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토피아 세계관을 바탕으로 어두운 분위기의, 독특한 게임을 만들어내는 개발사 ‘프로젝트문’이 마침내 올해 신작을 내놨다. 여전히 어두운 분위기를 지향하고, 잔혹함과 그로테스크함이 주를 이루는 게임. 시작부터 머리가 없는 주인공에, 케첩부터 되어 버리는 소중한 동료들과 만나 이어지는 죄악 공명 잔혹 RPG. 컨셉과 스타일, 분위기는 정말 유니크하다고 할 정도로 강렬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그 매력을 완벽히 보조하여 더욱 빛나는 게임이라곤 할 수 없었지만, 나름대로 고쳐나간다면 이만한 게임도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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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세계관과 캐릭터,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연출과 사운드
플레이어 ‘단테’는 일련의 사고로 머리(HEAD)를 잃고, 시계로 대체된 존재다. 염원을 이루기 직전 난입한 이들로 인해 기억과 힘을 잃은 상태에서 ‘림버스 컴퍼니’에 권유되어 관리자로서 수감자들을 관리하고, 최종적으로 자신의 염원을 이루기 위해 수감자들과 함께 하게 된다. 머리와 정보 및 정체성까지 잃은 혼란한 상황에서, 문제아들인 수감자들과 같이 ‘메피스토펠레스’라는 버스에 타고 여러 가지 사건을 겪으며 현 시점에 큰 영향을 줄 L사의 산물인 ‘황금가지’를 모으는 길에 나서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현재까지 구성된 3장의 스토리는 장마다 수감자들의 과거와 사건이 얽힌 스테이지로 구성된다. 이를 통해서 단테는 림버스 컴퍼니의 정체성의 일부를 알아가고, 대척점에 서 있는 적들을 만나게 되며 수감자들의 성격과 개성을 계속해서 볼 수 있다. 각 수감자들은 관리자인 단테와 연결되어, 시계가 째깍거리는 소리 밖에 낼 수 없는 단테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또한, 수감자들이 사망해도 단테는 시간을 돌려서 그들의 고통을 느낀 뒤 부활/회복을 시킬 수 있는 배경을 갖게 된다.
이러한 세계관은 그동안 프로젝트 문이 만든 게임들의 큰 세계관과 이어진다. 등장하는 열 두 명의 수감자들과 단테로 이루어진 팀 자체는 매력적인 ‘요소’들이 있는 캐릭터 구성이라는 점은 맞다. 그리고 동행하는 안내자 베르길리우스와 카론 역시 저마다 개성을 갖고 있고, 또한 같은 세계관의 다른 작품과의 연결고리도 여기저기 산재해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문제는 바로 이 점이다. 워낙에 다른 세계관과의 연결고리가 워낙에 두터운 탓에, 림버스 컴퍼니에 막 진입한 유저들은 "대체 저게 뭔소리야?"라고 할 법한 수없이 많은 떡밥과 요소들이 풀어진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설명은 없다. 캐릭터들이 겪는 사건들과 L사, W사와 여러가지 용어들이 난무하는 정보를 쉽사리 정리할 수가 없어 혼란이 가중된다.
프로젝트 문의 작품들을 꾸준히 플레이해보고, 깊은 이해도가 있는 유저라면 오히려 즐거울 요소들이기도 할 법하다. 그렇지만 모바일 게임으로, 좀 더 대중적으로 다가가기 위한 여러가지 연결고리 중 가장 크게 매력적으로 보여야 할 부분이 어긋났다고 해야 할까. 프로젝트 문이 만들어둔 파멸적이고 혼돈스러운 세계관은 정말 매력적이지만, 막 이를 찍어 먹는 유저들에게는 "이게 대체 무슨 맛이야?" 하는 의문을 남길 가능성이 높다.
플레이어가 점차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서 겪게 되는 사건들도 어찌 보면 일관된다. 실패하거나 운좋게 성공하더라도 결과적으로 플레이어는 붉은 시선의 위-대한 안내자 베르길리우스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기 일쑤다. 3장부터는 보다 답답하고 짜증이 났는지 붉은 시선의 전설적인 해결사도 어느정도 나서서 시끄러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기는 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단테와 수감자들이 ‘성장하고 있다’라는 느낌을 받고 보람을 느끼거나 하기엔 여전히 비극적이고 절망적인 느낌이 강하다.
이를 나쁘다고 하는 것이 아니고,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독특한 매력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애초에 이렇게 혼돈과 파멸, 꿈도 희망도 없는 피폐한 디스토피아적 세계와 스토리속에서 캐릭터들이 부각되는 걸 좋아하는 유저들에게는 이만한 진수성찬도 없다. 게다가 성우들의 연기는 훌륭하고, 나름대로 스토리의 연출도 강렬하면서 매력적인 아트로 구성되어 있어서 이 부분은 확실히 ‘매력 포인트’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 역시 캐릭터와 세계관, 아트, 성우들의 연기는 사람을 끌어당길만한 마력이 있다고 느꼈으니까. 그렇지만 대중적으로 먹힐 만한 소재라고 하기는 좀 애매하지 않을까.
또한 매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때 등장하는 엔딩곡, 그리고 각종 사운드는 스튜디오EIM이 맡은 만큼 훌륭한 퀄리티를 보장한다. 유혈이 낭자하지만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전투와 연출, 그러면서도 급격하게 무거워진 분위기에 어울리는 음악들과 성우들의 연기, 아트 연출 자체는 매우 훌륭하다. 그 자체로 ‘림버스 컴퍼니’라는 어두운 세계를 그려내기는 최적화됐다.
가장 큰 포인트는 열 두명의 수감자들이 아닐까 싶다. 제각각 수감자들은 나름 정상인 면모를 갖고 있지만 벌레의 육체를 이식받았거나, 다혈질이면서 입도 행동도 폭력적인 이도 있고 별 쓸데없는 소리를 자꾸 하는 이도 있다. 앞뒤 가리지 않는데 폭력적인 정의 바보도 있고, 침착한 면모를 보이고 말수도 적은 이들도 있고 냉소적인 이도 있다. 그리고 착실히 주인공인 단테를 존중하는 이까지.
그나마 이 중 그레고르의 사고는 정상에 가까운 느낌이 들지만, 전체적인 수감자들은 대부분 폭력적인 면모를 어느정도(때론 심하게) 갖고 있고 감정적으로 결여된 부분이 분명히 존재하는 듯 해보인다. 이른바 ‘문제아’들이 모인 외인구단의 성격이 강하고 그만큼 사건과 행동에 수감자들의 개성이 드러난다. 본 게임에서 언급하는 ‘다듬지 않은 원석’들이 구성된 팀. 당연히 이런 구성원들이 성장하면서 겪게되는 스토리는 매력적으로 다가올 요소가 다분하다. 다듬지 않은 원석이 깨질지, 빛나는 보석이 될지 지켜보는 건 수세기에 걸쳐서도 인류가 선호해온 소재고 언제봐도 질리지 않으니까.
시작부터 그럴듯하고 뭔가 있어 보이는 척 등장했지만 그대로 피떡 곤죽이 되어버리는 수감자들을 보고 기대를 많이 했었다. 그런데 3스테이지까지 클리어하면서 느낀 건 좀 달랐다. 성장해나가는 모습보다는 그냥 “이캐릭터는 이런 일이 있었어요”하고 알려주기만 하고, 결국 토마토 케첩이 되어버린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뚜렷한 해결점 없이, 캐릭터들의 개성만 강조하려다가 큰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고 비극적인 이야기들만 보여주는 느낌.
제일 큰 문제는 인지가 아닐까. 향후 얻게 되는 인격들에도 캐릭터들의 이름이 표기되어 있지 않아서, 수감자들의 이름이 잘 기억되지 않는다. 수감자마다 있는 ‘문장’을 핵심으로 삼은듯하지만, 초보들은 결국 이름조차 “어어…얘 이름이 뭐지?”하고 넘어가기 일쑤일 것 같다. 매력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기억하고 싶은데 낯선 정보가 확실하게 고정되지 않아 기억하기 쉽지 않다.
이는 수감자들의 개성이 심각하게 튀어나오면서, 이를 조명해줄 사건들이 아직은 부족해서 생기는 현상이기도 하다. 스토리상 수감자 하나를 크게 조명하거나, 답답한 고구마를 먹게 하는 문제아가 아닌 이상 쉽사리 뇌리에 박히지 못할 것 같다. 그래서 차라리 시나리오 혹은 도감과 같은 다른 방식으로 유저들이 이해할 수 있는 루트를 만들어주는게 좋지 않을까 한다.
불친절하고 복잡한, 게다가 운에 의지하는 전투
림버스 컴퍼니의 또 다른,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전투 시스템이다. 이 게임의 수감자들을 저마다 스킬(공격 수단)을 갖고 있고, 이러한 스킬에는 여러 가지 속성이 존재한다. 스킬의 값을 결정하는 주사위가 기본이고, 참격-타격-관통으로 나누어진 공격 유형(물리속성), 그리고 7대죄를 상징하는 일곱 개의 죄악 속성이 존재한다. 최종 대미지는 대상의 공격 유형과, 죄악 속성 내성에 따라서 결정되는 셈.
매 턴 수감자들은 인격에 부여된 속도 값 범위 중 하나를 받고, 이때 나온 속도 값이 가장 큰 수감자부터 행동하게 된다.이를 토대로 결정된 진형에 따라서 공격을 받거나 적의 공격을 가로챌 수 있는 행동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공격 대상이 결정되면, 각 캐릭터는 알아서 행동하는데 이 결정 자체를 화면 하단에서 체인식(일반전투), 혹은 지정(환상체 전투)으로 결정해줄 수 있다.
이때 아군의 공격과 적의 공격이 맞붙게 되면 ‘합’이 발생한다. 스킬 고유값인 주사위에 따라서 합의 승패가 결정되며, 주사위의 고유값은 최종적으로 한 차례 더 ‘코인토스’를 통해 결정된다. 합에서 승리하면 상대방의 코인이 사라지고, 코인이 모두 없어지면 더는 합을 겨루지 않고 공격이 진행된다. 이는 아군, 적군 모두 동일하며 스킬에 따라서 가진 코인 개수도 다르다.
여기서 또 추가되는 요소가 있는데, 캐릭터가 행동하지 않았다면 다음 턴부터는 추가적으로 2회 행동을 하게 된다. 그래서 점차 턴수가 증가하면서 플레이어가 사용하는 스킬이 늘어나고, 캐릭터의 스킬은 모두 소비해야 다시 리셋되어서 사용할 수 있는 구조다. 또한 전투에 참여하는 캐릭터들 HP가 일정 이하가 되면 ‘흐트러짐’이 발생한다.
흐트러짐 상태에서는 행동을 할 수 없고, 적의 공격에 큰 피해를 받기 때문에 이러한 흐트러짐 상태가 되지 않도록 스킬에 대해 잘 조율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요에 따라서는 스킬을 사용하면서 모인 자원을 이용해 E.G.O를 활용해서 주사위 값을 압도하거나, 방어 행동(반격, 방어, 회피)으로 변경하여 적의 공격을 흘려야 한다. 대신 방어 행동을 하게 되면 그만큼 상성 우위 자체가 바뀔 가능성이 크다.
솔직히 이렇게 설명해도 이해를 하기 힘든데, 설상가상으로 인격마다 갖고 있는 스킬에는 각 7대죄 속성과 연결되는 특수한 상태이상이 발생한다. 침잠, 호흡, 화상, 출혈, 충전 등등 각 스킬마다 독특한 컨셉의 상태이상 혹은 스택이 있고 이에 따라서 스킬의 효과가 바뀌기도 한다. 여기까지 고민을 해야 ‘림버스 컴퍼니’의 전투의 기본을 이해했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다 이해한다고 해서 100% 전투의 결과값을 예측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스킬마다 갖고 있는 고유 값에 따라서 합의 승리가 결정되는데, 이 주사위 값은 랜덤이며 추가로 ‘코인’의 보정 따라서 승패와 위력이 갈린다. 그래서 스킬 안내창에 ‘매우 우세’라고 해도 완벽하게 최소값이 상대 스킬의 최댓값보다 코인 예상치까지 고려한 수보다 높지 않은 이상은 합에서 패배할 확률이 꽤 존재하고 실제로도 자주 일어난다.
세 개의 공격 속성, 일곱개의 스킬 속성과 내성(상성), 캐릭터의 속도, 상태이상 및 스택, E.G.O효과, 자원 수급, 방어 행동의 여파까지 고민하고 판단하고도 결국 주사위 값과 코인 토스로 승패가 결정되다 보니 이 게임의 전투 매커니즘 자체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여차하여 잘못된 판단으로 흐트러짐 상태가 발생하면, 해당 캐릭터는 움직이지 못하면 그나마 양반이다. 흐트러짐 상태는 가장 빠른속도로 인식되어 진형 맨앞으로 가다보니 공격을 가로채기가 쉽지 않고 결국 피떡이 될 때까지 흠씬 두들겨 맞기 일쑤다.
그래서 전투를 판단하는 고민이 심각하게 필요한 게임이고, 덱 구성과 적 구성을 잘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게임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림버스 컴퍼니의 가장 안타까운 점은 바로 불친절한 게임이라는 것. 이러한 시스템에 대한 설명은 속성 강의로 넘어가고, 인게임에서 확인하려면 전투까지 직접 들어가서 확인해야 한다.
전투에 관여하는 요소가 지나치다고 할 정도로 많고 복잡한데 UX와 UI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형태다. 그래서인지 프로젝트문 게임을 열심히 했던 주변 지인들도 잘 이해하지 못해서 게임을 그만두거나 생각하는 걸 멈췄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들었다.
룰은 복잡하지만, 오히려 다른 요소들은 괜찮다. 캐릭터들의 움직임과 연출 자체도 절도있는 움직임을 연출하려고 노력한 부분이 보이며, 인격 성장에 따라서 컷인 연출이 등장하여 심심하지 않다. 스킬 사운드와 이펙트 사운드도 시원시원하고 찰싹 귀에 달라붙어 느낌이 좋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전작의 요소들을 섞어서 새롭게 만들어낸 전투 시스템의 룰이 너무 복잡한 것이 문제인 것 같다. 룰 자체를 짜임새 있게 구성하고 유기적으로 연결한 시도는 좋았으나, 그 결과로 플레이어라 직접 개입하는 요소가 크게 적어졌다. 제어할 수 없는 변수가 적지 않은데, 이러한 변수를 최소화하고 싶어도 인 게임상 UX, UI가 도와주지 않는다. 결국, 정보가 한정된 상태에서 제어 불가능한 변수들로 이뤄진 전투를 경험한 플레이어의 불쾌감이 극대화된 느낌이다.
더 나아가 보자면 게임 내에서 사용되는 용어들도 실질적으로는 대체가 가능한 것들이 많긴 하다. 스태미나, 캐릭터, 스킨 등등… 이를 사용하지 않은 건 정보의 혼선을 가중시키지만 나름대로 장점도 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던 용어들이 아니기에 익숙해지기는 좀 걸리지만 그만큼 낯설고 독특하기에 그저 ‘똑같은 게임이다’라는 팻말은 절대 안 붙는 확실한 정체성이 자리 잡았으니까.
발목잡는 성장과 재화 수급, 편의 기능의 부족함
이렇게 둘러보면 림버스 컴퍼니의 각 요소는 확실한 개성을 강조하다 폭주한 느낌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스타일리시하고 느낌을 잡으려던 UI는 제대로 정보를 정돈하지 못했고, 스토리를 비롯한 요소들은 좋았으나 크게 호불호가 갈릴 요소들이 있었다. 전투의 복잡한 룰 자체는 짜임새 있게 마련됐다고 볼 수 있으나, 결국 플레이어가 제어할 수 없는 요소들이 많아지고 이를 UI가 깔끔하게 보여주지 못해 이해를 방해하여 UX도 나빠진 셈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림버스 컴퍼니는 전투에 관여하는 요소가 다양하다. 그래서 오히려 성장에 대한 느낌이 다소 약하고, 상성이 크게 두드러진 것과 더불어 랜덤 요소들이 상상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상황이 잦다. 결국 12명의 수감자들의 인격들을 잘 성장시키고, 이를 잘 조합하는 게 권장되는 형태로 가버렸는데….
문제는 여기서 또 생긴다. 인격들의 성장 자체는 초반에는 어렵지 않으나, 2장을 마무리하고 현 시점의 최종장인 3장에 돌입하는 시점 혹은 그 직전부터 썩 순탄치 않다. 수감자들은 ‘인격’별로 성장이 가능한데, 인격은 레벨과 함께 동기화를 단계를 높일 수 있다. 동기화 단계는 캐릭터의 스테이터스 중 속도가 증가하기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고, 액티브 스킬이 추가/강화되거나 패시브 스킬이 활성화되어 체감이 크다.
문제는 이 인격 동기화에 사용되는 ‘끈’이라는 재화인데, 이 끈은 현재로서는 게임 패스의 보상을 제외하면 뽑기만이 수급처다. 기본 인격은 동기화가 스테이지를 진행하면서 자동으로 진행되는 편이라 문제없지만 등급이 높은 인격들은 이게 참 만만치가 않다. 레벨을 크게 올리는 것 보다, 실질적으로 동기화가 진행되는 부분이 가장 크게 성장 체감이 되는 부분. 그런데 또 이게 불협화음이 있다. 좋은 E.G.O를 갖고 있거나 좋은 인격을 갖고 있어도, 그 둘이 수급하는 자원이 맞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 덱 구성에 골머리를 또 앓게 된다.
또한 2장 이후 열리는 ‘거울 세게’가 본격적인 파밍 콘텐츠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부분이 상당히 피곤하다. 로그라이크로 진행되는 던전에서 초기 3인 방 이후 최대 5인까지 사용해서 클리어하는 던전이고, 레벨은 고정되지만 인격 동기화와 E.G.O는 선택할 수 있다. 주요 보상으로는 현재 경험치 카드가 주어지는데, 패스 한정 주간 보상으로 추가로 캐릭터 자아 파편이 주어진다. 이게 ‘끈’으로 교환할 수 있는 주요 재화다.
그렇지만 패스는 주간 5회로 한정되고, 선택 상자는 3개, 랜덤상자는 5개지만 주어지는 개수는 1~3개로 랜덤. 파편은 자판기에서 판매 중인 인격 혹은 E.G.O로도 교환할 수 있지만 끈 재화가 없기에 결과적으로는 선택을 해야 한다. 사실상 선택적인 재화이기에 무엇인가를 포기해야 하는 한정적인 재화인데 수급량도 매우 적다.
설상가상으로 거울 세계는 파밍용 던전이지만, 3층에 이르러서는 난이도가 절대 쉽지 않다. 몇 번이고 도전할 수 있지만 2,3층부터는 첫 스테이지는 결국 구성원 중 한 명은 레벨이 낮은 상태로 접근하게 되고, 이 타이밍에 큰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어서 향후 운영이 마냥 쉬운 건 아니다. 게다가 마지막 보스의 난도도 매우 높은 편이다. 기존 스테이지의 등장 적들을 재활용하다 보니 상성 상 약한 인격체들만 있으면 난항을 맞이하기도 한다.
콘텐츠 구조 자체가 도전적인, 랭킹 혹은 도전형 콘텐츠로 계획되어 있지만, 끊임없이 파밍을 해야 하는 구조. 경험치 카드와 끈을 위해서라도 해야 하는 현시점은 몹시, 끔찍할 만큼 피곤한 던전이다. 사실상 패스 보너스 보상이 없다면 보상이 극도로 줄어들어 더 의미가 없어지는 상황. 입장 재화는 엔케팔린 20을 소모해 제작할 수 있는 엔케팔린 모듈이 들어가고 3개씩 사용되어 입장 가치도 만만치 않은 던전이다. 그나마 1회 무료 입장이 있어서 좀 부담이 덜한 느낌.
이 던전의 피로도가 극심하게 된 이유는, 스킵 기능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거울 던전은 한 번 플레이에 20분이 넘어가는 만만치 않은 시간 소모를 가진 던전인데, 전투의 난해함은 고스란히 남아있다. 결국 인격체의 성장이 가장 중요하고 구조도 길다 보니 최종 파밍을 위해 10회 이상의 전투를 완전 회복 포인트 및 리셋 없이 이어가야 하는 강행군이다. 이벤트를 통해 얻어지는 버프와 인격체 추가, 회복 등 선택적 요소도 적지 않으니…당연히 피로도는 극심하다. 그렇지만 2스테이지 이후부터는 이쪽이 주력 성장용 파밍 던전이다.
개발사도 이 문제를 인지는 한 것 같고, 3월 16일 경험치 채광 던전과 끈 던전, 그리고 거울 던전 보너스의 개편이 예정됐다. 그것도 런칭이 된지 얼마 안된 시점에, 매우 빠르게 로드맵을 통해 공개된 사항이다. 출시 이전부터 인지하지 못했다면 그만큼 모바일 시장에 대해 이해도가 떨어진다고 할 수 있으나 그건 아닌 거 같다. 그보다는 이미 런칭 이전부터 인지한 문제였지만, 출시 일정에 맞춰서 개편하지 못하고 플레이어들이 그대로 나쁜 경험을 하게 됐다는 것으로 보는 것이 맞는 것 같은데…어느 쪽이든 안타까운 결과가 남은 셈이랄까.
특히나 이 구조는 현세대 모바일 게임들의 구조라기보다는, 패키지형 게임의 구조에 가깝다. 그런데 그 재화를 모바일 게임의 BM으로 접목시키고 최소한의 파밍조차 틀어막아 버렸으니… 동기도 부족하고 피로도만 높은데 운에 기대야 하고 시간도 걸리는 끔찍한 파밍 콘텐츠라는 결과를 낳았다. 혹시나 해서 가장 잘 된 던전 진행 속도를 보니 ‘승률▲’만 눌러서 깬 거울 던전도 30분 넘게 걸려서 혀를 내둘렀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캐시 재화를 획득할 수 있는 EX 클리어 조건도 스테이지 수마다 달라야 할 것 같아보이는데 모두 똑같이 10턴 이내 클리어라 때로는 불합리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림버스 컴퍼니는 다시 돌아보면 생각할 것도 많고, 볼 거리도 많은 게임이라는 정체성이 강하다. 이런 게임들이 절대로 놓쳐서는 안될 부분은 바로 편의성, UX라고 봐야 한다. 많은 정보를 깔끔하게 정돈해야 했고, 이를 토대로 유저들에게 제한된 정보라 할지라도 플레이어가 편의적으로 정보를 정리하여 습득할 수 있게 해야 했었다. 그렇지 않다면, 패키지 게임으로 머무르는 게 맞았을지 모르겠다. 이런 부분을 간혹 인디 감성으로 이해를 바라는 게임들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가릴 수 없는 그저 불편함과 불친절함으로 평가됐다.
그렇지만 림버스 컴퍼니는 모바일 게임으로, 과금 구조와 콘텐츠 형태를 잡았다. 세계관과 캐릭터 설정과 프로젝트 문 특유의 테이스티를 양보하지 않은 건 옳은 선택이 될 수 있겠지만, 게임 콘텐츠와 준비성은 그동안의 게임과는 달라져야 했다. 얼리액세스가 아닌, 정식 서비스 시작으로서는 너무 미흡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겠다.
특히나 시작점이 다른 공정성 문제가 짙어질 수밖에 없는 우편 문제는 사과를 했지만 결과적으로 ‘해결 불가’로 대응했다는 점은 이용자들의 신뢰를 크게 떨어뜨리는 일이다.. 안그래도 인격과 E.G.O는 가챠 의존성이 강하다 보니 조금이라도 더 나은 시작을 하려고 리셋마라톤을 끊임없이 했을 상황인데, 이를 묵인하고 넘어간 시점에서 이용자들은 ‘언제 또 이렇게 불합리한 상황을 받아들여야 할 지 모른다’라는 불신과 불안함을 깔고 가게 된다.
개발사가 시작부터 ‘믿음’을 주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고, 공평한 시작점과 공정성이 근본부터 훼손됐다는 점은 무엇으로도 가릴 수 없다. 이는 게임의 완성도와는 별개의, 서비스의 개념으로 시작한 게임에서 게임의 완성도가 아닌, 서비스 품질 자체도 플레이어들이 고민해야 할 요소다. 그래서 다들 운영 정책에 신경을 쓰는데, 이러한 운영 문제는 게이머들의 선택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것이다.
급격한 스테이지 난이도 상승에 따른 콘텐츠 소비 억제는 3장에 이르기도 전에, 2장부터도 플레이어들이 느낄 정도로 급격한 난이도 상승 곡선도 눈에 띈다. 그렇게 부족한 콘텐츠로의 접근과 소비를 막는 건 이미 많은 게임들이 걸어온 길이었지만…이는 장기적으로도 단기적으로도 성공적이지 못했다. 가챠의 가격도 만만치 않은 상태에서 준비된 콘텐츠가 적으니 플레이어들의 불만도 높을 수밖에. 리뷰에 참 쓴 말을 많이 쓰게 돼서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이 지적하게 되는 부분들이다. 눈감고 넘어갈 수 있겠으나 그렇기에는 게임 자체가 현재 너무 아쉽고 미흡한 부분이 많다.
그런 아쉬운 점에 비해서, 림버스 컴퍼니의 세계관과 캐릭터들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물론 이 특유의 분위기와 흐름이 맘에 들지 않는다면 솔직히 말해 이 게임을 플레이할 이유가 단 한 가지도 없다고 생각한다. 훌륭한 사운드 이펙트, 연출, BGM, 엔딩곡과 시나리오 등 장점도 있긴 하다. 누군가에게는 이러한 요소들이 불편하고 짜증나는 점을 이해하고 참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전투, 불친절한 설명, 캐릭터 이름조차 잘 드러나지 않는 UI, 부실한 콘텐츠의 구조적 문제와 꽉 틀어막힌 성장까지 RPG적으로 삼는 요소들을 모두 매력적이라고 하긴 정말 쉽지 않다. 그래도 이런 부분들이 개선된다면 림버스 컴퍼니는 그 자체로 정체성을 뽐내는,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게임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본다.
가장 안타까웠던 건, 프로젝트 문을 정말 좋아하고 열심히 했던 친구가 남긴 ‘원래 프로젝트 문 게임은 출시하고 몇 달 있다가 하는게 좋다’는 말이었다. 시작부터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딥다크하고 디스포티아 감성이 듬뿍 들어가 있는 걸출한 모바일 게임 하나 나오지 않았을까. 그래도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차라리 빠른 시점에 발전해나가며 ‘초반에는 좀 아쉬웠지만 지금은 괜찮은 게임이다’라는 희망적인 유저들의 목소리와 응원을 빨리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출처: 인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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