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포큰(Forspoken) 리뷰

지난해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를 통해 데모 버전을 공개한 ‘포스포큰’은 특유의 파쿠르 액션과 다양한 마법을 활용한 전투로 기대감을 모았으나, 몇몇 도전 과제 형태의 미션으로 구성되었을 뿐인 무미건조한 오픈 월드라는 점에서는 많은 이들의 우려를 사기도 했습니다. 데모를 공개한 그 순간부터, ‘포스포큰’은 본편에서는 좀 더 많은 상호작용과, 흥미로운 사이드 퀘스트를 보여줄 것이라는 게이머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무언가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두 차례의 발매 일정 연기 끝에 출시한 ‘포스포큰’의 본편은 데모의 우려를 종식시키는 것과는 반대로, 정말 우려했던 그대로의 오픈월드를 보여주고 말았습니다. 화려하고 경쾌한 마법을 활용한 파쿠르와 전투는 분명 두 눈을 사로잡을 만큼 아름다웠지만, 안타깝게도 그 목적을 잃고 방황하는 선에서 그치고 말았습니다.


게임명: 포스포큰

장르명: 액션

출시일: 2023.2.24

리뷰판: 1.000.001

개발사: Luminous productions

서비스: SQUARE ENIX

플랫폼: PC, PS5

플레이: PS5


경쾌함과 화려함, 두 마리 토끼 모두 잡은 전투 시스템

▲ 고양이와 함께 힘겨운 삶을 살아가던 뉴요커, ‘프레이’

그간 공개된 정보를 꾸준히 찾아본 게이머라면 ‘포스포큰’이 어떤 세계관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지, 어떤 요소를 강점으로 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뉴욕에 살고 있던 주인공이 모종의 사건을 통해 이세계로 전송되고, 수상한 팔찌 ‘커프’와 함께 이세계의 여정을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설정입니다.

이세계에 당도한 순간부터 주인공 ‘프레이’와 함께 하는 요술 팔찌 ‘커프’는 주인공에게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신비한 능력을 부여해 주고, 플레이어는 이를 통해 빠른 속도로 대지를 박차고 다니는 마법 파쿠르와, 각종 기술을 이용한 전투를 경험합니다. 데모 버전을 통해서도 많은 플레이어에게 어필한 ‘포스포큰’만의 핵심 요소입니다.

데모 버전에서도 충분한 시간을 경험했지만, 역시 ‘포스포큰’이 제공하는 마법 전투와 파쿠르는 남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메인 스토리 진행을 통해 더 많은 마법을 배우면 사용할 수 있는 파쿠르 기술도 늘어나며, 자연스레 탐험할 수 있는 월드도 확장되는 디자인을 꾀했습니다. 화염 채찍으로 절벽의 구조물을 타고 오르거나, 물 위를 재빠르게 다닐 수 있는 수상스키 같은 마법은 드넓은 맵을 질주하는 단순한 과정에 꽤 즐거운 경험을 선사하는 편입니다.

▲ 이세계에선 내가 바로 마법소녀?

마법을 활용한 전투는 이 작품의 백미라고 꼽아도 손색이 없습니다. 최종적으로 네 가지 속성의 마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형태의 전투는 실시간으로 숨 가쁘게 이뤄지며, 상대방의 약점 속성에 따른 다양한 공격을 하거나, 상대하는 괴물의 숫자에 따라 적합한 마법을 고르도록 하는 약간의 전략성 또한 갖췄습니다. 무엇보다, 강력한 레벨의 마법이 선사하는 비주얼 효과는 눈을 즐겁게 하며, 일부러 주변 적들을 찾아다니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는 합니다.

‘포스포큰’에서 주인공 프레이가 사용하는 마법은 속성별로 여러 개의 공격 마법과 지원마법을 제공하며, 모든 마법들은 저마다 각자 쿨타임을 가지고 있어 최대한 다양한 속성의 마법을 바꿔가며 전투를 이끌어가는 것이 핵심입니다. 하나의 속성만으로는 생길 수 있는 딜 로스를 쿨타임이 끝난 다른 속성의 마법을 구사함으로써 채우는 식입니다. 속성들은 PS5 기준 L1+R1 버튼으로 직관적으로 변경할 수 있어 전투 도중에도 빠르게 원하는 속성으로 변경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각 속성 마법의 트리에는 특정 버튼 입력을 통해 속성을 교체하도록 하는 연계 기술이 존재하며, 이를 습득할 경우 마법 선택 화면을 켜지 않고도 능숙하게 다른 속성 마법은 연계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런 전투에 익숙해진다면, 한동안 ‘포스포큰’의 세계를 즐겁게 탐험하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 경쾌한 템포와 화려한 마법을 이용한 전투는 정말 즐겁습니다

오픈월드? 그보다는 ‘오픈’만 된 월드에 가까운

하지만, 안타깝게도(앞으로 몇 번이나 더 이 단어를 사용할지 모르겠습니다만) ‘포스포큰’은 자신의 강점인 마법 파쿠르와 전투의 매력을 게임 후반까지 이끌어 가는데 큰 어려움을 보입니다. 심지어, 공개 시점부터 자신 있게 선보인 이세계 ‘아시아(Athia)’의 매력을 전달하는 데도 성공하지 못한 모습이죠.

스포일러를 방지하기 위함으로, 본 리뷰에서는 ‘포스포큰’의 메인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게임은 수많은 이세계물 콘텐츠(그것이 소설이 되었든, 영화가 되었든)를 접한 이들이라면 어렵지 않게 예측 가능한 선의 이야기로 흘러갑니다. 이세계에 떨어진 주인공이 정처 없이 떠돌기만 한다면, 이야기로 성립조차 되지 않을 테니까요.

▲ 아름답지만, 너무나 공허한 세상으로 비춰지는 ‘아시아(Athia)’

문제는, 프레이가 13여 개의 챕터로 구성된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는 것 외에는 4명의 위대한 지도자 ‘탄타’들이 저마다 다스리던 영토로 구성된 ‘아시아’라는 세계 곳곳을 조명하는 콘텐츠가 너무나도 부족하다는 데 있습니다. 으레 오픈월드 게임을 플레이하면 주변 캐릭터들과의 서브 퀘스트라인, 길을 가다 무심코 만나게 되는 흥미로는 사건들, 심지어 마을 주민들이 부탁하는 시시콜콜한 소일거리가 따라옵니다. 개인 취향에 따라 진행을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는 말 그대로 ‘사이드’ 퀘스트들이지만, 이들은 플레이어가 게임 속 세계에 자연스레 녹아들 수 있도록 하는 감미료의 역할도 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직접 플레이해 본 ‘포스포큰’은 오픈월드를 표방한 게임 치고는 사이드 퀘스트의 수가 너무 부족하며,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만나게 되는 주변인물들과의 이야기조차도 너무나 단편적이고, 기억에 남지 않습니다. 더구나, 게임을 진행하며 탐험하게 되는 ‘아시아’의 영토는 그 넓은 공간에서 인간의 온기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발걸음을 딛는 곳곳마다 괴물만이 득시글거리며, 게임의 유일한 장기인 화려한 마법을 이용해 이를 퇴치하는 주인공 ‘프레이’만이 있을 뿐입니다.

▲ 그나마 몇 안되는 주변인물과 상호작용할 사이드 퀘스트가 너무나 부족합니다

게임의 세계관은 이처럼 드넓은 공간에 왜 상호작용이 가능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지에 대한 간단하고 명확한 근거를 제시합니다. 바로 ‘브레이크’라는 모종의 현상이 세계 곳곳에 퍼져 있으며, 이 현상에 닿는 생명체는 모두 타락해 괴물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 멸망을 앞둔 세계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인류는 한 도시에 모여들어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이 게임에 등장하는 (제 기능을 하는)유일한 도시인 시펄(CIPAL)입니다.

시펄의 인류가 위에서 이야기한 오픈월드 게임들이 으레 제공하는 다양한 콘텐츠를 전달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면 게임의 세계관이 좀 더 설득력 있게 다가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인류 최후의 보루에서조차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사이드 퀘스트로 인해, ‘아시아’는 플레이어가 갖게 되는 전지전능한 힘과는 반대로 덧없는, 황량한 세상으로 다가올 뿐입니다.

▲ 이세계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갈등으로 고민하는 장면도 나오지만

▲ 시간의 대부분을 밖에서 괴물들과 보내다 보니 감정 이입도 쉽지 않죠

부족한 볼륨을 대신하기는 힘들었던 메인 스토리

▲ 주인공이 상대하게 되는 이성을 잃은 아시아의 지도자, ‘탄타’들

메인스토리의 스테이지 구성 또한 이런 황량한 월드를 보완해주지 않는다는 점 또한 정식 출시된 ‘포스포큰’이 보여주는 여러 안타까운 점 중 하나입니다. 사이드퀘스트가 없다시피 하다면, 게임의 마지막까지 플레이어의 관심을 유지하는 역할은 오롯이 ‘메인 스토리’의 몫이 될 것입니다. 전투가 아무리 재미있다고 한들, 수십 시간을 반복할 수는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포스포큰’의 메인 스토리는 자신에게 맡겨진 이 무거운 책임을 다할 수 있을 만큼 높은 몰입감을 전달하지도, 또 많은 분량을 갖지도 못했습니다. 이는 주인공 프레이가 첫 보스 격인 불의 탄타, 사일라를 만나러 가는 길에 단적으로 나타납니다.

처음에는 한 가지 속성의 마법밖에 구사할 수 없는 주인공 프레이는, 자신에게 주어진 여정에 따라 탄타들의 마법을 하나씩 배우며 성장하는 과정을 걷습니다. 불의 탄타 사일라에게로의 여정은 그 첫 번째 과정으로, 플레이어는 도시 ‘시펄’에서 사일라가 위치한 프레이노스트 성까지 게임이 자랑하는 마법 파쿠르를 이용해 질주하게 됩니다.

물론 아직 초반이기 때문에, 아시아 세계에서 마주하는 모든 종류의 퍼즐, 도전과제, 미션들을 클리어하고 망토와 네일을 파밍하는 것이 마냥 즐겁습니다. 다만 한 가지 문제는 아직 한 가지 속성밖에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죠. 자연스럽게 해당 속성이 먹히지 않는 몬스터를 만나면 도망치기도 하고, 파쿠르로 닿지 않는 곳은 지나치며 사일라의 거처에 당도하면, 게임 시작부터 길게는 약 8시간에 가까운 플레이타임이 소요됩니다.

▲ 메인 퀘스트를 제외하면, 황량한 맵에 플레이어가 ‘방치되어’ 있다는 기분이 들 때가 많은 편

앞에서도 분명하게 언급했듯, ‘포스포큰’의 최대 강점은 다양한 속성의 마법을 재빨리 바꿔가며 진행하는 속도감 넘치는 전투입니다. 그러나, 시작 이후 약 8시간동안 한 가지 속성만 사용할 수 있다면 필연적으로 중간에 피로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각종 사이드 퀘스트나 흥미로운 상호작용이 이 과정을 함께 했다면 지루함이 찾아오는 순간을 조금은 늦출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게다가 더욱 놀라운 사실은, 첫 번째 보스를 잡기까지 8시간이 걸렸음에도 메인 스토리 최종장을 클리어하는 데 18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불 마법을 배운 이후 10시간 안에 새로운 속성의 마법을 모두 배우고, 최종 보스를 만나 ‘아시아’를 위한 싸움을 마무리했다는 뜻이죠. 선형적인 스토리 전개를 가진 게임으로서도, 또 오픈월드를 표방하고 있는 게임으로서는 더욱 볼륨 측면에서 큰 아쉬움이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고양이가 늘어날수록, 반대로 커지는 아쉬움

▲ 수상하게 고양이에 진심인 ‘포스포큰’

게임을 마지막까지 플레이하면서 한없이 아쉬움을 느낀 이유는 분명합니다. ‘포스포큰’이 데모부터 선보여 온 전투는 때로는 화면의 정보를 알지 못할 정도로 어지럽긴 했지만 화려했고, 이세계에 떨어진 평범한 주인공이 엄청난 마법을 사용해 세계를 구한다는 이야기는 다소 흔하긴 하지만 모두에게 사랑받을 잠재력이 충분히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두운 현실에서도 언제나 희망을 잃지 말자는, 게임이 메인스토리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는 대조적으로, ‘포스포큰’에서 플레이어가 마주하는 아시아는 너무나도 공허하고, 또 그런 희망을 품기엔 너무나 외롭습니다. 게임의 또다른 주인공인 마법 팔찌 ‘커프’가 말동무가 되어주기는 하지만, 3분 전에 한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을 볼 때면 오히려 외로움이 배가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처럼 게임 전반에 나타나는 공허함과 외로움을 ‘고양이’로 달래자는 아이디어가 개발 과정에서 언제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는 알 도리가 없습니다. ‘포스포큰’은 애묘인 협회의 사주를 받아 개발된 게임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고양이에 수상할 정도로 진심인 모습을 보입니다.

▲ 그나마 몇 없는 사이드퀘스트 대부분이 고양이 찾기에

▲ 옷 가게는 없는데, 고양이 선물가게는 있다니…

시펄에서 수행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이드 퀘스트의 절반 가량이 ‘고양이 따라가기’이며, 월드에서는 ‘탄타의 사역마’라고 불리는 신비한 고양이와 친구를 맺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친구가 된 고양이는 프레이의 집이나 순례자의 은신처 등 거점에 가면 만나볼 수 있고, 친구를 맺은 고양이가 늘어날 때마다 거점은 야옹거리는 소리로 북적이게 됩니다.

만에 하나, ‘포스포큰’이 시중에 존재하는 여느 오픈월드 액션 RPG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볼륨을 가지고 있었다면, 게임에 등장하는 총천연색 고양이들은 게임이 보여주는 하나의 부가 요소로서 잔잔한 웃음을 선사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볼륨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집에 들이는 고양이만 많다면, 더구나 모험을 통해 얻은 수집 요소를 통해 구매할 수 있는 아이템이 고양이 장난감 정도밖에 없다면?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고양이에 들인 공의 반만이라도 사람에 써 주면 좋을걸’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포스포큰’의 고양이들은 보고 있으면 무척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반대로 게임이 충분히 보여주지 않은, 결여된 부분들을 지속적으로 상기시킵니다. 부족한 주변인물과의 상호작용, 모자란 볼륨, 그밖에 ‘아시아’라는 가상의 세계를 플레이어에게 소개할 수 있었던 수많은 기회들. 그 모든 것들 대신 자리한 고양이들과 주인공이 할 수 있는 상호작용은 그저 이들을 쓰다듬거나, 노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뿐이니까요.

▲ 솔직히 유니콘 고양이는 좀 귀여웠다, 인정

▲ 그렇지만, 보고 있으면 마음 한쪽이 먹먹해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개발 소식을 발표한 순간부터 게임을 기대해 온 입장에서, ‘부족함’과 ‘모자람’, 또는 그 비슷한 의미를 가진 단어 없이는 게임을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마법 파쿠르와 전투라는 분명한 강점이 있는 게임이고, 뉴욕에서 막 건너 온 평범한 사람의 입장에서 바라본 ‘아시아’라는 세계도 흥미롭게 보일 수 있는 여러 다른 방법이 어딘가에 있을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하지만, 현실은 두 차례의 발매 일정 연기에도 불구하고 ‘포스포큰’이 보여준 세계의 모습이 그간 높아진 게이머들의 기대를 충족하기에는 너무나 공백이 크다는 것입니다. 그 중에도 플레이어가 마지막까지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측면에서 게임의 이야기나, 콘텐츠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습니다.

올 여름, ‘포스포큰’은 사전에 발표한 DLC인 ‘In Tanta We Trust’를 출시할 계획이며, 그 밖에도 디럭스 에디션의 구성요소로는 스토리 DLC의 얼리액세스 특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현 상황의 공허함은 게임 특유의 전투나 월드 탐험이 취향에 맞지 않는 게이머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수준일지도 모릅니다. DLC를 통해서도 조금 더 생기있는, 몰입 가능한 ‘아시아’의 세계를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출처: 인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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