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의원(국민의힘)이 출간 예정인 ‘여의도 렉카’ 출판기념회를 오는 20일 국회도서관에서 연다. 하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 어떻게 일을 했고 어떤 실수를 했는지 가감 없이 기록하기 위해 책을 냈다. ‘여의도 렉카’에 지난 ‘카나비 사태’ 이야기가 담겼다. 하 의원이 ‘카나비 사태’를 어떻게 접했고 어떤 의미를 남겼는지 확인할 수 있다.
원래 ‘렉카(견인차)’는 사고차를 치워 도로의 원활한 소통을 돕는다. 다만,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렉카’는 특정 이슈에 올라타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사라지는 경우를 뜻하는 속어로도 쓰인다. 하 의원은 스스로 ‘여의도 렉카’라는 별명을 작명한 사람은 비하의 의미를 담았더라도, 국회의원으로서 명예롭다고 밝힌다. ‘그동안 열심히 했다’는 하나의 강력한 증거여서다.
‘카나비 사태’는 2019년 하반기 불거진 당시 그리핀 소속 ‘카나비’ 서진혁 선수의 부당 계약 이슈다. 하 의원은 해당 이슈를 처음 알게 된 계기는 10대들의 제보 때문이었다고 책을 통해 소개했다. 이어 “이 사람 문제 좀 해결해 주세요”와 같은 제보가 계속해 오자 주의를 기울였고, 참전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슈 처음에 하 의원은 게임 ‘League of Legends’의 ‘Legends’를 왜 ‘레전즈’가 아니고 ‘레전드’라 부르는지부터 이해해야 했다. 시장을 파악하고 이슈에 접근한 하 의원은 당시 소속팀이 법리를 잘 모르는 미성년자 선수를 속여 거액의 이적료만 챙기고, ‘노예 계약’으로 팔아버리는 게 아닌지 의심했다. 알려진 계약 요지는 소속팀이 이적료 10억 원을 받고, 선수는 연봉 2억 원에 계약 기간 5년이었다.
하 의원은 그간 의정활동을 통해 쌓은 노하우를 이슈 풀이에 적용했다. 국회에서 다양한 민원을 해결하면서 기득권 집단이 어떻게 저항하는지 패턴을 파악한 덕분이다. 상대방의 대응을 미리 계산에 두고 전체적인 해결의 방향을 잡았다.
하 의원이 부당계약 문제를 제기하면 구단은 부인할 것이다. 이에 하 의원은 ‘계약서 문제’를 제기하기 전에 ‘도장 문제’를 걸었다. 통상적으로 프로게이머가 되려면 구단과 에이전시와 계약을 한다. 구단과는 프로 계약, 에이전시와는 선수 대변인 계약이다. 하 의원은 카나비 선수의 구단 계약서와 에이전시 계약서의 도장이 비슷하단 것을 파악했다. 이는 하나의 법무법인이 회사와 선수 양쪽을 대변하는 것이어서 법이 금지하는 ‘쌍방 대리’에 걸린다.
우선 하 의원은 ‘도장 의혹’을 제기했고 회사 측은 “가짜 도장이 아니며 계약은 정당하다”는 요지로 반박했다. 하 의원은 회사의 반박이 예상대로였다고 전한다. 이를 예상하고 불공정 계약서 원문 공개를 준비해 뒀다. 하 의원 전략은 회사가 불공정 계약서에 찍힌 도장이 ‘이거 우리 도장 아니다’라고 발뺌하지 못하도록 막은 것이었다.
하 의원은 ‘카나비 사태’를 다루면서 기성언론의 무관심을 실감했다고 기재했다. 언론 보도 양으로만 보면 사회 이슈로 보기 어려웠다. 그렇지만 온라인 게임 커뮤니티는 달랐다. 하 의원은 “1020세대의 반응이 말 그대로 폭발적이었다”라며 “카나비 구출 작전 이후 우리 의원실에 대한 10대들의 관심과 지지가 폭발했다”라고 전했다.
‘카나비 사태’ 이후 하 의원은 현실에서도 달라진 인기를 실감했다. 낯선 10대들이 자신을 알아보고 셀카 요청을 줄이어 했다는 것이다. 그는 사건을 통해 기성 언론을 통해 소비되는 이슈가 있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소비되는 이슈가 따로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 의원은 “어른들은 모르는 그들의 세계가 10대의 권리를 제대로 보호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그들은 좌절할 수밖에 없었고 누군가 이의 수호자로 나타나자 환호했다”라고 분석했다.
정치, 선거에도 영향이 이어졌다. ‘카나비 사태’는 2019년 하반기에 있었고 2020년 4월 제21대 총선거가 있었다. 하 의원은 부산 득표율 1위를 차지했는데 관외 사전 투표에서 득표율이 크게 높아졌다. 관외 사전 투표는 군인, 유학생, 타지역에 근무하는 회사원 표가 많아서 청년 표심으로 해석된다. 4년 전 선거에서 그는 다른 당 후보보다 9%P 뒤졌지만, 이번 선거에선 7%P 앞섰다. 투표율도 직전 총선 대비 16%P 올라갔다. 하태경 의원은 “카나비 사건의 후광이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카나비’ 서진혁 선수는 사건 이후 4년 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출처: 인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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