용민 대표가 소개한 TTT는 PC 플랫폼 기반 TPS(3인칭 슈팅) 장르다.
“TTT는 ‘오버워치’나 ‘배틀그라운드’처럼 단판성 게임, 10분에서 20분 정도 서로 싸우는(PVP) 게임입니다. 전투를 이루는 ‘룰’이 특별하죠. 예를 들어 ‘배틀그라운드’ 같은 경우 자기장이 줄어들면서 전투를 강화하는 게 핵심 규칙인데요. 유저를 끌어들일 새로운 핵심 규칙을 찾아낸 거 같습니다. 그걸 기반으로 잘되면, 멀티버스 형태로 다양한 세계에 있는 캐릭터들이 모여 싸우는 게임을 구상하고 있어요.”
TTT가 무엇의 약자인지에 대해 조용민 대표는 말을 아꼈다. 조용민 대표가 얘기한 핵심 규칙이 TTT의 약자여서다. 그는 유저들이 TTT의 약자가 무엇인지 유추해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일 거로 기대했다. TTT는 우선 PC 게임으로 개발된 뒤 콘솔로 이식될 계획이다. 조용민 대표는 해당 프랜차이즈가 성공했을 때 모바일 버전 개발을 고려한다.
조용민 대표는 서용수 CAD가 합류했기에 TTT를 개발한다고 밝혔다. 그는 “만들면 무조건 성공할 기획은 없다고 봐요. 오랫동안 생각한 게임 아이디어이지만, 용수 님의 아트가 없었다면 TTT 개발은 시작하지 않았을 겁니다. 용수 님의 아트와 우리의 상황, 시장 환경이 맞아떨어진다고 판단했어요”라고 말했다.
현재 많은 대형 게임사가 슈팅 장르에 뛰어들고 있다. 조용민 대표는 그들과 경쟁해 살아남겠단 마인드보다, 그들만의 질문을 시장에 던졌을 때 충분한 의미가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그레이는 외계인에 항쟁해, 독립을 쟁취하는 컨셉을 가지고 있다. 인디언처럼 보이는 캐릭터가 특징이다.
▲ 서용수 CAD가 혼자 만든 ‘그레이’ 프로토타입
“그레이는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같은 느낌의 오픈월드 장르입니다. 오픈월드 게임도 여러 갈래가 있는데, ‘레드 데드 리뎀션2’처럼 내러티브를 강하게 푸는 형태는 아니에요. 내러티브는 ‘야숨’의 ‘공주를 구하라’처럼 심플하게 갑니다. 그레이에 등장하는 우주선이 ‘젤다’에 있는 사당 역할을 하죠. 우주선마다의 퍼즐을 풀고, 보스도 잡는 게임이에요.”
왜 프로젝트 이름을 그레이로 지었는지 물음에 조용민 대표는 “용수 님이 색깔로 프로젝트명을 짓는 걸 좋아하더라고요”라고 답했다. 감정이 없어 보이고, 건조한 느낌의 회색(gray)이 해당 프로젝트에 어울린단 설명이다.
그레이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프로젝트를 시작한 서용수 CAD는 그동안 중세 배경, 갑옷을 입은 캐릭터를 주로 그려왔다. 직장을 그만둔 서용수 CAD는 ‘이제 다른 것도 좀 그려보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었고, 그렇게 그레이는 미래 배경의 SF 컨셉의 아트가 주를 이루게 됐다. 조용민 대표는 “외계인과 싸우는 인디언이란 컨셉에 흥미를 느끼더라고요”라며 “기존에 없던 느낌을 주고 싶어 하니까, 낯설지만 괜찮은 작품이 나올 겁니다”라고 전했다.
기본적으로 그레이는 싱글 플레이 게임이다. 여기에 특정 미션은 복수의 유저가 온라인에서 같이 깨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또한, 오픈월드의 필드 플레이를 어떻게 한 걸음 더 발전시킬지도 현재 과제다. 조용민 대표는 “용수 님은 그레이를 담백한 오픈월드 게임으로 만들고 싶어 해요”라고 소개했다.
게임 그레이는 프로토타입 기준 ‘아시르마’라는 행성에 ‘그레이’라는 고도화된 외계문명이 나타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아시르마의 원주민 ‘갈로소’로 그레이의 우호적인 도움을 통해 특수 능력을 얻게 되지만 교류 아래 감춰진 내막을 알아차린 후 그들을 몰아내기 위한 사투를 벌이게 된다. 게임의 차별화된 특징은 갈로소의 오른팔에 깃든 특수 능력을 활용하여 그레이들의 수많은 우주선을 공략하고 아시르마 행성의 유적을 탐험하여 비밀을 파헤쳐야 한다는 점이다.
조용민 대표는 TTT 출시일을 2023년 말에서 2024년 초, 그레이는 TTT 출시 후 2년 내로 예상했다. 그는 “두 게임을 동시 개발하는 것은 아니지만, TTT 핵심 기능을 만들면 그레이 핵심 기능이 되는 형태로 개발하고 있어요. 두 게임 모두 슈팅 액션 등 핵심 시스템을 공유해서 공동 개발 형태로 가고 있습니다”라고 소개했다.
TTT는 레드휠게임즈가 만들 세계관 중심에 있다. 조용민 대표는 “TTT는 많은 소재를 붙이고 확장하기 좋은 세계관이에요. 그레이는 TTT의 크로스 오버된 세계관으로 붙일 수 있죠. 이 설정은 거의 확정이고요. TTT가 성공한다면, 많은 유저가 TTT의 세계관 확장을 원하실 거로 예상합니다. 이 부분은 저희 바람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앞으로 유저가 원하는 콘텐츠를 빨리빨리, 잘 만드는 회사로 만들고 싶습니다. 그게 당연히 회사가 해야 하는 역할이라 생각하고요”라고 전했다.
조용민 대표는 TTT 설정을 블리자드의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과 비교해 설명했다. ‘히오스’가 이미 완성된 세계관과 캐릭터를 하나의 플랫폼에 모은 것이라면, TTT는 처음부터 중심되어 그 자체가 확장한다는 설정이다. 그는 “모은다 보다는 확장한다는 느낌이 맞아요”라고 설명했다.
“갈증을 느끼는 개발자, 레드휠게임즈로”
레드휠게임즈는 얼마 전 사업자 등록증을 냈고, 10여 명의 개발자가 초기 멤버로 합류해 있다. 초기 멤버는 조용민 대표와 서용수 CAD와 호흡을 맞춰 본 실력자들이다. TTT 완성 시점에 레드휠게임즈 인력은 30여 명, 그레이 완성 때에는 50여 명으로 예상됐다.
“최근 VC(벤처 캐피탈)로부터 투자 제의도 많이 오고 있어요. 그런데 저희는 단순히 개발비를 확보한다는 개념보다는 서로 어떤 합을 맞출 수 있을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직 확정된 투자는 없지만, 논의 단계가 끝나면 좋은 소식을 알려드릴 수 있을 거 같아요.”
조용민 대표는 이제 월급을 받는 처지에서 주는 처지가 됐다. 어떤 변화를 느꼈는지 궁금했다.
“저는 여전히 기획자입니다. 본질은 바뀌지 않았어요. 다만, 게임사에서 비개발인력 분들의 역할을 가슴으로 이해하게 됐어요. 노무, 세무, 법무 업무라든지, 계약서를 살펴본다든지, 배선을 깐다든지, 하다못해 전자결재 시스템을 이용하며 느껴요. 이런 업무를 다 하려니… 재미는 있거든요. 재미는 있는데, 옛날에 같이 일했던 분들이 생각나더라고요. 그분들이 당시에 어떤 고민을 했었을지 그동안 머리로는 이해한다고 생각했어요. 가슴으로 느끼는 건 또 다르네요.”
게임사 대표로서 ‘돈을 버는 게임’과 ‘만들고 싶은 게임’ 사이에서 고민이 있을 수 있다. 구글플레이 매출 상위권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 돈을 버는 게임은 정답이 정해진 편이다. 개발자가 만들고 싶은 게임이 있어도, 회사가 매출 걱정을 하면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레드휠게임즈는 도전을 이어가기로 했다.
“게임 개발은 20년 정도, 프로로 활동한 지는 12년 정도 된 듯한데요. 그동안 제가 경험한 것은… 창의성을 갖추면 돈을 못 벌고, 돈을 벌려면 기존을 답습해야 한다는 생각은 도망치는 거로 생각해요. 분명히 창의적이면서도 대중한테 사랑받고, 게임사도 의미 있는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기회가 언제나 있습니다. 그 지점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약간… 반발만 앞서가는 게 좋다고 봅니다. 대중에게 익숙한 인터페이스에 참신한 소재로 지금까지 없었던 경험을 충분히 제공한다면, 게임사와 유저가 서로 만족하는 뭔가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게 정답은 아니겠지만, 그 지점을 찾으려는 게 레드휠게임즈입니다.”
조용민 대표가 염두에 두는 현재 게임의 특징은 ‘감정의 희석’이다. 모바일은 접근성은 좋지만, 그래픽과 연출, 사운드 등 요소가 희석된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디스코드와 같은 앱은 여러 사람과 함께 플레이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게임 자체가 제공하는 사운드는 듣기 힘들어져 게임사가 의도한 몰입을 어렵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사는 점차 자극적인 비주얼과 과격한 BM을 넣게 되어 몰입을 유도한다는 설명이다. 조용민 대표는 레드휠게임즈가 감정의 희석을 이겨내는 게임사가 되길 바랐다.
파트너사와의 협업은 고민하는 중이다. TTT 경우 스팀(steam) 출시를 우선 생각하기에 자체 서비스가 가능하다. 다만 그레이는 볼륨이 커서 전문 서비스사가 있다면 확실히 도움받을 여지가 많다. 레드휠게임즈는 개발사로서의 자신감은 있지만, 글로벌 운영에 있어서는 역량이 아직 부족할 수 있다. 조용민 대표는 “게임의 몸집을 키울 수 있는 파트너사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개발주도권을 유지하며 게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는 파트너사가 나타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사보다 게임이 잘되는 방향으로 고민하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조용민 대표는 서용수 CAD의 말을 인용해 소개했다.
“분리해 생각하라고 했어요. 레드휠게임즈라는 회사는 게임을 개발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고, 우리가 하는 일은 바뀌지 않는다고요. 그래서 ‘사업한다’라는 말을 사실 좋아하진 않아요. 그냥 하던 일을 계속하는 거고, 숨 쉬듯 개발하는 거니까요.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한 주체는 게임인 거죠. 회사가 아니라.”
조용민 대표는 우선 회사가 콤팩트하게 적은 인력이 집중해 게임 개발을 재밌게 하길 바랐다. 그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이 사랑하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요. 제가 고등학생 시절 컴퓨터실에서 게임을 만들어 친구들에게 보여주면, 친구들이 재밌게 해줬거든요. 친구들이 원하는 캐릭터도 만들어보고요. 그때 게임 개발자로서 너무 행복했어요. 그때처럼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내가 만든 작품에 대해 자랑스러워하길 바라요”라고 말했다.
레드휠게임즈는 계속해 개발자를 모집 중이다. 인재상에 대해 조용민 대표는 “글로벌하게 색다른 게임, 그러면서도 멋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어요. 그런 의지와 준비가 되어있다면 문을 두드려주세요”라며 “지금 만들고 있는 게임 모두 글로벌을 지향하니, 이런 부분에서 ‘갈증’이 있었거나, 게임성에 대해 치열하게 논의하고 싶은 분들을 기다립니다”라고 설명했다.
출처: 인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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