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말할 수 있다 – LoL 국가대표 팀 비하인드 스토리

항저우 아시안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결승전 대회가 끝난 후, e스포츠를 함께 취재한 현지 합동 기자단은 한국e스포츠협회의 주선으로 대표팀의 숙소에서 선수들을 만났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회가 좋은 결과로 마무리된 덕분에 이번 인터뷰 자리는 어느 때보다도 즐거웠고, 이전에는 들을 수 없었던 대표팀의 뒷이야기를 아낌없이 들을 수 있었다.



이 자리가 정말 아쉬웠던 건, ‘페이커’ 이상혁 선수가 도핑 테스트로 인해 초반부터 참여하지 않았던 점이다. 그 부분을 제외하고는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모조리 들을 수 있었던 자리였다. 인터뷰 내용은 최대한 현장의 분위기를 살리고자 했다. 또한, 편한 분위기를 위해서 현장에서 사진 및 동영상 촬영은 이뤄지지 않았다.

다음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종료된 후, 현지 공동 취재단과 함께 진행한 인터뷰이다.

▲ 출처: 현지 공동 취재단

Q. 국가대표 감독직을 맡으면서 고생을 정말 많이 한 거로 알고 있다. 감독직을 맡으면서 가장 힘든 순간은 언제였나? 그리고 감독직을 그만둔다고 하다가 마음을 바꾼 계기는 무엇일까?


김정균: 작년이 너무 힘들었다. 내가 도저히 손을 쓸 수가 없는 상황이어서 관둔다고 이야기했다. 올해가 다시 왔을 때는 시간이 흐르기도 했고, 누군가는 아니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정말 사명감 하나 가지고 감독직을 다시 수락했다. e스포츠 정식 종목이 된 첫 대회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 부분에서 꼭 우승을 하고 싶었다. 개인적으로는 올해 초 팀들의 오퍼를 거절하면서 나중에 꼭 후회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올해, 이번 연도만큼은 멋있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Q. 작년에 선수 선발 과정이 정말 어려웠다. 그래서 마음고생이 더 심했을 것 같은데?


김정균: 지금은 이제 다 좋게 됐으니까 이야기하자면, 그때는 정말 뭘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시간이 지난 지금 그때 생각을 하면 제일 후회되는 건, 그때 내가 울었던 게 제일 후회된다(웃음). 그게 짤로 돌아다니더라. 너무 후회하고 있다. 다시 돌아가면 절대로 울지는 않을 것 같다.

Q. T1 소속이 아닌 선수들에게 묻고 싶다. ‘페이커’와 함께 생활하면서 그가 인간적으로 어떤 사람이라고 느꼈을까?


룰러: 나는 이번에 두 번째로 같이 해봤다. 생활하면서 ‘페이커’도 똑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미지는 무언가 기계적일 것 같고, FM일 것 같은 느낌이 있다. 그런데 굉장히 유하고, 장난도 많이 치고, 말도 많이 걸어주고, 잘 받아주고, 하는 것들이 되게 좋았다.

쵸비: 나도 (이)상혁이형이 팀원들과 같이 활동할 때 되게 밝고, 잘 대해주고, 좋은 사람이고, 밖에서 활동할 때는 굉장히 프로페셔널했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었다.

카나비: (이)상혁이형이 되게 이미지와 달리 사람이 좋았다. 기계적이지 않고, 인간적이었다. 이미지는 냉철할 것 같고, 카리스마 있을 것 같은데, 오히려 인간미가 있었고, 재미있었다. 그리고 선수촌에 와서 느낀 게 정말 아시안게임 대회의 인기 원탑이었다.

Q. T1 소속인 ‘제우스’와 ‘케리아’는 다른 선수들과 같은 팀을 한 경험이 어땠을까?


케리아: 일단 우리를 꺾고 우승한 선수들이기 때문에 일단 배운다는 마음가짐으로 왔다. 게임을 같이 하면서 굉장히 잘한다고 느꼈다. 공부도 많이 했고, 이런 식으로도 승리 패턴을 만들 수가 있다는 걸 배웠다. 얻어가는 게 정말 많다.

제우스: 외적으로 보면 다들 무언가 피도, 눈물도 없고, 굉장히 냉철할 것 같았다. 그런데 실제로 보니까 다들 정신도 뭔가…(말잇못)… 신기하고.


(일동 웃음) 


경기할 때는 다들 너무 프로페셔널하게 잘했다. 많이 배웠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 출처: 현지 공동 취재단

Q. ‘제우스’는 원래 잘 쓰지 않던 잭스를 연습했다. ‘칸’ 김동하 코치에게 배우면서 어떤 부분을 많이 배웠고, 중점적으로 이야기를 했을까?


칸: (최)우제가 잭스를 안 좋아하는 건 프레임인 것 같다. 막상 연습했을 때는 되게 잘했다. 그 이후에는 이제 선호도 문제라고 생각했고, 솔직하게 내가 (최)우제에게 도움이 됐는지 의문스럽다. 원래 잘하는 선수에게 어떻게 하면 지금보다 ‘쪼끔’ 더 잘해질 수 있느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제우스: 개인적으로는 잭스가 자신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고 왔다 갔다 한다. 그래도 이게 (13.12 패치에서) 사기 챔피언이라서 연습을 많이 했다. 그리고 혼자서는 무언가 헷갈릴 때가 많았는데, (김)동하 형이 옆에서 봐주면서 확신에 찬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

Q. ‘제우스’는 혹시 따로 준비한 비밀 카드가 있었나?


제우스: 사람들이 기대한 건 나서스 같은데, 한 판도 하지 않았다.

Q. 연습을 도와준 팀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면?


김정균: 일단 순서대로 이야기하겠다. 일단, 디플러스 기아와 kt 롤스터가 롤드컵에 진출했고, 패치 버전이 다른데도 도와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그리고 휴가까지 반납하고 도와준 브리온, 광동, 젠지, T1, 농심 레드포스, 리브 샌드박스에 감사드린다.

도와주신 팀들은 따로 한 번씩 찾아뵙고 인사드릴 생각이다. 어떻게 보면 다들 하나로 뭉쳐서 도와주신 셈이다.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드린다. 그리고 도와준 전략분석관에게도 감사드린다. 그리고 하나 재미있는 건, ‘칸’ 김동하는 정말 솔직하고 굉장히 재미있는 친구이다. 그런데 사람마다 화를 내는 방식이나 표현이 다른데, 너무 잘 참아줘서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다.

Q. 이재민 분석관은 평가전부터 팀 합을 보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합을 맞추는 건 어떻게 개선했을까?


이재민: 선수들이 워낙 잘하는 선수들이라 각자 팀에서 자기 하던 대로 콜를 하는데, 콜이 주도적인 사람이 있고 보조적인 사람도 있다. 그런 면에서 (류)민석이한테 이런저런 콜을 해달라고 요구를 많이 했다.

케리아: 처음에 배우러 왔고, 연습하면서 주도적으로 게임을 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사공이 많아서 배가 산으로 가는 느낌도 있었다. 그래서 뒤에서 서브 역할을 하면서 그때그때 팀에 필요한 콜을 이재민 코치님과 이야기하면서 채워나갔다.

Q. ‘카나비’ 서진혁은 본인이 선수로 뽑힌 게 되게 의외였다고 생각을 한 것 같다.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함께 LPL에서 활동한 ‘룰러’의 생각도 궁금하다.


카나비: 처음에는 사실 거의 기대를 안 했다. 왜냐하면 작년에 국가대표를 뽑는 기준이 나왔는데, LCK에서 활동한 경험도 본다고 했었다. 나는 LCK를 뛰어본 적이 한 번도 없어서 당연히 안 될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국가대표로 뽑힌 건, 김정균 감독님께서 많이 주장해서 뽑아준 거니까 감독님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룰러:나도 내가 뽑힌 게 신기하긴 했다. 그런데 이런 말을 하면 될지 모르겠지만, (고민 후) 그래도 당연히 (내가) 뽑혀야 한다고 생각했다(파워 당당). 내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 너무 많이 있었다. 

▲ 출처: 현지 합동 취재단

Q. 그때 ‘룰러’ 선수가 국가대표로 꼭 나가고 싶다는 인터뷰를 했었나? 무언가 그런 이야기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룰러: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다.

김정균: 전에 에이전시에서 한 번 올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이미 그 전에 다 뽑혀 있어서 의미 없었던 일이다. 선수 선발을 할 때는 여론을 아예 신경 쓰지 않았다.

Q. 이재민 분석관은 이번에 두 번째로 아시안게임 대회에 참가했다. 그래서 이번 대회에 각오가 달랐을 듯한데?

이재민: 지난 대회에서 은메달을 땄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무조건 금메달을 따오겠다고 인터뷰했었다. 그런 각오로 열심히 노력했고, 다행히 그런 노력으로 이런 성과가 나온 것 같다.

Q. 이제 월드 챔피언십 대회에서 서로를 다시 만나게 될 거다. 다들 어떨 것 같은가?

김정균: 진짜 그 생각만 하면 너무 재미있을 것 같다.

칸: (정)지훈이가 약속을 지켜야겠는데?

룰러: (류)민석이가 말한 거 해야겠다.

쵸비: 나는 내가 못 했을 때를 말하는 거야.

기자: (맥락 모름)뭐가 있었길래..

???: 이거는 세상에 알려지면 안 돼

쵸비: 이거는 세상에 알려지면 안 되는 거라..

카나비: 일단은 오늘까지 다들 너무 고생했고, 월즈는 다른 대회니까 다 죽여 버리겠습니다.

룰러: 만나면 다 죽여버리겠습니다.

케리아: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다 보내야죠.

기자: (무언가 재미있는 일이 있는 것 같긴 한데, 뭔지 모르겠다.)

Q. 김정균 감독은 이번 월드 챔피언십에 기대가 많을 것 같다. 어떤 심정으로 경기를 볼 예정인가?

김정균: 관심 없다.

룰러: 여담으로 감독님 징동 경기 직관 온다고 했다.

케리아: T1 경기도 온다고 했다.

쵸비: 젠지 경기는 안 온다고 했다.

기자 일동: (야유)

김정균: 아니다. 경기 다 갈 예정이다. 

▲ 출처: 현지 공동 취재단

(‘페이커’ 이상혁 도핑 테스트 후 입장) 


(일동 환호)

김정균: 우리가 약물을 하진 않았지만, (이)상혁이가 제일 건전하게 잘 먹었다. 상혁이가 검사 받아서 다행이다. 

Q. 국가대표 선수로 함께 하면서 동료 선수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 소감은?

페이커: 그렇게 엄청난 기여를 한 건 아닌데, 이렇게 같이 노력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좋은 경험을 했다. 메달을 따준 선수들에게 감사하다.

Q. 최근 들어 인터뷰에서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실제로 그런 심경의 변화가 있었나?

페이커: 감사하면서 사는 습관을 지니려고 마음먹은 것도 있다. 그리고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해서 받아들이는 자세를 바꾸려고 한다.

Q. 선수 개개인은 어떤 사람이었나?

페이커: 쵸비 선수는 옆에서 솔랭하는 걸 지켜보는데, 챌린저 1등을 찍었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게 재미있었다.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카나비를 보며) 카나비 선수는 반대로 솔랭을 계속 못 올라가고 마스터에 머물러 있었는데, 그 과정을 보는 게 즐거웠다.

카나비: (침묵)

기자 A: 페이커가 이래서 재미있구나~!

페이커: (못 들은 척) ??

Q. ‘룰러’ 선수는 어땠나?

페이커: ‘룰러’ 선수도 나와 챌린저 천 점 내기를 했는데, 처참하게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보니까…

Q. 룰러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룰러: (이)상혁이 형과 솔랭 천 점 내기를 했는데,

페이커: 처음에는 제 (점수)가 낮았기 때문에…

룰러: 정확하게 하자면 제가 더 낮았다.

페이커: 내가 더 낮았을걸? 나 백점이었을 걸?

룰러: 그래?…상혁이 형이 팀원이 좋았다.

(일동 웃음)


– 이후 인터뷰는 시간 관계로 아쉽게 종료되었다 –

출처: 인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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