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35주년, 그리고 시리즈 넘버링 타이틀이 두자릿수가 된 장수 액션 게임. 팔콤의 주력 IP이자 대표 액션 게임인 ‘이스’는 10편에 이르러 큰 결심을 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이야기를 펼쳐내기 위해, 이스10은 시리즈를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로 많은 부분을 바꿨다. 7편부터 이어오던 액션의 틀을 변경하고, 시리즈 최초로 항해와 같은 해양 콘텐츠도 도입됐다. 무엇보다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두 명으로 줄어들면서 이스 시리즈가 보여줬던 다채로운 액션이 주인공인 아돌, 그리고 파트너인 카자에게 집중됐다.
콘도 토시히로 대표는 과거 입사 당시, 선배의 자리에 앉았는데 ‘바다’에 대해 적힌 메모를 발견했다고 한다. 그 부분이 이스를 제작하면서 계속 걸렸던 부분이었고, 함께 만들어 보고 싶었던 마음이 이번 이스10를 제작하게 된 원동력 중 하나였다고. 그렇게 무대가 된 ‘오벨리아만’은 수많은 섬이 있는 곳이라 배로 이동을 해야 하는 설정이 됐다. 아돌은 막 1,2편의 모험을 끝낸 상황이며, 셀세타의 수해가 있기 전에 겪은 모험을 그린다.
지난 8월 9일, 일본 도쿄에서 팔콤과 CLE가 주최하는 이스10-노딕스-의 미디어 행사를 통해 직접 만나볼 수 있었다. 시연에서는 본격적인 게임 빌드 중 2장, 그리고 3장의 일부가 체험이 가능했다. 신규 요소인 항해 관련 콘텐츠는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에, 중점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는 건 전투 파트와 성장, 그리고 탐험 등에 관련한 지상 콘텐츠들이다.
이스10은 이스7부터 이어오던 액션 스타일을 바꾸면서 새롭게 크로스 액션이라는 형태가 도입됐다. 아돌 혹은 카자 1인만 조작하는 싱글 모드, 그리고 두 캐릭터를 같이 조종하는 콤비 모드고 전환이 자유롭다.싱글 모드는 기존의 빠르고 경쾌한 액션의 흐름을 따르며 조작하는 캐릭터 이외에 한 명의 캐릭터는 AI로 움직이는 형태다. 사실상 싱글 모드는 기존 이스9까지의 액션과 비슷한 형태고 회피를 주로 쓰게 된다.
콤비 모드는 새롭게, 이스가 ‘단단함’과 ‘묵직함’을 같이 보여줄 수 있는 액션 모드다. 싱글에 비해서 스피드가 크게 떨어져 전투 리듬이 달라진다. 대신 콤비 모드는 공방 일체의 액션을 보여줄 수 있고, 사실상 가드를 주로 활용하게 되는 형태다. 이러한 콤비 모드를 통한 액션들로만 물리칠 수 있거나 가드할 수 있는 공격들이 있으므로 상황에 따라서 전환해서 사용해야 하는 것이 전투의 핵심. 적절하게 가드 할 시 리벤지 게이지가 차오르며, 이를 통해 다음 콤비 스킬의 계수가 증가하기도 한다.
적들의 공격도 스피드 타입과 파워 타입이 있는데, 스피드 타입의 공격은 푸른 이펙트가 나타나며 파워 타입은 붉은 이펙트의 전조가 나타난다. 스피드 공격은 가드가 불가능해 회피를 활용해서 대응해야 하며 파워 타입은 콤비 혹은 일반 가드를 사용해 막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 특히나 중간 보스급 이상의 적들은 이를 혼용하여 사용하면서도 기믹 해결 행동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으며, 캐릭터를 전환하고 두 모드의 전환까지 제대로 활용해야 하도록 요구된다.
이러한 액션의 전환과 활용은 어느 정도의 숙달 시간이 필요하다. 이스, 그리고 액션 게임에 익숙한 유저들이라면 금방 적응하겠지만, 초심자들을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이 과정이 익숙하지 않아서 전투에서 캐릭터 1인이 사망할 경우, 생존한 다른 1인이 구조하여 다시 전투에 진입할 수 있다. 약간의 시간이 소모되기 때문에 그동안 적의 주의를 돌려야 한다.
이러한 액션은 성장과 같이 톱니를 맞춰 돌아간다. 아돌의 경우는 기본적인 성향은 대미지에 치중한 느낌이 강하고, 카자의 경우는 다수의 적을 상대하기 유용한 편이다. 물론 이는 초반이며, 향후 세팅과 성장 방향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성장은 ‘릴리스 라인’이라는 시스템으로 도입됐다. 2장의 특정 이벤트 이후, 레벨이 오르는 정도에 따라서 카자와 아돌의 릴리스 라인 심도가 개방되며 성장하면서 획득한 마나 포인트를 통해 잠겨진 영역을 해방하는 식. 잠겨진 영역을 해방하면 관련한 스킬 혹은 어빌리티를 얻기도 한다. 이러한 스킬은 아돌, 카자 개인으로 나뉜 영역과 콤비 영역이 따로 존재하고 스킬 역시 마찬가지다.
콘도 대표는 이러한 액션을 설명하면서, 각자 취향에 맞는 쪽으로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아돌과 카자의 릴리스 라인은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성장에 관한 선택도 플레이어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성장은 전투를 하다보면 놓치기 쉬운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중간중간 세이브 포인트에서 잊지 않을 수 있도록 릴리스 라인을 체크할만한 요소들을 제공해둔 점도 눈에 띈다.
성장하여 개방한 릴리스 라인에는 ‘마나 시드’를 장착할 수 있다. 이러한 마나 시드는 캐릭터의 능력치를 보완해주고, 마나 시드를 장착할 시 마나 어빌리티가 발동한다. 마나 어빌리티는 총 4가지 계통이 존재하며, 시연에서는 3가지 계통만 체험해볼 수 있었다. 간단하게 용맹은 공격, 견고는 방어, 낙관은 유틸리티적 성향이 강하다. 차후 등장하게 되는 암흑 어빌리티는 일종의 리스크를 지고 리턴을 가져가는 장단점이 공존하는 형태로 구성된다.
이를 통해서 캐릭터의 성장 방향성이 결정되고 자신의 스타일을 찾아가게 된다. 마나 포인트를 사용해 릴리스 라인의 묶인 지점을 개방해 스킬을 배워도 최종적으로 등록해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은 4종인 만큼, 자신의 스타일대로 스킬을 세팅하고 이에 맞춰 캐릭터의 어빌리티들을 찾아내면 된다.
특히 마나 시드들은 같은 등급끼리 조합해 상위 등급으로 제작할 수도 있는데, 먼저 개방하여 장착할지 천천히 해야 할지도 비슷하다. 물론 중간마다 등장하는 보물상자 혹은 상인들에게 구입하는 장비와 강화의 영향력도 적지 않은 느낌이 들어서 전체적으로 성장 시스템 자체는 균형이 있는 느낌이 들었다.
이 외에 활용할 수 있는 능력으로는 바로 ‘마나 액션’이 있었다. 마나 액션은 이스10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요소다. 마나 스트링과 마나 라이드, 그리고 마나 버스트라는 세 가지 능력이 비교적 초반에 빠르게 해금된다.
우선 마나 스트링은 전작에서도 비슷한 능력이 있었고, 마나의 실을 뽑아내서 진자같은 운동으로 높은 곳으로 이동하거나 멀리 떨어져 조작할 수 없는 열쇠를 조작하기도 하는 기능이다. 전투에서도 활용할 수 있어 적에게 빠르게 접근하는 데 도움이 된다.
마나 라이드는 스케이트 보드를 탄다는 발상으로 만들어진 능력으로, 평상시에는 갈 수 없는 물 위를 이동할 수 있고 특정 루트에서 먼 곳까지 빠르게 도달하는 기능도 있다. 전투에서도 활용할 수 있기는 한데, 충돌 대미지는 크지 않으나 고지대에서 사용하면 적을 날려버리면서 이동할 수 있어 나름대로 전장 정리에 도움이 되는 느낌.
마지막 능력인 마나 버스트는 일종의 차지 공격이고, 아돌과 카자가 다른 속성을 보여주는 능력이다. 아돌은 화염 속성의 마나를 사용하며 카자는 빙결 속성의 마나를 사용한다. 이를 통해 아돌로 덤불을 태워 길을 개척하거나, 카자로 주변의 물을 얼려 발판을 만드는 등의 플레이가 가능하다. 전투에서도 꽤 쏠쏠한 대미지를 보여주긴 하지만 자주 활용하지는 않는 편. 대신 특정 보스들은 이러한 마나 버스트를 사용하여 특수 행동에 대응해야 하는 정도다.
체험해본 이스10의 느낌은 나쁘지 않았다. 특히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액션에 대해서는 충분히 만족감이 들었다. 큰 변화가 있기는 했지만, 콤비 모드로 추가된 묵직하고 느린 템포는 또 다른 이스만의 재미를 보여줬다. 스피드, 파워 타입으로 나뉜 공격에 완벽히 대응하면 특별한 카운터 연출도 있어서 적절한 리턴이 이뤄졌다고 할까.
다만 조금 의아한 부분은 리스크와 리턴이라고 할까. 스피드 액션은 상당히 쉽게 대응할 수 있기에 리턴이 적은 편이다. 그러나 콤비 가드의 경우 적절한 시기에 가드를 하면 리스크 게이지가 대폭 차오르고, 대충 가드를 하면 크게 밀리면서 조금만 차오르는 구조다. 확실하게, 딱 필요한 순간 가드를 하면 매우 높은 리턴을 주는데 이를 기반으로 보스전이 설계된 느낌이랄까?
만약 이스7~9 스타일대로 전투하는 유저들에게는 낯설면서도 불합리함이 느껴질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렇지만 처음 보스도 약 2~3분 정도 전투를 해보면 이러한 가드 타이밍을 익히는데 큰 문제가 없긴 했다. 시연이 극초반 튜토리얼들을 생략하고 진행되어 약간 손에 익지 않았지만, 만약 처음부터 꾸준히 플레이하면서 차근차근 튜토리얼을 해 온 유저들이라면 무리없이 적응할 듯하다.
이번 시연에서 중점적으로 볼 수 있던 건 마나 액션, 그리고 성장과 전투에 제한될 수 밖에 없었다. 그 점에서는 새롭지만 이스답다는 느낌으로, 만족감이 정말 높았다. 전투 이펙트도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적절한 수준이었고, 전장의 정보도 현재까지는 충분히 시각과 청각으로 잘 전달됐다고 느껴졌다.
대신 회복계 아이템은 조금 모자란 느낌은 없지 않아 있었다. 그래서 초반에 적응하기 어려운 유저들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게임 오버가 돼도 도전 자체는 무제한이므로 익숙해지면 되니까 별문제 없지 않을까?
확실히 액션의 방향성이 조금 달라진 점은 기존 팬들에게 혹평을 받을 수 있다고는 생각된다. 첫 시도이기에 깊게 파고들었을 때 허점이 발견될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시연으로 돌아본 이스10의 액션 자체는 나쁘지 않았고 상쾌함과 육중함이 같이 들어있는, 경쾌함 속에 단단묵직함이 들어있는 액션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시연으로 이스10의 큰 그림, 전체적인 평가를 하는 건 무리였다고 본다. 새롭게 추가된 해상 콘텐츠, 해양 콘텐츠들은 이보다도 템포가 더 느리며 주요 NPC들을 만나고 메인 스토리를 크게 보기는 어려웠으니까. 항해를 통해 NPC들이 배에 추가되고, 적들을 만나고 다양한 보스들을 보면서 성장한 아돌과 카자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모르겠다. 그래도 이스, 그리고 팔콤이니 충분히 믿음을 줘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안드라스호, 바다와 관련된 콘텐츠들이 어떤 만족감을 줄지가 이번 이스10의 평가를 가를지도 모르겠다.
콘도 대표는 시연에 앞서 프레젠테이션에서 이스10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스9 까지의 시스템은 매우 자신을 갖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리고 실제로도 전작들의 액션은, 이스가 액션 게임이라는 정체성을 보여준 근본있는 혈통이 있었다. 그러나 콘도 대표는 여기서 변화를 선택했다.
이유는 바로 ‘이스10’이라는 타이틀이었다. 새롭게 스위치로 출시도 하는 만큼 신규 유저들이 더 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시나리오와 시스템의 변화를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이스’를 처음 하는 분들도 ‘보람이 있는 액션’으로 만들었다고 전했다.
그런 점은 이번 시연을 통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제 남은 건 출시를 앞둔 마지막 담금질뿐이다. 한국과 일본 동시 발매라는 쾌거도 이룩하고 단일 플랫폼이 아닌 플랫폼 다수에 같이 출시하는 강수를 뒀다. 공격적인 행보를 보인 자신감에서 이스10의 액션은 충분히 합격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출처: 인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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