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 헤드셋, 애플이 만들면 다를까


오큘러스의 설립자인 팔머 럭키(Palmer Luckey)가 자신의 SNS를 통해 “애플의 헤드셋은 정말 좋다(The Apple headset is so good.)”라는 의미심장한 글을 게시했다. 남들 다 따라가는 유행을 뒤늦게 접하고는 에어팟 맥스의 음질이 좋다고 돌려서 말하는 고도의 말장난이 아닌, 애플이 현재 개발 중인 ‘MR 헤드셋’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VR 업계를 대표하는 중심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팔머 럭키가 마치 애플의 신형 헤드셋을 미리 체험해보고 적은 듯한 반응을 전하자, 오랫동안 애플의 신형 기기 발표를 기다려왔던 팬들, 그리고 VR·AR 업계 관계자들은 ‘설마?’라는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별다른 정황 근거가 없어 그의 발언에 주목하지 않는 이들이 더 많았으나, 분위기는 금세 역전됐다. 그의 발언으로부터 딱 3일 후, 미국의 경제지 블룸버그(bloomberg)의 보도를 통해 오는 6월에 개최될 예정인 ‘세계 개발자회의(WWDC2023)’에서 애플의 신형 MR 헤드셋이 발표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에 루머를 통해 처음 언급된 후, 애플의 신형 헤드셋은 줄곧 베일에 싸여 있었다.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머릿속에 떠올린 애플 헤드셋의 상상도를 그림으로 그려내기도 했고, 작은 루머 하나가 공개될 때마다 ‘메타 퀘스트2랑 같이 두고 비교하면 어떤 기기가 더 좋을까?’, ‘애플의 골수 팬이 아니더라도 구매할만할까?’라고 가상의 대결을 붙이며 기대감을 키우기도 했다. 애플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기대가 지대했던 것은 물론이요, 해당 헤드셋과 관련되어 공개된 정보가 극히 드물었기 때문일 것이다.

먼저 공개되어 실마리가 된 정보는 VR과 AR 기능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혼합현실(MR) 헤드셋이 될 것이며, 기업, 콘텐츠 제작자, 전문가를 위한 고급화 정책을 통해 기기당 가격이 3,000달러(한화 약 400만 원)에 육박할 것이고, 이것이 하나의 점포당 하루 한 대씩만 판매될 것이라는 대략적인 판매 전략 정도였다. 이야기만 들으면 이런 까다롭기 그지없는 기기를 누가 사기는 할까 싶지만, 동시에 그만한 자부심과 자신감이 담긴 고도의 판매 전략이라는 생각도 들게 된다.

시대를 앞서는 기술로 정평이 난 애플이 별다른 특장점 없이 브랜드 가치에만 기대어 고급화 전략을 취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고, 분명 맥북이나 아이폰에 활용되는 고성능의 칩으로 높은 성능을 유지하면서 경량화 등 필수적인 부분에서 혁신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가 모였다.

사용자들의 기대감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으나, 애플 내부에서는 신형 MR 헤드셋의 판매량 예상치를 당초 공개했던 300만 대에서 90만 대로, 약 3분의 1 수준으로 낮춰 잡았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애플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담당 수석 부사장인 크레이그 페더리기(Craig Federighi)를 포함한 일부 경영진이 MR 헤드셋 계획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함께 공개된 최신 정보로 당초 계획했던 안경 형태의 MR 기기 계획에 차질이 생겼고, 공개 시점을 맞추기 위해 부득이하게 ‘스키 고글 형태’가 됐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안경처럼 가볍게 쓸 수 있는 MR 기기를 구현하려면 앞으로도 추가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오큘러스를 통해 VR 시대를 연 팔머 럭키의 호평과 애플 경영진이 드러낸 의구심, 이처럼 상반된 반응 사이에서 애플의 신형 MR 헤드셋이 일반 대중에게 전해줄 첫인상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분명한 것은 그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점이 그리 멀지 않았다는 것이다.

2023년 연내에 공개될 예정인 애플의 MR 헤드셋은 매년 2억 대 이상 판매되는 아이폰의 흥행 신화를 이어갈 수 있을까. 한화로 400만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고가의 헤드셋이 과연 오랫동안 정체된 것처럼 보이는 VR·AR 업계 전체에 울림을 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나, 애플의 그 탐스러운 사과 로고가 붙어있는 만큼 조금 더 기대를 가지고 지켜봐도 좋을 것 같다.

▲ 애플의 신형 MR 헤드셋은 시장에 ‘혁신’을 보여줄 수 있을까

출처: 인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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