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웬즈데이 단평

블루, Blue, 파랑이라는 색의 의미와 함께 우울이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는 단어입니다. 블루가 반드시 우울을 뜻하는 건 아니지만, 예술 작품 중에는 특히나 블루와 우울이 동일하게 여겨지는 경우가 많죠.

그리고 제목 그대로, 버프 스튜디오의 신작 블루 웬즈데이는 현실에 타협하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우울한 이야기를 재즈와 피아노 선율에 슬쩍 얹어 들려줍니다. 여러 스토리를 게임에 녹여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 버프 스튜디오가 가장 잘하는 방식으로요.


게임명: 블루 웬즈데이
장르명: 스토리 어드벤처
출시일: 2023. 8. 28.
리뷰판: 출시 버전
개발사: Buff Studio
서비스: Buff Studio
플랫폼: PC(Steam, 스토브인디)
플레이: PC

게임은 재즈 피아니스트 모리스의 이야기를 아주 ‘블루’하게 담고 있습니다. 그리 특출난 것 없는 피아니스트, 이미 실패도 몇 번 겪어본 모리스는 게임이 진행되는 내내 그를 따라가는 우리마저 아주 블루하게 만들어 줄 정도로 우울하고 부정적인 사람입니다.

그는 이모의 집에 세 들어 살지만, 집세는 6개월이나 밀렸고, 겨우 취직한 마트에서는 불성실하다는 이유로 고작 한 달만에 해고당하고 맙니다. 꿈을 잃어버리고 칙칙한 현실에 밀려 출근하기 싫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그의 모습에서 한편으로는 평범한 우리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분명 모리스 역시 처음부터 그렇게 무기력하고 블루한 사람은 아니었을 겁니다. 그는 아직도 일어나면 피아노를 꼭 한 번씩 치고 출근할 정도로 재즈를 사랑하니까요. 밴드를 만들어 술집에서 공연도 해봤고, 에반스 시티 가장 빛나는 곳에 걸리기 위해 스스로 작곡한 곡들을 모아 앨범도 내봤죠.

다만 현실 속 예술이라는 벽, 아니 예술이라는 꿈을 무한정으로 꾸기에는 그가 살아가는 현실이 녹록지 않았을 뿐입니다. 성공의 문턱은 너무나 높고, 그 문은 참 작습니다.


물론 모리스에게도 행복의 시간이 찾아오긴 합니다. 하지만 게임은 그 행복의 시간도 마냥 아름답고 마냥 긍정적으로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이상적인 모습이 아닌 생각보다 참 평범하고 또 현실적인 이야기를 그려내죠. 너무 현실적이라 마음이 아플 정도로요.

그렇지만 모리스는 그저 외롭고 슬픈 사람은 아닙니다. 그의 주변에는 팍팍한 현실을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있습니다. 모리스는 그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힘을 얻고, 또 때로는 그들에게 조언을 하고 힘을 주기도 하죠.

그리고 이러한 교류는 자연스럽게 게임의 콘텐츠로 녹아듭니다. 대화 속에서 이루어지는 선택은 스토리의 분기가 되어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모리스와의 관계를 바꾸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얻게 되는 멋진 음반들은 덤이고요!

다만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후반부의 전개가 급작스럽게 진행되는 건 스토리 중심의 게임에서 아쉽게 느껴집니다. 끌어올렸던 몰입도가 뚝 하고 끊어지는 느낌이랄까요.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는 순간 당황스러움도 같이 올라오더군요.

때문에 게임의 볼륨도 상당히 작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주변 인물들의 서사와 분기를 다양하게 나눈다고 하더라도, 결국 가장 큰 뼈대라고 볼 수 있는 메인 스토리 라인이 너무 빠르게 끝나버린 거죠.

몇 마디의 대화와 장면으로 종료시켜 버리기에는 모리스가 쌓아온 기승전의 이야기가 참 탄탄했기에 더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블루 웬즈데이는 분명 스토리 중심의 캐주얼 게임입니다. 하지만 그런 평범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리듬 게임과 퍼즐을 포함한 미니 게임 등의 조작이 슬쩍 추가되어 있죠. 흘러나오는 재즈 선율에 맞춰 네 개 키를 누르는 리듬 게임, 간단한 그림 맞추기식 퍼즐과 타이밍을 맞추는 미니 게임처럼요.

특히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건 바로 모리스가 피아노를 칠 때마다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리듬 게임입니다.

멋들어진 재즈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데다가, 뒷 배경에 찬찬히 그려지는 모리스와 다른 악기를 연주하는 네온사인 연주자들의 모습은 봐도 봐도 질리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거든요.

여기에 사용하는 키 자체가 네 개뿐이기에 크게 어렵지도 않고, 본격적인 리듬 게임들처럼 판정에 목숨을 걸 필요도 없기에 부담스러운 점도 없습니다. 퍼즐을 포함한 미니 게임들 역시 매우 쉬운 난이도를 보여줍니다.

다만 미니 게임의 경우 아쉬운 점이 많은 편입니다. ‘모리스의 피아노’라는 확실한 컨셉이 있는 리듬 게임과는 다르게, 미니 게임은 뭔가 어딘가 억지로 넣어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죠.

그야말로 뭐랄까, 그냥 같은 곳을 목표로 이동하고, 대화하고, 이야기를 읽어나가다 지루해질 쯤 미니 게임이 등장하는 느낌이에요. 거기다 게임 자체도 워낙 단순하다 보니 그런 느낌이 더욱 강하게 다가오고요.

가장 아쉬운 건, 화려하게 펼쳐지는 네온사인과 그에 맞춰 신나게 흘러나오는 재즈 음악에 미니 게임이 자연스럽게 섞여 들어가던 연출, 그야말로 보고, 듣고만 있어도 행복해지는 그런 연출들이 게임 초반에만 잠깐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미니 게임이 아주 단순하더라도 좀 더 다양한 의미를 지닌 부분에 자연스레 녹아 들어갔다면 훨씬 게임의 흐름이나 조작이 풍성하게 느껴졌을 겁니다. 그 모습을 실제로 초반 에반스 시티를 배경으로 한 부분에서 보여주기도 했고요.

블루 웬즈데이는 매우 특별한 게임은 아닙니다. 예술을 하는 주인공이 현실의 벽에 막혀 좌절하고, 그래도 조금이라도 보이는 희망을 향해 조금씩 나아간다는 스토리 역시 공감은 주지만 아주 독특하다고 하긴 힘들죠.

버프 스튜디오의 전작인 언더월드 오피스나 히어로 아닙니다 등 특이한 소재를 재기 넘치게 풀어나가던 작품과는 사뭇 다릅니다. 좀 더 현실적이고, 있을 만한 내용을 잔잔하게 그려냈다고 볼 수 있어요.

그리고 이런 주제의 평범함은 재즈라는 소재와 리듬 게임, 여기에 아름다운 음악과 그래픽을 통해 어느 정도 상쇄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특히 초반부 화려하게 펼쳐지는 연출은 플레이어의 몰입감을 높이는 역할도 하고 있죠.

다만 그렇다고 해서 스토리의 잔잔함이 사라지는 건 아니기에, 리듬 게임과 미니 게임이 조금 더 다양한 방식으로 포함되었다면 훨씬 볼륨적으로도, 연출적으로, 플레이적으로도 풍성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하지만 아름다운 재즈 음악과 리듬 게임과 스토리의 결합, 음악만큼 감성적인 그래픽 등은 매우 좋은 편이기에 조금 잔잔한 게임을 원한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 같습니다.

▲ 사실 제일 싫은 건 출근이야.

출처: 인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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