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나라’ 업데이트와 함께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검은사막. 최근 몇주간 커뮤니티에서 화제력 만큼은 단연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신규 유저들의 무시무시한 과금력에 기존 유저들이 당황하기도 하고, GM들이 상시로 나타나 모험가들의 문제점을 해결해주기도 하며 초보 모험가들이 어려워하지 않는지 저 멀리서 지켜보는 등등. 꽤 훈훈하면서도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그렇지만 사람이 몰리면, 당연히 문제가 나타나고 이전까지는 없던 부분이 이슈가 되기도 한다. 그러한 부분들은 오래되었지만 그다지 눈에 잘 띄지 않거나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검은사막도 이에 자유롭진 않았다. 초보 유저들에 대한 일방적인 PK는 과거부터 시즌마다 근절되지는 않은 문제 중 하나였고, 이 근본에는 사냥터 부족이라는 이유도 적지 않게 작용했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에 김재희 디렉터가 결단을 내린 것은 오늘(27일) 새벽이었다. 공식 홈페이지에 김재희 디렉터가 올린 편지에는 많은 고민이 문장 마다 묻어나 있었다. 일방적인 전쟁의 제거, 그리고 매년 꾸준히 언급된 사냥터의 문제를 차근차근 해결해보려는 의도와 의지가 엿보였다.
사라지는 일방적인 전쟁
과거 사냥터 자리를 두고 펼쳐지는 자유로운 PVP는 검은사막의 DNA라고 할 정도로 유저들에게 각인되어 있었다. 운영 측면에서도 PvP에서는 크게 터치하지 않았다. 아니, PvP가 아니라 PK로 분류될 수 있는 상황에도 말이다. 그렇지만 점차 신규 유저들이 유입되고 서비스가 오래되는 과정에서, 소위 ‘막피’라 불리는 행위들로 인해 많은 이들이 크게 고통받았고 의욕이 꺾이는 일들이 생겼다. 그래서 이러한 문화와 정책은 바뀐지 꽤 오래된 일이다.
검은사막을 오래 즐기며 신규 유입을 바라던 많은 유저들은 이러한 행위를 신규 유저들에게 하는 것에 대해 정말 강력하게 규탄했다. 실제로 개발팀도 이에 대해서 심각성을 느끼고 강력한 규제 패치들을 해 온 전적이 있다. 이미 강제 공격이 가능했고 그에 따른 불이익을 매우 큰 상황이었지만, 길드 단위로 이뤄지는 ‘전쟁’은 그렇지 아니했다. 길드 대 길드의 명예로운 결전을 보여주리라 생각했던 전쟁은 현재에 이르러서 불이익없이 상대를 죽이는 용도로 많이 활용되는 ‘일방적인 전쟁’으로 변질된 부분이 적지 않았다.
이에 대해서도 김재희 디렉터는 지난해 심야 토크를 통해 전쟁에 관한 고민을 토로했고, 전쟁 유지 비용을 고정 금액이 아닌 비율로 소모되는 패치를 진행했다. 그래서 전쟁을 유지하기 어려워졌고, 결과적으로 줄어들긴 했지만 최근의 양상은 달랐다.
비교적 최근 신규 유입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또 다른 전성기를 맞고 있는 검은사막에는, 신규 유저들이 일방적인 PK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상황이 다시 크게 늘었다. 이는 일종의 괴롭힘이라고도 판단할 수 있겠지만, 실제 게임상으로는 확실히 패널티를 지고 즐기는 시스템이 허용한 영역이라는 점을 무시할 순 없었다.
김재희 디렉터는 자유도를 중요하게 생각했고, 게임의 누군가를 해칠 수 있는 부분도 게임의 자유도에 속한다는 입장을 유지했었다. 확실히 패배감이 때로는 누군가에겐 강력한 성장 동기로 작용하기도 한다는 이유도 무시한 수는 없고, 실제로도 그런 일은 적지 않다. 그렇게 자유도의 일부분으로 길드 전쟁이라는 콘텐츠를 제공했던 셈이다.
그렇지만 누군가는 맞설 준비도 없이 원하지 않게 죽임을 당해야 하는, PK의 영역의 괴로움을 맛볼 수 있다. 초보자 PK에 대한 행위는 PvP가 꽤 자유로운 게임이라면, 어느 게임에서나 일어난다. 필자 역시 과거에 모 게임을 하면서 레벨업 과정에서 아라시 분지와 가시덤불 골짜기의 거름이 됐으니까. 이는 처음부터 싸움을 각오하고 온, 격투 게임에서도 적지 않게 일어나는 일이다.
그런데 검은사막은 이제 다른 이야기가 됐다. 누군가의 재미만을 위해서, 타인에게 일방적인 고통을 주는 것을 ‘괴롭힘’이라고 디렉터가 못박았다. 이러한 행위에는 일방 전쟁 시스템이 이용되고 있었던 셈. 결국 시스템적으로 허용된 콘텐츠이지만, 김재희 디렉터는 결론적으로 이를 없애기로 결정했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는 느낌이 든다. 지난 해에도 언급하고 한 차례 패널티를 강화했음에도 결과적으로는 시스템이 주는 자유도를 해치지 않기 위한 ‘선’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계속해서 악용되는 시스템을 자유도라는 이름 하에 허용해야 할지는 많은 고민이 필요한 사항이다. 내부로도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고, 분석도 있으며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 아닐까.
이제 검은사막에서는 ‘일방적인 전쟁’은 할 수 없게 된다. 길드와 길드 간의 합의가 있어야 하고, 선포만으로는 적대 길드를 공격할 수 없게 된다. 개인 간의 문제가 길드 단위로 확산되어 일방적으로 전쟁을 선포하는 PK 행위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도 담겼다.
김재희 디렉터는 “아직 검은사막 세계가 익숙하지 않거나 싸움을 싫어하는 모험가분들께는 자신 또는 길드원으로 인해 일어난 분쟁이 길드 전체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정말 괴로운 상황입니다”라고 하면서도 일방적인 전쟁은 괴롭힘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일이 너무 잦기에 이러한 결단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성향치를 가문 기반으로 조정되면서 양상이 달라지게 된다. 같은 가문 내에 누구는 타인을 괴롭히기 위한 캐릭터로 활용되고, 다른 캐릭터는 불이익 없이 자유롭게 활보하는 일을 차단하겠다는 뜻.
검은사막에서 성향치는 다른 이용자나 야생마를 죽일 경우 패널티를 받고 감소한다. 사망 시 착용 장비의 강화 수치 하락, 수정 파괴 개수, 경험치 하락 등 성향치가 낮을 수록 불이익이 크게 와닿을 정도로 영향력이 막대하다. 그만큼 타인을 괴롭히는 행위는, 이제 개인 캐릭터가 아닌 가문에 적용되므로 그만한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강조하는 셈이다.
풍부한 사냥터를 위한 여러가지 조치들
앞서 언급한 PK에 의한 괴롭힘이나 분쟁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도 사냥터. 급증한 모험가들이 마음놓고 자신이 원하는 만큼 사냥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건 고질적인 문제점 중 하나였다. 서버를 바꾸고, 자리를 옮기면서도 해결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괴롭힘이 일어나기도 했다. 사냥터 부족의 문제는 일방적인 전쟁 뿐 아니라 다른 많은 문제들도 같이 동반하는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볼 수 있었다.
김재희 디렉터는 이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검은사막의 ‘사냥터’에 대한 개편 소식도 같이 전했다. 대표적으로 ‘마르니의 밀실’은 사용과 충전이 순환되는 반복 이용 형태로 개선된다. 1시간은 밀실에서 사냥하고, 1시간은 일반 필드에서 사냥을 이어갈 수도 있게 된다. 특히나 마르니의 밀실을 출시 시점부터 많은 이용자들이 시간을 늘려달라는 개선 요청을 많이 해온 콘텐츠이기도 하다.
다만 당장에 적용되는 형태는 아니다. 김재희 디렉터는 이 업데이트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양해를 구했다. 서버 부담과 몬스터 배치 및 리스폰 시간 재설정과 수익 밸런스까지 조정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업데이트가 적용되면, 그래도 점차 사냥터와 관련된 문제들이 어느 정도 까지는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가지 더 개선되는 부분은 서버 이동 대기 시간. 한 차례 줄었지만 현재는 10분의 대기 시간이 있어서, 다른 서버로 이동해서 사냥을 하려고 해도 그 서버에도 사냥을 하고 있는 인원이 있다면 낭비되는 시간은 적지 않다. 이러한 서버 이동 대기시간도 다시 줄어들어, 15분에서 5분까지 줄어든다.
사실 사냥터가 인기있는 이유는 정해져있다. 시간 대비 효율. 리젠 시간과 경험치의 양, 난이도, 그리고 가장 큰 기대값이라고 할 수 있는 전리품을 보고 내가 사냥해야 할 곳을 정하는 건 지극히 기본. 그렇기에 인기 사냥터에는 사람이 몰린다. 사람이 몰리면, 자리가 부족하고 분쟁이 일어난다.
오네트/오도어의 정령수는 무한 물약이라고도 불리는 검은사막의 ‘보물 아이템’이다. 필수는 아니지만 확실한 편의성을 제공하고 뛰어난 성능 덕분에 필수 보물로도 많이 언급되고 있었다. 게다가 최근 이벤트도 같이 진행되어 성장형 사냥터에서 ‘아타니스의 원소’를 얻어 재료 수급을 할 수 있기에 많은 관심과 이목이 쏠렸다.
김재희 디렉터는 이러한 오네트/오도어 정령수의 이벤트를 상시 콘텐츠로 변경한다고도 전했다. 특히나 재료 획득 사냥터가 한정적이기도 했기에 해당 이벤트를 통해 수급처를 늘려 획득 난이도가 완화되는 동시에 나름대로의 사냥터 경쟁도 약간은 완화될 수 있는 조치다. 이에 대해서도 데이터 분석과 작업 시간이 필요하지만, 기존 사냥터의 메리트를 지키면서도 차선책으로 활용될 수 있기에 사냥터 선택이 넓어져 현시점에서는 장기적인 미래를 대비하는 하나의 준비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고심끝의 변화, 또 한걸음을 내디딘 검은사막
개인적으로 이번 결정에 대해서, 특히 PvP(PK)에 대해서는 파장이 적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변질된 부분이 있어도 나름대로 룰을 지키면서 활용하고 있던 전쟁을 활용하던 유저들도 있을 것이고, 검은사막이 추구하던 ‘자유도’는 확실하게 타격을 받은 것이 분명하니까. 오히려 이제 안심할 수 있기에, 일방적인 전쟁을 악용하던 사례를 막기 위한 정책을 반대로 악용하는 사례가 생기지 않을 거라는 보장도 없다.
반대로 그렇게 일방적인 PK를 경험한 유저들 입장에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을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그런 일방적 PK 유저들을 지탄하던 여론들도 환영할 건 뻔하다. 결과적으로 김재희 디렉터는 이러한 행위를 ‘괴롭힘(Harassment)’으로 확정지었고, 어느 게임이나 마찬가지로 이러한 괴롭힘 행위는 운영/시스템 적으로 엄금하고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 방향성을 갖는다. 검은사막도 그 길을 좀 더 넓혀 보겠다는 의미다.
이번 결정으로 확실하게 변화할 것은 분명하다. 자유도를 잃은 게임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안심할 수 있는 게임일 수도 있을 테니까. 기존 모험가들이 자신들의 서버를 양보하는 일이 있었지만 큰 불만이 없던 유저층을 마련한 검은사막에게는, 이쪽이 더 맞는 결정일지도 모르겠다.
“오랫동안 고민하고 또 고민했고 시도하고 또 시도하면서 내린 결정입니다. 큰 변화를 고민할 때마다 무섭고 두렵기도 하지만 항상 함께 고민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검은사막 모험가 여러분들이 계셨기 때문에 이런 결정을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편지에 쓰인 김재희 디렉터의 메시지에는 이런 변화가 정말 쉽지 않을 결정이라는 것을 다시 느낄 수 있다. 그래도 확실하게 PK를 바꾸고, 장기적이고 고질적인 사냥터 부족 문제 개선을 위해 과감한 결정을 한 점에는 칭찬을 아끼고 싶지는 않다. 시대가 달라졌고, 변화가 필요하며 그에 따라서 미래가 바뀐다. 이제 검은사막은 다시 한 번, 또 다른 변화를 위해 한 걸음을 또 내디딘 게 아닐까.
출처: 인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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