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디자인은 어떻게 다른가. 전문가도 아닌 내가 명확한 답변을 줄 수는 없겠지만 그냥 내가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다른 점은 실용성이라고 생각한다. 예술 작품은 보기에 멋지거나 예쁘면 그만이지만 디자인, 특히나 상품의 디자인은 최소한의 실용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리고 반대로 말하자면 성능만 충분하면 나머지는 대개 디자인이 구매를 결정한다는 뜻이다.
이쪽 업계에서는 실용성을 꼭 갖추지 않더라도 잘 팔리는 제품들이 종종 있는데 그런 제품들은 따로 굿즈라고 부른다. 간혹 실용성과 캐릭터성을 함께 갖춘 제품들도 있긴 하지만, 이런 류의 굿즈 제품은 실용이 아닌 관상의 용도가 우선이니 논외로 하자. 어쨌거나 디자인은 그래서 중요하다.
차마 다 써보지도 못할 다양한 상품들이 쏟아지며 산업이 발전하다 보니 대부분의 분야에서 디자인은 필수불가결이 되었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는 속담도 있는 걸 보면 예쁘고 좋은 제품을 먼저 고르는 건 동서양 가리지 않는 유구한 인간의 취향인 것 같다. 그리고 더불어 취향의 지평선이라는 전장에서 영원히 끝나지 않을 디자이너와 개발자의 전쟁도 현재 진행형이고.
철학자 바이런이 결혼을 두고 “내 평생 수많은 적을 만났지만, 이런 강적과 만난 적은 처음이다.”라는 뉘앙스의 말을 남겼다던데, 디자이너와 개발자는 하나의 제품을 바라보며 서로의 관점을 투사해야 한다는 점에서 앙숙이지만 사이는 좋은 부부와 비슷하지 싶다. 결국 회사에서 어떤 직종이 주도권을 갖느냐에 따라 예쁜 쓰레기부터 공대 감성 탱크까지 다양한 제품들이 시장에 등장하게 된다.
그래서 인지 가끔 여러 쇼핑몰들을 구경하다 보면 정말 재미있는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현재 세계 1위의 주가를 자랑하는 기업, 애플만 봐도 그렇다. 애플 펜슬과 애플 마우스가 처음 나왔을 때 충전하는 모습을 보고 어쩔 수 없는 탄식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수년이 흐른 지금도 종종 올라오는 애플 펜슬과 마우스의 충전 사진은 여전히 웃음벨. 제품의 성능은 둘째 치고 이런 방식으로 충전해야 하는 제품을 내놓을 생각을 했다니. 물론 그런데도 꽤 잘 팔렸다고 하니, 그냥저냥 쓸만 하기는 했나 보다. 나도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쓰긴 하지만 참.
굳이 이런 생각을 다시 떠올리게 된 계기는 얼마 전에 내 눈에 들어온 제품, 델 에일리언웨어의 하이엔드 완본체 ‘오로라(Aurora)’ 시리즈. 한국은 다소 덜하지만 PC 하드웨어 시장에서 델 에일리언웨어(DELL Alienware)의 입지는 정말 단단하다. 대표적으로는 모니터와 완본체 PC. 그간 출시된 델 에일리언웨어 오로라는 게이밍 컴퓨터의 최종 보스와도 같은 위치를 수년간 고수해 왔다.
그런데 이번 R16은 다소 특이하다. 나야 엄두도 못 낼 가격대의 제품이라 늘상 구경만 하는 입장이지만, RTX 40 시리즈가 탑재된 델의 신제품 ‘에일리언웨어 오로라 R16’은 회사 내에서 과연 어떤 직종의 입김이 가장 많이 들어갔을지 궁금한 디자인. 변화의 폭이 너무 예상하지 못한 방향이다.
미니멀한 환경을 구축하는 현대인을 위한 제품이라는데, 잘 모르거나 컴퓨터에 크게 관심이 없는 사람이 봤을 때 나쁘냐고 하면 그건 아니다. 솔직히 외형도 깔끔하고 디자인도 잘 나오기는 했다. 다만 에일리언웨어라는 이름을 떠올려 보면 나를 포함하는 기존의 팬들 입장에서는 다소 예상할 수 없었던 디자인. 한마디로 표현해서 내가 기대했던 에일리언웨어답지 않아 아쉽다.
성능이야 넘치지만 그래도 에일리언웨어의 이름을 단 제품인데 너무 밋밋하달까. 게이머들의 미니멀리즘이라는 단어를 한 다리도 아니고 한 서너 다리쯤 건너서 디자이너에게 전달된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래도 뭐,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위치에 RGB만 대충 쑤셔 박고 “나는 게이밍”이라 외치는 제품들 보다야 낫긴 하다.
변화는 대개 긍정적이지만 모든 변화가 긍정적일 수는 없다. 더불어 이미 소비자들에게 확고하게 인식되어 자리를 잡은 유명한 제품일수록 제품의 정체성을 해치는 변화는 조심해야 한다. 한국에서도 모 라면이 뚜껑의 재질을 교체하자 매출이 급락해 버린 사례가 있듯이 사소한 변화라도 소비자의 취향에는 사소하지 않다.
코카콜라나 애플같은 세계 유수의 회사들도 어이없는 결정을 내린다. 다들 연봉 짱짱한 전문가들이지만 종종 그런다. 외부에서 비평하는 사람들도 막상 그 입장이 되면 그렇게 될 것이다. 선한 개인들이 모인 단체가 사악해질 수 있는 것처럼 다양한 과정들을 거쳐 내려지는 의사 결정은 결국 그런 것이라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일개 소비자에 불과하지만 하드웨어 팬이기도 한 입장에서 그래도 하나 첨언하자면, 모든 것이 상향 평준화되는 시대에 승부는 결국 디테일에서 갈린다. 성능이 비슷하면 더 좋은 디자인의 제품을 고르겠지만 더 좋은 디자인을 결정하는 소비자의 취향은 천차만별이다. 제품이야 전문가 분들이 알아서 잘 만들테고, 소비자들의 취향을 명확히 이해하는 바탕에서 출발해야 좋은 디자인의 제품이 나온다는 것만 말하고 싶다.
외부에서 회사 내부의 사정을 전부 알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미루어 짐작은 해볼 수 있다. 가끔 새롭게 출시되는 제품들을 보면 그래서 웃음도 나온다. “아 저건 결국 디자인 팀이 이겼겠구나.” 가끔은 “디자이너에게 줄 월급이 부족했나?” 싶은 투박한 제품들도 보이고. 특이한 제품들을 보며 종종 강건너 불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는데 그게 내 관심사로 넘어오니 좀 더 아쉬움이 남는다. 내 취향이 정답도 아니니 그냥 요즘의 흐름에 안 맞는 것이라면, 그냥 예전 에일리언웨어의 디자인을 기대하던 아재의 한탄으로 남으면 될 것 같다.
소비가 곧 개성이자 증명인 요즘 시대에 좋은 제품은 단순한 상품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부디 모든 회사의 개발자분들과 디자이너 분들 사이에 원만한 합의가 있기를 바라며, 더불어 내 마음에 쏙 드는 멋진 제품도 또 소비자들의 취향에 딱 맞는 제품들도 더 많이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름만 거창한 제품들 말고.
출처: 인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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