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멀티플레이 게임의 비중이 커지면서 게임 내 유저 간 부정적인 상호작용, 즉 ‘유해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단순 욕설뿐만 아니라 트롤, 고함, 비아냥, 모욕적인 은어 등 다양한 범위의 표현을 포함하는 ‘유해성’은 해당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을 이탈시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혀왔다.
실제로 유니티가 2021년에 실시한 유해성 설문조사 자료를 보면 72%의 플레이어가 멀티플레이어 게임 중 유해한 행동을 목격하고 그 중 68%는 직접 경험했으며, 유해한 행동을 겪은 플레이어 중 67%는 유해성으로 인해 게임을 그만둘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그리고 설문조사에 참여한 92%의 플레이어는 게임 내 유해성을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렇듯 변화를 위한 큰 수요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유니티는 지난 7월 14일 AI를 활용한 유해성 차단 솔루션 ‘세이프 보이스’를 출시했다. ‘세이프 보이스’는 개발사에서 모델링한 것을 기반으로 AI가 신고된 인게임 내 다양한 채팅과 맥락을 분석, 유의미한 자료를 대시 보드 형태로 관리자에게 전달해 조치가 더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돕는 솔루션이다.
레티샤 파트리치오 유니티 시니어 매니저는 세이프 보이스 소개에 앞서 유해성을 복병으로 비유했다. 출시하지 않고 개발만 하는 단계에서 알 수 없는 문제일 뿐만 아니라, 유저들이 그렇게 행동할 여러 여건들이 개발 과정에서 이미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통상 ‘유해성’은 욕설이나 모욕적인 언행, 고함, 비아냥, AFK, 탈주 등 다양한 범주로 정의된다. 이러한 행동의 원인을 단순히 그만큼 나쁜 유저가 많다는 뜻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보다 이러한 충돌이 빚어지는 게임 디자인과 메카닉을 살펴보고, 그럼에도 유해한 행동을 이어가는 유저를 걸러낼 다양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레티샤 매니저는 유해성을 막기 위해 다섯 가지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유저들의 신고를 받고 채팅 내역을 살펴보고 걸러내는 것뿐만 아니라 올바른 행동을 권장하기 위한 다양한 보상, 건전한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한 관리, 유저들이 전혀 의도치 않은 곳에서 유해한 환경에 노출되지 않도록 로비나 매치메이킹에 신경쓰는 것 등도 포함이 된다. 실력 차가 큰 유저끼리 매칭이 되면 그 사이에 부정적인 화학 반응이 생길 여지가 커지는 만큼, 매치메이킹 또한 유해성을 막기 위한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손꼽았다.
이는 곧 우리가 흔히 말하는 ‘유해성’의 문제가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단순히 욕설이나 모욕적인 언행을 잡아내는 것만으로는 당장에 조금 줄어들지 모르지만, 다른 영역에서 유해성이 유발될 여지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빠르게 욕설과 모욕적인 행동을 잡아내서 조치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유저들의 행동 패턴을 바꿀 수 있게 게임 디자인과 매치메이킹 그리고 부정적인 행동을 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나아갈 수 있게 의도하는 보상 체계까지 복합적으로 갖춰야만 한다.
멀티플레이 게임 개발자들은 이 부분을 정확히 짚지는 못하더라도, 그간의 경험을 통해서 단순히 신고를 하는 것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다각도로 준비해야 한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게임의 규모가 커지면 처리할 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만큼, 어지간한 회사에서는 준비하기가 어렵다. 유니티는 이러한 문제에 AI를 도입하고자 연구해왔으며, 앞서 언급한 다섯 가지의 카테고리에 각각 어떤 식으로 AI를 활용할 수 있을지 분석했다.
현재 유니티의 대표적인 AI 유해성 솔루션은 ‘세이프 보이스’가 있다. 세이프 보이스는 언어 모델을 학습한 AI를 활용, 비언어적인 표현을 먼저 걸러낸 뒤 가장 큰 소리가 들린 부분이나 기타 지침이 될 만한 부분을 잡아낸다. 그리고는 그 영역을 중심으로 해서 문맥을 짚어내기 시작하고, 어떤 발화자가 그 문맥에서 큰 영향을 미쳤나 분석한다. 즉 단순히 어느 특정 단어만 교묘히 피해가는 것이 아니라 어느 특정 지점을 중심으로 문맥과 맥락 그리고 화자 간의 대화를 차근차근 짚어가면서 관리자들이 분석할 때 도움이 될 정보들을 대시보드 형태 및 여러 형태로 제공하는 식이다.
인게임 채팅 분석에 치중한 세이프 보이스 외에도 유니티에서는 ‘모더레이션’ 등 AI 솔루션과 유니티 게이밍 서비스의 스마트매치메이킹 등 유저들이 유해성 때문에 이탈하는 것을 개발자들이 막을 다양한 방법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그 사례로 하이 레즈 스튜디오의 MOBA ‘스마이트’가 언급됐다.
하이 레즈 스튜디오의 여러 작품을 도맡은 개발 자회사 이블 모조 게임즈의 토니 존스 총괄 PD는 유해성 이슈를 막기 위해서 2년 가까이 노력해왔다고 밝혔다. 그간 하이 레즈 스튜디오는 여러 멀티플레이 게임을 개발, 운영했으나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힌 이후에는 유해성 이슈를 맞이했다. 실제로 하이 레즈 스튜디오가 자체적으로 진행한 유저 이탈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다른 유저에게 공격 받거나 트롤링, AFK 등을 당한 것이 이탈을 결심한 이유 중 두 번째로 많았다.
이를 막기 위해서 조직을 여러 차례 개편했지만 너무 방대한 양의 유해성 관련 문제를 쉽게 처리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에 하이 레즈 스튜디오는 플랫폼 엔지니어, ML 전문가, 게임 디자이너, CS팀까지 전원이 모여서 어떤 맥락에서 유해성이 돌출되나 확인하고자 했다. 그리고 이들은 유니티의 다양한 AI 솔루션을 도입해서 의미 있는 자료들을 수집하고, 그에 맞춰서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조치를 취해나갔다. 최초에는 단순히 신고 누적 수와 그 당시의 로그만을 중점으로 분석했으나, 이후에는 유니티 그리고 오픈소스 유해성 관련 솔루션을 더하면서 AFK, 치트 등 부정적인 행동까지 잡아내는 리포트 체제를 갖췄다. 또한 세이프 보이스로 인게임 음성 채팅 관련 데이터도 분석해서 범위를 좁혀나갔다.
이전까지 ‘스마이트’에서는 15분 게임플레이 중 신고 받은 부분 위주만으로 인력이 체크했기 때문에 다소 부정확하거나 공정하지 못한 조치가 이루어졌지만, ‘세이프 보이스’는 신고 받은 부분을 중심으로 15분의 게임플레이 전반을 다 AI가 분석하면서 문맥과 비언어적인 표현까지 살펴보고 덜어낼 부분을 덜어내기 때문에 신고된 내용을 더욱 정밀하게 판단해서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 아울러 그 가운데에 특히 주목할 부분을 미리 설정해두면 더욱 빠르게 문제가 되는 부분을 찾아내서 조치를 취할 만한 단서를 확보할 수도 있었다.
물론 AI는 도울 뿐, 실제로 조치를 취하는 것은 여전히 운영 관리팀이 도맡고 있긴 하다. 그러나 하루 15,000만 건 가량의 신고를 이전에는 운영팀에서 처리하기 번거로웠지만, 이제는 영어뿐만 아니라 4개 언어로 확장해서 본사 운영팀이 직접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효율이 높아졌다. 그리고 2020년 출시한 ‘로그 컴퍼니’에서도 이러한 솔루션을 도입, 유저 커뮤니티 및 게임플레이 내에서 유해성을 낮추고자 하고 있다.
유니티 세이프 보이스는 현재 베타 테스트 버전으로 제공되고 있으며, 베타 테스트 신청 및 관련 정보는 유니티 세이프 보이스 공식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외에도 유니티 모더레이션 등 유해성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솔루션은 유니티 공식 블로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출처: 인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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