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디 개발사 스튜디오 사이에서 개발 중인 ‘이터나이츠’는 액션과 연애 시뮬레이션을 결합한 이색적인 게임입니다. 세계가 멸망할 위기에도 사랑의 감정이 싹트는 아주 낭만 넘치는 게임 플레이를 담고 있죠.
이 게임은 어느 날 갑작스럽게 생겨난 거대한 벽 안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한정된 시간 안에서 다양한 선택을 하게 되고 이는 동료와의 관계, 능력 성장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특히, 인연 정도에 따라 캐릭터가 사용하는 기술과 컷씬에 차이가 생기기도 합니다.
스튜디오 사이는 지난 19일부터 시작된 스팀 넥스트 페스트 2023에서 데모 버전을 선보였는데요. 그보다 조금 더 긴 분량의 프리뷰 버전을 받아서 미리 플레이 해볼 수 있었습니다.
이터나이츠는 선형 구조의 게임 플레이로 일마다 플레이가 정해져 있었습니다. 가령, 게임의 첫 시작 날인 5월 27일에 주인공과 그의 친구 차니가 새로운 인연을 만나기 위해 소개팅앱을 시작했고 그 다음 날에 큰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식이죠.
프리뷰 버전에서는 5월 27일부터 6월 3일 사이에 벌어진 이야기를 담고 있었으며, 짧은 시간 속에서도 꽤 긴박하게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소개팅을 나갔더니 갑자기 도시에 벽이 생겨서 피난처로 가게 됐고 이상한 능력이 생겨서 괴물을 썰어버리거나 하는 등 주변 상황이 급작스럽게 바뀌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야기의 맥락이 이해 못할 수준으로 급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승전결에서 기와 승에 해당하는 프리뷰 버전 속에서도 빌드업을 착실히 쌓아 어떤 사건이 벌어졌다고 해도 유저가 충분히 납득하고 몰입할 수 있도록 해뒀죠.
이는 단순히 액션만 추구하는 게임이 아니라 서사를 중심으로 하는 게임에선 꽤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특히, 이터나이츠는 연애 시뮬레이션 요소도 함께 포함하고 있으니 탄탄한 스토리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게임 내에 벌어지는 사건은 물론이고 동료들과의 인연을 쌓는 것도 몰입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스토리는 아직 겉 핥기 수준으로 봤을 뿐이지만 첫 스타트로 괜찮다고 느껴집니다. 적어도 게임의 목표와 그에 대한 동기 부여가 확실합니다. 세계 멸망이라는 무거운 주제 속에서도 유쾌하게 풀어내려는 모습도 보였죠. 그러나 몇몇 구간에선 주인공의 대사가 너무 가볍거나 혹은 캐릭터의 의도가 뻔히 보여서 아쉬움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한편,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동료와의 관계, 능력 등이 달라지는 커뮤니티 콘텐츠는 이번 프리뷰 빌드에서 아주 작은 부분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형태는 구현되어 있는데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 수 없었다고 봐야겠네요.
주인공이 동료들과 대화를 하면 몇 가지 선택지가 주어집니다. 주로 상대방의 대화에 답을 해주는 방식이죠. 이때 어떤 식으로 답하느냐에 따라서 표현력, 자신감, 포용력, 용기 등의 사회 능력이 오르고 캐릭터들의 대사에도 조금씩 차이가 발생했습니다.
해당 능력이 주인공에게 어떤 능력을 주고 또 동료들과 대화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보여지진 않았으나 페르소나 시리즈처럼 특정 대화를 하려면 일정치 이상의 사회 능력이 필요하도록 콘텐츠를 제한할 것으로 보입니다. 추가로 대화를 선택할 때 어떤 능력치가 오르는지 대한 명확한 기준점이 없어서 그런지 사회 능력이 올라도 큰 감흥이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대화에 추가 보너스가 곁들여진 느낌이랄까요. 캐릭터 간의 커뮤니티 형성과 능력에 영향을 주는 주요 능력인 만큼 대화 선택에서도 단순히 재미를 위한 게 아니라 목적을 갖고 선택해서 누를 수 있도록 기준을 명확하게 잡아주면 어떨까 싶습니다.
동료와 관계가 깊어지면 랭크가 오르기도 하는데요. 프리뷰 빌드에선 유일한 동료로 유나가 등장했고 랭크 1을 달성하니 몇 가지 능력이 개방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유나는 회복에 특화된 캐릭터로 전투 중 능력을 사용해 주인공의 체력을 회복해줄 수 있었습니다.
개발자에 따르면 게임 내에는 총 5명의 캐릭터와 인연을 쌓을 수 있고 그중 4명과 연애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유나처럼 각 캐릭터마다 특화 능력이 존재한다면 내가 어떤 플레이를 지향하느냐에 따라서 선택적으로 캐릭터와 친밀도를 쌓고 능력을 개방하는 게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연애 시뮬레이션 콘텐츠와 달리 전투 콘텐츠는 세 번의 보스전을 포함해서 다양한 부분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이터나이츠의 전투는 베요네타 시리즈를 해봤다면 익숙하게 느낄 부분이 꽤 많았습니다. 대표적으로 적의 공격을 타이밍에 맞춰 피하면 주변 시간이 느려지는 게 있죠.
기본 공격 외에 대검을 소환해 때리거나 에너지를 소모해서 4개의 공격 기술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회피 외에 패링도 있고 데스 블로우라는 피니쉬 기술과 동료의 능력을 사용해 전투를 보조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특히, 적을 공격하거나 회피할 때마다 엘레멘탈 게이지가 조금씩 차는데 이를 소모해 강력한 속성 공격을 펼칠 수도 있었습니다. 보스의 경우 오로지 속성 공격으로만 깰 수 있는 베리어를 두르고 있어 이를 활용해 공략해야 했죠.
전체적으로 보면 액션의 가짓수는 많은 편인데요. 그런데 실제로 게임을 해보면 능력이 많다고 해서 복잡한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이는 간편한 조작으로도 다양한 액션을 펼칠 수 있는 덕분이 아닐까 합니다. 적당히 눌러도 스타일리쉬한 전투가 가능했죠. 특히, 찰진 타격감 덕분에 때리는 맛도 좋았습니다.
다만, 콤보 공격 마지막에 E를 눌러 강력한 공격을 하거나 리듬 게임처럼 노드가 등장하는 방식은 액션의 다양성을 더해줬지만 그 대신 액션의 흐름이 끊어지는 듯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적을 때리고 피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꾸 특정 입력을 요구하는 게 나오니 상황과 맞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요.
아무래도 전투에 집중해서 싸우다 보면 시야가 좁아질 수 있는데 이때 여러 동작을 요구하는 방식이 계속해서 등장한다면 피곤함을 느끼기 쉬운데요. 만약, 특수 액션을 넣을 생각이었다면 무의식의 상황에서도 편하게 입력할 수 있도록 직관적인 방식으로 바꾸거나 혹은 하이라이트 부분에서만 발동 혹은 빈도수에 제한을 걸면 어떨까 싶습니다.
감성을 자극했던 베스트럭 이후 액션과 연애 시뮬레이션을 결합한 차기작으로 돌아온 스튜디오 사이입니다. 전작과 비교해서 게임 플레이 스타일은 크게 달라졌지만 1인 개발자인 유재현 대표가 추구하는 인연, 감성은 이터나이츠에서도 여전히 남아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게임을 하면서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더빙과 몬스터 디자인이었습니다. 우선, 한국어 풀 더빙을 제공하며, 더빙의 퀄리티가 좋아 컷씬을 감상할 때 스킵하지 않고 천천히 듣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몬스터 디자인이 정말 개성 넘치는 데다 종류도 꽤 많아서 보는 맛이 있었죠. 앞서 언급했듯 전투의 분량이 그리 길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등장한 세 명의 보스는 제각각 자유분방한 외형을 보여줬고 일반 몬스터 또한 다양한 바리에이션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외형적인 변화 뿐만 아니라 패턴도 조금씩 차이가 있어 전투를 더욱 재밌게 만들어주기도 했죠.
대규모 개발사보다 제한된 예산으로 만들게 되는 인디 개발사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런 디테일에 신경 썼다는 점에서 정식 출시 후를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3D 모션과 모델링 등 몇몇 부분에서 퀄리티에 대한 아쉬움이 있지만 다른 부분이 이를 상쇄시켜준달까요.
이터나이츠는 이번 스팀 넥스트 페스트 2023을 지나 오는 9월 21일 PC와 PS4, PS5에 정식 출시될 예정입니다. 사실상 지금이 출시되기 전에 어떤 게임인지 맛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되겠죠. 스타일리쉬한 전투와 연애 감성을 동시에 느끼고 싶다면 한 번 해보시길 바랍니다.
출처: 인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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